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 1과 마찬가지로 이 버전으로 처음 접하고 도전과제 100% 완료하였습니다.
[스토리]
스토리 진행의 쾌감, 최종보스 클리어의 성취감 모두 1편에 미치지 못한다고 봅니다. 전작의 스토리가 진부하고 빈곤하긴 했어도, 왕도 판타지의 정석대로 술술 흘러가는 무난한 맛이 있었는데, 본작은 뚜렷한 캐릭터와 배경 설정이 무색하게 그 역할에 대한 서사가 매우 부실하고, 쪽대본처럼 뜬금없고 작위적인 전개가 이어져서 스토리에 몰입할 수가 없었네요. 동료들의 계속되는 죽음도 객원 멤버들이 적당히 활약하다 알아서 하차하는 인상이라 아무런 감흥이.. 이 게임에서 비장감을 느끼는 순간은 '반란군의 테마'와 필드에서의 '메인 테마'가 흘러나올때 뿐이었습니다.
[숙련도 시스템]
이쪽은 사전 지식 없이 제가 키우고 싶은대로 파티 전원을 방패 없는 이도류, 활 조합으로 밀고 나간 지라 고생을 많이 했네요. 전편과 달리 클래스에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육성 가능한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중후반까지 무기 종류를 여러차례 교체한 탓인지, 엔딩을 보고 최종 던전을 2차례 순회했음에도 숙련도가 12에서 올라가질 않더군요. 결국 무기를 최하급으로 맞추고, 적은 데미지로 많은 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16까지 찍긴 했습니다만, 이 때문에 도전 과제 완료까지 1편에 비해 8시간이 더 소요되었네요 ㅎㅎ;;
[던전]
1편의 미니맵은 빈방 내부까지 훤히 보여줘서 쓸데없는 노동과 허탈함을 방지시켜줬는데, 2편은 빈방을 미리 확인할 수 없는 데다가 맵도 더욱 지독하게 꼬여 있어서 결국은 공략을 보고 진행하였습니다..
조우가 힘들었던 몬스터는 제이드 근처의 맨티스킹, 카슈온성 1층의 고블린 프린스, 판데모니엄 6층의 철거인. 개별로는 전작의 데스머신처럼 극악의 확률은 아니었지만, 모아 놓고 보면 역시 도감 완료에 시간을 더 쓴듯 합니다.
[그래픽]
가장 할 말이 많은 부분. 이전 버전들의 플레이 영상과 비교해보면서 정말 많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거대전함 출진, 비공정 나포, 거대전함 파괴, 배 침몰, 비룡 등장, 회오리 진입, 판데모니엄의 부상 등, PS1 리메이크판에서 지금 봐도 수려한 2D 그래픽으로 작업되었고, 이후 GBA, PSP까지 쓰였던 컷신들이 죄다 잘렸나갔습니다.
<왼쪽이 2002년에 발매된 PS1 버전, 오른쪽이 2021년 픽셀 리마스터 버전입니다.>
저렇게 뽕차고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면들을 자른 이유는... 뇌피셜이지만 와이드 해상도용 소스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스퀘어에닉스의 의도가 '픽셀 리마스터'라는 모토에 걸맞게 패미컴 원판의 그래픽을 새로운 디자인 철학으로 전면 리뉴얼하는 것이었다면 그나마 용인해줄 수 있었겠지만, 캐릭터, 몬스터를 제외한 맵칩은 이전 리메이크 때 썼던 거 팔레트만 조정해서 그대로 재활용했습니다. 써먹기 편리한 부분은 가져오고, 귀찮은 부분은 배제하고.. 편의주의 선택적 리마스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네요.
[결론]
과거 원작에 참여했었고 이번 리마스터에도 합류한 픽셀의 어머니 시부야 카즈코 씨, 음악의 아버지 우에마츠 노부오 씨는 그 명함이 무색하지 않게 제 역할을 다 해줬습다고 봅니다. 이 쪽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네요.
하지만 상술했듯 무성의한 접근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들로 인해 픽셀 리마스터 발표에 호의적이었던 제 입장이 많이 돌아섰습니다. 저야 처음 클리어했으니 그냥저냥 의의가 남았지만, 이전 리메이크판을 해보신 분들에게는 구입을 만류하고 싶네요.
저는 그래픽적으로는 그냥 쏘쏘 했고, 젤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편의성과 음악 이었던 것 같네요. 특히 음악은 ㄷㄷ 옛날방식의 던전구조, 조우율, 전투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편의성 패치가 없었다면 이번 작품을 깰수 있었을까요? 저는 못깼을듯 ㄷㄷ 옛날 파판시리즈를 깼다는거 자체로도 만족합니다. 그래도 남들에게는 종합적으로 1,2편은 비추 3편만 추천하긴 할 것 같습니다 ㅎㅎ
음악은 정말 훌륭해서 잠시 이동을 멈추고 감상하게 되더군요 ㅋㅋ 저도 자동전투가 없었으면 1편, 2편 모두 중도하차했을 거 같습니다. 화려한 이펙트와 효과음 덕에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안 좋게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 과정을 즐겼던 거 같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는 이 작품으로 처음 2편 플레이 했는데 시스템이 이질적이라 힘들었어요. 말 그대로 공부가 필요했는데 익숙해지니 의외로 재밌어지기도 했습니다. 참 오묘한 게임 밸런스였어요.
'굴릴수록 단련된다'는 개념을 모든 수치에 적용해놓은 점이 당대 RPG 같지 않아서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연구 없이 물리 공격 몰빵으로 무식하게 밀고 나가서, 잘못 키우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끝까지 지울 수 없었는데, 부활+포션 무한 비비기에 황제도 결국 쓰러지더군요 ㅋㅋ 부족한 글 칭찬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