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라, [헤라클레이노스]. 내 적에게 패배를!"
루나 시티의 밤, 지하 듀얼리스트로서 생계를 이어가는 남성이 있었다. 어림잡아 스무살 언저리로 보이는 남성은 자신의 [검투수] 덱으로 상대를 신속하고도 잔인하게 유린하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잘 한다!"
그리고 지하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 모여든 사람들은 그의 승리에 환호하기도 했고,
"젠장, 돈 다 날렸네!"
"뭐하는 짓거리야!"
그의 상대의 패배에 분노하고,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성은 개의치않고 대기실로 돌아왔고, 대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성을 만났다.
"역시 '바르바스'야! 네 실력을 믿고 있었다고."
능청맞은 인상의 안경잡이 남성을 뒤로 한 채, '바르바스'라 불린 남성은 조용히 하루 일당의 계산을 시작했다. 지하 듀얼리스트 중에서도 프로 못지 않은 실력으로 주최측의 인기를 견인하는 인물들이 간혹 있었고, 그런 듀얼리스트들은 주최측에서도 금액을 조금 더 후하게 쳐주며 다른 주최자에게 넘어가지 않게 이런저런 신경을 써줬다. 바르바스는 이 곳에서도 탑 클래스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런 만큼 이 곳에 소속된 다른 듀얼리스트에 비해서도 개런티를 크게 받는 인물이었다.
"오늘은 6명의 도전자를 연속으로 쓰러트렸습니다. 계산은 모두 마쳤으니 확인하시고 정확히 정산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이 바닥에서도 너같은 듀얼리스트는 귀하니까 말이야."
바르바스가 지급받을 금액을 정산하고자 남성이 사무실로 돌아가는 사이, 그는 대기실에 구비된 거울에 서서 애프터라이프와 그 후신인 암흑 날개의 몰락을 떠올리고 있었다. 사자 갈기를 연상케하는 풍성한 붉은 머리와 짙은 보라색의 눈동자, 그리고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와 닮은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미남이었지만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게 그 어둠의 축복이란 말입니까, 아버지? 빛 속에서 아무 희망도 마주하지 못 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라던 그 어둠의 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답니까."
빛의 신이든, 어둠의 신이든 바르바스에게는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 했고,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 했다. 빛과 어둠의 어중간한 위치에 서버린 그림자나 다름없는 자신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렇게 생각해봐도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듀얼이었다. 그나마 자신이 가장 잘하는 듀얼이 자신의 마지막 동앗줄이었다.
"빛도 어둠도 거부한 나같은 남자에게 희망은 없겠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이상 살아보는 수밖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르바스는 다시 돌아온 남자에게서 두둑한 봉투를 받아들었고, 그 안의 금액을 확인한 후 자신이 거주하는 작은 건물로 돌아갔다.
*
그러나 불행만이 가득한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한 세상에도 근원을 알 수 없는 불행이 있고 불행한 세상에도 근원을 찾을 수 없는 행복이 있으므로.
"어서오세요!"
리나 시티의 어느 편의점. 짧게 다듬은 금발과 호박석을 닮은 주황색의 눈동자, 거기에 맑은 눈빛과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여성 직원이 있었다. 나이는 열여덟 언저리로 보이나,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소녀는 낮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독학을 하며 프로 듀얼리스트가 되는 꿈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리피아, 약소하지만 이거라도 받으렴. 늘 고생이 많아보여서 말이야."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잘 먹을게요."
가끔은 이웃들에게도 반찬이나 여러 먹을 것을 받기도 하고, 또 가끔은 자리를 비운 이웃들을 대신해 아이들이나 반려동물들을 챙겨주는 등 사람 자체가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오리피아라 불리는 소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버지..."
그런 오리피아도 자신을 버리고 사라져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은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남겨준 낡은 로켓(Locket)에 담긴 사진에는 젊을 적의 샤키르 나셸이 담겨 있었고, 어머니는 작고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처럼 어둠의 신이나 그런 비슷한 것따위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남을 거에요. 아버지가 틀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할 거에요."
미움은 있었어도, 아버지는 아버지였고 오리피아는 그런 아버지의 뒤를 걷는 대신 그가 등졌던 빛 속을 걸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
"그 녀석은 갔어도, 그가 남긴 피는 여전히 이 세상을 흐르고 있는 것인가..."
트와일라잇 시티의 어느 펜트하우스, 한 남성이 봉투에 담긴 일곱 장의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샤키르... 네가 이렇게 말했었다지? 너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 했다고.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네가 충동적으로 남겼던 네 피가 이제는 이 세상을 흐르기 시작했다."
샤키르와 잘 아는 사이로 보이는 그 남자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서류 속 얼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네가 남긴 이 핏줄들이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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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엑스트라 스토리 연재 완료
이번엔 전작의 메인 악역이었던 샤키르 나셸의 사생아들 중 일부를 다뤄봤읍니다
그나저나 무기한 연중 상태인 X-Point에 비하면 엑스트라 스토리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연재하려고 하는데도 막상 글을 쓰다보면 진지하게 만들려고 해서 괜히 심적으로 피곤해지고 글을 써내려가기 힘들어지는 슬픔이
X2의 캐릭터 설정은 추후 제가 직접 작성해보겠읍니다
??? : 난 최강이다! 그나저나 리나시티의 편의점에 일하는 오리피아는 어째 일하는 듀얼 매장이 리나 시티에 있는 조일영과 곧 만날 느낌입...니다?
아직 잘 몰?루여서 그런데 일영이는 집은 트와일라잇에 일터는 리나에 있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리나 시티에 있는, 시큐리티 포스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듀얼 매장에서 조일영이 일하고 있죠. 조일영의 고향은 트와일라잇 시티라 집에서 일터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이야기가?
이번 에피소드 마지막 부분 펜트하우스에서 샤키르의 사생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아 갈 인물이 누구일 지 기대되는군요. 과연 저 사람이 키벨레우스와 로젤리아 남매가 언급한 키다리 아저씨일까요??
그것은 나중에...
X-Point가 연재 중단이라니...요즘 너무 힘드신가봅니다 ㅠㅠ
예 많이 힘듭니다
아고...ㅠㅠㅠ 조만간 재개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