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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작년 크리스마스 를 위해 만들어뒀다가 겨우내 두고두고 먹었던 그라브락스라는
음식을 소개합니다. 그라브락스는 14세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탄생한 저장음식으로,
어부들이 봄 까지 존버하기 위해 연어철인 가을에 열심히 고기를 잡아 그라브락스로 만들어
저장해 겨우내 먹었다고 하죠.
14세기 후반 서유럽에서는 르네상스로 문화와 예술이 꽃 피고 중세가 끝나갈 무렵인 것에 반해
북유럽은 서유럽의 문화와 기독교가 비교적 늦은 11세기에 전파되어 14세기에도 중세로 분류되고
있었으니 늘 주린 시절이었을 것입니다. 북유럽의 척박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고열량의
음식섭취가 필요했고, 연어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겠죠. Gravlax는 Gravad lax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으로, 직역하면 "매장한 연어"라고 합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그라브락스를 만들던 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가난한 어부들이 비싼 소금을 구해다 연어를 절이는 대신, 해변에 구덩이를 파서
연어를 몇 가지의 향신료와 함께 넣어 묻고 바닷물이 스며들어 자연스레 절여짐과 동시에 발효가
되게 했다고 해요. 바닷가라고 해도 염전이 많지 않아 소금이 귀한 건 제주도랑 비슷한 것 같네요.
제주도도 전통적으로 김치를 만들 때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바닷물을 퍼다 사용했다고 하죠.
덕분에 현대의 그라브락스와는 다르게 오리지널은 악취와 특유의 향으로 유명한 수르스트뢰밍과
비슷한 음식이었다고 전해집니다. 현대적인 방식은 72시간 정도 가볍게 숙성 시킨 뒤에 먹는 전채
요리로, 머스터드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 보편적이죠.
저는 바다가 없는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중세식이 아닌 현대식으로 만들어봤습니다.
그리고 물론 바다가 있었다 하더라도 모래랑 바닷물을 퍼다 만들기엔 21세기 지구는 너무 오염
되어서 ㅎㅎ... 필요한 재료는 매우 심플합니다. 연어, 설탕, 소금, 회향씨가루, 딜. 제가 사는
북미에서는 여섯 종류 + α의 연어가 서식하고 있어서 아무 거나 골라 살 수 있지만, 북유럽의
그라브락스 맛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대서양연어를 사왔습니다.
아무래도 대서양연어는 양식이니 가장 기름지긴 합니다 ㅎㅎ
역사적으로 서유럽에 비해 향신료를 구하기 힘들던 북유럽에서는 딜을 많이 애용했죠.
딜은 특히 연어와 잘 어울립니다 :)
그나마 가장 향신료스러운 회향가루. 이건 익숙하지 않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향이지만 역시 연어와 잘 어울립니다.
기름기 좔좔
가장 먼저 트리밍을 해줍니다. 뱃살 부분만 떼어내서 따로 먹고,
베이킹트레이 위에 올려놓습니다.
연어를 덮을 딜을 댕겅댕겅
연어에 소금을 팍팍
설탕도 팍팍
회향가루도 팍팍 쳐줍니다.
여기서 소금, 설탕, 회향가루의 비율은 1:1:1 이에요.
소금을 팍팍 뿌린 연어 위에 다진 딜을 덮어주면 그라브락스 만들기 끝(?)입니다.
엄청 간단하죠 ㅎㅎ
또 다른 베이킹트레이로 뚜껑을 덮어주고 냉장고에 넣으면 나머지 일은 냉장고가 알아서
해줄 겁니다 흐흫
최소 72시간을 숙성 시켜야 제대로 된 그라브락스지만 여차저차 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꺼냈을 때에는 색이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었죠.
일단 에피타이저니까 조금만 꺼냈습니다.
그라브락스에 뿌려 먹을 북유럽 전통소스를 만듭니다. 호브모스타르소스라는 것인데,
북유럽에서는 이것 없이는 그라브락스를 내놓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그라브락스 만큼
이 소스의 재료도 심플합니다. 매운 디종 머스터드, 딜, 그리고 흑설탕이 들어갑니다.
이것도 비율이 1:1:1입니다. 북유럽은 심플함을 좋아하나봐요. 먼저 흑설탕,
디종 머스터드,
섞섞섞
딜을 촵촵촵
잘 섞어줍니다.
호브모스타르소스 완성! 오홍홍홍
그라브락스에 새로 다진 신선한 딜을 올리고
가능한 얇게 썰어줍니다.
빵은 원래 호밀빵이어야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에 빵을 사러 가니 이것밖에
없더군요 ㅠㅠ
그래서 원했던 모양은 아니지만 두 종류로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ㅎㅎ
이 버젼은 제이미 올리버 형 버젼인데 이건 조금 이따 설명하기로 하고,
나름 만족스러운 크리스마스 만찬이었네요 ㅎㅎ
빵빵 레후
그리고 크리스마스로부터 한 달 뒤, 다시 그라브락스를 냉장고에서 꺼냈습니다.
숙성으로 색깔이 꽤나 변했죠.
하지만 속살은 아직도 핑쿠핑쿠합니다 //ㅅ//
사실 처음 사왔을 때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빵인데 이게 꽤나 맛있더군요. 그래서
호밀빵 안 사고 이걸 또 사왔네요 ㅋㅋ
호브모스타르소스 촵촵
딜 뿜뿜
그라브락스와 호브모스타르소스는 궁합이 쟝쟝맨입니다. 강추입니다 웅냠냠
크리스마스에 먹은 하루 숙성된 그라브락스보다 좀 더 짭짤한 대신 육질은 훨씬
부드러워져서 입에서 녹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소스의 싸한 매콤함과
달달함이 딜향과 어우러져서 진짜 맛나요 헠헠
(빵 빼고) 정통 북유럽식 그라브락스를 먹어보았으니 이번엔 제이미 형
버젼으로 갑니다.
위의 북유럽 버젼을 먹은 뒤로부터 약 2주 뒤, 다시 그라브락스를 꺼냈습니다.
이미 절여지고 숙성된 것이라서 3개월은 거뜬히 버팁니다 ㅎㅎ
제이미 형의 버젼에 필요한 재료로는 비트, 소금, 발사믹식초, 사워크림, 홀스래디쉬,
레몬, 올리브유
비트를 손질해주고,
물에 푹 익혀줍니다.
홀스래디쉬를 넣고
사워크림 듬뿍
레몬즙 쫙쫙
대충 섞어줍니다.
대충 섞이면 올리브유를 넣고
소금간을 살짝 해서 다시 잘 섞어줍니다.
그 다음엔 비트를 대충 으깨준 뒤,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
그리고 소금을 쳐서
잘 섞어주면 됩니다.
이제 그라브락스를 썰어주는데, 당시 아깽이 애옹이 육묘하느라 손이 엉망이네요 흨흨
애웅?
근데 사실 요즘 손이 더 아작난 건 안비밀
역시 이번에도 최대한 얇게 썰어줍니다. 이때는 이 버젼만 먹으려다가 북유럽 버젼이 하도
마음에 들어서 또 빵을 사왔습니닼ㅋㅋㅋ
연어연어
홀스래디쉬소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구하지 못해서 일반 채소로 대체했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구한 새싹,
비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딜을 살살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개인적으로 비쥬얼이 마음에 들어요 ㅎㅎ
이제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새싹이랑 말아먹으면 아삭아삭하고 상큼합니다 :)
이제는 소스를 비벼서 비쥬얼을 파괴한 뒤 먹어봅니다.
홀스래디쉬소스는 코를 찌르는 매콤함과 함께 시큼상큼한 맛이 있어서 역시나 그라브락스와
잘 어울렸어요. 며칠 뒤 부모님이 놀러오셨는데, 그라브락스 두 종류를 드려보니 아버지가
술안주로 짱이라고 흡족해하셨어요 흐흫
빵빵 레후~ 이후에도 부모님이 와 계신 동안 온가족이서 한 세 번 정도 더 먹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이번 겨울에도 그라브락스를 만들어 먹을까 했다가 어쩌다보니
못해먹었네요. 내년에 다시 만들어 먹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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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조와용 오홍홍홍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D
다음번엔 정말 오랜만에 짬밥을 올릴 예정이에요 :)
주방일 할때 매주 200킬로씩 연어 그라브락스 만들던게 기억이 나네요 ㅎ 약간 과정이 다른 점도 있지만 맛은 여전히 생각납니다 ㅎㅎ 그때는 만드는게 지겨워서 먹기 싫었는데 그만두고 다른 일 하게 돼니 그때 요리들이 그리워집니다 ㅠ
북유럽 요리라 하시니 Regular Ordinary Swedish Meal Time 이 떠오릅니다! 맛있겠어요 ! 굿뽀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에 자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답니다 ㅎㅎ
연어 맛있겠다,,,
확실히 짜긴 한데 설탕의 단맛으로 어느정도 가려지고 빵이나 채소와 같이 먹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ㅎㅎ
연어 맛있겠다,,,
연어는 어떤 방식으로 먹어도 맛있어요 오홍홍홍
헉 재작년에 담아둔 연어요리..엄청난 정성에 무슨맛인지 상상이 안가네요.
정성이랄 것 까지는 없고 그냥 냉장고가 알아서 열일해줍니다 ㅋㅋㅋ
감칠맛, 녹진함, 적당한 기름기.. 맛이 풍부할 것 같네요. 과정을 보니 건조 생햄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레시피나 먹는 방법 등에서요.. 냉장고 발명 이전에는 어느 지역이나 발효 보존식이 발달한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겠죠. 우리네 역시 마찬가지고요. 고수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글입니다.
네, 저장음식이다보니 햄과 만드는 법이 비슷합니다 ㅎㅎ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 수도권에서도 60년대 말이나 되서야 가정에서 하나 둘 냉장고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비교적 최근까지도 어느 집이고 저장음식은 필수였을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고수 아닙니다 //ㅅ//
리벤차
고수 맛있어용 오홍홍홍
오! 이런 연어요리는 제 구미에 맞다는.. ㅎ 도전해 봐야겠네요! 봄에 해먹어도 될까요?
더이상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니 언제든 해드셔도 괜찮아요 :D
북유럽 요리라 하시니 Regular Ordinary Swedish Meal Time 이 떠오릅니다! 맛있겠어요 ! 굿뽀유!
그 채널 쇼킹하죠 ㅋㅋㅋㅋㅋㅋ
아! 메이요네이즈! 잇츠 굳 뽈 유!
ㅋㅋㅋㅋㅋㅋ
와..딜과 향신료만 구하기 어렵지 않다면 만드는 것 자체는 간단하고 좋네요..!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확 납니다!
꼭 딜이나 회향이 없더라도 그냥 소금이랑 설탕에 절여놓기만 해도 야들야들하니 꽤 괜찮을 겁니다 ㅎㅎ
하..처음보는 연어요리네요 !! 정성담긴 음식, 정성담긴 글 비쥐엠까지 완전 좋아요, 맛나겠는데요!?ㅎㅎ
긴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제 취향이라 상당히 맛있게 먹었어요 ㅎㅎ
끝내주네요 이렇게 만드는 거였다니...진짜 맛나보입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에 자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답니다 ㅎㅎ
바이킹들이 한창 활동할 때 생겨난 음식은 아니지만 레시피를 봐도 재료를 봐도, 딱 바이킹 후손들이 먹을 법한 요리네요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중세식으로 땅에 파묻어서 만들었으면 상상 이상의 기괴한 맛이 났을 것 같습니다. 옹기 같은 그릇에 담아 봉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닷물 치는 맨땅에 묻는다니.....
네, 이미 기독교로 개종한지도 몇 백년이 지나고 더이상 유럽을 털고 다니던 시절에 만들어진 음식은 아니죠 ㅎㅎ 북유럽은 기후가 척박해서 그런지 은근 저런 종류의 음식이 많은 것 같아요.
맛이 정말 궁금하긴한데 딜이란 식물 맛이 젤 궁금
한국에서도 딜을 팔더군요 ㅎㅎ 한 번 사서 확인해보심이...!
주방일 할때 매주 200킬로씩 연어 그라브락스 만들던게 기억이 나네요 ㅎ 약간 과정이 다른 점도 있지만 맛은 여전히 생각납니다 ㅎㅎ 그때는 만드는게 지겨워서 먹기 싫었는데 그만두고 다른 일 하게 돼니 그때 요리들이 그리워집니다 ㅠ
그라브락스는 에피타이저인데도 매주 200킬로나 만드셔야 했다니 엄청 큰 곳에서 일하셨나보군요 ㅎㄷㄷ 멋집니다 :D
오 연어를 이렇게도 먹는군요
네, 연어도 먹는 방법이 은근 다양하답니다 :)
맛있어보여요. 맛도 궁굼하고요.
맛있게 먹었어요 ㅎㅎ 만드는 게 어렵지 않으니 한 번 도전해보세요 :D
숙성 안 된 연어랑 비교하면 어느 부분이 가장 차이가 큰가요?
숙성이 덜된 것은 덜 짜고 살이 약간 더 무릅니다. 숙성을 시키면 간이 되서 짭짤해지고 향도 진해지며, 살이 좀 더 탱탱해지는데, 이걸 얇게 썰어 먹기 때문에 입에 물었을 때는 결국 사르륵 녹는다 싶을 정도로 부드러워요 ㅎㅎ
어흑 마이 깟, 일요일에 연어 사러 갑니다
맛있게 해드세요 :D
오늘 오른쪽은 유독 술안주거리로 가득하네요.....한잔 땡겨야 겠습니다.....후후
호록호록!
아스가르드 : 자네같은 요리사가 필요하네
//ㅅ//
술이 안보임
제가 술을 안 마셔서 술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없네요 ㅎㅎ
얼마전에 해산물부페에 가서 있길래 하나 먹었었는데 이거였군요
네, 뷔페에도 가끔 보이죠 ㅎㅎ
이야, 정말 군침 도네요. 야밤에 이런 글을 보게되다니... 그런데 14세기면 바이킹이 아니지 않나요? 바이킹 시대는 11세기 중반에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예리하시군요 ㅎㅎ 맞습니다. 14세기는 바이킹의 시대가 아니라 스웨덴의 중세시대예요. 사실 드래곤 길들이기 브금뽕에 취해서 제목을 저렇게 붙힌거랍니다 ㅋㅋㅋ
사진끝까지 보고 에이~ 머야! 이건 완전 술 안주네! 했다가 제목에 술 안주 되어 있네요 ㅎㅎ
네, 에피타이저인데 술 안주로 좋다고 하더군요 ㅎㅎ
와 이거 맛 너무 궁금하네요 ㄷㄷㄷ 술과 진짜 잘어울릴거 같음 ㅠ
저희 아버지가 술이랑 드셔보시더니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
진짜 맛있어보이니 개추 ㅎㅎ
감사합니다 :D
소금에 염장이라니.. 엄청 짜지 않나요??
확실히 짜긴 한데 설탕의 단맛으로 어느정도 가려지고 빵이나 채소와 같이 먹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ㅎㅎ
오.. 비쥬얼이 참 좋네요 저건 오븐에 구워먹어도 맛있겠죠?
오븐에 구워도 괜찮지 않을까요 ㅎㅎ
연어로 만든 하몽같은 느낌이네요 무슨맛일지 궁금
맛있습니다 흐흫 어렵지 않으니 직접 한 번 해드셔보세요 :)
호모 브로스 소스 라구요? 형제여!!!
ㅋㅋㅋㅋㅋㅋㅋ
오랜 숙성후에는 마치 잘 숙성한 어란같은 색감과 질감이군요.
어란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만드는 게 쉽지만요 ㅎㅎ 어란은 완성되기까지 사람의 손이 500번 정도 가야 완성된다고 하더군요 ㅎㄷㄷ
맛있어 보이네요 -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레시피 배웠습니다. 처음에 절이실때 껍질쪽은 따로 소금간을 안해도 되는 건가요?
맛있게 해드세요 ㅎㅎ 그리고 위에만 소금을 덮어놔도 나중에 간이 되면서 물이 엄청 나오기 때문에 껍질은 따로 소금간을 안 하셔도 됩니다. 거기다 보통 그라브락스를 만들 때 껍질은 먹지 않기 때문에 비늘을 치지 않으셔도 되고요. 저는 껍질 남겨놨다가 튀겨먹었는데 맛있었어요 ㅋㅋㅋ
연어껍질은 사랑이죠! :)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껍질 조와용 오홍홍홍
우마우마해보이는레후
빵빵 레후
맛있겠다🥺❤
그라블락스는 만들기도 쉽고 맛도 있어요 :) 한 번 만들어서 드셔보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