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어제는 그래도 몸통이라도 빼꼼 보여주던 마테호른이 오늘은 구름속으로 완전히 숨어버렸네요.
시차 적응중이라 일찍 깨서 새벽 근방 산책을 했습니다.
평범한 조식입니다. 유럽에서 먹는 조식이 다 거기서 거기죠.
빵, 잼, 햄, 과일, 치즈, 커피, 요거트.
조식 먹다보니 새벽에 걸었던 길로 양떼가 지나가더군요.
조식을 먹고 일단 나왔지만 구름 끼고 비가 많이와서 뭘 해야할지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일단 마을 돌아다니며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매표소와 돌아다녀보며 상황 파악을 좀 해봅니다.
결국 이러다 오늘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 보내겠다 싶어서 무작정 하나 골라서 타고 올라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고른 선택지가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 케이블 카입니다.
워낙 높다보니
케이블카를 두번이나 갈아탑니다.
시간도 오래 걸려요. 10시에 탔는데 전망대 도착하니 10시 40분이네요.
전망은... 구름이 너무 끼어서 제대로 보이는게 없었습니다. 흑흑.
당연히 전망대에서 마테호른 그림자도 못볼줄 알았는데요.
기적적으로 빼꼼하고 보여주더라고요.
구름 사이로 간신히 20분 가량 보여준 이 모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지대가 높아 구름 틈 사이로 보이는 절경이 멋집니다.
아무 의미도 없어보이는 곳에 좌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린거 보니 좀 기괴합니다.
전망대는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작은 극장에서 마테호른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는 곳도 있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빙하속 얼음동굴도 있습니다.
근데 그냥 얼음 동상 몇개 있는 얼음 동굴입니다.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도 있어서 가볍게 산책하거나 스키 타러 나갈수도 있으나 날씨가...
혹시 구름이 살짝 걷혀서 마테호른 전체를 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봤지만
구름이 안걷혀서 점심쯤 가지고 올라온 빵을 먹고 내려갔습니다.
내려갈때는 구름이 많이 걷혀서 올라올때 하나도 안보이던 빙하가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멀리는 여전히 안보이지만 빙하 가까이 케이블카가 지나가서 감탄을 하며 구경을 했습니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이 날씨에 빙하위를 트레킹 하는 분들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대단한 분들입니다.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는 중 아직 오후 2시밖에 안되어서 뭘 해야할까 하다가 지도를 보며 고민하다보니
케이블카 중간역에서 시작하는 Moos 트레일이 보이더군요.
평가도 좋고 거리도 적당하고 트레일 끝이 체르마트 마을이라서 마지막 케이블카에서 내려 트레킹 하기로 결정합니다.
비가 상당히 많이 내리지만 이럴때 대비해서 준비해온 우비가 있어서 나름 즐겁게 걸었습니다.
길 분위기는 스위스 풍경 하면 떠올릴수 있는 전형적인 시골 분위기입니다.
트레킹 다 끝내고 숙소에서 씻고 저녁 먹고 났는데도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개기 시작합니다.
아직 한참 밝아 오해하기 쉬운데 오후 9시인데도 이렇게 밝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아닌데도 이렇게 밝아도 되나 싶은데 한여름에는 어떨지 상상이 잘 안가네요.
날씨가 워낙 좋고 선선해서 밤(?) 산책을 합니다.
어제는 못보고 지나쳤던 마테호른 유리컵.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기념품으로 살려고 했고 스위스여행 카페에서도 강력 추천하는 기념품이지만
유리가 너무 얇아 가벼워서 싸구려 느낌이 드는게 마음에 안들더군요.
크리스탈 같이 짱짱하게 만들면 안됐을까요. 그럼 너무 비쌌을까요.
구름이 많이 개여서 그럴까요. 어제와 마을 분위기가 너무 많이 다릅니ㄷ... 저거!?
오!?
ㅇ오오오오오오!!
결국 마테호른 전체를 봤습니다!
이 시간이 밤 9시 30분이네요. ㅎㅎㅎ
이럴때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진작에 영업 종료할 시간이죠.
이렇게 또 하루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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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새벽 5시)부터 깼습니다.
이쯤 되면 시차 적응 문제가 아닌거 같지만 일단 잠은 푹 잤으니 문제 없습니다.
오늘은 오후 5시까지 융프라우가 있는 그린델발트까지 가야합니다. 이유는 후술하겠습니다.
조식 먹기는 이르고 창밖을 보니 구름 한점 안보이는 최고의 날씨입니다.
혹시나 일출에 마테호른이 노랗게 물드는 황금 호른을 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아침 산책을 나갑니다.
어제 그렇게 비가 많이 온게 거짓말처럼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인터넷으로 추천 받은 뷰포인트로 이동해서 일출로 햇빛을 받을때까지 대기해봅니다.
초여름 접어드는 날짜지만 체르마트 마을 자체가 해발 1천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서 쌀쌀합니다.
하지만 가져온 경량패딩과 바람막이가 든든합니다.
끄트머리부터 물들기 시작합니다!
일출에 금색으로 물든 황금호른입니다.
중간에 구름이 생성되서 걸려있지만 그래도 너무 멋진 풍경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금색 일출이 평범한 햇빛이 되면서 색이 돌아오지만
이것도 멋지네요.
지나가던 분께 부탁드려 기념 사진 한장.
돌아와 짐 다 정리하고 조식을 먹으며 마테호른을 감상해봅니다.
오늘 체르마트에서 보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후 5시까지 그린델발트로 갈려면 못해도 오후 1시, 여유롭게 갈려서 12시 기차를 타야하거든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평가가 좋은 수네가(Sunnegga) 호수 트레킹을 하기로 합니다.
정확히는 수네가 호수와 스텔리시(Stellisee) 호수 사이를 왕복하는 트레킹입니다.
5대호수 트레킹이라고 유명한 트레킹이 또 있지만 4시간 이상 걸리기에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즌 오픈을 안해서 수네가부터 해서 걸어 올라갈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저희가 체르마트 떠나고 몇일 안있어 오픈했다고 하더군요.
수네가는 산악열차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갑니다. 생각보다 긴 터널을 올라가더라고요.
어쩐지 수네가 올라가는 곳에 아무리 찾아봐도 케이블카가 안보인다 했더니 땅속에 푸니쿨라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수네가 정류장을 딱 나오면 반겨주는 제주 올레길의 상징 "간세" 입니다. ㅎㅎㅎ
아무것도 모르고 올라와서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서 있는 간세를 본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가십니까?
너무 반갑더라고요.
간세가 반겨주는 트레킹 길을 마테호른을 등지고 걸어봅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해발 3~4천미터에 이르는 만년설에 덮인 산에 둘러싸여서 걷는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걷는 환상적인 길입니다.
손 뻗으면 잡을 수 있을거 같은데 어림도 없는 어마어마한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여서 걷는거죠.
그 끝에 있는 작은 호수는 개인적으로 호수 그 자체보다 호수를 둘러싼 자연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근데 여기 날벌레가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산에서는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호수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표지판의 시간은 숙련자 기준인듯 저랑 어머니가 열심히 걸었는데 표시된 시간을 간신히 맞출만큼 빠듯했습니다.
비숙련자면 표지판 시간을 믿지 마시고 여유를 가지고 트레킹 하세요.
돌아가는 길은 역순이죠. 하지만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걷는다는게 좋았습니다.
구름속에 숨었지만요.
가다보니 5대호수 트레킹에 속하는 호수로 추정되는 호수도 빼꼼하게 보입니다.
빙하 녹은 물이라 옥색인게 특이합니다. 절대 녹조 같은게 아닙니다. 애초에 녹조로 저 색이 안나오지만요.
왼쪽에 작은 호수가 수네가 호수입니다. 조금만 더 작으면 호수가 아니라 연못이라 해야할거에요.
잘 안보이시겠지만 호수에 작은 자갈밭과 아이들 놀이터를 조성해 놓아서 가족 나들이 오기 좋아 보입니다.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한 수네가 호수. 아직 날이 추워 물놀이 하는 분은 안계셔도 발 담그는 분들은 많이 보입니다.
이제 체르마트로 돌아가 기차 타고 그린델발트로 갈 시간입니다.
벌써부터 아쉽네요.
그리고 여담으로 체르마트-마테호른에서 유명한 산악열차로는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전망대가 있습니다.
여길 못가고 못탔다는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마테호른 볼만큼 많이 보기도 했고 시간도 없고해서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12시 30분. 이제 융프라우가 있는 그린델발트로 이동합니다.
기차 탈때 짐은 항상 좌석 옆에 뒀습니다. 1등석이라 가능한 여유죠.
스위스패스 구매할때 15일 기준 65만원의 2등석이냐 95만원의 1등석이나 고민하다가
이래저래 돈 아끼며 다닐 여행길인데 기차라도 편하게 타보자는 생각에 구매한 1등석인데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 됐습니다. 기차 타고 이동하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1등석에서 편하게 타고 다니니까 내리는게 아쉽더라고요.
스위스에서 맛있게 먹은 500ml 초코 우유입니다. 개당 1프랑(약 1400원)의 행복.
기차 타실때 전광판 보면 1등석 차량 위치가 표시 됩니다. 타는 위치도 알파벳으로 표시되니 잘 보시고 타시면 됩니다.
그리고 체르마트 갈때도 느낀거지만 환승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환승하면서 대기 시간이 20분을 넘기는 경우가 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딱딱 맞아 떨어집니다.
연착도 잘 없고 표시도 잘 되어있으며 버스 정류장도 가까워서 대중교통이 정말 너무 편리했습니다.
2층 좌석도 자주 앉았습니다. 높이도 높이지만 2층 천장도 높아 쾌적하고 승객이 적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창밖만 구경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기차 타고 가다보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웅장한 아이거 북벽(North Face)!
위쪽이 구름에 가렸네요. 이게 절경인데...
그린델발트의 뒷산(?)...
여기는 그냥 고개만 돌리면 절경입니다. 마을이 해발 1천미터에 있는 것도 있지만 사방의 산들이
다 만년설에 해발 2~4천미터의 거산들입니다.
이곳에서 총 3박 예정이며 그중 1박은 산장에서 할겁니다.
오직 케이블카로만 접근 가능한 Berggasthaus First 입니다.
예약할때는 몰랐는데 가서 보니까 케이블카 정류장과 한건물이더라고요.
이런 높은 곳의 산장은 여러가지 문제로 접근하기도 힘들고 예약도 힘들고 비싼데 어쩌다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접근하기도 쉽고 평점도 매우 좋아서(부킹닷컴 기준) 예약했습니다.
일단은 그린델발트 역에서 융프라우VIP 패스 6일권을 끊습니다. (나중 이야기지만 실제 사용은 5일 했습니다.)
그리고 걸어서 피르스트(First)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이동.
케이블카 오픈과 막차 시간표입니다.
사진 찍을때 시간은 오후4시. 체르마트에서 1시간 정도 더 보낼수 있었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있을수 있었으니 여유를 가지고 오는게 맞겠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데 정말 웅장합니다. 그리고 초원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중간중간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고요.
그리고 사진은 안찍었는데 피르스트는 액티비티로 유명합니다. 서서 타는 자전거나 카트요.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다보면 산길을 자전거와 카트 타고 내려오는 많은 분들이 보였습니다.
재미 있어 보였는데 저는 안탔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런 액티비티 못하시는 것도 있고
저도 하면 좋고 안하면 말고 하는 주의라서요.
그냥 주변 산세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피르스트 정류장입니다. 그리고 산장이자 오늘 1박할 숙소죠.
리셉션은 식당과 겸하고 있습니다. 이거 찾느라 헤맷죠.
체크인하고 저녁 예약(1인당 20프랑)까지 하고 방 안내를 받습니다.
방으로 가는데 미로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더군요. 가면서 구조를 보니까 스키 장비 수납하는 곳 대여하는곳 같은게
잔뜩 있는거 보니 숙박보다 스키어를 위한 임시숙소(?)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배정 받은 숙소는 깔끔하기도 하고 창밖을 보면 뷰도 괜찮고
공용 욕실은 알고 간거라 문제는 없는데
문 손잡이 옆에 전등버튼 아래 전기 콘센트 보이시죠? 전기 콘센트가 저거 하나입니다.
정말 저거 하나에요.
핸드폰과 보조배터리와 시계 충전한다고 생쑈를 했네요.
짐 풀어 정리하고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있으니 주변을 둘러봅니다.
케이블카 마감 시간 때문에 5시가 넘어가자 그 많은 사람들이 싸악 사라졌습니다.
이 넓고 아름답고 웅장하며 조용한 이 풍경을 독차지하는 듯한 느낌...
시간이 지나지 구름도 걷힌 아이거와 아이거북벽입니다.
왼쪽에 절벽에 난 길은 피르스트 클리프워크(First Cliff Walk) 입니다.
그냥 평범한(?) 절벽길이에요. 뷰가 멋져서 몇번을 왕복하면서 구경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너무 자유롭게 돌아다녔어요.
저녁은 스프-본요리-후식 으로 나오는 코스 요리입니다.
스프는 야채스프인데 오뚜기 스프 맛이 났습니다.
진짜에요.
본요리는 스파게티와 작은 스테이크입니다. 무난했습니다.
후식은 초코크림에 딸기와 화이트초콜릿이 올라갔습니다.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네요.
유리병에 들어있는 센스가 이쁘더라고요.
이게 저희가 먹은 처음이자 마지막 스위스 외식입니다.
그 이후로는 뭐 사먹을 엄두도 안나는 미친 물가입니다. 기본 1인당 5만원은 생각해야되요.
그냥 쿱(COOP) 마트에서 사먹는게 양도 많고 마음도 편해요.
그리고 느낀거지만 스위스 음식 맛없는 나라중 하나인거 같아요. 나중에 말하겠지만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도 맛이 없더라고요. 대체 왜?
저녁먹고 소화시킬겸 다시 주변 산책. 그 사이에 구름이 더 걷히고 노을이 멋졌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저 넓은 초원이 우리 독차지에요. 앉아서 멍 때리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구름이 걷히는게 보였습니다.
이거 잘하면 별도 보일려나?
정답이었습니다.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로 이 정도 잡힙니다.
여행 다니면 종종 별 보기 도전은 해봤지만 실제 이 정도로 쏟아지는 별.
그리고 은하수 끄트머리나마 본건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잊지 못할 밤이 됐습니다.
알프스 최고네요. 사진 잘봤습니다 효자추b
감사합니다. ^_^
엄청나네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