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국음식이라고 써놓긴 했지만 사실 굴라쉬는 헝가리가 원조인 음식입니다. 다만 이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중유럽이고 동유럽이고 어디서건 다 먹는데다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에서도 전식으로 많이 만들어 먹었죠.
심지어 2차대전 미군 전식 레시피북에도 굴라쉬가 있는 것을 찾았는데 언젠간 그것도 만들어서 이거랑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볼 생각입니다 :)
1942년식 독일군 굴라쉬 레시피는 두 가지로, 하나는 신선한 고기로 만드는 굴라쉬, 하나는 콘비프 통조림으로
만든 굴라쉬가 있습니다. 저는 빅토리아 시대 커리를 해먹고 남은 소고기를 빨리 해치워야 했기에 전자를 택했죠.
하지만 고기 양이 너무 많아서 반은 짬밥으로 만들고 반은 가정식 스타일로 조리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재료는 소고기, 돼지고기, 라드, 감자, 양파, 마늘, 밀가루, 파프리카가루, 카이옌페퍼가루 쿠민가루, 소금,
후추로, 그다지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만드는데 시간이 좀 들지만 조리 자체는 매우 쉽습니다.
일단 짬밥 굴라쉬와 함께 먹을 감자를 삶아놓습니다. 독일군은 굴라쉬를 감자나 파스타와 함께 먹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종류의 파스타와 먹었는지는 써있지 않았기에 그냥 감자를 택했습니다. 그냥 소금으로
기본간을 해서 삶아놓고 옆에 방치시킵니다 :)
양파를 손질해줍니다. 오른쪽은 가정식 스타일로 만들 굴라쉬용, 왼쪽은 짬밥용으로,
둘의 모양을 다르게 썰어줍니다.
고기 손질 헠헠 왼쪽에 있는 고기는 일반 굴라쉬용으로, 그냥 돼지고기만 사용하기로 했고,
오른쪽의 고기조각들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반반입니다. 독일군은 굴라쉬를 만들 때 소고기,
돼지고기, 또는 둘을 반반 넣어 먹었다는군요.
이제부터 조리법에서 일반 굴라쉬와 짬밥 굴라쉬의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데, 짬밥용은 고기를
볶기 전에 파프리카와 소금 후추로 양념을 해서 재놓습니다.
굴라쉬를 만들 때 반합 본체와 뚜껑을 모두 사용하는데, 뚜껑으로는 고기를 먼저 볶습니다.
뜨거운 뚜껑에 라드를 녹이고,
고기를 대충 볶아줍니다. 시어링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오래 할 필요는 없죠.
다만 뚜껑이 작아서 두세 번에 나눠서 볶았습니다. 거기다 기름이 엄청 튀는게 참
안습했어요 ㅠ
고기를 다 볶으면
끓는 물을 붓고 불 위에 좀 더 둬서 바닥에 붙어있는 양념과 육습을 모두 회수합니다.
고기는 다 됐으니 옆으로 치워놓고 이제는 양파를 볶아줍니다. 역시 라드를 넣어 볶죠.
소금과 후추로 대충만 간을 하면 됩니다. 양파가 다 볶아지면,
뚜껑에 담겨있던 고기를 반합에 넣어 합쳐줍니다 :)
뽀글뽀글
어느정도 한 번 끓이고 나면
뚜껑을 닫아서 약불에 놓고 끓여줍니다. 레시피에는 돼지고기만 넣었을 경우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소고기를 넣었을 경우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 끓여주라고 나와있습니다. 저는 배고파서 그냥 한시간
반만 끓여줬습니다 ㅋ
두시간 반 뒤에 뚜껑을 열으면 꽤 많이 국물의 양이 줄어있는데, 여기에 밀가루 푼 물을 넣어
국물을 좀 더 걸쭉하게 만들어 약간 더 끓여주면 완성입니다.
일단 먹어보니 맛은 참치찌개랑 비슷합니다. 다만 이번 여름에 동유럽 여러 나라들을 다니면서
여러 버젼의 굴라쉬들을 먹어봐서 맛은 대충 어떨지 예상하긴 했습니다. 일단 짬밥으로서는 훌륭한
맛이 나네요. 물론 전시에 야전에서 실제 저 재료와 조리법을 FM으로 지키긴 어려웠겠지만요.
어쨌든 감자랑 아주 잘 어울리고 상당히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짬밥으로 대충 허기를 달랬으니 이번엔 가정식 굴라쉬를 만들어봅니다. 유튜브에서 AlmazanKitchen 영상을
많이 참고해서 만들었으니까 이건 세르비아 스타일 굴라쉬일겁니다. 하지만 영상과 완전히 똑같이 만들진
않아서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썼다던가, 월계수 잎을 안 넣었다던가 등등
먼저 팬에 라드를 녹이고 소금과 후추로 기본간을 해서 양파를 볶아줍니다.
볶은 양파를 냄비에 담아 팬을 비워주고
또 팬에 라드를 녹여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돼지고기를 볶아줍니다.
여기에 대충 다진 마늘도 투척
거기에 쿠민가루, 카이옌페퍼가루를 추가로 넣어줍니다.
어느정도 볶아지면 파프리카가루도 대량으로 투척
거기다 레드 와인을 아주 조금만 넣어 알코올이 날아갈 때까지 볶아주고
뜨거운 물을 부어 고기가 물에 왠만큼 잠기게 합니다. 엄청 빨갛네요 ㅎㅎ
이대로 좀 끓여주다가
양파가 담겨있는 냄비에 합쳐줍니다.
이대로 뚜껑을 조금만 열고 좀 졸여주면
굴라쉬 완성! 사실 토마토 퓨레도 넣어야 하는데 집에 없었던고로 빼버려서 살짝 아쉬운
완성품이 나왔네요 ㅎ...
여름에 여러 곳에서 굴라쉬를 먹어봤지만 걸쭉한 것도 있고 수프같은 것도 있고 종류가 참 많았습니다.
찾아보니 세르비아에서는 굴라쉬를 만들 때 "살짝 걸쭉하지만 수프 같지는 않게"라는 기준이 있나보더군요.
먹어보니 믛... 재료도 정성도 더 들였건만 이상하게 1942년 독일군 짬밥 굴라쉬가 더 맛있습니다.
아마 제가 쿠민향을 그닥 안 좋아해서 호불호가 갈린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거기다 짬밥에는
돼지고기만 들어간게 아니라 소고기도 들어가서 둘의 식감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요. 그래도 재료에 엄청나게 차이가 많진 않았기에 맛이 아주 크게 다르진 않고 그냥 둘 다
참치찌개랑 비슷한 맛이었죠 :) 토마토를 제대로 넣었으면 훨씬 감칠맛이 났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좋소 4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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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쿠민이 우리가 양꼬치먹을때 찍어먹는 쯔란이랑 같은거죠? 저도 썩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자 굴라쉬 한번먹어보고싶긴하네여 ㅋㅋ
아주 좋소 4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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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뿌드 뽀르노 AlmazanKitchen 헑헑..
그거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되죠 ㅎㅎ
고기넣은 어니언스프맛 일 거 같네요. 재료만 보면 짭밥용이 제취향에 맞는 맛일거 같은데(향식료 및 향 강한걸 별로 안좋아함;;)
본문에 써놓은 대로 참치찌개맛입니다 ㅋㅋ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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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고기 찌개쯤 되는군요. 김치 담글 때도 고추가루 대신에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도 될까요?
네 고기찌개 정도 되는 음식입니다 :) 김치 담그실 때 일반 고춧가루 대신 파프리카를 넣으셔도 되지만 파프리카가 좀 더 비싸고 덜 맵다는 점 때문에 가성비로는 일반 고춧가루가 나을 수도 있죠 ㅎㅎ
쿠민이 우리가 양꼬치먹을때 찍어먹는 쯔란이랑 같은거죠? 저도 썩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자 굴라쉬 한번먹어보고싶긴하네여 ㅋㅋ
네 그거랑 같은거예요 ㅎㅎ 저도 아직까지는 그렇게 썩 좋아하는 향은 아닙니다 :)
덕국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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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에드... 오빠... 놀자...
이분 게시판은 브금 틀어놓고 봐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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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사과 카레 빌런이 또...
ㅋㅋㅋㅋ
독일군 식단에 등장한 굴라쉬와 곁들인 파스타 라는게 독일의 Spätzle 아닌가 싶네요
그것일 수도 있겠네요. 동유럽에 갔을 때도 기다란 파스타보다는 주로 뇨끼 위에 뿌려서 나오더라고요 ㅎㅎ
요즘 옆에 카테고리 지정 안 하고. 글 올리는 사람이 많아서. 대부분 자작으로 글이 올라오니. 정작 자작인 글이 자작일 거라 생각 안 하고 보게 되네요. 전 제목만 보고 유럽 여행하면서. 거기서 드신 음식인 줄....ㄷㄷㄷ
특이한 걸 해먹으려면 직접 만들어 먹는 수밖에 없어서요 ㅎㅎ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재료만 있다면 뭘 만들어 먹는게 쉬워져서 다행이예요 :)
라드는 뭔가요?
돼지기름입니다 :)
순무는 언제쯤 다루실건가요?
순무빵 이런거요? ㅋㅋㅋㅋㅋ 아직 계획에는 없는데 한 번 만들어볼까요 ㅋㅋㅋ
독일군은 짬밥도 잘먹었군요... 물자부족도 없나? 그냥 감자나 삶아먹었을줄 알았는데... 꿀꺽. 빨간 국물과 굵게굵게 토막낸 고기가 여간 군침돌지 않네요
전쟁이 길어질 수록 물자부족에 시달렸지만 그 이전까진 점령지에서 수탈하고 점령국들에게서 삥 뜯어 낸 걸로 그럭저럭 잘 먹고 다닌 것 같더군요. 다만 가뜩이나 전통적으로 독일요리가 기교가 없고 매우 단순한데 짬밥이기까지 하다 보니 독일군 짬밥은 꿀꿀이죽 같은 것들도 꽤 많아요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E0t2H0Z7wng 콜오브듀티 월드워2를 보다가 문득 배고파져서 '2차세계대전 짬밥'이라고 검색했더니, 상위권에 까나디엥님의 독일군 굴라쉬가 있더군요! ㅋㅋㅋㅋ 설마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셨을줄은 몰랐습니다. 어쨋거나 맛있고 재밌었습니다.
영상도 보셨군요 ㅎㅎ 콜옵 월드엣워 명작이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