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팬픽] 유희왕 D-END 12화 작은 시작 거대한 악몽

[플엔에이션]

1. ...................

--

“아니, 이게 어떻게 된일일까요!? 유카리 선수 필드에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거기다 지금까지 유카리 선수가 소환했던 드래곤족 몬스터와 외형적차이로 봐도 드래곤이라 할 수 없군요.”

“그런 경우 꽤 있지 않나요? 드래곤이라는이름이 붙었는데 기계족이라던가. 사회자님은 드래곤족과 환룡족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나도 몰라.”

사회자와 해설자의 목소리가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길거리를 울린다.

표정으로 봐선 동공이나 손을 위로 드는 등의 몸짓조차 없어서 겉으로만 보면 놀란 것 같지도 않지만

사실 놀랐다면 이해한다.

눈앞의 소녀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붕대를 감은 왼쪽 얼굴을 패를 잡은 왼손으로 부여잡은 후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니까.

그 2-3초 후에 [푸른눈]을 제외한 두 드래곤이 사라지고, 드래곤이라 보기도 힘든이족보행 천사가 나타났다.

오른손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저 몬스터를 소환할 여유가 방금 전 휘청거림의 순간 단 2-3초만에있을 리 만무하다.

2장의 몬스터 카드를 제물로 바쳐 묘지로 보낸 후 저 몬스터를 소환하는과정에 단 3초라는 시간은 말도 안 된다.

심지어 상대가 제물로 바치겠다는 선언조차 하지 않은 채 2체의 드래곤이갑자기 사라지고, 그 직후 저 몬스터가 나타났다.

몬스터가 플레이어의 의사와 상관 없이 스스로 제물을 먹고 나타난 느낌이다.

놀라운 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아니, 이게 더 놀라운 점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몬스터, 종족과 능력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아바타의 시야 줌 인 기능과 듀얼디스크의 카드 정보 확인 기능으로 카드를 확인해도, 종족과 능력치에 더불어 효과마저 적혀 있지 않다.

그나마 확인 가능한 것은 이름과 속성, 그리고 레벨

또 하나 있다면 플레이버 텍스트 맨 위에 적힌 문구 정도다.

‘자신 묘지에 몬스터가 2장이상 존재할 경우 소환 가능’

저것이 소환 조건이라면, 이미 갖추고도 남는다.

이 듀얼 중 수많은 몬스터가 묘지로 보내졌으니까.

그런데 어디서 소환된 거지?

[블리자드 드래곤] 소환후 상대 패가 줄어든 모습은 없었다.

그렇다면 ‘엑스트라 덱’인가?

일단 어디서 소환됐는지, 일부 카드 정보는 왜 깨져서 나오는지는 넘어가자.

외형만 봐서는 방금 전까지 사용했던 드래곤족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공룡이라 보기도, 거기다 해룡이나 환룡이라 보기도 어렵다.

인간의 아바타처럼 두 손 두 발 다 가지고 있다.

흰색의 강철로 된 부분이 있으니 기계족인가?

아니, 저 금속은 갑옷처럼 보인다.

그 안쪽으로 검은 보디 슈트가 보인다.

머리는 같은 색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헬멧에 가까워 보인다.

전사족인가?

아니, 잘 보면 등에 날개 같은 것도 있다.

[엔젤]이라는 이름처럼천사족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이 게임, 이름과 외형만으로 종족을 판단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이많다.

종족도 넘어가자.

문제는 공격력이다.

듀얼디스크에 세로로 놓여있으니 공격 표시일 것이다.

그런데 공격력 수치가 깨진 파일처럼 나온 탓에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아직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미스트 바디]가 있는한 [데몬]은 전투로 파괴되지 않을

강철의 천사의 손에 어떤 것이 들려진다.

가로로 길고 한쪽에는 구멍 또 한쪽에는 손가락으로 당길 수 있을만한 것이 있다.

마치 ‘총’ 같은

철컥

구멍 아래에 부착된 네모난 것을 당기는 모습, 그리고 방금 전 소리

그냥 총이 아니다.

‘산탄총(Shotgun)’이다.

펑! 방아쇠를 당기자 거대한 총성이 귀를 울린다.

그런데 내 머리는 이걸 총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총성이라 치기엔 커도 너무나도 크고 고막이 울려도 너무 울려댄다.

그래, 총이 아닌 ‘대포’가 발사된 것 같은 소리다.

귀를 찢을 것 같은 그 소리에 다행히 고막이 찢어지지는 않았다.

그 소리가 찢은 것은……

“앗, [데몬]의 모습이!?”

사회자의 말에 내 시야는 무의식적으로 [데몬]에게 향했다.

딱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평소 살덩어리에 뼈를 두른 색깔에 데몬……

색깔?

[미스트 바디]로 안개가돼서 전부 흰색이여야 할 텐데?

당황하는 내 눈은 다른 카드들로 향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스트 바디], 아니그에 더해 리버스 카드 1장에 수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것도 하필 [일기가세]다.

파괴 효과를 겸비한 몬스터였나?

그렇다 해도 저 소녀는 발동 선언을 하지 않았다.

선언했다면 거기에 체인을 걸어 [일기가세]를 미리 발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 파괴할 뿐이라면 발동한 카드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

방금 전 소환도 그렇고, 마치 저 몬스터가 주인의 의사나 체인처리마저 상관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

플레이어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몬스터가 아니다.

마치 자아를 가진 것 같다.

천사는 다음 행동을 취한다.

왼손으로 산탄총을 잡고 오른손으로 방아쇠 위에 달린 둥근 무언가를 돌린다.

오븐 다이얼 같이 생겼지만, 튀어나온 부분은 원 중심으로 60도 정도

줌 인 기능으로 다이얼을 자세히 본다.

멀리 볼수록 해상도가 떨어지는 기능이지만, 적어도 다이얼에 적힌 문구를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벅 샷(BuckShot)’이라 적혀 있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60도 돌린다.

그러자 새로운 문자가 나왔다.

‘슬러그(Slug)’

산탄총은 ‘셸(Shell)’이라불리는 작은 구슬이 들어있는 탄환을 사용한다.

방아쇠를 당기면 셸에 내장된 화약이 폭발하여 작은 구슬들에 추진력을 더해 목표물에게 날아가게 한다.

그렇게 나오는 구슬의 속도와 날아가는 범위, 그리고 양과 단단함 더한다면그 위력은 목표를 꿰뚫기 보단 갈갈이 찢어놓는 것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내 필드의 카드 2장을 파괴한 원리가 바로 그런 것

벅 샷은 사슴 같은 준수한 크기의 육상생물을 잡을 때 사용하는 셸의 애칭 같은 것이다.

그러나 슬러그는 다르다.

슬러그탄은 산탄총으로 발사하지만 ‘산탄이 아니다’.

작은 구슬이 들어있는 산탄과 다르게 슬러그는 거대한 납덩어리 하나만 들어있다.

발포 원리는 산탄과 비슷하지만, 발포된 납탄은 목표물을 찢는 것을넘어 ‘파괴시켜 버린다’.

애초에 곰이나 코끼리 같은 거대한 맹수를 사냥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인간한테 쏜다면 팔다리 하나를 잃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수준

복부에 쏜다면 내장은 가루가 되고, 머리에 쏜다면 두개골이 통째로부서질 것이다.

그런데 방금 전 설명이 지금 듀얼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듀얼 외적으로 그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펑!

총성보단 포탄 발포음에 가까운 것이 귀를 울린다.

다이얼에 신경 쓴 나머지 저 몬스터가 이미 목표를 조준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방심하고 있던 단 1초

물컹한 것이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데몬]의 상반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아있는 하반신 주변으로 크고 작은 파편들이 튀었다.

어느 것은 뼛조각 또 어느 것은 살점

그리고 [데몬]이 터질 때와 똑같은 소리가 뒤에서 한 번 더 들려왔다.

“어?”

내 뒤에는 관중 몇 명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듀얼은 홀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어느 정도의 물리적 데미지는 감수하야 하지만, 듀얼에 상관없는 사람까지휘말릴 일은 없다.

방금 전 슬러그가 관중의 머리를 날려버릴 리 없

……다는 생각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날아간 관중의 머리는 아랫니와 턱뼈 그리고 기도인지 식도인지 구분이 안가는 구멍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은 부분은 바닥에 떨어진 가루가 되지 않은 머리였던 살점과 이빨 몇 개 그리고 눈알 하나뿐이었다.

……관중들이 조용해진다.

작은 소곤거림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방금 전 전투로 내 라이프에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듀얼과 상관없는 내 정신에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앞을 본다.

상대였던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한쪽 눈을 붉힌 채 그 눈과 같은 방향의 손 하나만으로 슬러그를 쏜 천사가 내뿜는 ‘살의’뿐이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회자 진의 목소리다.

“오, 나이스 샷.”

“끼야아아아아아!!!!!!!?”

한 관중의 비명과 동시에 주변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되었다.

관중들은 천사가 있는 듀얼 필드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박자조차 맞지 않는 발소리가 침묵 뿐이었던 주변을 메운다.

그 발소리들은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들려오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여기서 도망치지 않은 것은 나를 포함해 소녀, 그리고 사회자&해설자 역할인 진과 레이뿐이었다.

사실 나도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천사의 헬멧에서 나오는 붉은 눈이 나를 주시한다.

저것은 목표물을 향한 주시인지 살의인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그 눈에 온몸이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제발, 움직여 제발!

그때도 발만 바닥에서 땠어도 형은 죽지 않았다고!

달려오는 트럭에 당황해서 발이 달라붙지 않았어도 트럭을 피할 수 있었다고!

여기서 움직이지 못하면 결국 엄마 말 대로 아니야?

거대한 트럭도 아니야! 겨우 작은 납 덩어리일 뿐이라고!

그런 작은 거에 겁먹지 마! 움직이라고!

……그리고 두 발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그 발을 때게 한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발부터 머리 끝까지 울려대는 거대한 진동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동시에 10층은되어 보이는 빌딩 한 체가 하늘 위로 날아간다.

저 멀리 보이는 땅에서 생겨난 싱크 홀은 수많은 건물과 구조물을 집어삼킨다.

그 위로 보이는 거대한 하얀 무언가

일정한 규격의 틈새가 벌어진 그것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마디 몇 개가 땅 속에서 나와 일제히 움직인다.

그리고 그 머리는 싱크 홀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지렁이…?

아니, 지렁이가 아니다.

머리 없는 지렁이라면 그렇게 우릴 노려보지 못할 것이다.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은 붉은 눈초리

‘뱀’이다.

흰 금속으로 된 거대한 뱀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굵고 기다란 몸, 거대한 눈에서 발산되는 사람만한 눈동자

정확히 누굴 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커다란 눈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그 시야에 우리는 그저 지나가다 밟는 개미처럼 보일 것이다.

‘거대한 악몽’이 온몸을짓누른다.

To be continued

--

인생은 거대한 난관이요, 그 끝에는 무엇이 있으랴

보이지 않으니 그 답은 아무도 모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