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좌의 난 진압공신이었던 박문수는 영조의 총애를 받아 사고를 자주 쳐도 질책받지 않았다. 그런데 영조가 박문수를 크게 혼낸 적이 있으니, 사연은 이렇다.
영조 20년(1744년) 황해도 수군절제사로 부임한 박문수는 중국 어민의 불법 조업이 심각하다며 보고서를 올렸다.
황해수사 박문수: 주상전하. 중국 어민들을 단속하는 데 배가 모자라요. 4백냥만 주시면 일단 급한 대로 배를 건조해 쓸게요.
영조: 옛날 이순신은 돈 없이도 알아서 배를 만들었거든? 4백냥 정도는 알아서 구해라.
형조참판 이주진: 황해도는 가난해서 예산이 없습니다.
영조: 어딜 아는 척을 해? 자중하고 반성해라.
얼핏 보면 황당해 보이는 대화지만, 영조에게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1744년 1월에 황해도 수군절도사로 부임한 박문수가 2월에 예산을 보내달라고 조정에 보고서를 올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황해도 수영 예산은 황해도 감영에서 마련하는게 원칙이었다. 황해도가 아무리 가난해도 4백냥 정도는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주막에서 1냥씩 내는 건 고증오류다. 상평통보 100개를 모은 것이 1냥이다.)
(한 묶음이 1냥이다.)
박문수는 당시 젊은 나이에 요직인 병조판서를 지냈다가 좌천당해 황해도 수사로 간 인물이었다. 갓 임용된 신참 관료가 해도 황당할 일을 산전수전 다 겪은 고위 관료가 한 것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부장이 결재선을 다 건너뛰고 사장에게 결제서류를 직접 상신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박문수는 황해도 관찰사에게 예산을 요청하기 껄끄러워서 조정에 직접 예산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형조참판 이주진은 이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괜히 편들어주다가 왕에게 면박을 받은 것이다. 이순신을 꺼내 든 건 조선 후기의 왕들의 주 레퍼토리였기에 특기할 것도 아니었다.
물론 답을 들은 박문수의 심정은 이거였을 것이다.
야 결제라인 무시하지마라
야 결제라인 무시하지마라
황해도 관찰사 도 졸라 껄끄러웠겠다. 병조판서(국방부 장관)하던 인간이 도내 해경대장 으로 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