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아아아아아앙!"
커다란 소리를 내며 거대한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약 50년전, 역사상 유래없는 대전쟁이 끝나고 모든것이 폐허가 되었을 때, 전쟁속에서 수많은 부를 끌어모은 사업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베텍 올리토리', 세간에서는 주로 '미스터 베텍' 이라고 불린다. 그는 거대한 열차도시를 만들고 그것에 탑승한 이후로는 다시는 볼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열차에서는 기계로 된 인간, 즉 기계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이 전해주는 열차안의 기술력으로 바깥세상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베텍이 '미스터 베텍'이라고도 불리는것은, 이러한 미스터리한 부분들 때문에 '미스터리 베텍'으로 불리다가 '미스터 베텍'이라고 바뀐것 때문이다.
베텍이 만든 열차는 총 10칸에 맨 앞쪽을 제외한 9곳이 거대한 대도시처럼 되어있다. 각 칸은 약 3000 평방 킬로미터, 높이는 40킬로미터에 달한다. 열차의 선로는 전 대륙과 대양을 가로지르며 그 길이는 십만 키로미터를 넘는다. 열차의 속도는 주변 100키로미터 안에 피해를 입을것이 없으면 70km/h의 속도로 달리며 사람이 사는곳 근처에서는 보통 20km/h 이하, 빨라도 30~40km/h를 넘지 않는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크기에 저런 속도를 낼수있는지, 저것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이상하게도 아는사람이 없다. 그저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열차가 하루를 쉬고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서서히 움직인다. 열차가 달리는것을 볼 수 있는건 안전상 5키로미터 바깥에서만 가능하지만 열차가 무식하게 큰 덕분에 그 거리에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다.
그렇게 떠나는 열차를 타고싶다는듯, 한 소녀가 열차를 계속 응시하고있다. 대략 열다섯쯤 되어보이는 소녀다. 몇일동안 씻지도 못했는지 옷은 더러워져있고 피부도 상당히 꾀죄죄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돌아갈 집도 없는듯하다.
'나도 저기에서 살고싶다...'
그때 소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지금당장은 열차에 대한 열망보다 배고픔을 해결하는것이 우선이다.
주변을 조심히 둘러보던 소녀의 눈에 빵집이 들어왔다.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막 구운 빵냄새가 막 풍겨져나온다. 그녀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빵집 안으로 들어선다.
"딸랑"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렸지만 빵집 주인아저씨는 듣지 못한듯하다.
소녀는 빵집을 둘러보다 방금 막 구운듯한 크로와상에 눈이 꽂힌다. 조심스레 크로와상 3개를 챙긴다.
그 순간 빵집 주인아저씨와 눈을 마주쳤다.
"그 빵 살거니? 방금 구운거라 맛있을거란다. "
소녀는 움찔한다. 자신이 집은 크로와상 3개를 가만히 응시한다. 몇초간 빵을 뜷어져라 쳐다보던 소녀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자신의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여기 계산이요. "
소녀는 주머니에서 6페닝을 꺼내 탁자에 두고간다. 입구 앞에 있는 빵봉투에 크로와상을 넣고는 밖으로 나간다.
소녀는 돈을 아껴야하지만 결국 식욕을 참지 못하고 나름 거액을 쓴것에 침울한 표정을 짓지만 그것도 잠시, 갓 구운 크로와상의 냄새를 맡고는 만연한 미소를 띈다.
밖으로 나온 후 빵집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아 크로와상 하나를 꺼내 한입 크게 베어문다.
"으아...너무 맛있어...무료배식소에서 주는것보다 훨씬 좋다..."
커다란 크로와상 하나를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 하지만 마실게 없어서 씹기 힘들다. 한참을 씹고나서야 겨우 하나를 다 삼켰다. 쉴 틈도 없이 다음 크로와상을 꺼낸다.
"왜 오늘 갑자기 배식소가 문을 닫은거람...그래도 뭐 덕분에 이거 먹고있는거라고 생각하자. "
상당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다음 크로와상을 한입 베어물려하는 그 순간, 갑작스레 일이 벌어졌다.
"퉁!"
"쿠당탕!"
어떤 사람이 벤치 뒤로 달려오다가 벤치 위로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리가 소녀의 머리를 가격했고, 그 탓에 앞으로 넘어지면서 크로와상을 떨어뜨리고만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로 넋이 나간 소녀. 다시금 정신차리고 일어나 소리치려는 그 순간..
"퍽!"
"콰당!"
또 한명과 뒤에서 부딪히고 또다시 넘어진다. 넘어진 채로 넋이 나가 멍해진 소녀에게 방금 부딪친 사람이 말한다.
"죄송합니다! 급해서 그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뛰어간다. 앞에 부딪힌 사람과 같은 방향인것같다.
연속으로 일어난 상황에 소녀는 화나기보단 어이가 없었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난다.
'그래, 뭐...두번째 부딪힌건 내가 쓰러졌다가 일어나자마자 부딪힌거니, 벤치에 가려져서 나를 못봤을수도 있어. 첫번째는...실수한거겠지. '
흙먼지를 툭툭 털고는 떨어진 빵을 주우려던 그때, 소녀는 완전히 얼어버린다. 땅에 떨어뜨린 크로와상과 빵봉투 속 크로와상 둘다 밟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빵봉투 안의 크로와상은 괜찮을거라 생각하며 봉투를 열어봤지만 봉투 뒷쪽이 찢어져 흙먼지가 잔뜩 묻은채 짓밟혀있었다.
소녀는 빵을 집어던지고는 앞의 두사람이 간 방향으로 뛰어간다.
"잡히면 죽을줄알아 이놈들아! 감히 내 빵을 밟다니!"
하지만 소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탓에 뛸 힘이 나질 않는다. 얼마 가지않아 결국 지쳐서 멈춰버린다.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쳐올라 주저앉아서는 엉엉 울기 시작한다.
"왜...쟤네들은 뭔데...이렇게 망치는건데...흐윽..."
그 자리에 계속 주저앉아 울고싶었지만 주변에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기때문에 사람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 마저 운다.
그렇게 울던 도중 골목 안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는것을 듣는다. 무언가 딱딱한것이 쌔게 부딪히는 소리에 깜짝 놀란 소녀는 소리가 난 골목 안쪽을 들여다본다.
그곳에는 아까 뛰어간 두 남자가 대치중이었다. 처음 뛰어가던 남자는 전체적으로 검은 옷을 입고 두번째로 뛰어가던 남자는 베이지색 빵모자를 쓰고 흰 셔츠 위로 갈색 조끼를 입었다. 검은옷을 입은 남자의 손에 벽돌이 있었고 아마 방금의 소리는 저 벽돌로 낸 소리인것같다. 하지만 그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면 벽돌이 부서졌을것인데 벽돌은 멀쩡해보였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계속 도망갈줄만 알았다면 오산이지. 이렇게 된 이상, 널 죽여서라도 들고가겠다. "
몰래 지켜보던 소녀는 저 두명에게 가졌던 분노는 더이상 사라지고 의문과 공포만 남았다. 소녀는 '어떠한 이유로 빵모자를 쓴 남자가 검은남자를 쫓고있었고 막다른곳에 다다르자 검은남자가 반격을 한것'이라고 추측했다. 이것이 틀리든 맞든, 지금 저기에 끼면 위험할거라는 직감이 왔기때문에 소녀는 숨죽이고 지켜본다.
"거참, 괜히 귀찮게됬네. 이런곳으로 몰아넣는게 아니었나...뭐, 되돌릴수도 없으니까. 어서덤벼라. 아직 아침도 못먹었거든?"
말이 끝나자마자 벽돌을 쳐들고 달려오는 검은남자. 빵모자를 쓴 남자는 오른쪽으로 피한 뒤 검은남자의 목을 잡고 발을 걸어 뒤로 넘어뜨린다.
"이런 개자식...!"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쌔게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검은남자의 정신은 상당히 멀쩡했다. 게다가 오른손에는 여전히 벽돌을 들려있었다. 빵모자를 쓴 남자가 눈치챘을때는 이미 벽돌에 머리를 맞기 직전이었다.
"에이씨, 쫄았잖아!"
그러나 검은남자가 쥔 벽돌은 허공을 휘둘렸고 빵모자를 쓴 남자의 주먹이 그의 안면에 꽂혔다. 그 한방에 검은남자는 코피가 터지면서 정신을잃는다.
'와...뭐야? 엄청 잘싸우네? 그리고 방금 벽돌은 어떻게 피한거지?'
숨어있던 소녀는 가만히 상황을 다 지켜보고나서야 자신이 분노하며 뛰어왔던 이유를 기억해냈다.
"아, 맞다! 이봐요 아저씨!"
빵모자를 쓴 남자는 깜짝 놀라며 뒤를 쳐다본다. 그 순간 정신이 돌아온 검은남자는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든다.
"젠장, 다음엔 죽여버릴테다!"
구슬은 연막탄이었다. 매운 연기가 골목 안쪽에서 퍼져나간다. 빵모자를 쓴 남자는 결국 검은남자를 놓치고 검은남자는 어디론가 도망가버린다.
"다 잡은건데...!"
"이봐요 아저씨! 저랑 할말 있지 않아요?"
빵모자를 쓴 남자는 짜증난 얼굴로 소녀를 쳐다본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화가난듯 잔뜩 찡그린 소녀의 얼굴에 잠시 주춤하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아까 벤치의 걔구나...그래, 부딪힌건 미안했다. 방금 그녀석을 쫓느라 제대로 못봤어. 그래도 그렇게 조용히 보고있다가 갑자기 소리지르면 놀라잖니.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거든?"
"아저씨건 뭐건 어찌됬건! 저는 부딪혔던것 때문에 화난게 아니거든요?! 제가 큰맘먹고 산 빵을 그쪽이 짓밟아버렸다고요! 제 아침 어쩔거에요!"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짓는 빵모자를 쓴 남자. 한참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다가 조금 기세가 꺾인 목소리로 말한다.
"에효...뭐 이미 놓쳤으니까 어쩔수없고...빵 밟은건 미안하다. 대신에 내가 아침을 사주마. 나도 아직 아침을 못먹었으니 먹어야하고. "
"죄송하지만 같이먹기는 좀 그런데요? 우리 전혀 모르는 사이잖아요. 그쪽이 절 어떻게 할지 누가 알아요? 그러니까 그냥 돈만 주세요. 그러면 저도 더이상 별말 안하고 갈테니까요. "
다시 난감한 표정을 짓는 빵모자 남자. 조금 머리를 긁적이다 다시 말한다.
"뭐 당연히 그게 맞긴한데...너 방금 상황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지?"
"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돈 안주시면 제가 경찰에 신고해버릴거에요. "
"하...그러겠지 당연히...그럼 있지, 내가 제안하나 하마. 어떤 음식점이든 니가 마음에 드는곳에 가서 20페닝 안으로 뭐든 다 사주마. 내가 밟은 빵이 20페닝만큼 비싸진 않을거아냐? 그렇게 아침 해결하고나면 나랑 헤어져도 좋다. 대신 경찰에 신고는 하지 말아주렴. 어때?"
소녀는 잠시 고민한다. 빵모자 남자의 얼굴을 살짝 본다. 초조함이 상당히 묻어나오는것같다. 소녀는 살짝 웃으며 남자에게 말한다.
"왜 그렇게까지 저랑 밥먹으려는건진 모르겠지만, 아마 약점잡히셨나봐요? 아침 먹고나서도 그냥 보낼것같지는 않고, 가서도 저를 설득할거죠?"
빵모자 남자는 살짝 뜨끔한다. 아마도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듯하다.
"그럼, 30페닝으로 해요. 이거 이하로는 절대 안되요. "
빵모자 남자는 다시 난감해졌다. 지갑을 살짝 보고는 말한다.
"너무 많아. 25페닝으로 하자. "
"그냥 갈게요. "
"그래 알았다, 30페닝! 여기서 더 올리는건 안돼!"
소녀는 씨익 웃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한다.
"가서 설득하는데에는 더 필요할거에요. "
"하...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남자는 나지막히 말하며 소녀와 골목 밖으로 나간다.
첫 작품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지라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네이버웹소설과 문피아에도 올리고있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첫 묘사를 기점으로 18세기의 런던 기차역을 떠올리며 글을 읽을수있었습니다. 초반 부분에는 *'설국 열차'를, 중반 부분에는 '근대의 부랑아'를, 후반부에는 주인공의 목적추구를 알고싶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문단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중 제가 글을 읽음에 느껴졌던 위화감은 일부 작은 따옴표('콰당탕', '딸랑...' 과 같은.)를 한번 말해보고싶습니다. (이에대해서는 정해진것이 있다- 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주인공의 속마음을 나타냈던'나도 저기에서 살고싶다...' 라는 문장과 소리를 묘사한 단어들이 작은 따옴표라는 같은 표현방식으로 붂여있어 소녀 주인공의 속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문체에서 느꼈던 위화감에 대한 문제는 여느 작가들이 그러하듯 위대한 문인이 아닌이상(혹은 위대한 문인조차) 첫 작품에 감탄을 자아낼수는 없는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글을 쓰셔나감에 따라 발전해나갈 필력에 더해지는 소녀의 모험담이 기대되는것이 사실일것입니다. 그럼 이만, 다음 소녀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말을 줄이겠습니다. ps. 작품과 글은 개인의 영역입니다. 더욱이 저라는 독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있을만큼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문체에 대해 조언하였다라는 입장보다는 지극히 사적인 감정의 투정이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따옴표 부분은 검색해보니 의성어에서는 큰 따옴표를 써야하는것같습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전면 수정하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