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밴이 달려와 약국 앞에 섰다.
라이방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약국으로 들어왔다.
나는 막 라면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3시경이었고 늦은 점심이었다.
청소를 끝낸 직후라 배가 고팠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 뭐 좀 물어보자.”
라이방이 라이방을 벗으며 말했다.
시선이 짧게 깎은 내 머리에 머물렀다.
‘학생 맞지?’라고 묻듯.
나는 냄비귀때에 젓가락을 꽂았다.
물어라, 빨리.
“등대마을 가는 길이 어느 쪽이냐. 이정표엔 없어서.”
라이방은 손에 쥔 라이방으로 약국 옆 사거리를 빙 둘러 훑었다.
내 눈은 라이방의 차를 쭉 훑었다.
크고, 우악스럽고 힘이 세 보였다.
시보레 체비 밴이라던가.
“학생, 등대마을 몰라?”
나로 말하면, 학생이 아니었다.
주인약사가 “최 군아” 부르면 “네” 하고 대답하는 약국점원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보레 정도에 밸이 꼴리지는 않는다.
반말에 욱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궁금해서, 마침맞게 주인약사도 없고 해서, 한 말씀 물었을 뿐이다.
“내비 없어요?”
“내비가 못 찾으니까 묻는 거잖아.”
‘인마’라는 말을 생략한 표정이었다.
나도 ‘인마’를 생략했다.
“내비가 못 찾는 걸 왜 약국에서 찾아요?”
시보레는 사거리에서 직진해 사라졌다.
나는 라면을 먹었다.
냄비가 비자 등대마을의 내비게이터용 지명이 기억났다.
신성리. 덤으로 기억난 건데, 그리로 가려면 약국 옆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했다.
덧붙이면, 나도 등대마을 주민이었다.
-7년의 밤-
문체가 짧고 간결한데 되게 후루루룩 읽힘
보기 편해서 좋아해
7년의 밤 되게 재밌게 봤는데
순문 치고 내용에 도파민 투성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