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아노 1800에 빠져버려서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한다고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루리웹이니까 이해해주겠지..)
일주일만에 들어왔는데 3편이 오른쪽에 떳더군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같았던 타라즈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키질로르다로 가려던 계획이었지만
타이어가 또 빵꾸가 나서 쉼켄트란 곳에서 이틀을 묵게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휴머니즘을 강하게 느끼고 가장 운이 좋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원래 이런 여행글은 간단한 설명과 사진이 중요한데
이번 편은 주절주절 말이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지루하시면 대충 보시구 6편을 기대해주세요 ㅎㅎ
그럼 Go. Go
이번 편은 초반에 찍은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너무 힘들었고 정신이 없었으며..허허 그랬습니다.
(그래도 찍었어야 했는데 .. 여러분 여행가면 아무거나 다 찍으세요 꼭 ㅠㅠ)
타라즈에서 출발 후 쉼켄트 초입에서 수리했던 앞타이어가 또 터져버렸습니다.
튜브 교체하면서 여분까지 씹어먹어서 패치를 붙여서 수리를 했는데
(*레바질을 해서 타이어를 림에 끼워줘야 하는데 이 때 조심하지 않으면 타이어 튜브에 손상이 감)
제가 또 실전에 약한 타입이라 수리 중에 튜브에 패치를 3개나 붙여버리는 바람에..
그것도 제대로 안붙었나봐요. 패치들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 마지막 새 튜브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했다가는 또 씹어먹을 확률이 높단 생각에
이미 망신창이가 된 튜브를 임시방편으로 수리를 한 후 ..
생각에 잠깁니다.
*다음 구간은 500km동안 주유소가 없는 황무지*
이대로 진행했다가는 이 황량한 땅에서 고립이다.
쉼켄트에서 타이어 튜브교체 + 여분 구매 후 여행을 진행하자!
그래서 일단 쉼켄트로 들어갔습니다.
선불유심카드를 사서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돌아다니다 타이어집을 발견해
온갖 바디랭귀지를 통해서 타이어를 교체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구를 가르키면서 정전이 됐다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기계도 쓸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ㅠㅠ
이 때, 그래도 할 수 있다며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앞으로 나섭니다.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아저씨 ㅋㅋ)
(사진에 젤 오른쪽 흰머리 아저씨)
타이어 교체 기구가 있지만 정전이 나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된 튜브교체..
네 그렇습니다. 이 아저씨가 마지막 남은 내 튜브를 레바질을 하시다가 씹어먹었습니다.
역시 기계에 익숙해지면 기본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ㅋㅋ
아주 멋쩍은 웃음과 (이 웃음이 아직도 기억남 얼마나 머슥해 하시던지)
미안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또 전화를 합니다. (구소련 쪽은 뭐 안되면 다 어디로 전화를 ..)
좀 기다리니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가운데 인상쓰고 있는 남자!
거짓말 안하고 양아치 같아서 좀 무서웠..습니다. ^_^) 그렇잖아요 저 쌩판 타지에서 ㅋㅋㅋㅋ
그런데 영어를 못해요.(왜 불렀누..진짜 ㅠㅠ 아재들요)
제 타이어 규격을 보더니 오토바이남이 어디로 또 전화를 합니다. (역시 또)
그러더니 가게 사장님 (아래사진 가장 우측)이 제 타이어를 자기 트렁크에 실으랍니다.
그리고 저도 타라고 합니다. (이거 또 낯선 사람들 따라가다 어디 팔려가는거 아니냐 나..???)
타라즈에서 강도를 당한 뒤로 조금 쫄리고 무서워져있던 터라 경계심이 한 껏 부풀어 있었을 때라서 더 그랬네요
어쩌겠습니까 탓습니다.
오토바이남이 선두를 서고 사장님이 따라가고, 도착한 곳은 ..! (죄송합니다 사진이 없습니다..)
오토바이 / 자동차 / 기계 / 전자장비 상점들이 몰려있는 산업구역이더군요.
아마 오토바이남이 다니는 샵이겠죠?
샵주인이 나와서 사이즈 확인 후 창고로 가더니, 맞는 사이즈가 없답니다.
그리고는 뭐를 설명해주고 싶어하는데 영어를 못해서 대화가 전혀 안통하는거에요 ㅋㅋㅋ
일이 진행이 안되니까 이 오토바이 사장이 또 어디로 전화를 합니다 (오 역시.. 또 전화)
기다리래서 한참 기다렸더니 누가 또 와요.
사진에 가운데 있는 친구가 (이제부터 말레이시아남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유학파임)
와서는 드디어 영어로 설명을 해줍니다!! 오 잉글리시!!
오토바이 사장이 하고 싶었던 말은
1. 맞는 사이즈가 없다.
2. 약간 큰 튜브가 있는데 억지로 끼워넣으면 될 것 같은데 타이어 림에 기스가 좀 날거같은데 괜찮냐?
쉼켄트 이 후로는 큰 도시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OK !
수리를 하는 동안 같이 담배를 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뭐 그런거 있잖아요,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대단하다, 어디어디 거쳐서 왔냐 + 기본 호구조사)
그러다 오늘 어디서 잘거냐고 하길래, 이제 슬슬 알아봐야지 어디 추천해줘 그랬더니
첫 번째 양아치 오토바이남이랑 얘기를 하더니 그 친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합니다.
숙박비 굳음 + 현지인이랑 어울릴 기회 = 대박
* 납치 뭐시기 했던 불손한 생각은 이들의 친절함에 잊혀진지 오래였습니다 ㅋㅋ
말레이시아남은 자기도 퇴근길이라 집에 갔다가 오토바이남 집으로 갈테니까 먼저 가있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따라간 오토바이남 집.
어머니 / 아버지 / 아내 / 아들 / 딸 이렇게 2층 집에서 살고 계시더라구요.
이리저리 사진찍는 건 민폐인듯하여 집 사진이 없습니다.
마당도 넓고 내부는 40평정도에 2층이었습니다. (뭐야 부자였니..??)
어머님이 멀리서 손님 왔다고 부랴부랴 고기를 양껏 내주셧습니다.
(쌀밥은 없고 빵과 샐러드 고기로 .. 솔직히 김치랑 밥생각이 좀 났습니다)
오토바이남의 차녀!
앞니는 빠져가지구 처음에 쑥스러워하더니 같이 술래잡기하고 그림 그려준다면서 그림판으로 그림도 그려줌
넘나.. 귀여웠습니다 ㅠㅠ
그렇게 환대를 받고 말레이시아남이 내일 뭐할거냐고 묻습니다.
"뭐하긴 ~ 또 달려야지~"
시간있으면 내일 자기들 오토바이 행사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합니다.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면서.
현지 오토바이 행사? 노빠꾸 수락!
그리고 다음 날.. 모임 장소로 향합니다.
공관 건물 같은 곳에 이미 몇 몇 사람들이 오토바이에 카자흐스탄 국기를 달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네 2015년 9월 30일은 카자흐스탄 건국 550주년 이었습니다.
오토바이타고 쉼켄트 장소 몇 곳을 돌면서 사진도 찍고 애국심을 고양하는 그런 행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개천절에 오토바이 동호회가 모여서 거리를 활보한다는건데.. 이거 한국에서 하면 욕 바가지로 먹을텐데란 생각이 먼저듬)
그러더니 저한테 와서 제 오토바이에 국기를 달라고 합니다.
저..저는 Korean 인데예? 이거를...??
응 너 오늘은 카잨사람이다 ㅋㅋㅋㅋㅋ 라며 웃던 친구들.
그리고 말레시아남과 오토바이남이 소개시켜준 이 중후한 아저씨는 카자흐스탄에서는 나름 유명한 오토바이 오버랜더라고 합니다.
실제로 정말.. 세계 곳곳을 누비셧더군요. 공중파에도 제법 나오셧다면서 카잨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 끼리는 유명인이라고 합니다.
제 깃발에 굿럭에 친필 싸인까지 해주시고 여러 덕담도 해주시더군요.
세계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분의 오토바이 (R1150RT 일겁니다 아마도??)
출발하기전 단체사진도 찍습니다.
사진에 동양인처럼 생기신 두 분이 보이시나요?(주황색 자켓과 세계여행 아저씨 밑에)
사회시간에나 배웠던 "고려인"분들 이셧습니다.
자기들은 고려인 3세대라고 하시더군요.
성이 무려 김씨였습니다.
진짜로 신기했었습니다. But 한국어 전혀 못하시고,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자체가 없으심<<
카자흐스탄 쉼켄트에서 때빙 중.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무슨 위인의 동상 / 큰 관공서 / 광장 등 3~4곳을 돌며 이런식으로 기념 사진 촬영 후 계속 이동하였습니다.
중간 중간 사진도 찍고요.
이 스파르타 친구가 참 말재간도 있고 재미있는 친구였습니다. (이하 스파르타)
저 삼륜 오토바이.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하긴 할리데이비슨 삼륜모델들은 가격이 6~8천만원 쯤하니까 ㄷㄷ..)
조금 엉성하긴 해도 한 취미에 진심 + 손재주가 부러웠습니다. (그러고보니 루리웹이 이런 분들이 많은 사이트...였죠@_@)
스파르타가 헬멧도 씌어주고 이 오토바이에 꼭 올라가서 찍으라고 찍은 사진.. ㅋㅋ
쉼켄트 전경입니다. 좀 황량한 느낌이 들죠?
드디어 마지막 장소로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몰려있습니다. 마치 이 오토바이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네, 이 행사 꽤 큰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방송국에서도 나오고 군중들도 많고 오토바이 정렬을 하라는대로 해놓고,
관계자 분들은 단상으로 올라가고 양복입은 공무원들 같은 분들이 오더니 방송촬영하고
연설도 하고.. 박수치고.. 뭐 그랬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밑에서 구경하고 있는데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우르르 올라갑니다. 저도 등떠밀려서 올라갔습니다.
(그래 오늘은 카자흐스탄 사람하자 .. ㅋㅋ)
뭔가를 또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공무원 아저씨..
전 사진 찍다 딱걸림.
단상 위에서 본 모습.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훈시같은 이벤트가 끝나고 이제는 집에가나 했더니.
오토바이 시승회..? 소개? 체험? 뭐라고 해야할까요.
행사가 끝이나고 내려가니 사람들이 오토바이 라이더들 한테 몰려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타보고 합니다.
미모(?)의 카자흐스탄 여성분들 잠깐 보고 가실게요~ㅎㅎ
(슬라브 / 카자흐스탄인 / 아시아인 들로 단일민족이 아니고 이들끼리의 혼혈도 많은 편)
이 아재 그냥 푸근한 동네 아저씨 인줄 알았더니..
정말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다들 사인받으려고 줄을 섯었음.
전담 사진기자 + 그냥 모두의 주목을 받던 미모의 여성
행사가 끝난 후 뒷풀이를 하러갑니다.
저도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도 아니고, 말레시아남과 터키에서 이민온 아저씨 한분만 영어를 할 줄 알고 나머지 분들은 영어를 못하셨었지만
뭐시 중요합니까, 짧은 영어로 대화하고 술먹고~ 번역기 돌리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도시는 "키질로르다"라고 하니까 기다리라더니 또 얘들끼리 어디로 전화를 합니다.. (또 전화하냐 ㅋㅋㅋㅋ)
전화통화후 전화번호를 하나 주면서 내일 키질로르다로 출발하기 전에 이 곳으로 문자를 보내랍니다. 자기들 친구인데 마중나와주고 숙소까지 안내해줄거라 면서요.
(으흑 ..ㅠㅠ 감동.. 근데 다음날 저기 도착하기 1시간 거리까지나와서 마중오고 에스코트 해줬음)
감사함과 보답으로 한국식 칵테일(?) "고진감래"를 한잔씩 강제로 마시게 했습니다.
보드카 + 맥주 + 콜라로 만들었습니다. ㅋㅋ
어.. 아주 싫어하더군요 다들 별로라고 ㅋㅋㅋ
여담으로, 어차피 이 친구들은 여기까지와서 이거 안볼테니까..
제 옆에 앉은 이 여성분은.. 오토바이남의 내연녀 였던 것입니다..
흐미.. ㅋㅋㅋㅋ
근데 이런게 좀 흔한건지 오토바이 동호회 내에서도 다들 알고 있고, 이런 행사에 와이프는 안데려오고 내연녀를...
(아 와이프라 당연히 오토바이 행사에 안데려오는건가..?)
뭐 그랬었습니다. 역시 세상살이 어디가나 비슷비슷합니다.
이렇게 2015년의 9.29-30은 제게 아주 소중한 경험을 선사해줬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토바이는 튜브는 잘 고쳐졌는지 여행이 끝날 때 동안 펑크한번없이 잘 달렸더랍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지금 벚꽃이 피고 있던데 다들 봄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자흐스탄 건국일 행사를 뛰면서
나를 카자흐스탄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했던 친구들이 강제로 찍은 사진입니다.
가슴엔 태국기, 오른손엔 카자흐스탄 대형국기 ㅋㅋㅋ
ㅋㅋㅋㅋ 이번에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유라시아 투어 하시는 분들이 가서 바이커나 사람들을 만나면 유독 좀 잘 챙겨주는거 같네요. 다른 분들도 러시아 바이커들이 다쳤다고 병원 데려가서 병원비 대주고 다른 도시 간다고 하니까 그 도시 친구 소개해주고. 이런거 보면 나쁜 사람보단 확실히 좋은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이번에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유라시아 투어 하시는 분들이 가서 바이커나 사람들을 만나면 유독 좀 잘 챙겨주는거 같네요. 다른 분들도 러시아 바이커들이 다쳤다고 병원 데려가서 병원비 대주고 다른 도시 간다고 하니까 그 도시 친구 소개해주고. 이런거 보면 나쁜 사람보단 확실히 좋은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저도 선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후히힝
즐거우셧다니 최대의 찬사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여행기 올라오길 엄청 기다렸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급 행사 참석... 잊지못할 신선한 경험이였을듯해요.
운이 정말 좋았었죠
저기는 무슨언어 사용하나요?
러시아어 / 카자흐스탄어 쓰는데 저는 구분 못하겠더라구요.
한 달 다돼 가는데... 6편은 언제 올리시나요? 너무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방금 올렸습니닷~
삭제된 댓글입니다.
신점 고앵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저도 언젠가 이런 바이크 투어 해보고싶네요
바라면 꼭 이뤄질거라 생각합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펭귄맨Mk2
공랭 수냉은 별 의미 없을 것 같구요. 정체되는 구간이 없기 때문에 공냉으로도 충분합니다. 시티기종으로도 다녀오신 분들이 제법 되는걸로 알고 있구요. 다만 장거리 여행시 좀 불편하다는 것과 느리다는 거 정도겠네요~
펭귄맨Mk2
준비해서 가는 경우도 있구요. 저 처럼 몇 만키로씩 가면 다 못실어가고 중간 중간 큰 도시에서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예정에 맞게 묵을 숙소에 보내기도하구요. 온로드로만으로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루트들이 있어서 비포장은 원하신다면 최대한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와 사진으로만 봐도 진짜 즐겁네요!
즐거우셧다니 다행입니다~^^~
탁피디의 여행수다 유튜브에 나가보세요 생생한 이야기 보따리좀 듣고 싶네요
아휴 말주변이 없어서 ㅎㅎ 그리고 워낙 대단하신 스토리를 가지신분들이 많아서 저 나가면 재미없을거에요 ㅋㅋ
튜브교체에서 행사까지 어메이징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