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방대 대학병원에서 일함, 뻘글 쓰고 싶은데 역시 커뮤니티만한 곳이 없어서 여기 적음. 당직 서고 나면 뻘글의 욕구가 막 샘솟는다 ㅎ
- 이번 의사 난리 언제까지 감?
여기 게시판에 누가 전공의들 나간 건 중소기업 직원들 각 안 나와서 탈주한 거 같은 거라고 적었던데 나도 동감임, 난리 정리되어도 고소득이 보장되어 있는 몇 개 과를 제외하면 전공의는 안 들어오겠지, 특히 소아과 산부인과.
그리고 한 과 안에서도 성격이 다른 세부전공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신경외과. 뇌출혈 보는 파트랑 척추 보는 파트가 성격이 아주 다름. 뇌출혈 보는 쪽은 응급실 기반이고 척추는 퇴행성 질환 돌보는 쪽에 더 가까움. 뇌출혈 보는 쪽이 더 돈도 적게 벌고 응급실에 메여 있어야 하는데 만나는 환자랑 보호자들도 더 예민함. 그래서 뇌출혈 보는 쪽이 지원자가 더 적었는데 이제는 멸종할 거라 예상함. 뭐 내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 (여기도 두경부 종양 이런 거는 돈 안 됨) 등등 다 마찬가지.
정부는 PA랑 전문의 중심 병원 같은 소리를 하는데 글쎄. 일단 전문의나 교수 채용하는 거 정부에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PA에게 일 떠맡기는데 간호사들 반대도 만만치 않다. 니들 일을 왜 우리가 함? 이런 입장이라. 지금 간호사들이 인턴 전공의 일 해주고 있지만 전부 다 해주는 것은 아님.
그래서 지금 대학병원이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히 떨어졌음. 그리고 다시 회복될 것 같지도 않고.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 곳(결국 수도권이지)은 의사든 간호사든 더 채용해서 어떻게 하겠지. 결국 대학병원 안에서 지역과 수도권 격차는 더 커지게 될 것임. 지금 나 사는 곳에는 밤 중에 애기 볼 수 있는 대학병원 거의 없다.
- 의사는 부족함?
의사들 다들 의사 안 부족하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음. 일단 비인기과에 인기 없는 전공이라. 대학에 남으려고 하는 의사도 없고 대학에 남아도 나랑 같은 일 하는 사람은 없음. 이 동네에서 10년 좀 넘게 일했는데 내가 일하는 분야 의사는 되려 줄었다. 여튼 나는 이 바닥에서 10년 동안 뉴페이스를 본 적은 없고, 업계를 떠나는 경우만 봤음.
그럼 환자들이 다 어디로 가나, 남아있는 의사한테 가겠지. 나는 외래 한 번 볼 때 4-5시간 씩 걸리고 새로 오는 환자는 받을 여력이 없다. 이 사람들은 나 만나려고 2-3개월 씩 기다려야 되고, 오히려 수도권에 예약 걸어놓고 기다리는 게 더 빨리 진료를 본다. 그래서 나는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대로 의사 숫자를 늘려도 별로 기대 안 되는 것이, 돈이 안 되는 이 필드에 누가 지원하려고 하겠으며, 돈이 안 되는데 병원에서 채용하지 않을거라.
- 영리 병원의 가능성에 대해서
김어준이나 민주당 쪽 사람들이 민영화 이야기를 좀 하던데 이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병원에서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게 한다 이게 미국이나 유럽 스타일이고 의료보험 민영화, 또는 공적 보험과 민간 보험 2원화하는 길임. 그런데 이게 의사 숫자랑 무슨 상관이 있나? 우리 나라 사람들 민영화에 대한 혐오감을 생각하면 이건 진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함.
뻘글 쓸 에너지 다 떨어졌다, 이제 자러 감
결국 중요진료과는 의료진이 반 공무원형태가 될수밖에 없을듯. 로봇들이 인간술기를 뛰어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결국 중요진료과는 의료진이 반 공무원형태가 될수밖에 없을듯. 로봇들이 인간술기를 뛰어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그까이꺼 대충 살다가 60쯔음 아프면 죽어야지 뭐 80, 90 살아봐야 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