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닭이 사라졌다.
이틀. 전 세계의 닭들이 폐사한 것은 겨우 이틀만이었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고 떠들어댔다. 닭고기의 생산성을 위해 유전자를 계속 단일화 시켜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해에 창궐한 조류바이러스는 그 어떤 때보다도 강력했고, 한 가지 품종으로 개량된 닭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여러분, 닭이 멸종해서 많이 당황하셨죠?”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 여자 앵커가 티비 속에서 침착하게 상황을 보도했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그 자리에 멈춰 그녀에게 집중했다.
사실은 어딘가에 한 마리라도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어딘가 인간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닭들이 꼭꼬댁! 꼬꼬꼬꼭꼭! 하고 울면서 내며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절박한 희망이 그들의 눈동자에 우울하게 비쳤다.
“저도 많이 당황했는데요. 아마도 바이러스가 더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경우처럼 한 종 전체를 멸종시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앵커의 설명이 이어지자 분위기는 한층 더 가라앉았다. 생존 닭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경제는 유래 없는 공황을 맞이했다. 일명 치킨쇼크였다. 치킨집 사장님들과 닭고기 유통 업체부터 시작해서 배달민족의 피를 타고난 치킨 배달 알바생들 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생계를 잃었다. 닭이나 계란을 원료로 쓰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의 절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경제도 경제지만, 다시는 한강에서 치맥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어제 시켜먹은 그 치킨이 마지막인줄 알았으면 두 마리 시켜먹을걸, 양념, 간장, 마늘 치킨 종류별로 다 시켜 먹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대중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한때는 즐거운 유머로 인터넷에 떠돌던 치킨 십계명의 계율을 보며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들은 눈물을 흘렸다. 첫째, 치킨 이외의 다른 음식을 섬기지 말라. 둘째, 남의 닭다리를 탐하지 말라. 셋째, 치킨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등등.........더 이상 치킨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어느 한 구절도 마음을 파고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인류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치킨은 점차 전설속의 음식으로 잊혀져 가는 것 같았다.
한 아이가 외딴 농장의 짚더미 아래서 계란 두 알을 발견해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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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284922 네이버 웹소설에서도 연재중. ㅠㅠ 으으 공룡같은 네이버 웹소설! 열심히 뚫어보렵니다.
오 하느님 맙소사…
설정이 너무 끔찍하죠ㅠㅠ 치킨 포스트아포칼립스라니 부들부들...치멘......
이런 맙소사... 치킨 황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