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대서양 전선에서는 미국 보스턴에서 출발해서 북대서양을 거쳐 영국 리버풀까지 이어지는 보급선들의 항로가 있었는데
이 항로의 정중앙에는 대서양 중앙 격차(Mid-Atlantic Gap), 일명 블랙 핏(Black Pit)이라고 부르는 구역이 있었음
실제로는 일주일 정도만 항해하면 순조롭게 돌파 가능한 지역이지만, 현실은 이곳에서 태평양 전쟁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해군 승조원들과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음
딱히 위험할 곳도 아닌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닌 것이
이 루트의 주 이용자들은 바로 탄약, 무기, 식량 등 수많은 군수물자들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는 미국의 호위선단들이었음
당시 식량부터 무기까지 모조리 미국에게 의존해야 했던 영국에게 이 루트가 막히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당연히 미국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미국은 태평양 전쟁을 치루는 상황에서도 빠듯한 함대들을 쪼개어서, 영국도 자기네들 없는 살림 죄다 털어서 엄청난 수의 군함들을 선단과 함께 묶어 호위선단을 편성해서 보냈지만
당시 북대서양은 공포의 나치 독일의 유보트들이 바다를 휘젓고 다녔던지라 이 호위선단도 먼저 잠수함을 발견 못 하면 상선들과 함께 줄줄히 침몰하기 일쑤였음
물론 이 당시에도 대잠초계기가 뜨는 순간 그 천하의 유보트도 닥치고 숨어지내야 했기 때문에 출발지인 캐나다 서부 해안이나 도착지인 영국 근처에서는 연합군 항공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비교적 안전했지만
당시 항공기의 항속거리 문제 때문에 최대한 루트를 단축시켰음에도 저렇게 항공기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간이 생기게 됨
당연히 유보트 지휘관들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블랙 핏에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유보트들은 호위선단을 집중적으로 노렸고 연합군 호위선단들은 구축함이 일을 잘 해주길 빌던가 아니면 하나님에게 제발 안 걸리게 해달라고 빌면서 지나가야 했음
물론 미국은 이 루트를 포기할 생각은 죽어도 없었기 때문에 독일이 항복할 때 까지 블랙 핏을 통과하면서 수많은 호위선단들이 영국에 물자를 공급했지만,
그 희생 역시 막대해서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3500척의 상선과 175척의 군함들이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아야 했음
불행 중 다행히도 독일도 유보트를 여유롭게 굴릴 상황은 아니었던 지라 생각보다 많은 선단들이 영국에 무사히 도착하는 데 성공했고
저 지옥의 고속도로를 뚫고 들어온 소중한 물자들은 결코 낭비되지 않고 연합군 재반격의 기반을 마련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