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Remains of Edith Finch. 에디스 핀치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에디스 핀치는 누구이며, 기괴하게 생긴 숲 속의 집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과 보고도 무슨 게임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트레일러는 이 게임을 직접 해볼 수밖에 없게 하는 이유였다.
어딘가로 향하는 배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타이틀이 파도에 밀려 멀어져가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책을 든 어린 아이의 손이 눈에 들어온다. 1인칭 시점의 게임이라 울렁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래픽에서의 어색한 느낌은 전혀 없다.
책을 펼치자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인공은 바로 핀치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 에디스. 오빠 루이스가 죽은 2010년 이후, 엄마와 이곳을 떠났던 그녀가 돌아온 건 6년만이다. 집을 상속 받게 되고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는 비밀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결심했고, 엄마가 마지막으로 건네준 열쇠를 들고 이렇게 돌아왔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완벽한 한글화를 제공한다. 자막과 UI가 한글화 되었을 뿐이지만, 자막을 오브젝트로 활용하는 멋진 연출에서 완벽하게 한글을 볼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특정 시점마다 의도된 위치에 자막과 사운드가 재생된다. 유저는 자막의 위치를 따라 동선을 결정하게 되고, 유저의 인터랙션이 있을 때 게임이 진행된다. 자막의 서술에 기반해 비밀이 가득한 집 안을 탐색하게 되기에, 몰입도가 어마어마하다.
훌륭한 내러티브와 실제로 핀치 가문의 집을 탐색하는 듯한 놀라운 몰입감은,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이야기임에도 현실처럼 느껴지게 한다. 완성도 높은 그래픽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긴 집 구석구석의 방들은 독창적이고 아름답다. 완벽하게 보존된 방들은 한 사람이 방에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준다. 가족들이 겪었을 기괴한 비극은 집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방 안에 있을 때만큼은 특유의 아늑함들에 도취돼 계속 머물고 싶게 된다.
모든 가족의 사연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면, 이야기는 끝이 난다. 결말이 모호할 수 있지만, 문학적으로 느껴지는 엔딩에 크게 아쉽진 않았다. 엔딩 후 "이야기 다시 하기"를 선택해 특정 인물의 사연을 다시 볼 수 있다. 놓친 도전과제가 있다면 이 방법으로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몇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들의 사연을 볼 때마다 그들의 방 만큼이나 특별한 연출을 만날 수 있다. 보이는 것 그대로, 적히는 것 그대로에서 문맥과 현실성을 고려할 때 대부분 환각 증상 등의 정신적 문제를 앓았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의 저주라기보단 정신적 가족력일 수 있을 텐데, 단순히 미쳤었다고 말하는 것 대신 섬세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알게 한다. 그 덕에 플레이를 하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에디스가 되는 것을 넘어, 그들 자신이 된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이제껏 해 본 모든 게임을 돌아볼 때, 이만큼 멋진 연출은 없었다. 게임은 애초에 인터랙션이 필요한 콘텐츠.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들이지만, 누구도 이런 다양한 연출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보여준 적은 없지 않을까.
멋진 아이디어와 세련된 표현력, 특별한 결과물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다음 작품, 또 그 다음 작품도 무조건 해보고 싶다.
※ 개인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https://realkkan.blog.me/221108221456 (2017.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