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전쟁터로 돌아온 탕아, 기어스 오브 워: E-데이

| 제목 | 기어스 오브 워: E-데이 | 출시일 | 2026년 10월 7일 |
| 개발사 | 더 코얼리션 | 장르 | TPS |
| 기종 | PC, XSX|S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 언어 | 자막, 음성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어디 한번 돌격소총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춘 다음 사슬톱과 이종 교배를 시켰다고 상상해보라. 거기서 태어난 폭력성의 상징 같은 자식이 바로 ‘기어스 오브 워’ 랜서다. 이 무기는 그 자체로 거칠고 멋진 발상이지만 동시대 최고의 게임 플레이와 맞물려 한층 더 유명해졌다. 최근 XBOX 25주년 이벤트에 갔을 때 거기 랜서 모형이 놓여 있었으며 시퀄 인터뷰 때도, 심지어 20년 가까이 된 클래식 삼부작 때 사진을 봐도 시리즈의 아버지 클리프 블레스진스키가 그걸 막 치켜든다. 사슬톱이 달린 돌격소총만큼 ‘기어즈 오브 워’가 어떤 게임인지 대번에 납득시킬 소품은 달리 없을 테니 말이다.
다만 XBOX의 IP 인수 후 나온 두 시퀄은 영 아쉬웠다. 만듦새가 좋고 나쁘고 이전에 ‘기어즈 오브 워’가 어떤 시리즈이며, 팬덤이 왜 열광하는지조차 모르는구나 싶었다. 낡은 게임성을 쇄신코자 도입한 신규 요소 및 설정이 되려 4, 5편을 시리즈의 정수와 멀어지게 했다. 이에 더 코얼리션은 5편 엔딩서 대놓고 암시한 속편 대신 클래식 삼부작의 프리퀄로 눈을 돌렸다. 바로 로커스트 전쟁의 서막인 이머전스 데이로 말이다. 이 시점 선택은 마치 함께 XBOX 쌍두마차를 이루는 ‘헤일로’의 프리퀄 ‘헤일로: 리치’와 닮았다. 물론 번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인 ‘리치’와 달리 ‘E-데이’는 돌아온 탕아에 가깝다.

2000년대 중반 뭇 게이머에게 좋은 의미로 충격을 선사했던 '기어스 오브 워' 삼부작
'E-데이'는 그 원점 회귀를 목표로, 로커스트 전쟁이 시작된 이머전스 데이를 조명한다
군국주의 vs 야수성, 강대강의 전쟁터로
XBOX와 더 코얼리션은 ‘기어스 5’ 출시 후 거의 7년간 침묵 끝에 시퀄이 아닌 프리퀄을 내놓았다. 4, 5편이 너무 실망스러운 나머지 이야기를 더 이어갈 의욕조차 상실한 것처럼. 필자는 시퀄 자체를 재앙이라 여기는 쪽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더 코얼리션을 탓하고 싶지 않다. ‘기어스 오브 워’는 3편 엔딩서 로커스트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깔끔히 마무리됐다. 그 잔불을 어떻게든 되살리려는 졸속 기획이 시장에 통할 리 있나. 심지어 기존 주인공 분대와 비교되는 신진 애송이들을 앞세워 “새로운 위협이 여기서부터 시작될지도…?” 수준의 소동과 딱히 궁금치 않은 출생의 비밀을 들려주는데 말이다.
간혹 ‘기어스 오브 워’의 뜻을 전쟁 병기쯤으로 아는 경우가 있더라. 여기서 기어(Gear)는 톱니바퀴를 가리킨다. 작중 병사들의 호칭이기도 하며 인식표 역시 톱니바퀴 형상이다. 이머전스 데이가 터지기 6주 전까지 주인공 분대의 모국 C.O.G.(연합 사령 정부)는 UIR(독립 공화국 연방)과 자원 쟁탈전을 벌였다. 저 펜듈럼 전쟁이 무려 79년간 장기화돼 건장한 국민들은 대를 이어 군인으로 복무하는 일이 흔했다. 그 와중에 C.O.G서 자리잡은 군국주의는 병사를 국가, 군대라는 큰 기관의 톱니바퀴로 여기는 일종의 파시즘으로 팽창한 거다. 즉 제목부터 이 시리즈가 뭘 보여 주려는지 적나라하게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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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대충 아무나 네 명을 모으면 일개 분대 징집이 가능한 미친 동네우리나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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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 미화…까진 좀 너무 나갔고,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 마초이즘이 철철 넘친다
물론 ‘기어스 오브 워’가 특정 사상을 장려하거나 지양하자는 함의를 품은 시리즈는 아니다. 다만 굳이 파고들자면 우리가 철저히 단련된 전쟁 수행 조직을 볼 때 느끼는 어떤 마초이즘, 군국주의의 멋있음 같은 걸 효과적으로 전시하기는 한다. 마커스는 늘 묵묵히 임무를 맡고 다른 기어들도 자신의 인식표를 동료에게 맡긴 채 거침없이 자살 임무로 뛰어든다. 간혹 불합리한 임무에 투덜대는 식으로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으나 그 대사가 두 줄은 넘지 않는다. 심지어 폐급이라 묘사되는 지휘관조차 막판에 무쌍을 벌이다 죽는, 그런 마초이즘 군국주의 국가가 침략당하는 강대강 구도라 더 흥미롭다.
클리프 블레스진스키는 매번 우주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인이 식상해 우리가 내딛은 땅밑서 솟아나는 침략자를 떠올렸단다. 로커스트는 딱 그 정도 발상의 산물이다. “왜 여왕만 미모의 인간 여성인가?” 같은 물음에 과연 진지한 답이 필요할까. 3편서 뭔가 사연팔이하려는 찰나 마커스가 여왕을 단검으로 쑤셔버리는 건 “그딴 거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라는 의미다. 새희망 연구소니 사이어니 나중에 붙은 설정은 딱히 설득력도 없다. 근데 두 시퀄은 그걸 무슨 대단한 미스터리인양 붙들고 늘어졌으니. 반면 ‘E-데이’는 우리 지금 침략당했어 → 목숨 걸고 맞서 싸워! 의 직관적인 이야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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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희망 연구소니 사이어니 뒷설정은 설득력도 없고 게임이 추구하는 바와 하등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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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발 아래서 솟아올라 엄청난 물량과 야수성으로 압도하는, 그 본분에 충실하면 된다
계승에 변주까지, 새 무브셋과 반(半)픈월드
출시에 앞서 예고된 여러 게임 플레이의 변화 가운데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건 점프 추가다. 본래 ‘기어즈 오브 워’서 캐릭터에 적용된 피직스란 사지 달린 쇳덩이가 움직이는 듯하다. 과장되게 부풀어오른 전투복을 오롯이 근육으로 지탱해 나아가는 인간 장갑차들이랄까. 기어가 내달리기 시작하면 바로 그 무게감에 가속이 실리며 특유의 로디 런이라든지, 월 바운싱 같은 모션을 한층 더 그럴싸하게 만든다. ‘기어즈 오브 워’ 전후로 수많은 TPS가 나왔으나 어떤 작품도 로디 런의 무게감, 월 바운싱의 쫀쫀함, 액티브 리로드의 손맛을 넘어서지 못했다. 뭐, 이 시리즈 스스로도 넘지 못했지만 아무튼.
지난 5편서 풍력 썰매에 워낙 실망이 컸던 터라 더 보수적으로 바라봤던 것도 사실이다. 육중한 중무장 기어가 방정맞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아, 또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 ‘E-데이’의 점프는 나름 시각적인 설득력을 갖췄다. 기존 등반서 확장된 움직임이면서 충분한 무게감을 부여해, 우리 사지 달린 쇳덩이가 뛸 줄도 아네? 정도의 느낌이다. 다만 전체적인 무브셋, 피직스, 애니메이션은 확실히 클래식 삼부작과 달라졌다. 마커스가 달려가는 모습을 더는 로디 런이라 부를 수 없고, 마치 자석처럼 이 엄폐물서 저 엄폐물로 달라붙던 월 바운싱도 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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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점프는 큰 이질감 없이 '기어즈 오브 워'에 잘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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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틀에 박혀버린 기존 엄폐 메커니즘을 벗어나려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새 무브셋
클래식 삼부작의 무브셋은 어떤 의미로 완성형이었고 에픽 게임즈면 모를까 더 코얼리션이 변주하긴 무리가 있을 터다. 따라서 아예 갈아엎는다는 판단도 이해되며 점프 추가 덕분에 얻는 바 또한 적잖다. 어느덧 지나치게 널리 퍼져 정형화된 TPS의 엄폐 → 사격 → 달리기 → 다시 엄폐서 벗어나 공간을 보다 수직적으로 유연히 활용 가능하다. 기존에도 등반을 통해 고지 선점이나 저격 장소를 보긴 했지만 캐릭터가 오를 수 있는 곳은 딱 정해져 있었다. 반면 ‘E-데이’의 점프와 차량 하단을 통과하는 슬라이딩 등 신규 무브셋은 전장을 뻔히 보이는 오브젝트의 집합 그 이상으로 느껴지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여기서 함께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주된 배경인 칼로나다. 더 코얼리션은 5편에 이어 재차 소위 반(半)픈월드를 시도했는데, 어설픈 로드무비 감성을 밀었던 전작과 달리 교전과 탐색이 어느 정도 조화롭게 안배된 레벨 디자인이다. 메인 스토리를 따라 주요 목표만 수행해도 무방하나 잠시 샛길로 샜다가 짧은 부가 임무나 쓸만한 보급품을 찾기도. ‘E-데이’는 총이나 장갑에 추가 부품을 장착해 이로운 효과를 얻는 일종의 건스미스 시스템이 존재하며 그걸 다 얻으려면 도시를 구석구석 뒤져야 한다. 신규 무브셋은 이 넓고도 비선형적인 전장을 탐색하고 보다 유연히 싸우는데 자못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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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半)픈월드는 칼로나의 참상을 직접 목도하기에 나쁘지 않으나 살짝 템포를 저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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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 보상인 부품들은 치명타율 상승 → 치명타 시 재장전, 처럼 빌드를 짜는 재미가 있다
혼자서도 흥미진진한,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이외에도 내달리는 정제소 플랫폼서 옆 선로로 따라붙는 적들과 싸운다든지, 헬기에 올라타 지원화기로 공중전을 벌이는 등 슈터 장르의 캠페인서 기대할 풍성한 교전 경험이 마련됐다. 총 분량은 15시간 전후로 이 정도면 근래 가장 만족스러운 캠페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다만 더 코얼리션에 미안하게도 몇몇 좀 거슬리는 것들은 대체로 신규 요소다. 새롭게 추가된 로커스트 무기 리퍼와 스트리가는 둘 다 OP이며-멀티서 문제가 된다-, 두둥실 X알은 웃기긴 한데 본작의 엄폐 메커니즘과 어울리지 않는다. 시더의 경우 대미지가 들어가는 상황이 지나치게 제한돼 게임 플레이 템포를 저해시킨다.
교전 경험이나 연출과 별개로 캠페인이 들려주고픈 서사는 특기할 바 없다. 상술했듯 원점 회귀는 반가운 결정이나 캠페인 전체가 딱 그 수준에 머문다. 모처럼 프리퀄이지만 마커스는 이미 전쟁 영웅에 완성형 주인공이고, 더 코얼리션도 그를 건들긴 부담스러웠는지 아예 비중을 줄어버렸다. 좋게 말하면 과묵한 상남자, 나쁘게 말하면 조연급이다. 그렇다고 루카스, 마그스 같은 새 얼굴들이 매력적이냐면 음…. 또 좀 다른 이야기로 한국어 음성은 아쉬움이 남는다. 교전 중 무전이 많아 더빙해준 건 고마운데, 군대 특유의 호격 및 상하 관계를 자주 틀리고 믹싱할 여유가 부족했는지 오디오 밸런스가 나쁘다.

슈터라고 내내 달리고 쏘기만 하면 지루할 터, 캠페인은 비유하자면 테마파크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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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신규 요소가 좀 별로인데아이고 코얼리션아…, 그래도 두둥실 X알이 웃긴 건 인정
그래도 한 가지 두둔하고픈 점은 분대 AI 관련이다. 일각서 무슨 뇌미닉 운운하던데 진짜 클래식 삼부작 시절에 그 자식 구하려다 컨트롤러 내동댕이친 경험이 없어서 그런 듯싶다. 자꾸 뛰쳐나가 뻗어버리는데 그걸 또 제때 못 살리면 게임 오버되던 게 소싯적 뇌미닉이다. ‘E-데이’ 분대원들은 나름 잘 싸우고 버티고 지들끼리 알아서 서로 살리고 심지어 나까지 구해준다-간혹 죽게 내버려두긴 함-. 또는 캠페인 코옵을 지원하니 친구나 연인과 서로의 등 뒤를 지켜주는 것도 좋겠다. 화면 분할로 즐기는 시리즈 전통의 카우치 코옵 역시 가능하지만 어느 쪽이든 필자는 리뷰로 다루기 힘든 점 양해 부탁드린다.친구가… 없어요…
출시 1주차를 맞은 현재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PvP 전쟁의 길과 PvE 호드 시즈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다. 전자는 팀 데스매치로 당장은 시리즈 고인물들과 매칭이 혼재돼 본인도 고인 게 아니라면 피하길 추천. 후자는 기존 호드 모드와 달리 꽤 넓은 맵을 분대와 함께 돌아다니며 메인 목표 외에도 부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일견 떠오르는 레퍼런스는 다름아닌 ‘헬다이버즈 2’다.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겠으나 밀도 높은 교전 경험을 주던 디펜스 방식의 호드 모드와 여러모로 결이 다른 것도 사실. 다행히 초반 반응은 꽤 재미있다는 호평이 많으니 맵과 로커스트 가짓수 모두 양적 확장에 서두르길 바란다.

호드 시즈는 중규모 맵을 오가며 주요, 부가 임무를 수행하는 흡사 '헬다이버즈 2' 같은 모드

분대원끼리 클래스 세분화는 물론, 최대 세 분대가 한 맵에 투입되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오랜만에 ‘기어워’다운 ‘기어워’가 나왔다
‘기어스 오브 워’는 한때 ‘헤일로’와 더불어 XBOX를 떠받치던 대들보 같은 IP였다. 그러나 제아무리 시대를 풍미한 걸작이라도 독보적인 시스템 및 콘텐츠는 차츰 너도나도 쓰고, 감탄스러운 그래픽은 평준화되며, 완결된 서사를 다시 잇는 건 궁색키 마련이다. 더 코얼리션 나름대로 두 시퀄서 트렌드에 발맞추려 애썼으나 그 핀트가 엇나가 되려 재앙이 됐다. 그래서 5편 엔딩이 속편을 대놓고 암시했음에도 6편이 아닌 프리퀄 ‘E-데이’가 나왔다. 과연 ‘E-데이’는 두 시퀄보다 훨씬 좋다. 물론 20년 전 게임성까지 끄집어내 호평받은들 그게 정말 콘솔을 견인할 간판 타이틀으로서 장래성이 있을지는 좀 의아스럽다.
딱히 스포일러도 못되니 적자면 ‘E-데이’는 마커스가 감옥에 처박히며 끝나지 않는다. 이머전스 데이로부터 ‘기어스 오브 워’ 1편까지 간극이 무려 14년이다. ‘E-데이’ 캠페인 내내 일주일이나 흘렀을까? 즉 XBOX와 더 코얼리션이 원할 경우 몇 편이고 프리퀄을 낼 서사의 여백은 충분하다. 혹은 호드 시즈가 ‘헬다이버즈 2’만큼 흥해 사후 지원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도저히 답 없는 시퀄보다야 경쟁력을 지닐 터. ‘기어즈 오브 워’는 늘 전쟁터에 머물러야 하는 게임이다. 시리즈의 미래야 몰라도 당장은 클래식 삼부작 이래 모처럼 ‘기어즈 오브 워’다운 ‘기어즈 오브 워’가 나왔다.

십여 년 방황 끝에 원점 회귀 정도로 '기어즈 오브 워' 부활을 운운하긴 어렵지 않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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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모처럼 소싯적 '기어즈 오브 워'다운 거칠고 손맛 쫀쫀한 작품이 나온 건 분명하다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