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였다.
아마도, 그것은 좋은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무슨 하루가 될지 궁금해하며 서둘러 집을 나서는,
지극히 평범하면서 지극히 마음에 드는 좋은 하루였다.
점심을 맞이해 집에서 훔치듯 들고 온 도시락을 펼치며,
간만에 먹는 고기 한점 밥 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는 지극히 좋은 하루였다.
그래, 그것은 정해진 것이었다.
좋은 날로 말이다.
저녁의 퇴근길, 울어대는 핸드폰을 뒷주머니에 넣은 채 포장마차로 향하는 발걸음은
말 그대로 좋은 날일 것이었다.
순대에 소금을 묻히며 소주 한잔하고 털털하게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
그러면서 가볍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걷는 나의 기분은
어느 때 보다 편하고, 좋은 날이었을 것이었다.
집의 문을 박차듯 열고 내가 왔음을 굳이 알릴 필요 없이
신발을 그저 던지듯 벗고 거실로 몸을 던지는
그날은 그저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정적인 거실의 침묵을 무겁게 이어가고 있는
낯익은 몸뚱어리의 그림자와 내 몸이 닿기 전 까진
그날은 좋은 날인 줄 알았다.
창백한 야경을 뒤로 마치 마지막 잎새인 것 마냥,
애처롭게 매달려서 흔들거리는 그것.
그것.
마치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인 척을 하는
그것을 보기 전까지
그날은 좋은 날이어야만 했다.
서슬 퍼런 눈과, 앙다문 입술과
늘어진 팔과, 그 아래로 보이는 핸드폰.
그래, 드디어.
지금 와서 무심코, 통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그날은 좋은 날이었다. 그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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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자작 단편 괴담으로 인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설렁탕을 사갔어야 완벽했을텐데요
설렁탕을 사갔어야 완벽했을텐데요
앜, 운수 좋은 날을 생각하며 쓴 글이였는데 바로 맞추시는군요..ㅋ 너무 티가 났나봅니다.ㅠ
아 저도 설렁탕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