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죽이러 왔어, 준"」
"뭐?"
대답을 마쳤을 때, 그녀가 내지른 칼은
이미 내 왼팔을 관통한 상태였다.
"크악!"
"어머, 이런 지근거리에서의 공격을 피하다니, 대단한데?"
"피했다고?"
아아, 난 사실 알고있었다.
이 아이는 날카로운 단도. 결코 과일을 깎거나 하는 칼이 아닌 군용 나이프로 정확하게 내 심장을 노렸다.
난 의식하지 못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여서 칼을 피한 것이다.
"반응속도가 빠른데? 척수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칭찬이라면 고맙게 받겠어"
일단 나는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렸다.
일단 나도 남자라고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굉장히 무섭다. 무서워서 말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오금이 저린다는게 무슨 표현인지 알 것같다.
죽는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죽는다!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이유라도 듣고싶다고!"
"몰라서 물어?"
"그래! 정말 모르겠다고! 큭.."
찔린 왼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연기치고는 굉장히 리얼한걸"
"제발 내 말을 믿어! 난 네가 누군지도 모른단 말이야!"
"네가 죽는건 기정사실이야. 그런 태도를 취한다고 살 거라는 희망은 버려"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는 듯 하다
살아야 한다.
아직 못 갚은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짐만 되고 떠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왜 그렇게 무기력하지? 차원이동의 영향인가?"
"아까부터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젠장!"
"아무래도 힘이 약해진 듯 하군. 물론 나에게는 좋은일이지만 말이야"
나는 계속 달렸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용없어"
말도 안되는 빠르기.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날 죽이려던 소녀가 날 따라잡았다.
그래, 이건 달리는 수준이 아냐. 마치 순간이동같아
눈이 사람 속도를 못 쫓아간다는건 말이 안돼!
"흐음, 기초적인 시프트조차 쓰지 못하는건가. 이래서야 2013년 기준의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가 없잖아. 재미없네"
"너.. 인간이 아닌거냐? 사람들이 안보이는 것도 네 짓이지!"
"아니, 나도 물론 인간이지 하지만 시공 배리어는 내가 구축했어. 당연한 사실을 묻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무슨 소리야 대체! 왜 날 죽이려는거야!"
"너, 정말 재미없어. 기대 이하야. 최악."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런 말도안되는 괴물에게서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여기서 죽는건가..
체념을 해야 할지, 끝까지 발악하면서 죽어야 할 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럼 잘 가"」
죽을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기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아..."
침묵이 흘렀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죽은건가?
이상하게도 아무 느낌이 없었던 나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렸다.
"?!!"
내 앞 10m쯤 되는 거리에, 엄청나게 큰 균열이 생겨있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날 죽이려던 소녀가 기절해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쭉 빠져,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옆에는 수트를 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서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지만 모르는 사람이 확실했으며, 적어도 나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 여성은 나를 보며 지긋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깼다.
「"오랫만이야.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