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초(공식적으로)의 외계생명체 지구 방문.
그것은 인류가 이 넓디넓은 우주에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뜻했다. 이는 전 세계의 종교계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우주선이 착륙했었던 한국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2006년 1월]
[여의도 지하]
얼마 전에 발견된 70년대의 지하 벙커 이외에도, 여의도 땅 속 깊숙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지하 셸터(Shelter)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셸터를 알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라의 엘리트층과 억만장자들뿐이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또 다른 국회이자 청와대’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에는 우주선 착륙에 대해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번에 우주선 착륙은 교회의 유지와 선도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도 있소이다!”
“물론이오! 선도를 해서 벌어들이는 수입만 해도 얼마인데 그 줄을 끊을 수야 없지요!”
“아무래도 청랑이 관계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외다!”
“역시 인자성을 추궁해야겠소.”
높으신 분들은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던 인자성을 없앨 방법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자신들에 보위에 혈안이 되어있던 것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헤지라 교(敎) - 이슬람교]
성지는 오늘도 엄청난 인파에 북적거린다. 이곳에서의 성지순례란 인터넷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성지순례’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성지는 오늘도 시끄럽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이유가 시시한 것이 아닌, 우주인 때문 이라는 것. 우주인은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고심했다.
“신도들이 모든 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 일텐데요.”
“신보다 더 위로 나아가려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사라져야 마땅하겠지요. 비밀 회선은 아직도 작동합니까?”
“그… 그들을 부르실 작정입니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속히 한국의 입을 틀어막아야 합니다.”
[로마 천주성교 - 보편적 교회(가톨릭)]
바티칸에서도 최심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어두운 지식의 서고. 중앙의 라틴십자 형태를 띤 탁자에는 4명의 사람들이 자리 잡고 앉아있었다.
“인빅투스 자식, 정말 자네의 부하가 맞기는 한 거야?! 뭐가 이리도 덜떨어졌어?!” - ‘십자의 오른 날개’
“맞아, 그건 부하를 제대로 통솔 못한 네 책임도 크다, ‘십자의 받침대’.” - ‘십자의 중심’
“왜 모두 내 책임으로만 돌리는 거지? 어이, 그놈들이 보통이 아니란 건 자네들도 잘 알고 있잖나, 자네들의 부하도 그놈들에게 가면 꼼짝을 못할 거라, 이말 일세.” - ‘십자의 받침대’
“솔직히 이번일은 ‘받침대’님이 잘못하신 것 같아요. 칠칠맞게 정보를 흘리지만 않았어도….” - ‘십자의 왼 날개’
사람들은 서로 간에 잘잘못만 따지고 있었다. 이 싸움을 멈춘 것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그럼 이번일의 모든 책임은 ‘십자의 받침대’가 지는 것으로 임무를 끝냅시다.”
“당신은…!”
“성하는 어찌되었습니까?!”
“쓰러지신 뒤에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계십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연달아 발생할 줄은….”
교황은 연달아있었던 테러에 스트레스를 받아 일주일 전부터 몸져 누워있던 상태였다. 이미 정상적인 업무는 수행 불가능이었기 때문에 궁무처장이 교황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해야 될 때라고 봅니다. 우리들, ‘천주를 보탬하는 천십자(天十字)의 날개’가 이 교회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궁무처장이 날개달린 십자와 천국의 열쇠가 겹쳐져있는 상징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성하께서는 언제든지 기회는 있다며 행동을 미루려고만 하셨지요. 그 미적지근한 태도는 저희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자네의 그 발언은 밖으로 새나가면 위험해집니다, ‘오른 날개’여. 하지만 옳은 말을 했으니 용서해주겠습니다.”
천주성교회라지만 한껏 어두움이 가득해 보였다.
한국 내부는 물론이고 세계의 모든 주요한 종교들이 한국에게 쓴맛을 보여주려 이를 갈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신기독교(개신교)도들의 대규모 폭동이 발발했다. 교도들은 폭력시위를 벌이며 전국의 청랑 지사와 세계의 청랑지부를 박살냈고, 영국의 타이타닉 함대 기지는 성난 브리튼 공회(영국 성공회)의 신도들에 의해 일부분이 파괴되었다. 그들은 “타이타닉 함대와 청랑코퍼레이션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테러의 주범이다”라고 외치며 리버풀과 런던시내를 활보하였다. 이를 지켜보는 인자성과 ‘탑 브레스’의 마음은 착잡해져만 갔다. 그리고 한 달이 흘러갔다.
[2월, 청랑 타워]
“전 세계의 폭동은 그 기세가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우리는 지난달에 공식성명까지 내고 관련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에서의 테러는 어찌된 일인지 멈추지를 않아. 무슨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된다.” 인자성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아무래도 종교 쪽이 아닐까요?” 평소 교회에 불만이 많던 훈이 한마디 했다. 얼마 전 까지 해도 가기 싫은 교회를 강제로 끌려가서 강제로 기도를 올려야만 했던 아픈 추억이 있기 때문에, 한국 교회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그 사이드는 워낙에 그러니까. 최근 헤지라교 권역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납치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교회들에서 우리 함대와 회사를 비난하는 기도를 자주 올린다고 해요. 역시 흑막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건 너무 성급한 음모론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인자성은 훈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하지만 훈의 말이 정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일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있었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종교와 과학은 서로 간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사이들이다. 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룩해내면 종교는 언제나 그것을 비난했다. 종교는 과학을 자신의 아래로 보고 과학은 종교를 구시대의 썩어빠진 유물로만 여긴다. 이 첨예한 대립관계는 중세시대부터 내려져온 역사가 긴 보이지 않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번 우주인과의 접견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지루한 대전쟁의 시♡탄(욕x)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테러는 일어나지만 그것이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시간은 또 흘러 ‘탑 브레스’가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2006년 3월 2일]
역시 연초의 학교에는 학기 초의 어색함이 물씬 풍긴다. 서로 간에 모르는 사이고, 얘기도 나눌 수 없으니 조용해지는 효과는 절로 나왔다. 하지만 ‘탑 브레스’는 달랐다. 아이들은 서로 같은 반에 배정받아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국가의 ‘배려’는 이후 고등학교로 진학 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번에 우리가 같은 반이 된 거, 어떻게 생각해?” 훈이 ‘탑 브레스’를 모두 불러다 놓고 얘기했다.
“보나마나 회장님이 배려해주신 거겠지. 또, 너도 속으론 좋아서 히죽히죽 쪼개고 있겠지. 안 그래?” 아라가 비꼬는 말투로 얘기했다.
“뭐라고?!” 훈이 발끈했다. 설마 여기서 말하는 건 아니겠지?! 훈은 학기 초부터 소문에 시달리면서 살기는 싫었다.
“암것도 아냐.” 아직 더 써먹을 수 있는 떡밥을 뭐 하러 지금 풀어서 재미없게 하겠나, 하고 아라는 생각했다.
“올해는 무슨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까?!” 효준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우리로서도 다행이지만, 테러가 멈추질 않고 있어. 그 테러를 일으키는 세력이 무엇인지 밝혀야만 해. 우리는 어쩌면, 커다란 판에 억지로 떠밀려진 싸움닭일지도….”
“무슨 비유가 그래? 그럼 싸우기 싫은데 억지로라도 싸워야 한다는 일이 생긴단 말이야?!” 수연이 발끈했다.
“말솜씨가 늘었는걸. 공부 좀 했나봐?!” 훈이 수연을 고개를 돌리고 지긋이 바라보며 얘기했다.
“뭐, 딱히 공부를 한건 아니고, 네가 나보고 공부를 좀 하라고 해가지고… 그것 때문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수연도 속으로는 ‘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공부해’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냥 그렇다고 얘기하지, 근데 이편도 귀여운 걸.’ 훈은 이런 타입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 * *
종례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은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탑 브레스’는 청랑타워 방향으로 향했다. ‘정례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였다.
쿠웅 소리가 또 다시 천지를 뒤흔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하늘에는 이상한 틈새가 생겨나 있었다.
“뭐지?!” 훈이 외쳤다.
검은 물체가 틈을 찢고 튀어나왔다. 거대한 은색의 기체. 그 수는 한 둘이 아니었다. 그것은 ‘악’의 우주선이었다.
[7777년]
동일한 시간대에서 발생한 오로라는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또 다른 템푸스 카르베나 (시간의 통로)가 된다. 다만 이동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전파이다. 이들은 과거와 미래의 통신을 위해 일부러 오로라를 발생시켰다. 북반구 전 지역에서 오로라가 관측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시끄러워진 과거에 비해 미래인들은 차분하게 행동했다.
“상황은 어떤가?!” 헤벅 폭스(Havoc Fox)가 자신의 지하연구소에서 과거의 영상을 보면서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닥터. 모든 함대가 도착하기까지는 앞으로 1시간이 더 소모될 전망입니다.”
“마이크를 줘보게.” 마이크를 받아든 헤벅은 전파 다이얼을 돌리고-흔히들 말하는 주파수 맞추기- 버튼을 눌렀다.
“전 함대에게 알린다. 현지시각 18시부터 상공에 체류하라. 이후의 과정은 차후에 상세하게 설명하겠다. 반복한다, 현지시각 18시부터 상공에 체류하라. 착륙 시도 행위는 일절 금한다.”
헤벅이 무엇을 노렸는지는 모르나, 과거가 다시 시끄러워진 것은 분명했다. 세계의 언론들이 다시 이 장소로 모였다. 세계적인 언론들은 아예 방을 잡고 매 시간마다 들어오는 소식을 세계로 전송했다.
[우주선 다시 도래?! 이 도시는 우주선의 선택을 받은 도시인가]
[타이타닉 함대 측 : “아직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구 침공의 전조인가, 교류의 메신저인가]
[우주선은 총 6대]
* * *
인자성은 절망했다. 이 우주선들의 화력을 아는 사람은 이 시간대에선 이 사람이 유일했다.
‘놈들이 행동을 개시하면 지구는 진짜로 끝이다!’
그는 혹시라도 일어날 상황에 대비해 ‘탑 브레스’를 각자의 집에 대기조치 시켜놓았다. 혼자서 ‘바이서’를 물리치려고 들었다가 호되게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얽히고설켜서 타이타닉 함대와 청랑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혹자가 말한 대로, 헬게이트가 한국에 열린 것이다.
TITANIC - INFINITATIS FABULOSUM HIS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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