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일이었다.
언제나처럼 성만한 괴물의 머리를 쪼개는 와중에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나 이대로 살아가도 되는 건가?
이 의문은 며칠 뒤에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던 대악마의 심장을 뽑아낼 때에도 다시 떠올랐다.
나 진짜 이대로 살아가도 되는 건가?
그날 밤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5살 되던 날 단도로 이리 떼를 상대한 이후로 나의 인생은 피로 점칠되어 있었다.
쪼개고, 자르고, 뽑아내고, 베고, 박살내고, 가르고, 발라내고, 으깨고, 산산조각내는 걸로 가득 찬 인생. 살벌하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용사로 추대되어서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아오기는 했다.
하지만 용사라는 직책은 나에게 물질적인 풍족함은 줬지만 정신적인 풍족함은 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도움을 청한다.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혹은 뭔가를 죽이러 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 그러면 다시 무기를 휘두르러 간다.
이런 삶의 반복.
도움을 청하는 자는 항상 있었다. 그러다보니 난 나를 위해서 시간을 써 본적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서 검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언젠가 동료 중 한 명이 유명한 가수의 공연을 보러가자고 했다.
목석마저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노래 실력으로 가희(歌姬)라고 불리던 자의 공연이었다.
마땅히 거절할 이유도, 도움을 청하던 이도 없었기에 나는 동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나는 노래를 듣던 중에 잠이 들고 말았다.
노랫소리는 듣기 좋았다. 그러나 이것을 구태여 들을 이유가 있나하고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잠이 들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동료에게 ‘너는 심장이 없냐?’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이 때 동료의 손을 잡아 내 가슴에 얹어 심장이 있음을 증명하자 동료는 얼굴을 붉히고 나의 뺨을 때렸다.
나중에 또 다른 동료가 동료의 말이 ‘감성이 부족하다.’라는 의미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이때 나의 증명방법도 잘못됐다고 핀잔을 줬다. 이에 내가 뭐가 잘못됐냐고 묻자 ‘너는 말해줘도 모른다.’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무기를 휘두르지 않을 때의 나는 대체로 이랬다.
어수룩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언젠가 동료(나의 따귀를 때린 그 동료)에게 들은 백치라는 말이 훨씬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뭔가를 죽이고, 파괴하는 것은 잘한다. 아니 나를 따라올 자가 없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일은 순백.
나 스스로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나는 분명 비정상이다.
자각하고 있기에 고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용사라 불리는 자에게 자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은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어째서 당연한가 나에게 의문을 던져보았다.
거기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대신 나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용사 칼리만 리아쥬, 오늘부로 은퇴하겠습니다.”
내 이름은 칼리만 리아쥬.
올해로 32세.
전직 용사.
현재……백수입니다.
아, 그리고 애인모집중.
람보가 생각나네요. PTSD로 고생하는 참전용사라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