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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마을은 마치 미로 같다.
비좁은 부지 안에 그러모을 수 있을 만큼 건물을 모아둘 셈인지, 예의상 있는 수준의 도로를 종횡으로 그어 골목으로 삼고 그 좌우에 벽처럼 건물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벌레 먹은 듯이 어둠이 만연한 채 방치된 건물이나 층계가 있으니, 실로 비효율적이고 무질서하다.
하지만 그런 혼탁한 거리는, 그림자나 어둠에 숨어 사는 자들에겐 실로 지내기 좋은 환경이었다.
밤의 어둠을 가르는 달빛은 희고 멀어, 건물과 건물 사이에 바닥없는 어둠 같은 그림자를 새긴다.
짙은 그림자에 잠긴 골목을 달려간 남자는, 떡하니 입을 연 폐빌딩의 입구에서 발을 멈추고,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밤은 깊고, 주변은 고요하다. 멀리 멀리 귀를 기울이면 도로가 제 것이라는 듯 폭주하는 바이크 소리나 역 앞 교차로에서 떠드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것엔 흥미를 가지지 않고, 이 폐빌딩을 천천히 탐색하는 듯한 느긋한 발걸음으로 빌딩의 3층으로 올라갔다.
옛날엔 몇 개인가 점포나 사무소가 들어서 있던 빌딩이겠지만, 지금은 어느 층에도 사람의 손길은 남아있지 않다. 남자가 찾아온 3층도 마찬가지로, 아마 문이 있었을 터인 네모난 테두리 건너편에 휑뎅그렁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먼지투성이 공기다. 창문은 금이 가 있었지만 아직 똑바로 입을 다물고 내부의 침체된 공기를 지키고 있다.
기분 좋은 장소였다.
문 없는 입구에 선 남자는 가느다란 가슴을 부풀리듯 자신의 안에 이 장소의 공기를 듬뿍 머금는다. 몸속의 혈액으로 흘려보내듯 폐 깊숙이까지 들이마시고, 깊고 길게 숨을 토해냈다.
창문에선 희미하게 바깥의 빛이 흘러들어 방 내부는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미약한 빛 안으로 걸어 들어온 건 기분 나쁠 정도로 팔다리가 긴 장신의 수척한 남자였다. 가지런히 빗어 붙여둔 머리카락의 색은 거친 콘크리트와도 닮은 잿빛이고, 올라간 외겹의 눈은 고인 듯한 검은빛. 야위어 안색이 나쁜 얼굴엔 커다랗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스피너 스페리올.
먼 과거부터 존재하며 인간의 악의를 겁내 위대한 힘 『마법』을 숨겨온 마도협회를 이탈해 자신의 연구의 숭고한 길을 걷는 자.
넘치는 지식과 욕망을 지닌 그는, 방 안으로 발을 내딛으며 빙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바로 찾던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방 안쪽, 구석에 떨어져 있었다.
검은색에 가까운 파란색 몸을 가진 거대한 애벌레 같은 것이다. 머리에는 자신마저 먹어치울 듯한 커다란 입이 달려있어 그것으로 먹잇감을 붙잡아 포식한다.
하지만 1미터는 되는 그 거체는, 잘게 썰린 상태였다.
예리한 무기로 지독히도 빠르게 베였을 것이다. 무수한 참격을 받아 살이 갈렸으면서도, 이형의 벌레는 멀리서 보기엔 원래의 애벌레 같은 실루엣을 보존한 채였다.
주변엔 엄청난 양의 체액이 튀어, 일부는 천정에까지 닿아 있었다. 이 방에 충만한 냄새는 주로 이 벌레 체액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소녀, 인가요.”
스읍, 하고 허공에 쳐든 코끝으로 스피너는 희미하게 남은 향기의 정체를 더듬었다. 그리고 다시금, 발치에서 지금 말 그대로 썩어가는 벌레를 내려다본다.
우화해서 벌레가 된 사도의 숨이 끊긴 것은 아주 조금 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손을 쓴 자는 가까이에 없다.
“훌륭한 절단면. 약간 지나치게 화려합니다만, 약동이 넘쳐 아름다워….”
누군가에게 건네는 것이 아닌 노래하는 듯이 속삭이며, 스피너는 벌레의 잔해 옆으로 허리를 구부렸다.
베인 상처 중에서 가장 깊고, 가장 날카롭게 찢긴 상처에 나란히 세운 검지와 중지를 찔러 넣는다. 축축한 체액과 살점의 소리가 어딘가 외설스럽게 울려 퍼졌다.
“이건…”
벌레의 몸속에 손가락을 넣은 채로, 스피너는 가느다란 눈을 크게 뜬다.
파묻힌 손가락을 크게 휘저어, 아직 신선한 단면에서 살점을 뜯어낸다. 뚝뚝 하고 체액을 흘리는 그것을 손바닥에 놓고 깊이 냄새를 맡았다.
느껴진다. 가엽고 추악한 사도를 썰어 죽인 자. 그 자가 발한 힘(드라이브)을.
스피너는 철사 같은 가느다란 팔과 그것을 지지하는 가느다란 어깨를 떨며 웃었다. 고양에 밀려 올라오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자신의 소망을 위해 한 줄기로 이어진 것만 같았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운명, 이것이야말로 숙명! 설마 이 타이밍에 『소울 이터』가 나타날 줄이야…. 이것은 이미 세계의 바람, 아니 『아오』의 바람. 『아오』가 나를 진리로 이끌어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제 사도를 늘려 대중 속으로 숨어들게 할 필요도 없다. 이미 필요한 것은 자신 주변에 부족함 없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스피너는 손바닥 위에 들고 있던 사도의 혈육을 천정으로 던졌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하늘에 바치듯, 축복의 꽃을 흩뿌리듯.
“이제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겁니다, 라켈 알카드…. 곧 당신은 제 것이 됩니다. 그 가냘픈 지체를 이 팔로 안을 날이 기대되는군요.”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황홀하게 목소리를 높여, 스피너는 천정을 넘어 저 멀리 하얀 달에 사랑을 속삭인다.
“시작하죠… 당신이 제 것이 될 약속의 밤을 위해.”
한숨에 몸을 떠는 스피너의 발치에서, 결국 형태를 잃은 벌레가 검게 삭은 얼룩이 되어 바스러진다.
하지만 실내엔 아직 이형의 벌레가 내는 「키리릭」하는 소리가 속삭이듯 울리고 있었다.
밤은 점점 깊어져간다. 하늘의 달은 점점 둥글어져간다.
이윽고 달은 아름다운 원형이 될 것이다.
그 반짝임은 분명, 그 아름다운 흡혈귀 라켈 알카드의 두 눈동자에마저 이를 것이다.
3
쾌청하고 드넓은 기분 좋은 하늘을 천정 대신 머리 위에 펼쳐두고, 나오토와 라켈, 그리고 하루카는 신카와하마 제1고등학교 옥상에 와 있었다.
오전 수업도 무사히 마치고 오후 수업까진 수십 분. 흔히 말하는 점심시간이다.
이날은 아침에도 점심에도 학생회 소집이 없어, 덕분에 꽤나 오랜만에 셋이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좀 힘내서 많이 만들었으니까, 팍팍 먹어~.”
굳이 집에서 챙겨온 작은 돗자리를 펴고, 하루카는 그 중앙에 야단스런 삼단짜리 도시락 통을 놓았다.
내용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도시락 통만큼 야단스럽다. 하루카의 특기인 달걀말이에 바삭한 닭튀김, 감자샐러드와 방울토마토라는 하야미 가 도시락 필수 메뉴를 시작으로, 아스파라거스 고기말이, 수제 피클, 소시지감자볶음, 당근 글라세, 튀긴 가지 등등 빛깔 충만하게 맛 좀 봐라 하듯 모여 있다.
거기다 나오토에겐 두 개, 라켈과 하루카에겐 한 개씩, 빙글 하고 김으로 감싼 주먹밥이 배급되었다.
커다란 주먹밥과 눈앞에 펼쳐진 잔칫상이냐 싶을 정도로 힘이 너무 들어간 도시락을 번갈아 보며, 나오토는 책상다리 위로 팔에 턱을 괴었다.
“너 이거, 3명이서 먹는 거라고…. 다 남기겠네.”
아무리 남자 고등학생이라곤 해도 나오토는 엄청 많이 먹는 편은 아니다. 물론, 하루카도 라켈도 그렇다.
스스로도 지나쳤다고 생각하겠지. 하루카는 부끄럽단 듯 쓰면서도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래도 한 명당 1단씩 먹으면 괜찮을 거야.”
“1단씩 먹으면 말이지.”
나오토는 그렇다 쳐도 하루카와 라켈의 평소 식사량을 생각하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최종적으로 자신은 1단 이상 먹어야 될 것이다. 그 각오로, 나오토는 하루카가 내민 종이 접시와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덤으로 작은 물수건이 따라왔다. 준비가 너무 철저하다. 소풍 왔냐.
“자, 라켈도 접시. 아, 뭐 집어줄까?”
싱글벙글 기분 좋게 하루카는 이번엔 라켈에게 종이 접시와 포크를 내밀었다.
그때까지 라켈은 아무 말도 못하고 말끄러미 도시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름을 불려, 놀란 듯 팟 고개를 든다.
“으, 아, 저, 그… 아, 아무거나… 괜찮, 아”
“알았어, 그럼 적당히…”
공용 젓가락이 도시락 위를 헤매다, 휙휙 하고 반찬을 주워 모으기 시작한다.
그것을 따라 나오토도 반찬을 접시에 담아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나오토가 가장 먼저 고른 건 달걀말이였다. 예쁜 타원형으로 완성된 그것은 푹신하니 가볍고, 희미하게 달콤하다. 익숙한 맛에 무심코 안심해 버린다.
“어때?”
고기와 야채를 균형 좋게 올린 접시를 라켈에게 넘겨준 하루카가 약간 기대를 담아 살피듯 쳐다본다.
우물우물 하고 제대로 씹어 삼키고, 나오토는 크게 끄덕였다.
“응, 맛있어. 뭐 언제나 맛있지만.”
“다행이다! 후히히, 나오 아부 잘하네~”
“뭐야 그게. 근데 너, 오늘 좀 들떠있네.”
그치, 하고 옆의 라켈에게 시선을 던진다.
라켈은 당근 글라세를 포크로 찌른 채 진지한 얼굴로 긍정했다.
“뭐라고 할까… 주변에 꽃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여.”
어째서 그렇게까지 기분이 좋은 건가 하고 미심쩍어하듯 말하고, 라켈은 포크에 찔린 당근 글라세를 베어 먹었다. 그러자마자 라켈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하루카 정도는 아니지만 라켈도 이런 장면에선 정말 알기 쉽다. 무심코 웃음을 흘리고 나오토는 주먹밥을 물었다. 쌀에 달라붙은 김의 질긴 감촉은 싫어하지 않는다.
그걸 흉내 내듯 하루카도 주먹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치만 벌써 일주일씩이나 아침도 점심도 같이 못 먹었는걸.”
“그래도 저녁은 같이 먹잖아.”
게다가 일주일은 좀 과장이다. 나오토는 닭튀김으로 볼을 부풀리고 우물우물 씹는다. 미약한 생강향이 위장에 배어든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아침이랑 점심은 오랜만이잖아?”
“뭐, 그렇지.”
확실히 하루카의 도시락이 없는 점심은 약간 아쉬웠고, 하루카가 깨우러 오지 않는 아침은 매일 일분일초를 다투는 수라장이었다.
‘…자립해야지.’
이래선 엄마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애 같다. 나오토는 고기말이에 손을 뻗으며 반성한다.
“있잖아, 나오. 그, 기억, 하지?”
종이 접시를 옆에 내려놓고, 딸기오레 팩에 작은 빨대를 꽂으며 하루카는 갑자기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쑥스럽다는 듯 그녀의 입가가 미소 짓는다. 약간 뺨의 분홍색이 진해진 하루카를 돌아보며, 나오토는 무슨 얘긴지 몰라 고개를 기울였다.
“기억하냐니, 뭘?”
“이, 있잖아 그거, 요전에, 사야가 나오네 집에 왔던 날.”
“어, 어어. 그땐 폐 끼쳤지…”
나오기 시작한 나오토의 말을, 하루카가 어딘가 당황한 기색으로 제지했다. 팩 주스를 무릎 위에 올린 채, 그걸 구길 듯한 기세로 몸을 쭉 내민다.
“정말, 그거 말고! 그 전에! 사야가 오기 전에… 그…”
했더니 갑자기 입을 다문다.
하지만 아무리 나오토라도 하루카가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눈치 챘다.
“아―”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나오토는 말을 끊고 곤혹감에 시선을 헤매게 했다.
그러려던 건 아닌데, 뇌리에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오후의 사건. 빨랫감이 펄럭이는 베란다에서, 닿은 입술….
『처음이야』
그리 말하고 웃은 하루카의 얼굴을 떠올리자, 나오토는 가슴속이 죄악감으로 따끔하게 아파왔다.
잊고 있었다. 그때 자신은 하루카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루카가 아마 굉장히 소중히 여겼을 『첫』키스. 그것을 쓸데없이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 그야, 기억…하는데.”
약간 뒤가 켕기는 감각이 나오토의 태도를 어중간하게 만들었다. 얼버무리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거기다 더 얼버무리듯 팩 카페오레를 입에 댄다.
하지만 하루카는 안심한 듯, 가슴께에 손을 대고 간지럽다는 듯 웃었다.
“다, 다행이다. 아, 아냐.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 아닌데,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그건 그거대로 섭섭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바라는 건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하루카의 말이 점점 어수선하고 빨라져간다.
바로 따라갈 수가 없어 나오토는 동요해 얼빠진 듯 입을 반쯤 열고 눈썹을 좁혔다.
그 표정을 눈치 챘으리라. 하루카는 핫 하고 정신을 차린 듯 입을 다물고, 한 번 호흡을 한 뒤 다시금 쑥스러운 웃음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음… 그러니까, 좀 더 나오랑 같이 있고 싶었어. 이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긴 게 기뻐서. 그런 거야.”
“응, 그, 그러냐.”
얼굴을 마주한 채 들으니 하루카 상대로도 어쩐지 쑥스럽다. 나오토는 젓가락을 든 채로 뺨을 긁고 주먹밥을 물었다. 스쳐 지나가듯 매실절임 맛이 난다.
“하루카는 꽤나 나오토랑 같이 있고 싶어하네.”
갑자기, 그때까진 조용히 대화를 들으며 열심히 달걀말이를 먹고 있던 라켈이 미끄러뜨리듯 끼어들었다.
덜컹, 하고 가슴을 누르며 하루카가 작게 튀어오른다.
“에, 아, 으. …응.”
처음엔 당황했으면서도, 하루카는 솔직하게 긍정했다. 뺨을 풀듯 미소 짓는 표정이, 나오토가 더욱 어째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하루카는 무릎 위에서 딸기오레 팩을 끌어안 듯 양손 사이에 끼우고, 제법 정색한 태도로 고개를 들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커다란 눈으로 똑바로 쳐다본 건 라켈이었다.
“물론 라켈이랑도 같이 있고 싶어. 가족은 같이 있어야 하니까. 라켈도 이미 가족 같은 거라구.”
그치, 하고 말하고 하루카는 작게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라켈은 마침 달걀말이를 입에 집어넣으려던 참에 눈을 둥글게 뜨고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기쁨의 표현인지 그렇지 않은지, 라켈의 표정에 꽤나 익숙해진 나오토도 알 수 없었지만, 하루카는 아무래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도시락을 전개하던 때처럼 기분 좋게 스스로 절였다는 피클 중에서 좋아하는 콜리플라워를 집어 올렸다.
‘가족…말이지.’
나오토는 번지듯 느껴진 괴로움을 가슴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오토에게 있어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피가 이어진 여동생보다도 여기 있는 하루카나 유키 쪽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진짜 남매나 모친이 아니다.
나오토의 여동생은 사야다. 어떤 사정이 있던, 어떤 원한이 있던.
하루카에게 한 거짓말. 나오토가 인생 처음으로 입술을 겹친 상대는 사야였다. 라곤 해도 사랑이 담긴 입맞춤을 한 건 아니었다. 5년 전, 사야가 소울 이터를 휘둘러 줄줄이 가족을 죽인 그 날,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입술을 빼앗겼다.
그것이 가장 효율 좋게 생명력을 빼앗는 방법이니까, 라는 이유로.
“맞다, 있지. 문화제 끝나면 학생회 일도 정리되니까, 어디 놀러 가지 않을래? 그… 다, 다 같이.”
“어어… 그럴, 까.”
신난 듯 목소리를 높이는 하루카에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나오토의 눈엔 그런 소꿉친구의 모습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이런 기분 좋은 날씨에 맛있는 점심밥이 있는데도, 머릿속은 불온한 안건으로 가득하다.
사야에 스피너, 사도. …『아오』.
모레부터는 수업도 오전 중에 끝나고, 일반 학생들도 바쁘게 문화제 준비에 쫓기게 된다. 문화제까지 앞으로 일주일 남짓.
그때까지 귀찮은 일들을 정리해두고 싶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사야 녀석. 그 이후로 얼굴 한 번 안 비치네.’
집념 깊은 여동생이니, 틀림없이 매일 쫓겨 다니며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귀찮은 상황이 되는 건 아닌가 하고 경계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질림인지 걱정인지 분개인지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전부 고루 섞여 있는 듯한 마음이 가슴 근처에서 뒤얽혀, 그것이 어쩐지 기분 나빠 나오토는 기분을 전환하듯 주먹밥을 매실절임 째로 크게 물었다.
4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학생회 일이 있다며 학교에 남은 하루카를 두고 나오토와 라켈은 함께 역 앞 번화가에 와 있었다.
라곤 해도, 평소의 통학로에서 옆길로 새는 일도 없이 똑바로 역 쪽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요 앞에 있는, 하루카가 자주 가는 슈퍼마켓이다.
한가해서 시간이나 때우기 위해 쇼핑하러 가는 게 아니다. 아침과 점심에 일이 없었던 만큼 하교시간 아슬아슬할 때까지 작업할 하루카의 부탁으로 저녁밥 재료를 사러 가는 것이다.
물론 하교시각이 지나서 슈퍼마켓에 가도, 가게는 밤 9시 반까지 열려 있으니 시간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언제나 바쁜 와중에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는 것이다. 시장 정돈 솔선해서 봐주지 않으면 괜히 찜찜하다.
그리고 오늘은 중대한 임무도 받았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타임세일, 수량한정으로 올라오는 10개입 달걀이, 1팩에 100엔이라는 것이다.
『달걀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깊은 의미를 담아 심부름 메모를 써준 하루카의 기백은 여고생이라기보다는 주부의 그것이었기에, 나오토는 무심코 몸을 떨었다. 그녀는 결혼하면 분명 믿음직스런 부인이 되리라.
“오늘밤도, 이 근처를 찾아보도록 하자.”
약간 화려한 가로등이 늘어선 길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걷던 라켈이 제안이라기보다 결정한 사항이라는 듯 고한다.
찾는다, 는 건 스피너의 사도를 말하는 것이다.
나오토는 질색하며 어깨를 떨어뜨렸다.
스피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실전경험이 필요하다는 건 나오토도 알고 있고, 친숙한 이 거리에 사도 같은 생물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그렇다고 해서 주먹을 틀어쥐고 해치워주마! 하고 기합을 넣을 기분은 들지 않지만.
정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도도 스피너도 없었던 것으로 하고 뭐든 온화했던 나날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고 보니, 라켈.”
이 근처, 예를 들어 역 앞 주변에는, 사도가 얼마나 숨어 있을까. 그리 물으려고 나오토는 곁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라켈의 모습은 없었다.
‘아냐…’
라켈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변은 나오토의 주변 전체에 벌어져 있었다.
소리가 멈춰 있었다. 사람들의 수런거림도, 걷는 발소리도 산책중인 개의 짖는 소리도. 차 소리도 자전거 소리도 전철의 소리도. 바람의 소리마저.
이상한 정적 안에서 나오토는 깨닫는다. 사라진 것은 소리가 아니다. 소리를 내는 모든 것이다.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없다. 거리는 마치 시간을 멈춘 것처럼 정지해, 텅 빈 영화 세트 같은 공허함이 나오토의 주변에 펼쳐져 있었다.
이 광경을… 나오토는 떠올린다.
전에도 한 번 있었다.
그 땐 분명, 아침, 하루카와 등교하고 있었을 때였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싶었더니 돌아본 쪽에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금색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고, 토끼 귀 같이 커다란 리본을 뿅 하고 세운 소녀. 라켈과 굉장히 닮은, 하지만 라켈보다 훨씬 어린 용모의 소녀.
그 때의 기억에 이끌려, 나오토는 메마른 목에 침을 모아 삼킨 뒤, 큰 맘 먹고 등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걷고 있던 길의 풍경이, 역시 있어야 할 사람들의 모습 없이 펼쳐져있다. 똑바로 뻗은 길 끝에 한 명,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뭣…”
그 『인물』에 나오토는 동요하고 내뱉어야 할 숨을 목에 모았다. 무심코 다리가 뒤로 물러난다.
진홍빛 눈동자로 지긋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건, 금발에 검은 리본을 단 소녀가 아니라… 매끄러운 긴 흑발을 등으로 흘린 비할 것 없이 아름다운 사내였다.
클라비스 알카드.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감각마저 애매한 이 기괴한 공간에, 그 자만이 몸이 찢기는 고통과도 닮은 두려움을 두르고 존재하고 있었다.
미끄러지듯, 천천히 발을 내딛어 다가온다. 5미터 정도 되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숨이 막힌다. 나오토는 갑자기 눈앞까지 다가온 우아한 모습을, 키는 그다지 차이가 크지 않을 텐데도 높이 올려다보는 기분으로 바라봤다.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시선만이 아니다. 의식의 전부를 끌어당겨져,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목이 떨어진다. 그런 본능적인 공포를 극히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진홍빛 눈동자가, 나오토를 바라보며 살짝 벌어진다.
“오랜만이군, 쿠로가네 나오토.”
부드러우며 달콤한 목소리는 상냥한데도, 공기 그 자체를 복종시키는 듯한 힘이 있었다.
나오토는 무심코 꿀꺽 하고 목을 울리고 짜내듯 물었다.
“왜… 당신이, 여기에…?”
이상한 이야기였다.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 현실인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인데, 클라비스가 여기에 나타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지 어떤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데.
오히려 사태에 따돌려진 것은 나오토 쪽인데.
클라비스는 그 두려우면서도 요염한 눈동자를 좁히고, 입가에 새겨진 웃음을 더 깊게 만들었다.
“마치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구나.”
“저, 전에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다 없어져서. 하지만 그 때 있었던 건 당신이 아니었어요.”
클라비스의 말투는 딱히 꾸짖는 듯한 것도 아니었지만, 뱃속이 급격히 차가워지는 느낌에 나오토는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
말하면서 눈치 챈다. 이전에 조우한, 시간의 틈새에 비집고 들어온 백주몽 같은 현상은, 겨우 몇 초 정도였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고, 나타난 소녀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실감은 멀지만, 클라비스를 상대로 안는 두려움의 감정은 엄청나게 가깝고, 생각하는 대로 입을 여는 것도 가능했다.
“흠… 나 이외에도 자네에게 간섭해온 인물이 있다는 것인가.”
클라비스는 고민하듯 중얼거리고, 도자기 같은 하얀 손가락을 입가에 대었다.
겨우 그 정도 움직임인데, 그의 가느다란 손의 움직임에 무심코 몸을 굳히고 만 것이 분하다. 나오토는 노골적이었던 자신의 반응을 일부러 잊어버리고 평정을 가장해 입을 열었다.
“간섭?”
나오토의 물음에, 클라비스는 달콤하고 감전될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상간섭.”
처음 듣는 말이다. 기묘한 울림은 나오토에게 가벼운 현기증을 선사한다.
알아야 할 단어가 아니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째선지 그런 기분이 들어, 나오토는 관자놀이를 누른다.
한편 클라비스에게 있어선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는지, 굳이 말로 설명하는 데엔 몇 초 정도 생각할 필요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떠한 사상… 시간의 흐름에 간섭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작하는 『아오』의 힘이지. 애초에 내겐 사상간섭을 일으킬 정도의 힘은 없다. 이건 어깨너머로 따라한 가짜. 시간에 간섭해 흐름을 멈췄을 뿐이고, 가능성에까진 간섭할 수 없어.”
“그건… 시간을 멈췄다, 는 겁니까?”
“아아, 그 말대로다.”
한 번 어긋난 시선이 미끄러지듯 되돌아와 나오토를 포착한다. 그것만으로 나오토는 한 번, 숨을 목에 모으지 않을 수 없었다.
숨막힘을 모인 공기와 함께 삼키고, 나오토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저 같은 게 보기엔 시간 멈추는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데요. …뭔가, 신 같네요.”
좀 심통 난 것처럼 보였으려나 하고 말하고 나서 생각했지만, 나오토는 가시 돋친 말을 철회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가능성이니 시간이니를 조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그것은 언젠가 키이로가 한 말을 빌리자면 『위협』이다. 그런 작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같은 일반 인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누군가』의 좋을 대로 춤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다기보다 불쾌하다고 미간을 좁히는 나오토를 보고, 클라비스는 어깨를 떨며 큭큭 웃었다.
“확실히 교만한 사고방식이야. 자네 말 대로 인간이 아닌 자의 소행이지.”
그리 말하는 클라비스의 미소는 밝은 표정이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도 나오토는 어쩐지 무서운 감각을 등골로 맛봤다. 깜박임을 한 번 끼고 인형 같이 긴 눈썹 건너에서 진홍빛 눈동자가 이쪽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직 입술에 미소를 띤 채 클라비스는 온화하게, 하지만 심장을 붙잡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목소리로 뒤를 잇는다.
“자네는 외부의 룰 따위 이해할 필요 없네. 하물며 이런 시간과 시간의 틈새에 정체되어있을 뿐인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불모의 공간에 대해 신경 쓸 것 없어. 이건 수단에 지나지 않지. 내 목적이 아니야.”
혈기가 옅은 그 입은 목적이라 말한다.
나오토는 의아하여 미간의 주름을 깊이 만들었다.
“제게 뭔가 용건…이라도?”
“자네와 천천히 이야기가 하고 싶었거든.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장소에서.”
클라비스의 입가가 쓴웃음으로 뒤틀렸다.
방해라고 하면 아마 미츠루기 기관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가 이 마을에 출현했다는 것을 알고 키이로를 필두로 한 미츠루기 기관이 기를 쓰고 클라비스를 찾고 있을 터이다.
그리고, 라켈도 포함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나오토는 함께 있던 라켈을 무시하고 자신만이 이 『불모의 공간』에 불려나와있다는 사실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느꼈다.
“이야기라니, 뭐죠?”
아무리 해도 긴장하고 마는 목소리로 나오토는 물었다.
줄곧 이런 장절한 아름다움으로 냉혹하게 위압해오는 흡혈귀와 단 둘이 있는 건 정신위생상 좋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까지 해서 자신과 이야기가 하고 싶다는 클라비스의 용건에 굉장히 흥미가 있었다.
새빨간 눈동자는 천천히, 나오토의 전신을 피 웅덩이 같은 색채 안쪽에 비췄다.
“라켈이 어째서 자네를 고른 건지, 알고 싶다.”
나오토는 작게 목을 울렸다. 『골랐다』고, 클라비스는 말했다. 지금도, 전에도.
“그런 걸 제가 알 리 없잖습니까.”
애초에 선택받았다는 감각조차 없다. 나오토는 곤혹으로 얼굴을 굳히고 고개를 젓는다.
“그런 건 제가 아니라 본인한테 물어보시라고요.”
“그게 가능하면, 세상의 부모라는 존재들은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었겠지.”
“무, 슨…”
나오토는 무심코 말을 끊었다.
나오토는 이 사내에게서 설마 그런 가정적인 대사가 튀어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아니… 모른다고요, 전. 골랐다고 해야 하나, 제 입장에서 보기엔 우연히 라켈이 구해줬단 느낌이니까요.”
“그런가….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도록 하지. 나오토, 자네는 『아오』를 손에 넣어 어쩔 셈이지?”
이름을 불린 순간, 나오토는 무심코 몸을 움츠렸다. 시선에 붙잡혀 있는 듯 느끼던 심장에 가볍게 손톱이 세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쭉 겁내고 있을 순 없다. 나오토는 꽉, 배에 힘을 넣고 클라비스를 똑바로 쳐다봤다.
“당연히, 인간으로 돌아가 평범한 생활을 되찾을 겁니다.”
앞으로 약 1년 있으면 나오토는 흡혈귀가 되어 자아와 이성을 잃는다.
그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인간으로. 『아오』든 뭐든 써서.
하는 김에 사야의 그 민폐덩어리 드라이브도 없애버리면 만사 OK다.
“전에도 말했다고 생각한다만… 자네가 바란다면, 흡혈귀화 한다는 현상에 상응하는 대처를 하지. 인간으로 돌아간다는 소망도, 내가 『아오』를 손에 넣으면 이루어 주겠다고 약속하마.”
“그러니까, 라켈이 이 일에서 손을 떼게 하라고?”
나오토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말투가 적잖이 공격적이 된 것은 무의식적이었다.
플래시백 하듯, 나오토의 뇌리에 처음으로 클라비스가 찾아왔을 때가 떠올랐다. 언제나 기세 좋게 뭐든 바보 취급하던 라켈이, 몸을 작게 움츠리고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아오』는 자신들이 손에 넣겠다, 고.
“날 신용할 수 없나?”
클라비스가 차가운 미소로 묻는다. 그저 속삭이는 듯한 물음이다.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럽게, 듣는 자의 사고를 마비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마디는 목가에 들이댄 칼날 같았다.
스스로를 북돋듯 주먹을 쥐고, 나오토는 똑똑히 대답했다.
“그런 게 아냐. 그저 당신보다 라켈 쪽을 신용할 뿐.”
“…과연.”
진홍빛 눈동자가 미소 짓는다. 무슨 생각으로 미소를 짓는가는 간파할 수 없게 하는, 인간이 아닌 자의 미소다.
“저기. 제 쪽에서 질문해도 괜찮습니까?”
도전하듯 말한 나오토에게, 클라비스는 한 박자 쉬고 재촉하듯 손을 내밀었다.
“상관없네.”
“당신은…”
무어라 물어야 할까, 나오토는 몇 초 할 말을 찾았다. 괜찮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난폭하게 머리를 긁고, 포장하길 포기했다.
“미츠루기 기관 인간한테서 들었습니다. 당신은… 집단소실사건의 범인이라고.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소멸시켰다고. 사실입니까?”
“그래, 사실이다.”
“윽…!”
설마 하던, 망설임도 주저도 없는 긍정이었다. 나오토는 한 방 먹어, 반걸음 뒤로 물러난다.
부정을 기대하던 건 아니다. 더구나 변명이나 참회가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끄러져 나온 대답은 너무나 담백했다.
5
어째서, 그런 짓을. 그리 물으려던 나오토의 숨을 제지하며, 클라비스는 여전히 온화하게 흉흉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가?”
달라붙듯 나오토는 끄덕였다.
그러자 그 순간, 주변의 경치가 커튼이라도 치듯 바뀌었다.
나오토는 당황해 주변을 둘러본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저녁의 번화가. 은근히 화려한 가로등이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고, 좁다고 서로 달라붙는 듯 세워진 빌딩들엔 조잡할 정도로 간판이나 가게 로고나 하는 것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이 눈 깜박할 사이에, 컴컴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폐허라 부르기엔 너무나 새것인 원형을 보존한 건물 군집으로 바뀐다.
그 장소는 본 적이 있었다.
무인단지다.
아무도 없는 해질녘 단지 안, 꾸불꾸불한 산책로 위에서, 나오토는 클라비스와 마주보고 서있었다.
“난 이미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어떤 드라이브를 소멸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네.”
하늘은 아직 해가지지 않아 밝지만, 단지 내부는 한발 앞서 일몰을 맞이한 듯 어둡다. 기분 나쁜 경치를 배경으로 선 클라비스는 어딘가 그리워하듯 주변으로 선혈빛의 눈을 향했다.
“5년 전. 난 여기서, 문제의 드라이브 능력을 가진 자와 싸웠다. 하지만 일이 간단히 풀리지 않아서 말이지. 큰 희생을 냈다. 단 한 명의 드라이브 능력자를 배제하기 위해 내가 희생한 인간의 수는 10만을 넘었을 터.”
128,932명.
떨어지듯 나오토는 떠올린다. 키이로가 말한, 클라비스가 일으킨 『집단소실사건』에서 사라진 인간의 수다.
클라비스는 시선을 나오토에게 되돌려 뒤를 이었다.
“내가 뒤쫓던 드라이브의 이름은… 『소울 이터』. 이것이 어떠한 것인지는, 자네는 이미 알고 있을 테지?”
정말로 심장을 움켜쥐기라도 한 줄 알았다. 나오토는 숨을 멈추고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틀림없이 들었다. 소울 이터.
요 며칠간 그 이름을 몇 번 반복해 들었는지 모른다. 5년 전에 처음으로 목격하고, 이후로 줄곧 모르고 있었던, 나오토의 가족을 빼앗은 힘. 그리고 여동생 사야가 가진 드라이브.
“그 때, 우연히 이것을 손에 넣었다.”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듯 클라비스의 말투가 희미하게 변했다.
‘부드러워…졌다?’
분명 그렇다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그마한 변화였지만, 얇은 천을 두른 듯 인상을 한층 부드럽게 하고 클라비스는 위를 보게 한 하얀 손을 나오토에게 내밀었다.
춤이라도 권하는 듯한 손 위엔, 푸른(蒼い) 구체가 있었다.
쥔 주먹 안에 쏙 들어가기엔 약간 크다. 하지만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 크기의, 유리구슬 같은 질감을 가진 구체였다. 흠집 하나 없다. 맑은 색, 하지만 심 부분엔 불꽃처럼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뭔지 알겠나?”
알 것이라고, 클라비스의 물음은 말뜻을 감추고 있었다.
클라비스의 손바닥 위에서 구체는 어렴풋이 빛을 머금는다. 준동하듯 둔하게, 푸르게.
그러자 구체 위에서 공기가 검게 삭았다. 물에 먹을 몇 방울 떨어뜨린 것 같았다.
삭은 검은색은 느릿하게 형태를 갖춘다. 그것은 기호다. 그리고 나오토에게 있어선, 숫자였다.
언제나 사람의 머리 위에 보이는, 그 인물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숫자다. 푸른 구체 위에 떠오른 건, 8자리에 다다르는 방대한 수치였다.
“이, 건…”
나오토는 그 수치를 알고 있다. 좀 전까지 바로 옆에 있던 것이다.
튕기듯 나오토는 고개를 들어 클라비스를 보았다. 자신이 눈에 담고 이해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곤혹스러워하는 그 눈빛을 받고, 클라비스는 들려주듯 천천히 긍정했다.
“그래. 이건 라켈이지.”
“하, 하지만 이건!”
그냥 구슬이다. 빛나는 금실 같은 머리카락도 무구한 금색 눈동자도 없다.
알고 있다고, 클라비스가 긍정하듯 무겁게 눈을 깜박였다.
“정확히는, 머잖아 라켈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이건 내가 희생한 수만 명의 목숨이다. 그것이 모여, 아오의 결정이 된 것― 『엠브리오』.”
엠브리오. 태아가 되기 전의 배(胚)를 의미하는 말.
“그리고 이것은, 아오에 이르는 열쇠이기도 하다.”
“아오에 이르는 열쇠?”
즉 아오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오토는 빨려들듯, 클라비스의 손 위에 놓인 푸른 구체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라켈.
라켈은 이 작은 구슬로 만들어졌다…는 것인가. 잃어버린 12만 명 이상의 목숨으로? 나오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클라비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억하는 수밖에 없었다.
클라비스가 가볍게, 벨벳이 스치는 소리 같은 한숨을 쉬었다. 혹독함이 어울리는 입술이 날숨과 함께 힘이 빠진 웃음을 띤다.
“그 아오에 이르는 열쇠인 라켈이, 함께 아오를 쫓는 파트너로서 『쿠로가네 나오토』를 골랐다. 거기다 자네의 누이동생은 그 불길한 힘, 소울 이터를 가진 드라이브 능력자지. 내가 자네한테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웃음에, 나오토는 오싹 하고 목덜미에 오한을 느꼈다.
생각하는 것도 이제 와서 싶고, 아주 당연한 사실일지도 모른다. 클라비스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오토의 여동생 사야에 대한 것도, 수많은 희생을 내면서까지 쓰러뜨렸을 터인 소울 이터를 그녀가 드라이브로서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명확히 말로 하진 않았지만, 아마 그 사야가 나오토의 앞에 나타났단 것도.
‘전언철회다…. 클라비스 알카드는 신용할 수 없어.’
알고 있는 것이 다르다. 보고 있는 것이 다르다. 서있는 장소가 다르다.
라켈에게서 느껴지는 대단함과는 차원이 다른, 더 높고 더 먼, 감각이 겹치지도 않는 느낌이 기분 나쁘다. 그를 마음 깊이 신용한다는 것은, 그 초월성에 복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왜 당신 같은 엄청난 힘을 가진 놈이 『아오』 같은 걸 원하는 거지? 그딴 거 없어도 뭐든 할 수 있잖아.”
자연스레 떠오른 질문을 나오토는 솔직하게 입에 담았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라켈이 아오 없인 해결할 수 없다고 한 나오토의 흡혈귀화 문제를 어떻게든 하겠다, 고. 그 『어떻게』가 나오토가 바라는 형태일지 어떨지, 그거야말로 신용할 수 없지만.
클라비스는 푸른 구체를 슬쩍 손 안으로 쥐었다. 환상이었을까. 다시 그 하얀 손가락이 펼쳐졌을 때, 그곳엔 더 이상 그 신비로운 구체는 없었다.
클라비스가 고요한 눈빛으로, 텅 빈 자신의 손을 쳐다본다.
“내게도 불가능한 것은 산처럼 있다. 나는… 세계를 인간의 손에 돌려주고 싶네. 그러기 위해선 아오가 필요해.”
또, 미끄러지듯 붉은 시선이 나오토에게로 돌아온다. 벌레에 핀이라도 꽂아두는 듯.
날카로운 핀을 피해, 나오토는 클라비스의 남자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손으로 눈을 향했다.
“잘, 말뜻을 모르겠는데. 뭐야 그, 사람 손에 돌려준다는 건.”
“말 그대로다. …쿠로가네 나오토, 자넨 날 어떻게 생각하지?”
“하? 아니, 어떻게냐니…”
한 박자 쉬고 화제를 돌리듯 물은 클라비스에게, 나오토는 당황을 뚜렷이 표정에 담아 고개를 향했다.
솔직히 말로 표현하자면 『괴물』이다. 하지만 그것을 본인 얼굴에 대고 말하는 것은 어떨지.
망설이는 나오토의 내심 따위 뻔하다는 듯, 클라비스가 짧은 웃음으로 목을 울렸다.
“생각하는 대로 말해도 상관없네. 쉬운 말로 하자면, 난 『괴물』이지.”
나오토의 괜한 걱정을 그대로 두고, 클라비스는 스스로 나오토가 피하려고 한 말을 입에 담았다.
무심코 나오토가 얼굴을 굳힌다. 스스로 자신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기분을 상상했더니, 끔찍하게 쓸쓸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클라비스는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계속한다.
“인간이 아닌 자…. 그런 것을, 드라이브는 낳아 버리지. 인간이 그저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지나친 힘이야. 괴물은 이 세상에 필요 없어. 그러니 난 괴물을… 그 원인인 드라이브를 이 세계에서 지워버리고 싶네.”
“드라이브를, 지워? 잠깐 기다려. 그래도 그건…”
또 할말을 잊어, 나오토는 입술을 깨물었다.
또 떠올려버린 것이다. 라켈의 말을. 아오에서 태어난 클라비스는, 존재 자체가 드라이브라고.
그렇다면 클라비스가 말한 『드라이브를 이 세계에서 지워버리고 싶다』는 소망은….
나오토의 가슴속에 복잡하게 뒤얽힌 질문에, 곧바로 클라비스가 말로 대답을 해주었다.
“알겠나, 나오토. 나 같은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낫네.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야. 나는 『아오』를 시작으로 『나 같은 것』을 전부 지워버리기 위해 『아오』를 손에 넣겠다.”
즉 모든 드라이브와 함께 자신을 지우기 위해.
의미를 이해하자, 나오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적잖이 혼란도 하고 있었다. 『아오』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것을 머리 한구석에서 생각했다.
온갖 가능성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라고 들었다.
나오토는 그것을,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편 같은 것을 원하는 클라비스는 괴물로서 죽기 위해 쓰고 싶다고 한다.
“…슬슬 시간이군.”
갑자기 허공을 올려다보며, 클라비스는 희미할 정도로만 곤란하단 냄새가 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홍빛 눈동자를 좁히고, 어떤 검은색보다 매끄럽고 아름다운 흑발을 빗듯 손가락을 움직이며 나오토를 돌아본다.
“쿠로가네 나오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충고하지. 이대로 아오를 추구하면, 자네는 자네가 아니게 될 거야. 지금보다도 더욱 고통 받게 되겠지. 그래도… 아오를 추구할 건가?”
협박인 것 같았지만, 협박이 아니었다. 그저 물음이다. 각오를 묻는.
속뜻을 알 수 없다. 나오토는 머리카락 안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어 휘저어 긁고, 찡그린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봤자, 이대로 있어도 난 흡혈귀가 되는 거잖습니까.”
자아를 잃으면, 가까이 있는 인간부터 습격해버릴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도 무거운 고통이란 무엇인지, 나오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나오토는 턱을 들어올리고, 노려보는 듯한 눈으로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럼 어느 쪽이던 똑같습니다. 그리고 라켈이랑 약속했으니까요. 아오를 손에 넣겠다고.”
라켈은 아마, 그 약속을 믿고 있을 것이다.
클라비스의 눈동자가 웃는다. 자애로운 듯하면서, 연민하는 듯하기도 했다.
“나와 겨루게 되어도 말인가?”
흡혈귀는 흘깃 하고 흉흉한 말을 했다.
나오토의 표정이 싹 가셨다.
“그… 때는, 힘 좀 충분히 빼주셨으면 하지만요.”
스피너를 상대하는 지금만 해도 승산이 없다고 라켈이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클라비스를 정면에서 상대해 치고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클라비스는 내뿜듯 웃고, 지금까지 중 가장 쾌활한 웃음을 지었다.
“내게도 자비는 있네. 고통스러워하기 전에 끝내겠다고 약속하지.”
농담인지 진심인지.
하나 확실한 건, 장난스럽게 던져진 그 말이 나오토에겐 가슴을 정면에서 꿰뚫리는 공포를 주었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나오토의 숨통 따위, 저 하얀 손가락 하나면 몇 번이고 멈출 수 있으리라.
“하아… 진짜임까…”
그 말을 입으로 낼 수 있었던 자신의 용기를 칭찬하고 싶었다.
더 이상 내디뎌선 안 되는 영역에 서 있단 것을 뒤늦게 눈치 챈 듯한 초조함이 위장 근처에서 배어나왔다.
하지만… 그 초조함으로부터도 눈앞에서 웃는 아름다운 공포로부터도, 나오토는 한 순간에 해방되었다.
“…토. 나오토? 사람 얘기 듣고 있는 거야?!”
“어…엇, 어, 허?”
바로 옆, 자신보다도 약간 낮은 위치에서 날아드는 책망에 나오토는 꼴사나울 정도로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몇 걸음 발을 굴렀다.
밀려들듯 찾아온 잡담 소리에 사고가 어질러진다. 전후좌우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확 들려오며 공기가 움직인다.
나오토의 곁에는 분개한 모습의 라켈이 있었다.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예쁘게 생긴 눈을 날카롭게 만들어 빤히 나오토를 노려본다.
“이제서야 이쪽을 봤구나. 아까부터 쭉 건성건성…. 당신, 진지하게 수행할 생각은 있는 거야?
“수행…?”
듣고 나서, 아직 둔해져있는 머리로 스피너의 사도 퇴치를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어, 어어. 그거야 물론.”
나오토는 메마른 목을 떨어 어떻게든 말을 짜내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마에 손을 댔다.
‘또… 꿈, 인가?’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나오토는 손을 바로 떼고 빤히 쳐다봤다.
심상찮게 땀이 배어 있었다. 손바닥만이 아니다. 그 손으로 만진 이마에도,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렇게 무서웠냐, 나…’
기억은 꿈에서 깼을 대처럼 애매하지 않았다. 확실히 기억한다. 아무도 없는 번화가에서, 그리고 무인단지에서, 클라비스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본 채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무슨 말을 들었는가.
“있잖아, 라켈. 아무래도 고통스러워하기 전에 끝내주려는 모양인데?”
거 고마운 말이다. 나오토가 쓰게 웃자, 라켈은 더욱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꾸욱, 하고 강하게 나오토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무슨 알 수 없는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정말이지, 무슨 시시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었던 거람. 내 얘길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걸 당신 머리가 생각할 것 같진 않은데.”
“…너, 왜 그렇게 화났냐?”
드물게도 감정을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며 라켈이 분개하고 있었다. 아니, 분개라기보다 이건 불만이다. 나오토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바짝바짝한 감정.
하지만 나오토는 의문스레 생각한다.
심술을 부리던 때는 전전부터 있었지만, 이렇게 알기 쉽게 감정을 전하는 녀석이었던가. 물론 같은 반 여자들에 비하면 얌전한 분노의 표현이지만, 그래도 라켈 치고는, 감정 풍부한 표정이었다.
“딱히 화난 거 아니야.”
했더니, 흥 하고 뾰로통해져선 저쪽을 본다.
“화났잖아, 딱 봐도.”
“화 안 났다고 하잖아!”
더 삐졌다.
나오토는 무심코 뿜었다. 무슨 어린애냐 하고 말로는 하지 않고 지적한다. 이런 표정을, 클라비스는 본 적이 있을까.
“알았어 알았어, 미안하다고.”
계속 웃고만 있으면 또 라켈의 심기불편 미터를 채우게 될 것이다. 북받치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거두도록 노력하면서도 쓴웃음 짓고, 나오토는 항복을 나타내듯 휙 손을 들었다.
그 모습에, 라켈이 갑자기 표정을 거두었다.
그때까지 있었던 화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고, 어딘가로 빨려든 격정 대신 멍하니 넋을 잃고 보는 듯한 눈빛이 나오토를 올려다본다.
왜 그러나 하고 나오토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때 라켈은 보고 있었다. 나오토 너머로, 다른 남자의 그림자를.
그것은 흔적. 스쳐가는 기억. 하지만 『라켈』은 모를 터인 누군가의 기척.
오래된 과거의 정경인 듯한, 머나먼 미래의 경치인 듯한 그것은, 애매하고 선명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라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보고, 입가를 일그러뜨리듯 웃는 요령 없는 표정을―.
“야, 라케…”
이번엔 라켈이 사상간섭이라도 당한 건가. 반 장난으로 그리 생각하려던 나오토의 목소리를, 갑자기 제정신을 차린 라켈의 허공으로의 주목이 제지했다.
“이건…!”
눈 깜작할 새에 라켈이 두른 공기가 변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경계심이다.
잠시 후, 라켈이 슬쩍 목소리를 내었다.
“강한… 아오의 힘이 느껴져.”
튕기듯 나오토는 주변에 눈을 돌렸다. 주변에 있는 건 평온 그 자체인, 극히도 일상적인 번화가의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뒤편에, 그림자에, 이미 위험의 씨앗이 뿌려져있다는 걸 나오토는 알고 있다.
“즉, 드라이브라는 거지?”
“그래, 맞아.”
스피너인가. 아니면 사야인가, 혹은 다른 누군가인가.
“가자…”
땀에 젖은 손으로 가방을 움켜쥐고, 나오토는 낮은 소리로 고한다.
라켈은 의식을 집중한 채로 끄덕이고, 역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는 길 쪽으로 달려 나갔다. 나오토도 급히 뒤를 따른다.
해는 아직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이제 곧 4시다. 아직 일몰은 이르다. 하지만 마을은 조금씩 조금씩, 어두운 밤의 시간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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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리플은 어디 있느냐...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플 감사합니다ㅜㅠ
드라이브 능력이 아직 존재하는걸 보면 클라비스는 아오를 손에 넣지 못했다던가... 근데 클라비스도 불사신 아니었나요. 왜 나중에 자연스럽게 죽지?
음... 블익과 본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대강 예상밖에 못 하죠. 나중에 짚고 넘어가겠지만 CF에서 자세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불사신이 나오토가 보는 것처럼 단순히 피통 큰 보스몹 취급이면 생명력이 다 소진되는 거로도 죽긴 하겠...죠?
제생각이지만 레이첼=라켈인거같은데 둘다 클리비스에게 만들어졌고 게다가 나오토너머 사랑스러운 다른남자의그림자 미래표현이라면 라그나밖에없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라 나오토 성우가 스기타가 아닌 걸 보고 실망을 약간 했습니다.
사상간섭이 노답이긴 하지만 시간을 멈춘다는 것도 완전 사기급에 가까운데...? 원작의 과거시절 하쿠멘 급인가..?
클라비스>>>>>>100퍼쿠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