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집에 오니?'
돋보기를 쓰고, 아들 사토루에게 보낸 LINE을 다시 읽어본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화면에는 읽음이라는 작은 글자만 표시돼 있다.
냉장고 안에서는 혹시나 사둔 수박과 맥주가 허탈하게 식는다.
일본 고교 야구 실황중계 목소리만 울리는 단독주택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다.
'역시 사토루군은 됨됨이가 다르네'
'정말 장래가 기대되네'
군마 지방대졸 교사와 지방고졸 전업 주부라고 하는 평범한 유전자로부터 태어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아들이었다.
엄마 친구가 칭찬할 때마다 으쓱해졌다. 마에바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역으로 도쿄대에.
깔린 레일을 어려움없이 나아가는 사토루의 등이 자랑스러웠다.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취직은 어떻게 할 거니? 현청? 군마은행? 변호사 사무소도 좋겠네'.
사토루가 대학교 3학년일 때의 여름.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그때 사토루의 흐린 표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익숙치않은 도시에서 무리하는 것보다 네게는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걸 가르쳐준 것일 뿐인데.
액센뭐뭐라는 이름없는 회사에 취직해도 사토루에게는 사토루의 인생이 있다고 납득은 했다고 생각한다.
추석과 설날밖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건강하면 그만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한 가지 후회가 있다면 며느리 고르는 법을 알려주지 못한 것이다. 그 여자만 아니었다면...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보육원에 맡겨지고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해서 불쌍하네'
첫손자가 태어난 해에 별생각없이 흘린 말이 기분에 거슬린 것 같았다.
명문대를 졸업한 커리어우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돌도 안지난 아이를 내버려두고 일할 필요가 정말로 있었던걸까.
그런 주제에 초등학교부터 입시니 영어니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걸 보면 육아를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사토루도 사토루였다.
아파트를 샀다고 하기에 '매립지에 세운 고급 아파트라니 위험하다, 언젠가 폭락한다, 고층은 유산 위험도 높다'고 알려줬는데도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었다.
못된 며느리가 부추겼는지 어느덧 추석과 설날에도 집에 들르지 않게 되었다.
남편이 먼저 떠나 홀로 사는 어머니가 불쌍하지도 않은 건지.
문득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의 웃음소리가 창문 너머로 흘러들었다.
옆집인 쿠리하라네 댁이다. 손주들이 놀러왔는지 신나고 즐거운 모습이 전해진다.
나도 모르게 기웃거려보니 마당에는 미끄럼틀이 달린 비닐풀이 설치돼 있었고 바베큐 그릴까지 늘어놨다.
사토루의 동급생이었던 쿠리하라네 타케시군은 장난꾸러기 아이로 항상 선생님에게 혼나고는 쿠리하라 씨까지 학교에 불려가곤 했었다.
고교 중퇴 후에도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못해 '사토루군 손톱때라도 달여먹이고 싶다' 며 부러움을 샀었다.
그게 다 뭐라고.
지금 타케시군은 갱생하여 훌륭한 아버지가 되었고 근처에 살며 자주 놀러오고 있다.
수영장에 물을 다 채웠는지 미끄럼틀을 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 너머로 들리는 쿠리하라씨 손자들의 환성이 거실을 가득 채우자 고독이 확실한 질량을 가지고 밀어들어왔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사토루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내가 정말 원했던 건 이런 결말이 아니었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TV 속에서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고교 야구선수들이 흙투성이가 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끈기가 낳은 결말입니다!"
흥분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가슴에 사무쳤다.
맞아, 아직 끝이 아니야.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야.
마음을 먹고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을 눌렀다.
'저기, 경찰이죠? 옆집 소음이 너무 심해서요. 정원에 풀장을 만든 것도 민폐인데 바베큐 연기까지 심해서 불이라도 날 것 같아요.
그 집 망나니 아들이 끌고다니는 미니밴도 노상주차를 해놨는데 어떻게 좀 안되나요?
네, 바로 와서 주의 좀 해주세요. 아, 제 이름은 말하지 말고요. 주소는' (끝)
밑에까지 다 읽고나서 위로 올리고 다시한번 곰곰히 보니 엄마가 자기생각밖에 안하네 진짜는 아니고 소설인거같은데 잘쓴듯
아들이 왜 안오는지 알겠군
엗
추잡하긴
엄마는 걱정해서 말한거겠지만 말조심을 좀 하셔야겠네;;
왜 안오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은데..
괴담? 개무섭네. 귀신보다도.
엗
추잡하긴
아들이 왜 안오는지 알겠군
엄마는 걱정해서 말한거겠지만 말조심을 좀 하셔야겠네;;
밑에까지 다 읽고나서 위로 올리고 다시한번 곰곰히 보니 엄마가 자기생각밖에 안하네 진짜는 아니고 소설인거같은데 잘쓴듯
괴담? 개무섭네. 귀신보다도.
누군가에게는 현실이지
아들이 왜 손절했는지 알겠는데
왜 안오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은데..
일말의 동정심마저 날려버리는 결말
뭐야 소설이잖아
소설이라 믿고싶다
소설 참...
진지한 이야긴가 싶었더니 소설이었네 ㅋㅋ
엑센뭐뭐는 엑센츄어인가
중간에 '액센~'어쩌구 회사 운운 하는 부분을 보면 소설. 글로벌하게 굉장한 회사에 들어갔구만. 연봉도 1천만엔은 될 거고.
차피 소설이라 의미없는소리긴한데 어르신들 ㄹㅇ아는회사만 알지 글로벌기업들은 모르시는분들 흔해서....작중서술만 보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게 아닌 내아들이 이런쩌는곳에 다닌다고 말하기에는 천박하니 돌려말했다고밖에....
액센 뭐시기 액센츄어 같은데 겁나 좋은데 갔네뭘 무명은 무슨
'우리 아들이 삼 뭐시긴가 하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네네 그 무슨 반도체인가 뭐 만드는 전자 회사라고 하던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고.' 이런 화법이 옛날 사람들에게는 있음. 내가 자랑하려는건 아니고, 그냥 그렇더라고. 하는 투로 말하는 화법.
아니면 본인은 이름 모르는 기업=내가 모르니 중소나 별볼일없는 기업 이란 느낌으로 기억도 못하는거일수도 있어. 나이드신 분에게 학교 어디나왔냐고 해서 포스텍이라 하니까 대학도 안가고 공장에 다니냐 소리 하기도 하거든.
블랙 에세이 느낌이네. 괜찮은 글이라고 봄.
결혼 가지고 뭐라고 하다가 실질적으로 절연당한건가
글 잘쓰네 전반적인 쎄한 분위기가 한방에 추한 사람으로 정리되는구만
씁쓸하면서 재밌네
이유가 마지막에 존나 명확하게 드러나는거 보니 웰메이드 단편소설
소설 빡치게 잘 쓰넼ㅋㅋㅋ
무섭다
저래서 고죠 사토루가 사람들을 식물로 보는거구나
햐.... 주간춘문에는 1000자 이내 단편 소설 부문 같은 것 없나. 진짜 짜증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네요.....너무 싫다.
그냥 마지막에 웃으라고 쓴 소설같은데... 앞부분이 너무 강했나보군 ㅋㅋㅋ
내아들 뭐 글로벌 대기업들어갔고 맘에안들지만 돈 잘버는 며느리 들였고 손자는 어린나이에 영재교육받고 바다가 보이는 고층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자랑글인가
내 아들은 잘났고 잘났지만 내 말을 안들어쳐먹는 그 며느리란 년이 잘난 내 아들을 꼬드끼고 있다 일걸
젠장 고죠사토루 아 여기가 아닌가
갑자기 인격이 돌변하네
메타인지나 자아성찰이 가능한 사람들은 진짜 선택받은 자 칭호를 붙여줘야 할정도로 엄청난 스킬이더라고. 살아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