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는 '대리석 황제(마르마로메노스 바실렙스)'라는 전설이 있다.
콘스탄티노스 11세가 사실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성전에서 죽지 않았으며,
언젠가 제국과 백성들을 구하러 돌아올 거라는 이야기.
그가 천국에 잠든 채 귀환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전설은 점점 부풀어올라,
천사의 인도로 살아남은 콘스탄티노스가 대리석으로 변한 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수복할 날까지 금각만 아래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다는 '대리석 황제' 전설이 되었다.
근대까지 살아남은 이 전설은 그리스 독립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리스 왕국의 국왕 요르요스 1세가 자신의 후계자 이름을 '콘스탄티노스'라 지은 것이다.
(그가 바로 콘스탄티노스 1세다. 이 사람도 말년 운은 별로였다.)
여담이지만, 백성에게 사랑받은 영웅이 죽지 않고 어딘가에 잠들어있다는 전설은
세계 곳곳에 흔하게 퍼져있는 민담 형태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아발론에 잠들어 있다 전해지는 아서 왕이 있다.
???: 이제... 제발... 이... 동상... 에서... 날... 꺼내... 줘...
전설대로라면 콘스탄티노스 11세는 콘스탄티노폴리스가 그리스인들의 품에 돌아와야 대리석 상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텐데, 지중해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어째 영원히 동상의 형태로 있어야 할 판국입니다...
1. 외교력이 부족하긴 했지만(메흐메트 2세에게 오르한과 관련하여 되도 않는 협박을 했다가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메흐메트 2세가 침공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어버렸죠), 그런 전설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콘스탄티노스 11세란 황제가 명망이 있었다는 증거겠죠. 사실 선대 팔레올로고스 황제들이 내전을 벌이면서 로마 제국을 회생 불능 수준으로 말아먹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콘스탄티노스 11세가 다른 팔레올로고스 황제들보다는 더 나았으니 로마인들의 지지를 받았으리라 짐작됩니다. 2. 실제로 콘스탄티노스 11세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고 하죠. 게시물에서 언급하셨던 것처럼 신생 그리스 왕국의 국왕 중 콘스탄티노스 1세라는 사람이 있긴 했는데, 문제는 콘스탄티노스 1세 시기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수복할 기회를 놓쳐버린 탓에 시민들의 지지를 잃어 왕정이 폐지되어버렸죠. "메갈리 이데아" 사상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직후 오스만 제국이 붕괴되는 시기 그리스 왕국이 아나톨리아까지 욕심 내지 말고 그냥 콘스탄티노폴리스만 수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