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상인들이 노력 대비 폭리를 취하는 현상은 분명히 있지.
근데 저렇게 말하는 건 오류가 좀 있음.
왜?
1. 농민들이 파는 가격은 등쳐먹히는 가격이다?
아님.
농산물 거래는 기본적으로 선물거래고, 따라서 도매상과 농민의 거래는 파종을 할 때 이루어짐.
일단 아래 내용을 봐라.
- 전년도에 배추가 한 포기에 3000원이었다.
농민 : 작년 시장가가 3000원이면 올해 우리한테 살 때 1800원은 줘야지.
상인 : 그럼 우리 운송비도 안 나와요. 1500원 합시다.
농민 :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럼 저 차는 뭔 수로 바꾼겨?
상인 : 보험금 나와서 그래요.
농민 : 염병. 그럼 나 박씨 찾아간다.
상인 : 1550원 합시다.
농민 : 1700원 하지?
상인 : 1600원. 싫으면 박씨 찾아가쇼.
농민 : 콜.
* 참고로 이건 이해하기 쉬우라고 쓴 거고, 보통은 '몇 평 농장이니까 전부 다 해서 얼마에 합시다' 식으로 한다.
1 - 1.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
농민 : 뭐여. 배추 한 포기에 1800원이여?
상인 : ㅅㅂ. 이러면 우리 망하지. 계약 포기할테니까 계약금 그냥 드쇼. ㅂㅂ
농민 : 야 이 ㅅㅂㅅㄲ야! 우리보고 이거 어떻게 처리하라고!(보통은 그냥 밭을 갈아 엎게 된다.)
1 - 2. 농산물 가격이 살짝 내렸거나 평이하다
농민 : 계약 잘 지키라고
상인 : 아 ㅅㅂ. 기름값 올라서 남는 게 없네.
농민 : 어쩌라고.
1 - 3. 농산물 가격이 떡상했다. (1)
농민 : 뭐여.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이 넘네?
상인 : 그래서요?
농민 : 500원만 더 줘.
상인 : ㅈㄲ
1- 3.1 농산물 가격이 떡상했다. (2)
농민 : 뭐여.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이 넘네?
상인 : 계약은 계약이죠.
농민 : 이거 받으라고.
상인 : 뭡니까?
농민 : 봄에 받은 계약금 2배여. 받고 꺼져.
상인 : 님 이거 어떻게 팔려고? 설마 박씨가 내 통수라도 치기로 했나?
농민 : 그건 아니고......
상인 : 그럼?
농민 : 알고 보니께 우리 형님 친구가 도매상하더라고. 거기다가 한 포기에 4000원에 팔기로 했어.
상인 : ㅅㅂ
* 보통은 후자보다는 전자가 훨씬 많다.
떡상할 경우 농민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이런 선물 계약은 농산물 가격 대폭락이 오지 않는 한 일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계약이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보통 약정된 금액 전체나 대부분을 계약금으로 주기 때문에 농사가 망해도 현상 유지 자체는 가능한데다가
지금 배추 가격처럼 농산물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이런 계약 자체는 농민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2. 산지에서 사면 ㅇㅇㅇ은 더 싸다?
농민은 바보가 아님.
선물 계약으로 판매하는 건 '중간 상인에게 팔지 않으면 물량을 처리할 수 없어서 폐기해야 하기 때문' 임.
선물 계약을 하고 남은 소량의 물건은 농민 개개인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산지에서 가면 더 싸지 않을까?' 하고 갔다가는 농협 하나로 마트 가격으로 판다는 소리만 듣고 올 거다.
납품하는 품목이 아니면서 나눠먹기엔 많고 팔기엔 부족한 작물을 장터에서 구할 수 있을때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거지 무작정 싸다고 듣고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더라
판을 새로 짜야할 상황이네
채소 같은 건 유통기한이 짧아서 판을 새로 짤 수도 없음. 지금이 최선이야.
뭔 판을 새로 짬
곰곰히 생각해보면 싸게 팔 이유가 없음
직거래가 안싼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