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여어, 왔군. 친구.”
“타카츠기 경부.”
“그런 불편한 얼굴 하지 마. 오랜만이잖아.”
어느 날, 타카츠기 경부에게 져넉식사 초대를 받은 나는 시내에 어느 식당에서 만나 둘이서 식사를 했다.
“어때, 무면허 의료 장사는 잘 돼나?”
“...”
“딱딱하게 굴지 말라구. 늘 자네를 너그럽게 보고 있으니.”
“그래서, 뭐 때문에 초대했지?”
“오, 드디어 묻는군. 실은 이걸 보여주려고.”
“?”
식사 도중에 타카츠기 경부가 어떤 물건을 보여줬는데...
“그건?”
“M16. 전쟁터에도 가본 너라면 알아보겠지. 하지만 이건 좀 특이해.”
“뭐가?”
“내가 이번 총리 저격 사건을 담당하게 됐거든. 그러니 이 증거물을 잠시 들고 왔지.”
“총리 저격!?”
“그래. 실은 경시청 내에선 누가 저격했는지 짐작하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서 나서진 못하고 있어. 고르고13을 들어본 적은 있나?”
“이름은.. 최고의 암살자라고 들었다만?”
“정확히는 초 A급 스나이퍼. 최고의 저격수들 중 한 명이야. 고르고는 주로 M16으로 저격을 하지. 현장에 이 M16이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이번 저격의 실행범이건 확실하네. M16에는 아무런 지문이 없어서 체포할 수는 없지만.. 이 총은 뭔가 달라.”
“왜지? 뭐가 특이하지?”
“이 M16은, 왼손잡이용으로 개조되어 있네.”
“왼손?”
“고르고는 어느 손으로든 저격을 잘 하네. 그런데 왜 굳이 왼손잡이용으로 저격했다고 자백하듯이 현장에 이 M16을 두고 간 걸까?”
“...”
“고르고13이 왼손잡이용 M16으로 총리를 저격하고, 살해도구를 현장에 두고 사라졌다. 거기서 나는 고르고13의 행적을 다른 시선으로 봐봤지.”
“무슨 소리?”
“고르고를 고르고13이 아니라, 듀크 토고로 봤어.”
“!!”
“고르고가 자주 쓰는 가명 듀크 토고. 그가 몇 번이나 자네가 사는 오두막이 있는 곳으로 간 것을 확인했다. 반응을 보니, 만났나 보군.”
“... 나는 총리 저격과는 관련이 없다.”
“그렇겠지. 공안의 협조로 여러 정보를 모았지. 고르고는 이전에 사고를 당해서 오른팔을 다쳤다. 그런데 그가 사라졌다가 갑자기 몰래 총리를 저격하고는 사라졌다. 다친 오른팔 대신 왼팔로. 뭔가 알고는 있나? 고르고13이 아니라, 듀크 토고에 대해서 말이야?”
“...”
그 M16을 본 나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 내가 축제에 가면 반드시 총리 저격을 목도할 것이다. 내가 치료해준 오른팔로 총리를 죽이는 상황을 직접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충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오른팔 대신에 왼팔로 일을 한 거다.
“마지막 인사..”
“.. 인사..?”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가 왼팔로 총리를 죽인 거로, 그가 나를 신경써줬다는 것을 안 나는 묵묵히 식사를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