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츳 거리는 기분나쁜 날개짓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회색제복을 입은 무리들은 간신히 눈만 굴린다. 무엇이지? 마비가루? 하지만 그런걸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했을리 없다. 훈련중에는 여러 독의 내성을 기르는것과 간파하는 것도 당연하게 교육되는데, 마비가루 같은 걸 눈뜨고 흡입했을리 없다.
라는 생각을 비웃듯 앞으로 걸어나온 아프로머리의 사내의 등뒤에선 기형적으로 커다란 버터플이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그것을 바라본 한 단원의 머릿속에 무색무취의 독을 쓰는 포켓몬이 있다는 괴담 비슷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유산'에서 도망친 '미싱넘버'라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찰나 허공으로 새카만 궤적이 날아든다.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자신의 다리라는, 불유쾌한 첫 경험을 하며 단원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저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향해 록온을 외치고 하이퍼빔이라고 외쳤던 사내의 일련의 행동이 떠오르고, 불통이 된 자신의 통신기기들과 허공에서 새카만 궤적을 두른채 둥실 떠 있는 레어코일을 바라보고는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는 듯 벌어진 입에서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오고 세차게 진동하는 사철의 검이 휘둘러지고 그 생각을 끊어 놓았다.
"...너무 물러."
아프로머리의 사내가 중얼 거리며 팔짱을 끼었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만, 이런 범죄조직의 무리들이 한번 패배했다고 순순히 물러날꺼 라고 생각하는 점이나 그 근처에서 바로 야영을 준비하는 등의 행동.
자신이 꺼낸 레어코일로 하이퍼빔을 쏘는 척 하며, 싫은 소리로 전자장비들을 부셔놓고 대기중이었던 버터플로 미행을 시켜서 몰려 있던 무리들을 처리했다. 일련의 과정을 떠올리며 자신이 동행하고 있는 소년과 소녀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있는 사내는, 두 아이와 함께 있을때 보여주던 느슨하고 살짝 정신이 나간것 처럼 느껴지는 유쾌함은 느껴지지 않고 냉혹함만이 느껴진다.
그리고 레어코일이 자신의 자기장 주위로 끌어모은 사철을 진동시켜 만들어낸 채찍으로 단원들을 문자그대로 찢어놓고 피 냄새를 맡은 맹수들이 자신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지만 사내는 팔짱을 낀채 생각에만 잠겨 있다.
"크르릉."
찢겨진 고깃조각으로 시선을 던지던 링곰이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고 돌진하려는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충격파가 생겨났다. 순식간에 링곰의 복부로 커다란 구멍이 뚫린채 앞으로 고꾸라지고 사내의 앞에는 버터플 만큼이나 커다란 독침붕이 서 있다.
한쪽 송곳니는 끝이 부러진채 마모되어 있고, 오른쪽 다리중 하나는 완전히 절단. 그리고 오른쪽 눈도 함몰된채 하얗게 굳어있다.
주황빛에 검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야할 몸통에도 크고 작은 흉터들과 방금전의 돌진으로 인한 상처인지 수 많은 자상이 남아 있는 백전연마의 전사같은 모습의 독침붕.
자신 주변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두어번 고개를 흔든 사내가 몸을 돌리자 주변의 포켓몬스터들은 아무런 명령도 없었거만 주변의 풍경으로 녹아들듯 모습을 감췄다.
...
...?
체육관 리더들,라이벌,트레이너들 이쁘장한 애들은 전부 저린가루나 마비가루나 최면술 같은거 걸고 ㅣㅍ당.
○
아..
손발이오그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