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u Chiy Nasu Go Mikusha” (솜브레로어로 ‘신비로운 접촉’)
[2006년 1월 5일]
정말 아무날도 아니었다. 아무런 일도 없이 평온하게 새해를 준비해야 마땅한 날이었다. 모든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것을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했다.
항상 말로만 듣던 얘기. SF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실감나는 영상. 지구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기괴한 파열음. 그것은 정말로 우주선이었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던 UFO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양이었다. 네모 각진 본체에 위아래로 휘어있는 듯한 4장의 날개. 그 물체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시에서 제일 넓은 공터인 청랑 타워 광장에 착륙했다. 광장은 그 커다란 물체가 들어가고도 남았다.
물체의 아랫면 가운데가 갑자기 빛났다. 김이 나와 주변의 시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원반하나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반은 얇은 와이어로 물체에 연결된 듯 보였다. 김이 모두 사리지고 난 뒤, 그 원반위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서있었다.
그날의 신문들은 모두 자극적인 제목들 일색이었다. “우주인, 당도하다!”
다음날, 해가 밝자 우주인이 말문을 열었다. 얼굴에는 생명유지-그렇게 생각되고 있다-마스크를 뒤집어써서 입이 오물거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 우주인은 음성변환장치-아마도-를 이용해서 지구, 특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여기가… 여기가 Luke Shantisha(지구인)들의 나라입니까?”
그 우주인이 입을 열 때마다 각국으로 뉴스가 전해져나갔다.
“우리는 ‘그들’을 만나야합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한명이 한 소리만 반복하는 우주인을 보고 답답했던지 대답했다. “‘그들’은 누구를 가리키는 겁니까?”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들입니다.”
저 너머로 보이는, 파도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파도가 넘실대는 것처럼 보이는 타워. 청랑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던 기자는 그에 대해 유명한 우스갯소리-청랑이 우주인의 기술을 갖고 있다-를 떠올리고, “청랑이 ‘그들’일지도 모릅니다!” 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우주인은 뻣뻣한 자세를 풀고 그제서야 자신의 뒤쪽에 서있던 타워를 바라보았다.
‘이 근처라 생각했었는데, 역시 여기였구나!’
우주인은 곧장 출입을 요청했고, 청랑은 웬일인지 너무 쉽게 들여보냈다.
[타이타닉함대 본부]
인자성을 제외한 ‘탑 브레스’ 전원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주인이 존재했다니! 그리고 내 눈앞에 실물이 서있다는 게 안 믿겨져!
“저… 한번만 찔러봐도 될까요?” 아라가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들고 말했다. 물론 인자성이 극구만류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그 상황이란 건…
“저 우주인들은 손가락으로 찌르는 행위를 ‘널 죽이겠다’라는 표시로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우주전쟁 불러일으킬 셈이야?!”
“회장님은 저 우주인에 대하서 아는 게 있으신가보죠?” 훈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흠, 그럼 직접 물어보도록 하지. 저…”
우주인은 모르는 지구인이 갑자기 아는 체하려들자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말하도록 하지요.” 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자성은 이 우주인이 무슨 우주인인지를 알지만 이 우주인은 인자성을 모른다는 것이다.
“Illsad Naguha Nokothse Sowmjironghk. 저는 소움지롱크 은하 일사 행성에서 파견된 ‘전달자’입니다.” 우주인은 자신의 본 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었다.
“소움지롱크? 우리가 알고 있는 은하인가요?” 효준이 물었다.
“여기에 오면서 미리 조사한 결과, 지구인들은 우리 은하를 ‘솜브레로 은하’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우주인은 손바닥에서 홀로그램을 띄워 은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멕시코 모자 은하다….” 훈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아니면 누구도 들어선 안 되는 얘기고, 또 들어도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러 온 것입니다.”
“?” 수연은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우주인이 우리 들으라고 한국말을 하는데 나는 왜 못 알아듣는 거지?’
“여러분은 여기에서는 ‘Praxis Philosophorum’ 물건을 아실 것입니다.”
“…?! 그걸 어떻게?!” 훈이 흠칫 놀라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저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 물건이 뭐가 어쨌는데요?” 효준이 말했다.
“그 물건은 사실, 저희의 물건입니다.”
“그래서, 돌려달라고 온 겁니까?” 인자성도 내심 놀란 표정과 말투를 지었다.
“그건 아니오. 그 물건은 우리 ‘문명’의 물건이 아니니까.”
“우리 ‘문명’?”
“우리 은하계(솜브레로)는 각 행성들이 하나의 공동문명을 만들면서 살아가죠. 옛날에 각 행성에는 싸움이 없고,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 *
“우리 은하의 13번째 공동문명… 당신들 시간으로는 약 6,500만 년 전이려나, 그 문명에서는 대단한 물건을 발견해냈습니다. 11차원을 넘어서 존재하는 이 우주를 만들고 모든 것을 유지시키는 전설상의 물질 Selorio. 우리는 이렇게 부르죠. 당신들이 말하는 ‘Praxis Philosophorum’ 말입니다.”
맙소사, 맙소사!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이제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우주의 어두운 뒤편으로 사라진 암울한 역사가 있다는 건가!? 하고 훈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 물질을 발견하고 어느 날, ‘그들’이 ‘조약’을 어겼다며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나타났습니다. 우리 문명은 그 함대가 내뿜는 빛에 의해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문명은 살아남았고, 그 뒤로 우리에게 스스로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Selorio’를 가진 자를 찾아 ‘그들’이 닥쳐옴을 경고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
‘그들’?! “‘그들’이란 건 어떤 무장단체나 테러리스트를 가리키나요?” 아라가 물었다.
“무기의 수준은 상상 이상. 하지만 도덕성은 그 이하입니다. ‘그들’은 장애물이 생겼다고 판단하면 그 즉시 장애물을 가차 없이 없애버리죠. ‘그들’은 후회고 뭐고 절대 안 하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들’의 이름은?” 인자성은 섬뜩한 마음이 들어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만약 ‘그들’이 인자성이 일고 있는 ‘그들’이라면…!
“Miruc Sephirhnathiong, 여기 말로는 은하 연합 -Greater Galaxy Union-.”
순간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나올 법한 우주 최대의 연합체. 그 ‘전달자’가 말하길, 은하 연합은 전 우주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위세는 우주를 벌벌 떨게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사실을 얘기했다.
“은하 연합은 과거 이 행성에 존재하고 있었던 모든 문명들을 멸망시켰습니다.”
“무슨 문명이요? 마야나 잉카 문명 같은 거요?” 훈이 물었다. 이 우주인이 말하는 문명이 이런 고대 문명이 아니라면…?
“당신들, 그러니까 인류라고 불리는 존재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이 지구에 문명이 계속 번성해 왔습니다. 당신들이 공룡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사실 그 문명을 세운 장본인입니다.” 이 우주인은 이들의 모든 상식을 거침없이 격파해가고 있었다.
“Dino-Civili(공룡문명)는 이 태양계를 모두 장악하고 은하의 외부로 진출하려 했습니다. 그것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본 은하 연합은 대 멸종 사건(Extinction-Level Event)을 위장해 공룡들을 퇴화시키고 역사의 뒤편으로 몰아냈습니다. 당신들이 보는 화석은 올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퇴화된, 이래봬도 어엿한 문명을 세운 생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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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저희들은 공룡이 흉폭하고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만 알았었는데…요…?!” 수연은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상식이 없다지만 지식은 보통-에 약간 미달한- 수준이었기에 우주인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안타깝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그 때 저희들은 그들에게 경고를 했었지요. 은하 연합이 닥쳐오니 빨리 피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콧방귀만 뀌고 쉬쉬하더군요. 그러다가 완전히 멸종해버렸지만 말입니다.”
“그럼 오늘 당신들이 온 이유는 설마?!” 인자성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아, 또 며칠은 한 숨도 못 자겠구나.’
“지금 은하 연합의 대함대가 태양계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오르트 운※에 거의 도달했을 것입니다.”
※ 오르트 운 :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오르트(Jan Hendrik Oort)가 처음 그 존재를 주장한 존재로, 태양계의 가장 바깥 영역이다. 주로 혜성이 자리 잡고 있다. 태양에서 5만 - 10만 천문단위 범위에 해당한다.
“꽤 멀리 있네요.” 훈이 말했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다만 그들이 속력을 더 내서 더 빨리 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근데요, 당신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존재라면서 어떻게 우리보고 그 세력을 상대하라는 거죠? 공룡들도 태양계를 지배했다면서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지구를 벗어나지도 못했다고요! 멀리까지 나가봤자 무인 목성 탐사가 전부라고요.” 훈의 말이 맞았다. 지구의 실력과 기술로는 아직 은하 연합을 상대하지 못한다. 대(對) 우주전용 공격 기체는 아직 프로토타입만 존재할 뿐이었다.
“‘Praxis Philosophorum’는 폼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여러분의 상상력을 이용해 은하연합에게 ‘쓴맛을 보여’주십시오. 아, 표현이 이상했나요?”
“아, 아니에요. 오히려 더 어울리는 표현인 걸요.” 아라가 대답했다. 그러자 ‘전달자’가 벌떡 일어났다.
“저는 이제 임무를 마쳤으므로 ‘우리 은하’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출발할 때는 25차 문명이었는데, 뭐, 도착하면 60차 문명정도 되려나요….” ‘전달자’는 곧장 우주선으로 향했다. 그가 밖으로 나와서 본 우주선의 모습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누군가가 계란과 페인트, 화염병을 집어던져서 우주선의 옆 부분이 더러워진 것이다. 아마도 한국 개신교도들이 저지른 짓일 것이다. 그때 십자가를 든 한 남자가 그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어서 빨리 네 별로 돌아가라! 너 같은 놈이 하나님을 모욕하다니! 썩 꺼져!”
그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글귀가 적힌 팻말로 ‘전달자’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시는 하나님 소리를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전달자’는 환대 아닌 환대를 받으며 지구를 떠났다.
인자성과 ‘탑 브레스’는 떠나는 우주선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 올해도 헬게이트는 상시 오픈이구나!’
TITANIC - INFINITAT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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