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1939 :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연 1939년 폴란드 침공
편향된 서술과 왜곡된 주장을 걷어내고 그 전말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복원한 저작
• 2019 폴란드 외교부 선정 역사 출판물상 수상
• 2020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웰링턴 공작 군사사 메달 최종 후보
• 2020 영국 육군 올해의 군사도서상 최종 후보
1939년 9월에 일어난 폴란드 침공은 제2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을 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과 소련은 폴란드를 점령해 분할했고, 5주간의 전쟁과 뒤이은 점령 기간에 폴란드인 수백만 명이 학살당했다. 폴란드는 유럽의 두 전체주의 국가에 침략당해 현대전이 만들어낸 모든 참극의 무대가 되었다. 서쪽에서는 독일 국방군이 인종 전쟁을 벌였고, 동쪽에서는 소련의 붉은 군대가 계급 전쟁을 벌였다. 이 전역은 영국과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역사학계에서 오랫동안 왜곡되고 소홀하게 다루어졌다. 전후 냉전기에 폴란드 침공은 거의 전적으로 독일군의 시각에서 서술되었다. 영미 군사학계는 소련에 맞서기 위해 패전한 독일 장성들의 증언과 기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 결과 폴란드 전역은 독일이 전격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완성한 무대로, 폴란드군은 현대전에 기병대를 앞세운 무능한 군대로 그려지는 신화가 자리잡았다. 한편 소련은 스탈린이 히틀러와 손잡고 폴란드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지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붉은 군대의 침공은 인도주의적 개입으로 윤색됐고, 소련과 전후 공산 폴란드에서는 이와 다른 언급이 철저히 억압되었다.
냉전 체제가 붕괴한 1990년대 이후 독일 국방군의 신화가 깨지고 사료 접근이 확대되면서 폴란드 침공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영미 학계는 폴란드 침공을 홀로코스트의 실질적 시작점으로 보게 되었고, 독일에 맞춰져 있던 초점에서 벗어나 9월 17일 소련의 동부 폴란드 침공도 동등한 무게로 다루기 시작했다. 소련의 그늘에서 벗어난 폴란드 역사학계에서도 이 전역의 여러 측면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게 되면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21세기에 들어 폴란드 전역을 단독으로 조명하는 연구서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이 전역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지은이 로저 무어하우스는 폴란드 역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 서구의 편향된 서술과 독일, 소련의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았다. 기존 연구 문헌과 공공 기록은 물론 폴란드인의 회고록과 일기 등을 바탕으로 전역의 전말을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입체적으로 규명하고, 당시 폴란드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2019년 출간된 이 책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폴란드 외교부 선정 역사 출판물상을 수상했고, 2020년에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웰링턴 공작 군사사 메달 최종 후보와 영국 육군 올해의 군사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9월 1일, 전쟁의 시작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토를 두고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는 줄곧 긴장 상태였다. 히틀러의 인종적 편견과 동방 확장에 대한 야욕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독일은 폴란드가 먼저 독일을 공격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글라이비츠 방송국을 습격당한 것으로 위장 공격 작전을 벌였고, 마침내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했다. 독일군은 전차와 항공기, 통신 체계를 활용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개전 초부터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고 어린이와 여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군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시골 마을과 도시가 공습을 받았고, 피난민 대열에는 기총소사가 가해졌다. 그러나 폴란드군은 예상외로 강렬하게 저항했고, 독일군은 전쟁 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폴란드는 오랫동안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지배당하고 지도에서 국가가 사라지는 위기를 겪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독립국으로 재건되었다. 그러나 국경 분쟁과 민족 갈등, 군사력의 한계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서쪽에는 독일, 동쪽에는 소련이라는 두 전체주의 국가가 자리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폴란드는 협정을 맺은 영국과 프랑스에 기대를 걸었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두 나라는 독일에 선전포고만 하고 적극적인 군사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그동안 독일군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점령지에서는 폴란드 민간인을 상대로 한 대규모 처형과 보복 학살이 이어졌다. 폴란드 병사들은 끈질기게 싸웠지만, 무기 체계와 통신 체계의 열세에 군 지도부의 비효율적인 지휘가 겹쳐 독일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련의 침공과 폴란드의 붕괴
1939년 9월 17일, 소련군이 폴란드 동부로 침공했다. 독소 불가침 조약의 비밀 의정서에 따라 독일과 소련은 이미 폴란드를 분할하기로 합의해 둔 상태였다. 소련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동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일부 지역에서는 붉은 군대가 폴란드군을 돕기 위해 온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선전 공작도 펼쳤다. 이 공작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붉은 군대는 곧 본모습을 드러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계 주민들에게 폴란드 귀족의 재산을 ‘되찾아’ 오자고 부추겨 계급 대립을 선동했고,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독일과 소련의 협공에 직면한 폴란드는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수도 바르샤바는 9월 27일 항복했고,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폴란드군도 10월 6일까지 조직적인 전투를 마무리했다.
신화를 걷어낸 폴란드 전역의 재평가
폴란드 전역은 처음부터 불공평한 싸움이었다. 독일군은 군사 장비와 교리 면에서 폴란드군을 앞섰고,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붉은 군대까지 쳐들어오자 폴란드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침공 초기부터 벌어진 무차별 폭격, 민간인 학살, 인종주의적 폭력은 이후 유럽에서 벌어질 전쟁과 점령의 잔혹성을 예고했다. 그전에도 민간인을 상대로 한 폭격은 종종 있었으나, 이 전역에서는 최전선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이 전역은 제2차 세계대전의 부차적 사건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의 양상을 예고한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오판도 폴란드 전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두 나라는 폴란드가 침공당할 경우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질적 준비는 없었다. 폴란드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만 하면 히틀러가 침략을 자제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후 두 나라는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지만 물질적 지원은 거의 하지 않았고, 이후 서부 전선은 ‘가짜 전쟁’이라 불리는 소강상태에 빠졌다. 폴란드의 입장에서 이는 동맹국의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폴란드가 엄청난 희생을 치른 후에야 두 나라는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독일군의 전격전이 폴란드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는 이야기 역시 과장된 신화다. 독일군의 기동전과 항공 전력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폴란드군이 기병으로 전차에 돌격하다 무너졌다는 식의 이야기는 폴란드의 무능함과 독일의 우월성을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소련 역시 영토 약탈이 목적이었던 침공을 단순한 경찰 활동으로 포장했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이러한 신화는 공개적으로 비판받게 되었지만, 그 그림자는 최근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2016년 한 러시아인 블로거는 독일과 소련이 협력해 폴란드를 침공했다는 텍스트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나치즘 재활을 유포한 혐의로기소되기도 했다.
패자의 시선으로 다시 쓴 1939년 폴란드 전역
저자는 폴란드와 주변 강대국들 간의 치열한 외교전, 독일과 소련의 비밀 협정, 폴란드군과 독일군, 소련군이 벌인 전투의 전개 양상을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한 문헌과 자료,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서술했다. 특히 폴란드 측의 상황을 세밀하게 다루어 이 전역을 균형 있게 조명하고자 했다. 또한 전투의 전개에만 머무르지 않고 폴란드 병사와 민간인의 편지, 일기, 회고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덕분에 전쟁의 참혹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책의 원제 “First to Fight”는 독일의 침략에 가장 먼저 맞서 싸운 폴란드를 가리킨다. 동시에 폴란드가 나치 독일의 침략과 점령이 초래한 폭력을 가장 먼저 겪었다는 사실도 함축한다. 지은이는 폴란드군의 저항과 민간인의 희생, 소련의 침공, 서방 동맹국의 소극적 대응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압도적인 군사력에 맞선 폴란드의 저항이 두 강대국의 협공과 서방 동맹국의 외면 속에서 어떻게 패배와 비극으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승자의 관점에 치우친 기존의 역사 서술을 넘어 패자의 역사를 복원하고, 폴란드 전역을 제2차 세계대전의 전개와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사건으로 재조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