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일]
오늘따라 런던에는 비가 왔다 잠깐 갰다 다시 비가 오는 패턴이 반복되는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시민들은 우산을 접었다 폈다를 수없이 반복했고 이 일은 비공식 세계기록-많은 사람이 동시에 한꺼번에 우산을 접었다 폈다하기-에도 올랐다.
그 광경을 보러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점심시간을 즈음해서 대략 100만에 달하는 시민들-아직까지 추정치일 뿐이다-이 외출 중 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 환호성은 곧 비명소리로 바뀔 것이었다.
“실례합니다, 잠시만 좀 지나갑시다, 실례합니다.” 한 남자가 엄청난 인파를 헤치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검은 007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정말 브리타니아를 위해서라면, 어째서 우리가 지켜야 할 브리타니아에 이런 끔찍한 공격을 가해야 하는 것인지?’ 남자는 순간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서둘러 그 생각을 없애버리고 자신의 목적지인 피카딜리 서커스에 도착했다. 이곳은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붐벼댔다.
그 남자는 에로스상(像) 밑에 가방을 내려놓고서는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가방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차이는 바람에 넘어졌다. 그 순간 가방이 열리더니, 특수하게 만들어진 기계가 작동을 시작했다. 곧이어 막대기가 튀어 나오고,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커억!!” 가방의 제일 옆에 있던 사람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끄아악!!!”
“우억!!!”
사람들은 하나둘씩 거품을 물며 쓰러졌고, 이 모습에 당황한 사람들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타워브리지 교는 몰려드는 인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판이 템즈강 물속으로 내려앉아버렸고, 런던교에서는 사람들에게 밀쳐지고 떠밀려진 수백 명이 강물로 빠졌다.
같은 시각, 런던 시내 곳곳에선 사람들이 원인 불명의 심장마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런던 아이,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 시내의 학교들, 시합이 한창이던 축구 경기장들에서도 사람들이 쓰러 졌으며, 정수장과 하수도에서도 쥐들이 시체로 떠올랐다.
이른바 대런던(Greater London)이라 불리는 구역 내에서 1시간 만에 3,548명이 쓰러져 숨진 것이다.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까지 숨진 이 전대미문의 생화학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에 영국정부는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현재 런던뿐만 아니라 도버, 사우스햄프턴, 버밍엄, 맨체스터 등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영국정부는 반드시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해내어 철저하고, 무자비한 형 집행을 할 것입니다.”
인자성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는 이런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기 런던에 있었던 테러라고 하면 2005년 7월 7일 런던 동시다발 폭탄 테러 사건-이른바 7 ․7 테러-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도대로 역사가 바뀔 줄 알았던 그는 안절부절했다.
이런 유의 재난이 일어나면 방송국에서는 똑같은 화면만 계속해서 되풀이해서 내보낸다. 인자성은 그게 보기 싫어서 TV를 끄려했다. 그때, 그는 화면 아래쪽에 나오는 작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봐, 저 영상은 대체 뭐지? 누구 허락 맡고 이런 위성방송을 내보내는 거야? 접시 달려면 얼마나 비싼지 알고는 있는 건가?” 인자성은 방송통제실로 인터폰을 걸어 관계자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 그게…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도 통제가 불가능 합니다.”
“그게 뭔 소린가? 통제가 불가능 하다니?!”
“아마 건물 내에 누군가가 강력한 전파 증폭 장치를 단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전파 차단 장치는 저쪽의 증폭된 전파를 막아내기엔 너무 약합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이 영상을 보도록 조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한번 확대해보게. 무슨 영상인지는 알아야지.”
잠시 후, 조그만 영상이 풀스크린 HDTV를 가득 채웠다. 영상은 전 세계 주요 방송국들의 긴급 속보 내용이었다.
“베를린에서 바이러스 발병… 케이프타운에서는 3,000명 이상이 사망… 런던은 도시기능이 마비 직전… LA, 도쿄에서도 바이러스가 출현해 적어도 1만 명 가까이 목숨 잃어…? 전부 다 바이러스 관련 소식이잖아?!”
[사고 발생 14시간 후, 세계 보건 기구(WHO) 긴급회의]
간부들과 세계 정상의 과학자들은 이번 사태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긴장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회의장에서 구토를 하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꾹 참고 이번 바이러스 사태에 관해 회의를 시작하였다. 회의장에는 급히 달려온 세계의 주요정상들도 참관하고 있었다.
“우리는 천연두와 탄저병, 사스(SARS)와 조류 독감을 이겨냈습니다. 인류는 강인한 정신으로 우리를 해치려고 들었던 바이러스들을 퇴치하고, 전멸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 이래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가 출현하였습니다. 종류는 불명이고, 이름도 뭔지 알지 못했습니다. 스크린을 봐주시지요.”
스크린에는 이상한 형태의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바이러스는 길다란 줄이 하트모양 고리로 꼬여진 것 같은 형상을 띄고 있었다.
“일단 이 바이러스는 공기로도 전파되며, 잠복기간은 역대 바이러스들 중 가장 짧은 2분~3분가량입니다. 피부에 접촉하는 즉시 모세 혈관으로 침투하여 심장으로 타고 들어가서 심근을 마비시킵니다. 증상은 심장 마비밖에 없습니다.”
“심장 마비 바이러스란 말입니까?” 미국 부통령이 물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의 사망자 5만 명의 사망원인은 모두 심장 마비였습니다. 건강하고 심장병 병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법적 조치가 필요한 것 같군요.” 일본 수상이 말했다. “우리도 앉아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 백신이라도 빨리….”
“백신은 현재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로 봐서는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가능하다고 해봤자 2~3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다 같이 손잡고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자는 말입니까?!” 한국 국무총리가 소리쳤다.
“현재로선… 아무런 방도도 없습니다….”
회의장에는 다시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들은 이제 죽기만을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이때, 무단으로 ‘물리·논리적 시공간 다차원 도약 기술 장치(타임머신)’을 무단 탈취한 사람들이 템푸스 카르베나(시간의 터널)에서 템푸스 디펜도(시간 수호 대원)에게 쫒기고 있었다.
“젠장할, ‘선’ 놈들은 융통성이 없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저 자식 아직 풋내기 신참 인가봐. 윗사람 말 들어서 좋을 것 없다는 걸 가르쳐 주자고! Let's party time!!!”
HTT⑴(시간 이동 방해물)이 타임머신 뒤편으로 투하되었다. HTT는 불꽃을 내며 템푸스 디펜도 대원의 얼굴을 가격했다.
“크헉!”
“Yeah!!!” 탈취범들은 대원 한 마리 떨어진 걸 가지고 기뻐하고 있었다.
-삑삑삑삑- 기분 나쁜 신호음이 조종실 내에 울려 퍼졌다.
-템푸스 디펜도에서 경고한다. 탈취한 타임머신을 버리고 투항하라!- 스피커에서 뒤편의 남아 있는 대원의 음성이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웃기고 지♡하고 자빠졌네. 우리가 항복할 것 같았으면 이렇게 오지도 않았어!”
-10초 이내에 투항하지 않으면 기체를 강제추락 시키겠다. 여기서는 그 정도까지 가능 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항복을 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로 갈 거니까!”
-자, 잠깐만! 지금 여기서 벗어나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 지는 알고나 하는 소린가?-
“타임머신이 파괴되서 시간의 터널을 영원히 방황하는 것보다, 차라리 과거에 떨어지는 게 더 낫지!”
-???-
“Welcome to the 21th!!!”
“쿵”
……
……
[2005년 7월 2일]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모든 학교가 일찍 끝났다. 지루한 수업시간에서 벗어난 훈과 수연은 그 길로 청랑 코퍼레이션 본사로 달려갔다.
“인자성씨한테 가서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야 돼!” 훈이 말했다.
“어제만 4만 명이 넘게 죽었어. 이제 인류는 끝난 거라고.” 수연은 절망한 듯이 말했다.
“포기 하지 마!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러 가는 거잖아.”
* * *
훈과 수연은 1층 로비에서 인자성을 만나게 되었다.
“마침 잘 왔다! 희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거 먼저 들을래?” 인자성이 다짜고짜 들이대며 말했다.
“물론 희소식이 먼저죠.” 훈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면서 말했다.
“희소식은 현재 전 세계에 몰아닥치고 있는 바이러스 개발의 주범을 알아냈다는 거고, 나쁜 소식은 템푸스 카르베나에서 여기로 튀어나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거야.”
“튀어나오려는 움직임?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수연이 물었다.
“나는 느낄 수 있어. 전(前) 템푸스 디펜도 대원으로서 가능한 일이지. 카르베나의 이상 현상이 온몸에 전달되고 있어. 너희들도 느낄 수 있을 거야.”
“음?! 뭔가 안 좋은 기분이 드는데요. 뭔가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훈이 말했다.
인자성의 눈이 갑자기 커지면서 표정이 굳었다. 그러고 나서 “엎드려!!!” 하고 소리쳤다.
-쿠웅!!! 충격파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기체는 청랑 광장 가운데에 낙하했다.
“마침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말이다. 템푸스 카르베나에서 떨어졌다면 그건 분명히 바이서다!” 인자성이 소리쳤다.
“바이서?!”
“바이서(Vicer)는 바이스(‘악’) 인(人)이란 뜻이야. 루시타니아 함대의 베를리니아도 바이서 들 중에서 특별한 인재인 바테스(Vates)지.”
그때, 추락한 기체 안에서 신음 소리와 함께 2명의 바이서가 기어 나왔다.
“여기가 꿈에 그리던 21세기?! 드디어 우리가 21세기에 온 거야!!!”
훈과 수연, 인자성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쟤네들은?!’
주위를 둘러보던 2명의 바이서는 훈의 일행을 발견하고는 길을 물었다.
“여기에서 N.W.D.C. -바이스의 수도. 구 워싱턴 D.C.-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됩니까?”
그들이 타고 온 기체를 살펴보던 인자성은 바이서와 기체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당신들 이것 훔친 겁니까?”
“뭐요?!”
“당신들 바이서가 우리 선의 기체를 타고 왔다는 것이 걸리는 군요. 어떻게 된 건지?”
그 바이서들은 이제서야 뭔가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호오… 네가 이번에 우리의 바테스를 막으러 여기로 온 프로핏(Prophet)인가보지? 근데 왜 이렇게 삭았대냐? 전에는 젊은 사람들만 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말해보시지?!” 인자성이 목소리를 깔고 얘기하고 있었다.
“삭았다고, 이 아저씨야!!! -퍼억-” 인자성의 무릎이 그 바이서의 급소를 정확히 가격했다.
“크억, 흐윽, 허억….”
“저거 아픈 거야? 그렇게 아퍼?” 남자들만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수연이 훈에게 그 아픔을 설명해달라고하자, 훈은 이렇게 답했다. “내 미래가 사라지는 고통이랄까….”
남은 일행 한 명이 쓰러진 동료를 부축하러 갔을 때, 인자성이 협박을 가했다.
“난 말이야, 삭았다는 말을 가장 싫어하고, 동안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지. 어때 형씨, 저 꼴 나기 싫으면 빨리 꺼지지 그래?”
“그럴 수는 없지요, 계획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전 막힌 계획을 뚜러뻥처럼 시원하게 뚫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이니까요! 그럼 받으십시오! Blizzard Phenomenon!” 외침과 동시에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으악!” 순간 인자성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회장님!” 수연이 소리쳤다.
“난 괜찮다! 저들을 조심해! 저 능력은 너희 둘 모두에게 위험한 거야! 아마도 설한(雪寒)능력계일 거다!”
“설한능력이라면… 우리 능력에는 쥐약이라는 거잖아!” 훈이 말했다. 우리들 최대의 적이라는 건가?! 물은 얼어붙고 불은 차가운 바람에 꺼진다. 모든 상황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수연이 소리쳤다. “얼어 죽고 난 다음에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에…엣취!”
“그래, 얼어 죽든 뭐가 되든 끝까지 가보는 거다!” 두 사람은 전투준비를 끝내고 차갑게 휘몰아치는 7월의 눈보라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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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HTT: 시공간을 도약하는 기체에 이 장치를 부착하면 해당기체의 시공간 조절 기능과 이착륙기능에 심각한 데미지를 주어 원하던 시간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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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IC - INFINITAT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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