음, 괴담갤은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군요.
그냥 기분 나쁜 꿈을 꿨는데 꿈 내용이 여기에 적을만한 거라 한번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꿈을 꾸다보면 한번 꿨던 꿈의 뒷 이야기를 다시 꾼다던가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던가 하는 적이 있지 않습니까. 저같은 경우 똑같은 내용의 꿈을 반복해서 꾼 적은 없는데, 예전에 꿨던 꿈의 뒤를 다시 꾼다던가 한 적은 몇번 있습니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읽던채로 꿈이 끝났는데 몇 달이 있다가 그 책의 뒷부분을 읽는 꿈을 꾼다던가 하는..
일단 저는 뇌가 그 내용이나 장소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고 그걸 꿈에서 다시 불러와 같은 꿈을 꾸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가 의학적으로 찾아본 건 아니라서...
여튼 제가 아까 꾼 꿈도 비슷한 종류의 것입니다. 일종의 '꼬마아이 귀신이 기다리는 집'이라는 꿈이네요.
처음 그 꿈을 꾼 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대략 한두달 전이었던 것 같네요.
6차선 정도 되는 큰 도로에서 두 블럭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택가가 나옵니다. 자동차 한대가 약간 널널하게 지나다닐만한 아스팔트 길에 빌라도 있고, 주택도 그 옆에 적당히 붙어있는 그런 평범한 장소입니다.
저는 거기에 있는 한 집에 용무가 있어 들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용무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러 번 그 집에 들려야 했으니까 아마 과외라던가 그런 게 아니었나 싶네요.
대문에 들어서면 흙이 깔린 좁은 마당이 있고 거길 지나서 낮은 계단을 올라가면 현관이 있는 집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특이했던 점은 그 집 왼쪽에 통로가 있고 거길 지나서 들어가면 약간 넓은 공용 샤워장 같은 게 있었다는 것 정도네요. 한 5~6사람 정도가 쓸 수 있게 샤워기가 달려있었고요. 뭐 꿈이니까 무슨 이상한 구조라도 그냥 '아 저런게 있구나'정도로 납득하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꼬마아이 귀신을 본 건 그 집에서 용무를 마치고 나왔을 때입니다.
마침 그때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저는 비를 막기위해 우산을 펼치고 그 집 대문을 나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왼쪽을 바라보니 옆 집의 벽 앞에서 왠 꼬마 여자아이가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고 있더군요. 저는 거기에서 그 꼬마아이에게 별 생각 없이 우산을 줬습니다. 비를 맞는 것에 대한 별 걱정 없이 줬는데 이게 우산이 두개였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꿈 속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던건지 모르겠네요.
하여튼 우산을 받아든 꼬마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고마워!'라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참 훈훈한 전개였습니다만...문제는 그 다음이었네요.
그 뒤로 그 집에 용무를 보러 가면 옆집 반지하 창문에서 항상 그 애가 제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반지하 창문인데 창같은건 달려있지 않고 그냥 네모나게 뻥 뚫린 공간입니다. 불은 꺼져있어서 깜깜한데 거기에서 얼굴만 내놓고 제가 오기를 기다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은게 두 번째로 그 집에 갔을때였습니다. 그 꼬마애가 그 반지하 창문에서 귀신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나를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하더군요.
'오빠 왔다~ 오빠 왔다~'
그리고 그 반지하에서 슥 사라지더니 이내 그 옆집을 이리 저리 콩 콩 뛰어다니는 겁니다. 뭐 실제로 뛰어다니는건 안보였지만 뛰어다니는게 느껴졌다고 해야하나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반지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걸 봤을 때 '아 귀신이구나!' 싶더군요. 그 순간 온몸이 공포로 덜덜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제가 용무가 있던 그 집이 특이했던 게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게 그 옆집과 따로 담벼락 없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네요. 아마 꿈이라서 귀신이 나오고부터 급 수정된 설정이었을 수도 있는데...여튼 그 꼬마아이가 옆집과 이 집을 넘나들며 장독대 위를 밟기도 하고 즐거운 듯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더군요.
나는 일단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에 떨리는 몸을 최대한 진정시키고 자신에게 중얼거렸습니다.
'괜찮아. 저 애는 네가 온 게 즐거운거야. 그러니까 해꼬지를 하지 않아.'
그리고 일단 들어가서 최대한 침착하게 그 아이가 말을 걸면 대답도 해 주고, 같이 놀아도 주며 그 아이 앞에서는 무서워하는걸 티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애는 나랑 놀기도 하고 옆집과 이 집사이를 이리 저리 콩 콩 뛰어다니더군요.
그리고 내가 그 집을 나가면 그때부터는 다시 그 깜깜한 반지하 창문에서 제가 올때까지 귀신같은 얼굴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겁니다.
얼핏 보면 크게 무서울 것 같지 않은 귀신인데, 이게 그 반지하에서 얼굴만 내민 모습을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가게 되더군요. 그 부분은 정말 귀기가 흘러넘쳐서 보기만 해도 무섭더라구요. 그리고 그 상태로 내가 가기만 하면 '오빠 왔다~'라고 웃으면서 창문에서 스윽 사라지는데 그걸 볼때마다 소름이 죽- 돋더군요.
게다가 더 무서운 점은 제가 그 집을 안 가게되면 그 애는 어떻게 변할까였습니다.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거기서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제가 안 가면 그 아이는 평생을, 아니 귀신의 남은 생을 그 안에서 지내게 되는걸까요 아니면 나에게 복수라도 하러 오는걸까요.
그런 걱정을 안고 있는데 그 꿈은 거기서 깨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뭐 그 꿈을 꾸고 난 뒤에는 그냥 재미있는 개꿈이었네- 라고 하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꿈의 계속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위에서 얘기했던 6차선의 큰 길 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차는 많고 사람도 꽤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제 앞을 지나가던 배달용 오토바이가 갑작스레 펑크가 났는데 다행히도 길이 막힌 채로 차량이 천천히 이동 중이었어서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배달부가 오토바이를 갓길에 대는 것을 보며 저는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큰 길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큰 건물들 사이에 나 있는 작은 길로 들어가 조금 더 걸어 들어갈 때 였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갑자기 사라지고 햇볕이 쨍쨍한 맑은 날씨로 바뀌더군요. 아니, 바뀌었다기 보다는 그 지역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대충 알 것 같더군요. 저는 그 집을 향해 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보이는 반지하 창문. 그 애는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 아이는 내가 오는 걸 보고 귀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오빠 왔다~ 오빠 왔다~'라고 하며 스윽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때 '히익!'이라고 외치며 뒤로 두세걸음 물러났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아이는 두 집 사이를 콩 콩 뛰어다니고 있었구요.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벌벌 떨면서 그 집 대문 안으로 들어간 뒤 집 왼쪽의 통로로 들어갔습니다. 위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집 왼쪽의 통로로 들어가서 7~8걸음 정도 복도를 지나가면 샤워실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니 그 집 주인 아저씨와 다른 아저씨 몇 분이 샤워를 하고 있더군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여자아이 귀신에 겁을 잔뜩 집어먹었던 저는 아저씨들을 보고도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주인아저씨가 그 소리를 듣고 돌아보더니 제게 웃으면서 오시더군요.
'와, 우리보고 놀랐나? 아이씨들 샤워하는거 첨보나? ㅋㅋ'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이 아저씨가 농담을 건넸는데도 제가 계속 벌벌 떠는 걸 보시고 뭔가 이상했는지 물으시더군요.
'야, 와그라노. 야가 와이리 떠노?'
그제서야 약간 진정이 된 저는 몸을 약간 떨면서 주인 아저씨에게 옆집에서 옛날에 무슨 사고나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 했습니다...만, 여기에서 꿈이 깨더군요.
꿈에서 깬 뒤 몸상태를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더군요. 한참동안 이불속에서 진정시킨 뒤 가만 생각해보니 괴갤에 올릴만한 글이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아침부터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별로 재미있는 글도 아니고, 그냥 꿨던 개꿈인데 귀신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적었네요. 읽어주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p.s 1. 꿈은 항상 절정부분에서 깬다더니 꼬마아이 귀신이 왜 생겼는지 이유를 들으려니 깨더군요. 조금 아쉽...
p.s 2. 아직도 저는 아저씨들 샤워장면이 왜나온건지 모르겠습니다...왜 아저씨들 샤워장면이지...
Ps2는 아마 붕탁을 너무 많이 보신듯
다음번 꿈엔 아저씨들과 같이 샤워를 하면서 비누를 줍게되는 꿈을 꾸실겁니다. 아무쪼록 좋은 시간 되십시요.
그걸 꼬마귀신이 보고 동☆심★파☆괴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건가요.ㅋㅋ
Deep Dark Fantasy
기묘한 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