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거대한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이 도시에선 오늘도 어김없이 각자의 일상을 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 도시에 세워져 있는 대기업 중 하나인 진성그룹에선, 오늘도 양복을 갖춰 입고 바쁘게 업무를 보내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 건에 대해선 제가 대표님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업무용 전화기로 누군가와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 직원의 모습.
잭슨 파블로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남자 직원은, 손에 들고 있던 수화기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으며, 자신이 맡은 업무가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마치 10년은 묵은 체증이 내려간 사람처럼 자리에 앉자마자 힘 없이 추욱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아... 이제야 속이 좀 뻥 뚫리네..."
"무슨 일 있었어요, 잭슨 씨? 자리에 앉자마자 반건조 오징어처럼 추욱 늘어지다니."
"최근에 돈만 밝히던 우리 진성그룹 프로 구단 감독이랑 코치들이 죄다 해고되었잖아요. 그 다음 날부터 선수들의 복지를 우선으로 여기는 감독과 코치들을 찾느라 엄청 애 먹었던 거 아시죠?"
"그랬죠. 그 작자들 짤리고 나서 우리 진성그룹 프로 팀을 이끌어 줄 사람들을 찾느라 열흘 동안 얼마나 애 먹었는데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보시는 거에요?"
"방금 전에 SEM 컴퍼니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쪽에서 우리한테 선수들의 복지를 우선으로 하고, 또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할 줄 아는 엄격하고 공정한 사람들을 운영진으로 보낼 테니까, 자기들이랑 협업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게 정말이에요, 잭슨 씨?! SEM, 소울 에너지 맥스 컴퍼니라면... 리나 시티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기업이잖아요?!"
"맞아요! 사업 감각이 탁월하다고 널리 알려진 젊은 CEO, 오벨 대표님께서 운영하시는 그 기업이요!"
"이야~ 이거 잭슨 씨 한 건 크게 하셨네요?! 그럼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대표님께 보고하러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예, 그래야죠! SEM 컴퍼니랑 협업 계약을 했다고 하면, 아마 대표님께서도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럼 전 대표님께 업무 보고하러 갔다 오겠습니다!"
"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SEM 컴퍼니와의 협업이라는 어마어마한 거물을 손에 넣게 된 잭슨.
동료 직원의 축하를 받고 대표 사무실로 향하는 잭슨의 뒷모습은, 마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자랑하는 어린아이처럼 매우 신이 나서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대표 사무실에서 잭슨의 보고를 들은 진현성 대표는, 동료 직원의 말대로 이게 정말 사실이냐며 매우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자신이 SEM 컴퍼니 측 직원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꼼꼼히 기록한 서류를 진 대표에게 제출한 잭슨의 표정은, 세상에 내려앉은 어둠을 환하게 비추며 아침을 알리는 태양과도 같이 매우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잭슨이 SEM 컴퍼니 측과 협업을 맺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적힌 서류를 꼼꼼하게 훑어보기 시작하는 진 대표.
잠시 후, 진 대표는 아침을 밝히는 태양처럼 매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잭슨을 칭찬해 주었고, 진 대표의 칭찬에 잭슨은 괜히 어깨가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같은 시각, 리나 시티에 위치한 SEM 컴퍼니 건물에선, 방금 전 진성그룹의 직원인 잭슨 파블로프라는 사람과 통화하면서 주고 받은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CEO 오벨에게 보고하는, 빨래와 다림질을 반복한 끝에 매우 빳빳하게 펴진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여자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직원의 보고에 오벨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직원이 제출한 서류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살펴보았고, 서류 확인을 끝낸 오벨은 진성그룹 쪽과의 협업을 이끌어낸 직원에게 따뜻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수고 많았습니다. 최근 진성그룹 쪽 프로 구단에서 대기업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를 누리던 감독과 코치들이 전부 해고되었고, 그들을 대신할 청렴하고 공정한 사람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있으니, 우리 SEM에서 자랑하는 최고의 운영진들을 보내, 진성그룹 프로 구단 쪽과 정식으로 계약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청렴하고 공정한 운영진들을 보내겠습니다."
"청렴하고 공정하기만 해선 안됩니다. 선수들이 제 실력을 내기 위해선, 각 선수들을 위한 복지도 많이 필요한 법이죠. 선수들과 운영진, 그리고 구단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리고 선수들과 마음을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과 사 구분이 뛰어난 사람들로 선별해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계약 날짜는 언제쯤으로 잡으면 좋을까요?"
"진성그룹 쪽에서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테니까, 일주일 뒤 15시 30분 정도가 괜찮겠군요. 저도 거기에 참석해서 계약 협상을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하군요. 어서 가서 업무에 복귀하도록 하세요."
"네."
오벨이 자신도 직접 현장으로 나가서 계약을 추진해 보겠다고 말하자, 업무 보고를 끝낸 뒤 매우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오벨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CEO 사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자신이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는 직원.
직원이 자신의 사무실을 떠나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오벨은, 이내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자신이 원래 진행하고 있다가 직원의 보고로 잠시 중단했던 업무들을 다시금 진행하기 시작했다.
두 도시의 대기업들이 서로 바쁘게 업무를 진행하는 그 시각.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위치한 우주 연방국 특수 경찰 팀,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우주 본부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대원들이 생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일런스와 체스터 형제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대원들을 격려해 주고, 알베르는 오늘도 자기 할 일을 빠르게 마치고 자신이 가져온 개인 태블릿을 켜고, 최근 앨범 활동을 마무리하고 휴식기에 들어간 "에우로페"의 무대를 보며 신나게 "에우로페"를 덕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는 철수와 후우리 커플, 댄디, 하레, 니니.
그리고 알베르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냐며 아우람에게 질문하는 이브와, 이브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대답하기를 난감해 하는 아우람, 알베르가 저러는 건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이라며 알베르를 향해 흘긋 눈짓만 살짝 하고 업무로 복귀하는 알버스와 에클레시아 커플.
뭐,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업무가 끝나면 그 때부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라지만, [시큐리티 포스]의 업무는 생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인만큼 그 강도가 엄청나게 센 걸로 유명하다.
그 강도 높기로 유명해서 현재 우주 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현역 대원들도 혀를 내두르는 [시큐리티 포스]의 업무를, 알베르는 자신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엄청난 사명감으로 모조리 완수해낸 것이다.
그렇게 대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업무를 보고 있는 어느 시각.
업무에 나갔던 사일런스의 안내를 받으며 [시큐리티 포스] 우주 본부에 발을 들인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성숙한 외모와, 그 외모에 걸맞게 매우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명의 여성.
남녀 할 것 없이 순식간에 대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여성의 정체는, 바로 현역 시절 [시큐리티 포스]의 "누님"이라는 든든한 별명을 가졌던 여인이자, 알레한드로와 앤, 잭슨, 로드리고 파블로프 남매의 어머니이기도 한 전직 [시큐리티 포스] 대원, 마즈라위 파블로프였다.
현역 시절에는 마즈라위 로즈라는 풀 네임으로 불렸던 이 여인은, 현역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자신과 같이 [시큐리티 포스]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대원들을 일으키고 격려해 주며, 때로는 엄격하게 야단을 치며 대원들의 사기를 바로잡아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여인이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그를 추종하는 사악한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가 파멸을 맞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써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해, 글레이브의 허락으로 [시큐리티 포스] 대원 자리를 내려놓고, 지금은 수울즈콰리터 시티의 한 저택에서 파블로프 가족을 이끌어주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시리우스와 "다크니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알베르가 현역 대원 자리를 내려놓던 시기도 마즈라위와 같은 시기였다.
그러나 세상에 또 다시 거대한 위협이 찾아왔음을 느끼고 현역으로 복귀하여 지금까지 현역 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알베르와, 은퇴 이후 리나 시티에서 조용히 생을 보내다, 말레우스 일당의 폭정을 견디지 못한 동료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의 간곡한 부탁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글레이브의 뒤를 이어 공식적으로 [시큐리티 포스]의 2대 총대장 자리에 앉게 된 시리우스와는 달리, 마즈라위는 현역 대원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는 단 한 차례의 복귀 시도도 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무슨 이유 때문에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에 오게 된 것일까?
전직 [시큐리티 포스] 대원이니만큼 우주 본부 출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지만,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론 방문하지 않았던 우주 본부에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금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일런스의 안내에 따라 대장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는 마즈라위.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우주 본부의 대장실 문 앞에서, 그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장실 문을 두드리는 마즈라위는, 대장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시리우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듣자, 오랜만에 듣는 현역 시절 동료의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문 안 쪽 공간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어서 오세요, 마즈라위 누님." (시리우스)
"오랜만이네, 시리우스 선배."
"누님!" (사일런스)
"앗, 그렇지! 이젠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을 이끄는 총대장님이시죠? 죄송해요, 대장님. 제가 옛날 추억에 젖어서 그만 실례를 범하고 말았네요."
"괜찮습니다. 우주에 있는 본부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아뇨. 우주 본부로 오는 텔레포트 장치는 아직 가지고 있으니까,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문제 같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셨다니 다행이네요."
약간(?)의 실수가 첨가된 마즈라위와 시리우스 사이의 대화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지 못했던 동안 자신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들로 서막을 열며, 얼마 뒤에는 현역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리우스의 입에서 최근 마린이 [시큐리티 포스] 대원직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대장실에는 순간 고요하고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아, 대장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세게 짓누르고 있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이 무거운 적막을 깬 사람은 바로 마즈라위.
마즈라위는 힘겹게 입을 열며, 마린이 [시큐리티 포스] 대원직을 내려놓은 이유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의 죽음과, 그로 인해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일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대원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라며, 마린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라는 사실은 알지만, 마린에게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좋지 않겠냐고 말하였다.
시리우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마린은 [시큐리티 포스]에게 있어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고, 그에 걸맞게 매우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인재이지만, 지금 마즈라위의 입에서 나온 말에 틀린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과, 지금은 형장의 이슬이 되어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고 있는 말레우스 일당의 폭정으로 인해, 현재 마린의 마음 속에는 공허함이라는 것만이 가득 차 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며 마린을 억지로 붙잡으려 했다간, 오히려 마린의 마음만 [시큐리티 포스]에게서 더 멀어지고 만다.
마린을 다시 본부로 데려올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에 손을 얹고 두뇌를 이리저리 굴리는 시리우스.
비록 자신이 [시큐리티 포스]의 책사라고 불리는 인물이긴 하나, 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일일이 헤아려주지 못한 것은 엄연히 자신의 가장 큰 잘못이고, 동시에 총대장이라는 직책에 앉아있는 시리우스 자신이 미처 다다르지 못한 실책이다.
마린의 마음 속에 있는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날려버리기 위해서, 자신이 과연 어떤 일을 해야 좋을까.
머리에 손을 얹고 한참 동안이나 고민을 거듭하던 시리우스에게, 마즈라위는 자신이 가지고 온 어떠한 물건을 건네며, 이것을 전해주면 마린도 [시큐리티 포스]에 돌아올 것이라 말하였다.
"대장님, 이걸 마린 양에게 전해 주세요."
"이게 뭐죠...??"
"제 동생이 저에게 준 펜던트에요. 이걸 마린 양에게 보여주면, 마린 양도 [시큐리티 포스]에 돌아올 마음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마즈라위의 손에 들려져 있는 물건은, 바로 우주의 별처럼 아름다운 빛을 반짝이는 줄이 달려있는 은색의 둥근 원 모양 펜던트였다.
마즈라위에게서 펜던트를 전달받은 시리우스는, 펜던트에 들어있는 [시큐리티 포스] 여자 대원들 다섯 명(여기엔 신입 대원으로 갓 입사했던 시절의 마린이 포함되어 있다.)이 찍혀 있는 한 장의 사진과, 펜던트를 여는 곳에 새겨져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보자,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이 테이블 위로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나오기 시작했다.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
이 순간은 비록 지나가는 찰나일 지라도... 우리가 이 순간을 함께했다는 사실을, 영원히 잊지 않을게.
- 마르가리타 로즈
"마르가리타 로즈...!!!"
"마르가리타라면... 임무 도중 [애프터라이프]의 손에 살해당하고, "알레이스터"에게 시체를 이용당했던... 그 마르가리타 대원 아닙니까?!"
"맞아. 그렇다면... 마즈라위 누님의 동생이 바로...?!"
"네. 임무에 나갔다가 순직한 마르가리타 로즈 대원. 그 아이가 제 친동생이에요."
마즈라위에게서 펜던트를 받아든 시리우스가 펜던트에 새겨져 있는 마르가리타의 이름을 보고 너무 놀라 마즈라위에게 마르가리타와의 관계를 묻자, 마즈라위는 애써 덤덤하게 [애프터라이프]에게 살해당하고, 시체를 이용당했던 [시큐리티 포스] 대원, 마르가리타가 바로 자신의 친동생이라고 말하였다.
마즈라위와 마르가리타가 자매 관계였다는 사실을 바로 지금에서야 알게 된 시리우스와 사일런스는, 자신들에게 닥친 이 어마무시한 사실에 경악하며, 약 20초라는 긴 시간 동안 이 방에 있는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잠시 후, 이 무거운 적막을 깨기 위해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마린이라는 단 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반드시 마린을 [시큐리티 포스]로 데려오겠다는 강인한 사명감을 띠며, 사일런스를 향해 현재 마린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내가 마린을 데려오겠어."
"대장님?!"
"[시큐리티 포스]의 총대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대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 한 건 오롯이 내가 저지른 잘못이고, 또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야. 그러니, 내가 마린을 다시 여기로 데려오겠어. 사일런스, 마린이 지금 어디 살고 있는지 알려줘."
"아뇨,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대장님은 이 곳에 남아서 다른 대원들을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마린을 다시 우주 본부로 데려오겠다고 말하며 대장실을 떠나려는 시리우스와, 그런 시리우스를 뜯어말리며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말하는 사일런스.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소리 없는 자존심 싸움은, 시리우스 최와 사일런스 루이스, 두 남자의 가슴 속에 뜨겁게 불을 붙였다.
이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은, 바로 고집이 더 강했던 시리우스였다.
사일런스도 고집을 부려야 할 때는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었지만, 시리우스의 고집은 현역 시절에도 소리 없이 불타오를 정도로 매우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한 때는 고집쟁이라 불렸던 사일런스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다.
결국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강도를 자랑하는 시리우스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마린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의 위치를 시리우스에게 알려주는 사일런스.
현재 마린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은, 바로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두 도시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옛스러움과 현대스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이었다.
한 때는 글레이브가 은퇴 이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세웠던 건물이지만, [암흑 날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그들의 폭탄 테러 행각으로 인해 대부분이 까만 재가 되어 바람에 휘날리고, 집이 가지고 있었던 형태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글레이브 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던 그 자리에는, 지금은 글레이브 하우스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새로운 빌라가 자리잡고 있는 상태.
이 빌라에 현재 마린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시리우스는, 마침 업무 보고를 하기 위해 대장실에 방문한 알베르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 대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주는 대장 대행직을 맡긴 뒤, 대원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잘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텔레포트 장치에 목표지를 글레이브 하우스가 있던 빌라가 있는 위치를 설정한 뒤, 텔레포트 장치의 버튼을 꾸욱 누르며 마린이 거주하고 있다는 빌라로 향했다.
시리우스가 알베르에게 잠시 대장 대행 권한을 맡기고, 마린을 데려오기 위해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중간 지점에 위치한 빌라로 이동하자, 업무 보고를 하러 왔다가 갑자기 대장 대행이라는 어마무시한 권한을 맡게 된 알베르는, 자기는 그냥 업무를 보고하러 왔을 뿐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되는 거냐며, 사일런스를 향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 좀 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알베르의 당혹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마즈라위가 방문했던 시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보고하는 사일런스.
사일런스의 말에 알베르는 그러면 앞뒤가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다시금 당혹감을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며, 시리우스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마린을 다시 [시큐리티 포스]에 데려오기 위해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중간 지점에 위치한 빌라로 이동한 지 약 12시간이 지난 시각.
대장 대행 자격으로 시리우스에게 주어진 수많은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던 알베르는, 시리우스 대장님께선 대체 이 많은 업무량을 어떻게 감당하신 거냐며, 평소에 빠르고 철두철미한 업무 수행 속도를 자랑하는 자신도 이렇게 양이 많고 난이도가 빡센 업무들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하며, 매우 아련하고도 간절한 목소리로 시리우스의 이름을 외치며, 시리우스가 얼른 돌아와서 대장직을 다시 수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평소에는 눈물도 잘 안 흘리는 알베르가 눈물까지 흘려가며 간절하게 바란 바람이 통한 것일까.
대장실에는 텔레포트 장치가 발산하는 빛과 함께, 마린과 함께 우주 본부 대장실로 무사히 귀환한 시리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양도 많고 난이도도 빡센 대장 업무를 마치고 지쳐서 테이블 위에 엎어진 채로 기절해 있던 알베르를 보자, 시리우스는 알베르에게 다가가 자기가 지금 돌아왔다며 알베르를 깨웠다.
"일어나, 알베르. 해가 중천에 떴어."
"음냐... 으으, 사일런스... 5분만 더 잘게..."
"어쭈? 업무가 힘들었는지 평소에는 안 하던 잠꼬대까지 하네? 일어나, 알베르. 안 일어나면 죽음의 지옥 훈련을 보낼 거다."
"음냐... 죽음의 지ㅇ... 으악!!!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시리우스가 당장 안 일어나면 죽음의 지옥 훈련을 보낼 것이라고 말하자, 너무나도 많은 업무량에 곯아 떨어진 채로 잠꼬대를 하던 알베르는, "죽음의 지옥 훈련"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며, 마치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대, 대장님...?!"
"돌아왔다, 알베르."
"하아, 살았다... 진짜 안 돌아오시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래, 그래. 돌아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알베르. 나도 왔어."
"마린! 너 그만둔 거 아니었어?!"
"원래는 그러려고 했지. 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그런데, 대장님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날 끈질기게 설득하시길래,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 뭐. 알잖아? 대장님 고집은 진짜 못 말리는 거 말이야."
"그렇긴 하지. 아무튼 잘 돌아왔어, 마린!"
시리우스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복귀하게 된 마린이 알베르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알베르는 평소대로 밝은 성격으로 돌아온 마린의 말에 기쁨의 감정이 실린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마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잘 돌아왔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마린은 [시큐리티 포스] 대원으로 복귀하여, 예전보다 더 밝고 활기찬 모습을 띠게 되었다.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은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온 마린을 진심을 다 해 환영해 주었으며, 마린과 함께 다시금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대원들의 사기는 눈에 띨 정도로 높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마린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별처럼 빛나는 은색 펜던트를 바라보며, 순직한 마르가리타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 열심히 뛰겠다고 강하게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펜던트가 쥐어져 있는 마린의 손은, 그 누구보다도 굳세고 강인한 기운이 나오고 있다.
마르가리타와 아틀라스, 두 명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자신의 마음 속에 찾아온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시큐리티 포스]를 그만두려 했지만, 시리우스의 진심이 담겨진 끈질긴 설득 끝에, 마린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시큐리티 포스]에 돌아오게 되었다.
이렇게 강인한 마음을 가진 마린의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는, 시리우스가 선물해 준 은색의 반지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아틀라스는 말레우스 일당의 테러에 의해 순직하고, 사일런스와는 한 때 연인이 되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일련의 일들을 겪은 끝에 지금은 그냥 좋은 동료 관계로 남게 되었다.
사일런스도 이 점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마음 속에 묻어둔 마린을 향한 연심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에는, 크리거 시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남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을까.
시리우스가 마린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또 그녀와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하는 연인 관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아마도 다른 이야기에서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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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29화 연재 완료!
이번 이야기는 외전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들 몇 개를 조금 다루어 보았습니다.
후반부에 결국 마린이랑 헤어진 사일런스... 지못미...ㅠㅠ
그리고 듀얼 에피소드도 쓰긴 해야 할 텐데, 어떤 에피소드를 써야 좋을 지...
아무튼 이번 에피소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여담 : 방금 전에 업로드하면서 봤는데, 25주년 프로젝트 정보 내용이 도대체 뭘까요...
여담 2 : 이번 에피소드 제목이 어디에서 온 건지 맞히시는 분들께는 제가 천재라는 칭호를 드리겠습니다(?)
사일런스 : ??? 뭐임??? 나 아트몬 찾아가면 되나??? 잭슨 : 어 저 원래 집근처 지부였는데 언제 본사로 발령났죠? 순식간에 장르가 바뀌여서 날벼락 맞은 잭슨씨와 사일런스, 그리고 난데없이 실업자가 된 어디 감코진에게 묵념을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일런스 꼬드겨서 같이 일 그만두자 한 마린이 저렇게 급변을
그것은 아마 엑스트라 에피소드나 외전에서 다뤄질 것이라 믿습니다(?) 사일런스는 마린이랑 커플이 되기 직전까지 갔다가 마린이 시큐리티 포스를 그만둘 때 사이가 자연스레 멀어졌고, 잭슨은 제가 순간 착각을 해서 그만... 하하핫... ;;;
어림도 없지요 팬 : ?? 대체 누굴 짜른거야 너네? 마린 : 대충 무슨 착각을 하는거지? (대충 다음 외전 예고편)
에헤이! 진짜 고생고생해서 해피 엔딩 만들었는데 그걸 또 배드 엔딩으로 틀어버리신다구요?! 그것만은 제발ㅠㅠ!!!!! (해피엔딩 좋아하는 댓글 작성자)
배드 엔딩 아닙니다 베드 엔딩 입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힘 빠지면 못 노나니~(?) 이번 화 제목은 라이브맨 오프닝 가사에서 따 왔습니다. 그리고 사일런스는 마린이랑 연인이 되기 전까지 갔지만 마린이 시큐리티 포스를 그만두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졌고, 마린은 자신을 끈질기게 설득하며 자신에게 마음을 털어놓은 시리우스에게 간 전개... 이 전개... 괜찮겠죠?
NTR까지는 아니니 괜찮을...까요? 전 남친과 현 남친이 같은 직장을 다니고있는 이상 난감하겠죠 아무래도
외전 : ㅎㅇ
본편&엑스트라 스토리 : 어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