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질주와 빌딩의 초월적 카타르시스, 스타워즈: 은하계 레이서

| 제목 | 스타워즈: 은하계 레이서 | 출시일 | 2026년 10월 6일 |
| 개발사 | 퓨즈 게임즈 | 장르 | 로그라이크 레이싱 |
| 기종 | PS5/XSX&S/PC | 등급 | 15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이명규) |
스타워즈가 역사를 쌓으며, 은하 제국과 신 공화국, 제다이와 시스 같은 메인 소재 외에도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세계의 일면 또한 축적되고 소개되어 왔다. 비록 취소되었지만 ‘스타워즈 1313’ 같은 프로젝트는 그러한 스타워즈 은하계의 다른 일면이 매우 구조적이고 매력적으로 설계된 덕분에 추진될 수 있었다.



■ 스타워즈 다운 배경 위에, 레이싱을 로그라이크와 결합하다
이야기는 제국이 무너진 직후의 은하계에서 시작된다. 신공화국이 질서를 되찾느라 허덕이는 사이 아우터 림에서는 신디케이트가 레이서를 후원하고 판돈이 오가는 스피더 레이싱 리그가 성행하게 되고, 플레이어는 이 갤럭틱 리그에 뛰어든 정체불명의 레이서 셰이드가 되어, 리그의 절대 강자이자 자신과 악연으로 얽힌 챔피언 케스타르 불을 끌어내리기 위해 밑바닥부터 기어오르게 된다.



스토리의 시작점이 이렇게 간단하다면, 전체 이야기는 3막에 걸쳐 진행된다. 1막에서는 이제 막 리그에 발을 들인 주인공이 라이센스를 따내기까지의 예선전, 2막에서는 케스타르 불과 본격적으로 붙기 위해 챔피언십으로 진출하여 대결하는 과정을, 3막에서는 2막의 마지막에 찾아온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익숙한 로그라이크식 선택
레이스가 진행될 수록 새로운 행성과 새로운 무대가 등장한다. 자쿠, 크레이트, 안도 프라임 같은 특별한 장소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 특성은 레이스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크레이트에서는 스피더 뒤로 피어오르는 붉은 소금 안개가 뒤따르는 차량들의 램제트를 꺼버린다. 추운 행성에서는 냉각 상태 이상에 걸리면 움직임이 둔해지지만 램제트의 냉각은 빨라진다.


레이싱 게임에서 리그의 기본 구조를 스토리를 따라가는 3막으로 설정하고, 또한 이를 로그라이크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접근법이다. 단순한 레이싱보다는, 어떠한 스포츠 스타의 성장 스토리의 전형을 따라가는 구조를 보인다. 로그라이크 요소도 정통에 가깝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적절히 이 게임에 필요한 만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성장 요소는 딱 필요한 만큼, 적지도 과하게 파편화되어 있지도 않다
이로서 드러나는 첫번째 극명한 장점은, 레이싱 게임이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취약점, 즉 ‘반복적일 수 밖에 없는 레이스라는 과정을 어떻게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과정으로 전달할 것인가.’ 를 꽤나 해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정확히는, 이 게임 역시 비슷비슷한 레이싱의 반복이라는 약점 자체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로그라이크적인 과정’ 으로 바꿈으로서 그 반복이 좀더 의미있고 포장이 가능한 과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스토리 진행에서 나오는 컷씬들이나 패독에서 나누는 대화 등 연출이 그다지 인상깊지는 못하다는 점, 다른 레이서들과의 관계 역시 어느정도 공을 들인 것은 보이나 그리 대단한 유대까지는 쌓지 못한다는 점인데, 일단 이 게임의 이야기 자체는 주인공 셰이드가 벌이는 케스타르 불에게의 복수극이기에 이게 잘 표현되었으니 됐다 싶기도 하다.
■ 랜드스피더, 스피더바이크, 스킴스피더, 그리고 포드레이서
분명 옛 게임 ‘포드레이서’ 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 게임의 제목이 '포드레이서'가 아니라 '은하계 레이서'인 이유는 탈것에서 바로 드러난다. 플레이어가 주로 몰게 되는 건 랜드스피더, 스피더 바이크, 스킴 스피더 세 종류인데, 이 세가지 차량은 주행 특성이 완전히 달라 매우 큰 재미를 준다.


미친 속도감과 기동성은 셋 공통이다
가장 독특한 스킴 스피더는 차량에 비유하기 보다는 말그대로 지면을 저공비행하는 비행기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가속은 좀 부족하지만 최대 속도가 높고, 회전 시 기체가 90도까지 옆으로 서는 나이프 엣지 테크닉 덕분에 벽을 타듯 코너를 깎아 도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랜드스피더의 드리프트, 스피더 바이크의 키네틱 버스트, 스킴 스피더의 나이프 엣지는 각각 모두 같은 버튼에 간단하게 배정되어 코너링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노스텔지어 그 자체인 포드레이싱 이벤트

후반부에는 모종의 이유로 직접 포드레이싱을 하게 된다.
차량 소개에서 코너링 테크닉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듯,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그저 빠르게 달리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다. 스피더는 무적이 아니며 자칫하면 바로 크래시가 나버리는 무서운 레이싱이다. 그럼에도 속도는 600을 우습게 넘나든다. 그리고 이 게임의 레이싱은 미니맵이 제공되지 않으며, 급커브와 겨우 한대 지나갈만한 좁은 통로와 용암지대 등등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쾅!
어빌리티는 최대 4개까지 장착할 수 있지만, 배터리에 의해 사용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무작정 많은 어빌리티를 장착하기보다는 주력으로 쓰는 한두가지를 업그레이드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어빌리티는 가짓수는 정해져있어도 각각의 효과가 특별한데, 지뢰를 깔거나, 측면에서 폭발을 일으키거나 상대를 부식시키거나, 보호막을 치거나 하는 공격적인 어빌리티와 더불어 자동 주행 같은 은혜로운 어빌리티도 있다.


때문에 이 게임의 레이싱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말그대로,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기체를 조종한다는 느낌이다. 조금만 주의를 풀면 바로 크래시를 박아버리는 무서운 기체를 가지고 상대를 조져버리거나 완벽한 코너라인으로 생존하면 그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피더라는 특성을 살려 갑자기 하늘에서 코너를 그리며 단축해버리는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로그라이크적인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쌓아올린 능력에 기반한다.


14종의 레이서 스타일과 각종 부품들은 이러한 플레이를 돕고, 특히 전설 부품 파밍은 이 게임에서 로그라이크적인 도파민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램제트 효과가 50% 증가하는 부품을 먹으면 말 그대로 대박 당첨인 셈이고, 고장이 붙어있어도 다음 레이스까지 살아남아 수리하면 그만이다.


멀티플레이어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이어진다. 한 세션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몇개의 레이스를 연속으로 이어가며, 그 과정에서 사이사이에 로그라이크적인 성장 요소가 들어가 있다. 즉 멀티플레이는 캠페인의 축약 버전처럼 진행된다.
다만, 멀티플레이어에서는 그렇게 유쾌한 경험만을 얻지는 않았는데, 몇가지 이유가 있으나 이 게임이 가진 가장 치명적이고 고질적인,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그건 바로, 이 게임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 양날의 검, 스피더의 엄청난 성능에서 나오는 높은 난이도
일단, 일반적으로 난이도가 무작정 높거나 낮은 것 자체가 어떤 게임의 일률적인 단점이나 장점이 될 수는 없다고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당연하게도, 게임에 따라 난이도가 높은게 더 재미있을 수도, 어느정도 난이도 선에서 조절되는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즉, 난이도라는게 일률적으로 장단점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난이도는 플레이어가 어떤 총체적인 벽에 부딪히게 만들기 때문에 강렬한 취향갈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달리는 와중에도 양손은 쉼없이 바쁘다
이 게임의 높은 난이도를 만드는 원인들 몇가지를 살펴보자면, 가장 먼저 레이싱 트랙들의 문제가 있다. 이 게임의 트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이싱 트랙처럼 정해진 폭으로 딱딱 코스가 일률적으로 정해져있지 않으며, 수없이 갈래길과 합류를 반복하고 또 겨우 한대 지나갈만한 좁은 폭의 통로, 용암지대, 냉각지대, 부식지대, 점프대, 급코너를 돌면 나오는 크래시존 등등 악의적이라고 할만큼 잔혹한 디자인이 난무한다. 그런데 그걸 일반적인 레이싱카보다 몇배는 빠른 스피더로 달려야하며, 아무리 코너링 테크닉들이 있다하더라도 처음부터 이를 다 예측하고 달릴 수는 없는 법이다.

자동 주행에게 맡기면 이런 기동을 해버리는데 내가 이걸 따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로그라이크적인 게임 진행도, 그 단점까지도 어느정도 가져와버린 모양새다. 주행에서 당하는 몇번의 불행이나 억까가 전체 투어를 망쳐버릴 수 있으며 빌드업과 파밍의 경우에도 대체로 선택지를 주어 조정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운에 따르는 형태다.

때문에, 스피더 레이싱이라는 특성과 로그라이크의 특성이 합쳐져서, 레이싱 테크닉을 깎고 빌드를 깎는 과정이 시너지를 일으키면 이 게임의 레이싱 고점은 말도 안되는 수준이다. 말그대로 레이스 트랙의 제한이 없다보니 크래시만 안나고 방향만 맞으면 어떻게 주행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 점프대를 타고 바로 90도 턴을 돌아서 건물 위로 넘어가버리는 미친 주행도 가능하고, 이렇게 스피더의 능력 자체가 워낙 출중하니 레이싱 실력의 고저차가 커서 멀티플레이에서는 고인물들에게 학살당하는게 일상이었다. 말그대로, 나는 땅을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는 하늘을 날고 있다.

난이도 외의 단점을 더 짚자면, 아무래도 로그라이크적인 구성과 캠페인을 짜다보니 나오는 몇몇 강제되는 구간들이다. 예를 들어 포드레이싱은 말그대로 뭐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게 없는 어려운 레이싱인데, 이를 강제로 해야하는 구간도 있다. 물론 포드레이서는 그 자체로 대단한 로망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타게 되지만, 그 과정이 어느정도 고역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외에도 어쩔 수 없는 반복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다는 문제도 있다. 아무리 로그라이크 구성으로 커버를 치고 각각의 레이싱 세션에서 무작위성을 넣어 변수를 창출한다해도, 결국 하나의 막에서 두자릿수의 레이싱을 해야하고 이 모든 레이싱이 특별할 수는 없다. 특히 트랙의 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고, 큰 구역을 잘개 쪼개서 트랙을 구성하는 식이다보니 트랙에서 찾아오는 신선함은 매우 빠르게 사라진다. 첫 플레이 이후, 결과의 뿌듯함보다 과정의 지루함이 커지는 구간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고 그쯤되면 이 게임이 설계한 새로운 플레이 동력은 힘을 잃는다.

란타아나의 맵들이 대체로 너무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확실히 단점인 부분을 짚자면 번역이다. 자막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이 부적절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기초적인 존대/반말을 오가는 경우도 조금 보인다. 다만 이는 각 캐릭터들의 대사에 한정하며, 메뉴 등의 번역은 훌륭한 편.
■ 레이싱의 도파민과 로그라이크의 도파민의 높은 시너지, 탁월한 기획
막연하게 추억의 포드레이서 게임을 생각하고, 스타워즈 팬으로서 이건 해야지 하는 느낌으로 게임에 진입했다면, 뜻 밖의 레이싱의 완성도와 게임이 전달하는 매우 특별한 경험에 놀라게 된다. 이처럼, 항상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게임들은 당연하게도 그 세계관의 일부로서, 얼마나 세계관을 잘 표현했고 로어를 지켰는지 같은 부분을 이야기하게 된다.


▶긍정적
- 스피더의 속도감과 기동성을 살린 최고의 도파민 레이싱
- 다양한 조작요소, 레이싱 전략을 가능케하는 구성
- 의도가 맞아 들어간 로그라이크적 게임 구조
- 뛰어난 스타워즈적인 음향과 깔끔하고 아름다운 UI 와 그래픽
▶부정적
- 로그라이크 구조가 가진 반복의 약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함
- 큰 취향갈림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의 높은 난이도
- 캐릭터 대사의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