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니아 함대는 전 세계 최초의 함대로서, 1984년 전 세계에 그 탄생을 알렸다. 이듬해 미국에서 팩스아메리카나 함대가 탄생하고 두 함대는 상호간의 연락체제를 만들어 함대가 국가 간의 충돌을 중재해주고 방지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 연락체제는 후에 함대재단에 의하여 WFCN으로 거듭나게 된다. -중략- 초창기의 함대를 주도한 세력은 청소년들이었고 이 관례는 이유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함대란 집단은 「국가이외의 사회집단」으로 명명할 수 있다. 세계의 어른들은 함대의 문화가 청소년의 주 문화가 될 것이라 말했지만 아직까지 그 움직임은 요원해 보인다.』
[영국 리버풀, 2005년 5월 28일(현지 시각)]
몇 달 후에 있을 교황의 방문에 들뜬 것은 런던만이 아니었다. 타이타닉 함대 지부가 지어지고 있던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지부에서 일하게 된 상주대원들이 복도에서 떠들고 있었다.
“이번 지부 입주를 앞두고 본기지에서는 뭐라고 하나?”
“그게, 지금 총사령관과 부총사령관이 바티칸이 고용한 첩자에게 죽을 뻔 했다고 한 일 때문에 여기 쪽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아.”
“바티칸에서 보낸 첩자?”
“물론 천주성교청에선 모른다고 잡아뗐지만 우리 쪽에서 증거물을 제시하니깐 꼼짝 못하고 사과했다지 아마?”
“대단하다, 대단해! 이 한국인의 근성!”
“이 친구야, 목소리 좀 줄여!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고.”
복도의 왼편 방에서 영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안 이들은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그 때…
-쿠드드드…
전등이 깜빡 거리고, 창문이 곧바로 떨어질 것처럼 흔들렸다.
“지, 지진인가?”
“영국에 웬 지진이야?!”
이 날 새벽 5시 38분, 매그니튜드 3.8의 지진이 리버풀을 깊은 잠에서 깨웠다. 사람들은 타이타닉이 온다는 것을 알고 일어난 지진이라며 타이타닉의 기지 설치를 반대했다.
본래 영국에는 함대의 발상지답게 모든 것을 앞서나가고 있었다. 주둔 함대 투표도 그 중 하나이다. 투표로 선발된 함대는 10년 동안 주둔할 권리를 가지게 되며, 주둔하는 함대에게는 브리타니아 함대의 뛰어난 함대 운영법과 1년당 50만 파운드(약 10억 원)를 보수로 받게 된다. 1985년 이래 영국에 주둔했던 함대로는 팩스아메리카나 함대(13년), 바사 함대(3년), 차르 함대(3년)가 있으며, 차르 함대의 주둔기간이 끝나는 올해(2005년)에 제4대 주둔 함대 투표가 열릴 예정이며, 후보 함대 중 가장 빛나는 이력을 가진 함대는 역시 타이타닉 함대였다. 루시타니아 함대도 이 투표에 입후보했다.
주둔 함대 투표의 후보 함대들은 선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는데, 1개의 기지를 먼저 설치하고 주변 주민들 간의 소통이 원활한지, 마찰은 안 빚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의 영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투표의 하나로 그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하기위한 장치인 셈이다.
타이타닉 함대는 리버풀에, 루시타니아 함대는 플리머스에 기지를 설치하였다. 특히 타이타닉 함대가 리버풀에 그 기지를 둔 것은 큰 의미가 있어서였는데, 그것은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모항이 리버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의견을 제일 먼저 제안한 사람은 한국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훈의 집]
훈은 점심을 먹으며 2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 때, 뉴스에서 지진소식이 들려왔다. 지진소식은 흔치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훈은 볼륨을 높이고 화면에 집중했다.
“방금 전 영국의 리버풀을 진원으로 하는 M3.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피해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해안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놀란 훈은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인자성의 책상에 놓여있는 전화의 직통번호를 눌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회장님, 제 말 들리시나요?”
-나 귀 안 먹었다. 소리치지 말고 또박또박 얘기해. 무슨 일이야?
“리버풀에서 지진이 일어났어요.”
-뭐? 겨우 지진 갖고 호들갑이야?
“겨우 지진이라뇨? 게다가 진원이 리버풀인데요?!”
-그러냐? 난 또….
“그 반응은 뭐죠?”
‘아차!’
인자성은 이 시대 인간들은 지진에 예민하다는 것을 깜빡했다. 미래(7770년대)에서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실용화에 들어가고 있는 단계였다. 7770년대의 지구에는 강도가 높은 지진이-대략 M8~9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술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21세기의 지구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다. 인자성은 그런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었다.
“그 반응은 뭐였냐니깐요?!” 기다리다 못한 훈이 소리를 질렀다.
-아, 미, 미안하다. 우리 시대에는 지진이 워낙에 많이 발생해서 그런 소식에 둔해져 있었거든.
“그랬군요…. 그럼 이번 지진이 대지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인자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은 지금부터 그 해까지 일어날 모든 대지진의 목록을 외우고 있었다. -‘3년 후에는 중국의 쓰촨지역에서 대지진이 일어난다’라는 정도- 하지만 지금 그 사실을 말해봤자 아무도 안 믿을 것이었다. 자신이 존 티토가 될 필요가 있겠냐며 인자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참고로 존 티토는 기억력이 안 좋은 7770년대의 군인으로 밝혀졌다. 그는 모든 시간을 앞당겨서 말했다.)
-대지진은 없을 거야. 안심해, 내가 장담한다.
“진짜에요?”
-넌 내가 벌써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다는 걸 잊어버린 거냐?
“리버풀에서 지진이 난 바람에 제가 흥분했나보네요….”
-미안해할 것 없다. 인간은 지진을 미리 볼 수 없으니까. 그나저나, 능력 개발 연습은 하고 있는 것이냐?
“연습…? 앗!” 능력을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연습도 안 해놓은 상태였다. 3월 이후 중국과의 전쟁을 제외하면 위기 상황은 며칠 전 ‘그 때’를 빼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곧… 찾아갈게요. 근데 제가 말한 사항들이 업데이트 완료는 된 건가요?”
-완료다. 기본기능보다 200% 업그레이드 시켜놓았지. 좋아, 그렇다면 지금 한 번 와 보거라. 수연이도 데리고 말이다.
“네?”
-능력은 혼자서 쓰면 강하지만 함께 쓸 때엔 그 능력이 배가 되지.
“뭐라구요…?”
-궁금하다는 네 마음이 전화선을 타고 전해지는군.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직접 와서 한번 해보는 게 좋아. 그럼. -뚝-
“뭐야?”
앞으로 수 백 년은 더 우려먹을 능력자의 전설의 시작이 이때부터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본인들은 하나같이 우연하게 가진 힘이라고는 하지만 템푸스 디펜도의 대원들이 기본적으로 능력자들을 모아놓은 집합이었기 때문에 타이타닉도 능력을 쓰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각설하고, 타이타닉은 지금부터 이 세상에는 없었던 사상 최대의 연습(…)을 해야 될 판이었다.
[타이타닉 지하 기지, 대형 실험용 실험실]
“지금 당장 해보라고요?” 수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인자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 체형에 맞게 디자인 되었으니까 크거나 적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을 거야. 빨리 한번 해 보거라!”
“어랏, 근데 이건….” 훈이 잠시 주춤하였다. 훈은 자신도 모르게 달려있는 목걸이를 보고 당황했다. “근데, 여기 달려있는 이건 뭐죠?” 훈은 작은 칼 모양의 액세서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목걸이서 떼서 가운데를 꾹 눌러봐.”
“이렇게요? -꾹- 어?!” 그 순간, 엄청난 빛과 함께 액세서리가 점점 커졌다. 인자성은 이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됐다, 성공이야!”
“그러니까 이게 뭔데요!”
“네 전용 무기가 될 텍스칼리버(T-EXcalibur)다. 확장시, 최대 길이 1m 12cm, 둘로도 분리할 수도 있고, 너의 모든 힘을 이 칼로 실어 보내는 것도 가능하지.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말이다.”
“텍스칼리버요? 아서왕의 그 칼?!”
“그 전설을 한번 시험해보자.”하고 인자성은 칼을 뺏어서 바닥에다가 꽂았다.
“이, 이래놓고 어떻게 하라고요?!”
“수연아, 네가 한번 빼봐라.”
“에이, 설마 안 빠질 리가 있겠… 어?!” 칼은 깊숙이 박혀가지고 잘빠지지도 않았다.
“이, 이거 왜이래?! 빠지지가 않잖아!”
“연기하지 말고….” 훈이 다가와서 칼을 집었다.
“어?!” 지켜보던 이들은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맙소사, 칼이 네가 주인이라는 걸 인정 했어….”
훈의 손에는 텍스칼리버가 들려있었다. 자신만큼 능력이 있는 수연도 빼내지 못한 칼을 훈이 빼낸 것이다.
샘이 난 수연은 인자성을 조르기 시작했다.
“왜 제 무기는 없는 거에요?”
“물론 있긴 하지만….”
“빨리 줘요, 빨리 빨리!”
“알았어, 조르지 마라, 무섭다.” 인자성은 창 하나를 꺼내 들었다. 창날을 보던 훈은 기겁했다.
“뭐, 뭐야 저건…. 박물관에서 훔쳐오기라도 하셨어요?!”
“그게 아니라… 만든 거야. 직접.”
“왜? 저게 뭔데 그래?”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던 수연이 말했다.
“로… 롱기누스의 창….”
“그 창은 뭔데요?”
“롱기누스의 창은 말이다, 예수를 찔러 죽였던 창이라고들 하지. 그때 예수를 찔렀던 병사의 이름을 따서 롱기누스의 창이라고 하는 거고.” 인자성이 설명했다.
“그 창이… 내 꺼?!”
“이 창만 있으면 주변에 있는 열기는 물론 화염까지도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져. 해볼래?”
“네! 이리 주세요.” 수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창을 받아들었다.
“흐아앗―!” 외침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이 천장을 뒤덮었다.
“괜찮을까요? 갑자기 더워지는데요?” 훈이 말했다.
“괜찮아. 이런 용도로 쓰려고 일부러 천장을 높이 만든 거니까. 수연아, 이젠 그 불좀 꺼줄래?”
“그러고는 싶은데… 갑자기 통제가 안돼요!”
“뭐라고?” 훈이 소리쳤다.
“훈아, 이럴 때 텍스칼리버를 쓰는 거야!”
“그래요? 그럼 한번 시험 해보겠습니다! 어, 어?!”
“왜 그래!”
“저마저도 통제가 안돼요!”
인자성은 곧장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엔 이미 ‘LOCK’표시가 떠있었다. “이럴… 젠장할! 내보내줘, 내보내달라고!”
“죄송하지만, 실험이 끝날 때까지 여기를 봉쇄하라고 한건 회장님이셨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능력을 통제하고 있지 못했다.
“이봐, 거기 둘! 여기 좀 봐봐!” 인자성이 소리쳤다.
“신경 꺼요! 불 끄느라 정신없어 죽겠는데 말시키지 말아요!”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내가 못살아….’
말썽만 있었던 최초의 실험은 통제 불능의 능력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인자성은 자신의 설계에 최대 제어 가능한 능력을 수치화하기로 했다. 자신 같은 보통 인간의 힘을 1로 하고, 훈과 수연 정도의 힘을 10으로 하는 새로운 분류법을 발표하는데, 이것이 바로 레인(Reign, 힘) 지수다.
[2005년 6월 11일, 런던 히드로 공항]
공항에 착륙한 JAL기에서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내렸다. 아마도 견학을 오는 듯 싶었다. 이제야 세계를 비행기로 당일치기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돈 많은 일본인들은 단체로 여행 다니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 일’ 전까지는 해외를 여행지로만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수많은 학생들 중에는 니혼 함대 총사령관 유키카게 호노카(雪景側か)도 이 자리에 있었다. (전에 쿠로시로 부총사령관이 크게 짜증을 냈던 원인이 바로 이 여행 준비 때문이었다.)
니혼 함대는 3년 전 제3대 주둔 함대 투표에서 바사 함대를 연임시키려는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다 발각되어 함대재단의 결정으로 앞으로 2회간의 주둔 함대 투표에 입후보하지도, 투표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유키카게는 상관없었다. 이 사람은 여학생의 몸으로 총사령관 자리에 오른, 전 세계 함대 역사상 최초의 여 총사령관이었다. 쓰러져가는 니혼 함대를 되살린 것도 바로 유키카게였다. 완벽한 이 사람에게 단점이 있다면, 아버지가 한국인(이민자)이라서 많은 제약이 뒤따른 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 이번 여행을 업무가 아닌 즐기기 위해서 온 거라고.’
-쿠웅! 웬 트럭이 공항 정문을 들이받았다.
“뭔 소리지?!”
사람들은 큰 소리에 놀라 대피하려 정문 쪽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푸콰아앙! 대폭발이 일어나 정문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저기 있다, 잡어!” 곧이어 특공대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난입해서 누군가를 찾았다.
“놓쳤나?!”
“공항 안에는 있을 겁니다.”
“공항 경비대도 모조리 사살했고, 죄 없는 민간인까지 죽였어. 이번에 실패하면 다들 목숨을 끊자!”
“Yes, Sir!!!”
한 대원이 급히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2클럽으로부터 연락입니다. 생포에 성공 했답니다.”
“그럼 어서 떠야지! 민간인 몇 명 데리고 가고, 철수준비 시작해!”
곧이어 이들은 빠른 속도로 행동에 들어가 자신들이 있었던 흔적을 지우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진짜 특공대가 도착한건 그로부터 16분 뒤였다.
2005년 히드로 공항 테러 사건….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까맣게 잊혀진 사건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다.
“방금 들어온 뉴스 속보입니다. 영국 최대 공항중 하나인 히드로 공항에서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해 현재까지 197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실종되었는데요, 이 실종자들 중에는 니혼 함대 총사령관도 포함되어있다고 합니다.”
TITANIC - INFINITAT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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