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모르는 사람 의외로 있는데, 고종실록과 순종실록도 있어. 다만 '조선왕조실록'이라고 인정을 안 할 뿐이지.
일제강점기 땐 (당연한 얘기겠지만) 실록을 만들지 않다가, 순종이 죽고 난 뒤 이왕직(李王職)이라는 기구에서 1927년 4월 1일부터 1935년 3월 31일까지 고종과 순종 때의 기록을 모아 '실록'이란 이름을 붙여 편찬했어.
이름은 '실록'이고, 정부에서 공인한 최종 편집본이라 조약, 대외 공문서 같은 기록은 잘 정리돼 있지만, 조선왕조의 전례를 따르지 않았고, 일제한테 불리한 내용이 빠지거나 왜곡되어 있어. 예를 들어 고종실록의 을미사변 관련 내용에서 미우라 고로가 명성황후를 죽였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고, 이토 히로부미가 암살당한 걸 안타깝다고 하는 등 여러 사례가 있지.
그래서 문화재청에선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을 '조선왕조실록'으로 보지 않고, 그래서 국보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도 이 둘은 없어.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는 이 두 실록과 순종실록부록의 번역이 있지만, 다른 조선왕조실록과는 별도로 구분돼 있어.
각주) '이왕직'은 조선총독부 산하의 기구로, 대한제국 황가의 의전 및 대한제국 황족과 관련된 사무를 처리했다.
(사진 -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의 편찬이 완료되었다는 동아일보 기사. 1935년 3월 30일자 조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