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신으로 섬길 수 없다는 반치킨세력 ‘불신자들’이 어제 오후 8시경에 협박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들은 치킨만이 유일한 신성 닭요리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며 다가오는 부활절에 대규모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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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신경질적으로 티비를 껐다. 은근슬쩍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동우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크흠, 하고 괜한 헛기침을 하시는걸 보니 심기가 매우 불편하신 모양이다. 뒷부분을 듣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쉽긴 하지만 다시 틀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차피 불신자들의 영상은 이미 인터넷에 풀려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 굳이 뉴스를 볼 필요까진 없겠지, 라고 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 사람들이 닭도리탕 끓여 먹는 거 봤어요? 세상에.”
어머니는 몸을 부르르 떨며 끔찍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막 사는 인생이라지만, 공공연히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그녀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식탁위에 반찬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당신도 와서 먹어요.”
동우가 침울한 표정으로 수저를 놓는 동안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손을 앞치마에 대충 닦고는 아버지의 옆에 앉았다.
“식전기도를 해야지.”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일용한 양식을 주신 치느님의 은혜에 대해 유창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과연 치킨교 집사다운 유려한 솜씨였다. 한참동안 식사의 기쁨과 감사함을 막힘없이 찬양하던 그의 기도는 곧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기도가 끝날 때마다 읊는 신앙고백 기도문으로.
".......그리하여 치느님을 믿사오니, 순결한 계란에게 나시고 인간들에게 고난을 받으사 조류독감에 휩쓸려 죽으시고 멸종한 지 일 년 만에 죽은 닭 가운데서 다시 살아 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교주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먹은 자와 남긴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양념을 믿사오며, 거룩한 맥주와, 콜라가 서로 어울리는 것과, 치킨무를 많이 주시는 것과, 몸보신이 되는 것과 영원히 먹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동우는 이 기도문을 들을 때 마다 순결한 계란이라는 구절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계란이 순결하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이미 학교에서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에 대해 강의를 들은 후 이 구절이 무정란에서 ‘그분’이 부활하신 기적을 비유하는 뜻이라고 배웠지만, 괜히 가슴 한구석이 찜찜했다.
아니 애초에 무정란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게 정말 기적적으로라도 가능은 한 거야?
불경스러운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동우는 아차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이 눈치 채시기라도 한다면 끝장이다.
다행히 그들은 반찬으로 곁들여진 파닭에 집중하고 있을 뿐, 동우에게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동우는 조심스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주위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게. 그는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보아도 그의 일부분은 자꾸 치킨교에 거부감을 느꼈다. 치킨교가 대한민국의 국교로 지정된 지 벌써 십년이 지난데다가 부모님마저 교단에서 지급한 양계장을 운영하시는 현 상황에서 이건 확실히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그래도 납득이 잘 안되는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냉정하게 따져보면 치킨 교라는 종교는 몇 십 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인데.
치킨교의 짧은 역사는 대략 이러하다.
닭은 멸종 후 일 년만에 부활했다. 현 치킨교 교주 전송원이 소년시절 계시를 받아 계란 두 알을 발견해 부화시켰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치느님의 소리를 들었다며 교단을 창설해 교인들에게 치킨을 나눠주었다. 그가 말했다. ‘이것이 치느님의 사랑입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셔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끓는 기름 속에 스스로를 던지신 치느님의 뼈와 살입니다.’ 그 거룩하신 사랑의 맛에 굴복한 새로운 신자들과 치킨을 그리워하던 과거의 잠재적인 신도들이 눈을 뜨면서 치킨교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닭에 관련된 산업을 독점한 교단은 이후 나라의 경제력까지 좌지우지 할 정도로 커졌는데, 이 과정에서 장년층이 잃었던 일자리까지 돌려주게 되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국교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동우도 치킨교의 역사와 함께 자라났기 때문에 그 때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다시 양계장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하셨던 날, 국교로 지정되는 날 괜히 가슴이 벅차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날 등등........
하지만, 하지만 그는 그러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얘, 치느님을 앞에 두고 뭐하는 거니? 제사지내니? 빨리 먹고 학교 가야지.”
어머니가 상념에 빠져있던 동우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동우는 흠칫 놀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그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그의 앞으로 파닭이 담긴 접시를 밀어주었다. 동우는 곱게 썬 파채를 조심스레 치킨과 함께 집어서 입 안으로 넣었다.
소스를 뿌렸는데도 갓 만들어 아직 숨이 죽지 않은 튀김옷. 향긋한 파가 부담스럽지 않게 아삭임을 더한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육즙과 파, 겨자소스가 어우러져 감동적인 하모니를 자아내었다. 겨자소스 때문인지 코끝이 찡했다.
그래, 분명 아직 그는 완전한 치킨교의 신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누구나 잠시 겪는 시련일 것이다. 불신자들이 되어 치느님의 은혜 밖으로 내팽개쳐지고 싶지는 않았다. 치느님은 이렇게 멋지고, 맛있고, 완벽하지 않은가. 그는 정말 믿고 싶었다. 이 시련의 시기가 끝나고 모든 의심이 걷히면 그는 그 누구보다 강건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뒤를 잇는 교단의 중요 인재가 될 것이라고.
“동우야. 학교가기 전에 닭모이 좀 대충 뿌려놓고 가라.”
아버지의 당부에 동우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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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284922<- 네이버 웹소설에서도 쓰고 있어요! ㅋㅋ...비록 사정없이 묻히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약기운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추천도 치고 갑니다.
기가 막히네요. 기가 막혀. 약좀 나눠주시죠.
(황급히 약을 뒤로 숨긴다)
엄청난 약이다. 추천 버튼에 손이 저절로 가
추천해주신 여러분께 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