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대재단 이사장의 발언. 이것은 세계의 모든 함대에 절대적인 권력이었다.
대화는 끝나고, 사람들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타이타닉의 간부들도 회의실을 빠져나와 타워로 올라가고 있었다.
“뭐 좋은 수 없을 까요?” 훈이 말했다.
“글쎄다… 아직 기반 공사 중이니 구조변경이야 가능하겠지.” 인자성이 말했다.
……!
“아! 좋은 수가 있어요.” 훈의 머릿속을 전류가 스쳐지나간 것 같았다.
“뭔데?”
“13대를 만들 수 있다고 했죠?”
“그래.”
“그럼 저희가 미리 만들어 놓은 현장에서 만들도록 하면 되겠네요.”
“우리 방주 건설 현장을 각국에 제공하자는 거냐?”
“정확히 말하면 분양이죠. 그 대신 돈은 안 받고 무상으로요.”
“돈을 안 받아? 무슨 정신으로…”
“지금 시간이 촉박한데 그런 고민할 시간이 있어요?”
“그건 그렇다만…” 인자성은 훈의 적극적인 태도에 당황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할게요.” 훈은 로비 쪽으로 나아갔고, 인자성은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저 애가 오늘은 웬일이래니…? 내가 몇 달을 지켜봤지만 오늘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말은 거의 없었는데….’
그리고서 시간은 흘러 어느덧 연말이 찾아왔다.
* * *
[2005년 12월 21일]
[Titanic Fleet : Meeting of The ‘Top Brass’ in C.R.Tower]
“요즘에 들어서 바이서들의 침입도 잦아들었겠다, 이제 방학도 했고 하니 모두가 모여서 파티라도 열자는 거지. 놀 수 있을 때 놀자는 것이 내 생활신조니까.” 인자성이 아이들-4명-을 모두 불러놓고 얘기를 꺼냈다.
“아저… 아니 회장님은 나이도 있으시면서 왜 저희들이랑 송년회를 하자는 거죠?” 궁금증을 참다못한 아라가 인자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높으신 분들이 계신 자리는 언제나 불편하지. 너희들처럼 말이 통하는 어린 세대들이 좋아.”
“그러신가요~? 회장님은 자신이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실지는 몰라도, 저랑 훈이는 이미 회장님의 젊었을 적에 삭은 모습을 봤으니까, 다 이해해요.” 수연이 놀리는 말투로 얘기했다.
“삭은… 뭐가 어쩌고 어째?!” 인자성이 발끈했다. 그 이유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삭다’라는 단어야! 그래서 삭은 홍어는 쳐다도 안 보지! 하지만 맛있어! 그래서 난 홍어를 눈을 감고 먹어!”
…….
“그거… 개그?!” 지켜보고 있던 효준이 말했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 훈도 거들었다.
“진짜 개그라면?” 인자성이 일침을 가했다.
그 순간 모두는 침묵에 빠지고, 방 안에는 빙하기가 온 것 같이 냉기가 감돌았다.
“제가 장담컨대, 회장님이 그 개그를 열 번만 더 하시면 세계는 빙하기에 접어들 거에요.” 침묵을 깨는 건 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그 말에 수긍했다.
‘수긍하지마-!’(인자성의 마음의 소리)
곧이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모두들 신나게 파티를 즐겼다. 모두가 놀다 지칠 때 쯤, 인자성이 입을 열었다.
“오늘이 며칠인 줄 아냐?”
“12월 21일이죠.” -일동
“딱 7년 남았다.”
“2012년까지요?”
“그래.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들의 임무도 절대로 잊어선 안 돼. 우리들의 임무는,”
“인류를 보호하는 거죠?” 훈이 말했다.
“그래, 또 2012년에 닥칠 재앙에 대비하는 거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데요?” 아라가 물었다. 사실 이 둘은 아직까지 2012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지 못했다.
“그건 나로서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야. 역사가 바뀐 만큼 더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지.”
“네? 모르신다니요? 저한테는 다 알려주셨잖아요?!” 훈이 말했다.
“역사란 말이지,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서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고, 그 흐름을 뒤바꾸어놓으면 바뀌는 거야. 다들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인자성이 말했다.
“여기 시간이면 3천~4천년 후려나? 하여튼 그때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해서 시간의 정체를 밝히려들었지. 그 결과 이 우주는 평행우주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수연이 말했다.
“물론. 여기에서 질문이다. ‘존바르 분기점’에 대해서 아는 사람?”
…….
“아, 들어본 적은 있어요. 그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잘….” 훈이 중얼거렸다.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각설하고, 그 ‘존바르 분기점’이란 것은 역사 흐름의 중요한 지점을 가리킨단다. 이 분기점에서 흐름에 간섭하게 된다면 그 분기점에서 또 다른 흐름이 뻗어 나오게 되지. 원래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바뀌어서 말이지.”
“그럼 그 ‘존바르 분기점’이… 이 시대에 이미 생성되었다는 말씀이세요?” 수연이 물었다.
“그래. 내가 이 땅에 떨어진 직후부터. 정확하게는 ‘선’과 ‘악’이 과거로 프로핏을 보내기 시작한 때부터일 거다. 그 얘기인 즉슨…”
“미래에 일어날 일이, 모든 사건과 재난이 뒤바뀔 수 있다고요?” 효준이 말했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이 그거야. ‘선’과 ‘악’에서는 그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우리들을 보냈지만, 어쩌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 있지.”
“설마…”
“하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그 이상 설명하면 너희들만 피곤해질 테니까 그만 두자.”
배려인지 무시인지, 인자성의 태도는 모두를 생각이란 걸 하게 만들었다.
[머나먼 미래]
누군가가 어둡고 기나긴 좁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발자국 소리로 미루어 보았을 때 두 사람이다. 둘 다 중년이었을 것이다. 한 남자는 양복을 멋들어지게 빼입고, 다른 한 남자는 검은 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헤벅,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나를 이런 자리에까지 불러오고 말이야.”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임무 수행도중에 전멸 되는 그들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검은 가운의 남자가 답했다.
“전멸이라… 그들은 누구에게 전멸되었나?”
“‘선식(善式)’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선’의 프로핏에 연관된 자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밀렸다는 건가…”
“그래서 부탁하는 겁니다. 그 계획의 정당성을 최고회의 대 위원들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자네는 어찌하여…”
“저도 피치 못할 사정이 많아서…”
양복의 남자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가볍게 치며 “아… 그 이유는 나도 잘 아네만. 알았네. 내 힘을 써보도록 하지. 자네는 나만 믿으면 되네.” 하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고 검은 가운의 남자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그 뒤에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고, 미래의 반격은 곧 과거의 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TITANIC - INFINITAT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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