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프스 베이 상업지구. 콜로니 거주민에겐 메이플 거리라 불리는 이 구역은 각종 쇼핑몰, 음식점은 물론 각종 회사의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이 즐비한 곳으로 위치상으로나 기능상으로나 명실상부한 콜로니의 중심부이다. 일년 365일 내내 붐비는 이 거리에 세 기의 모빌슈트가 나타난 것은 인파가 슬슬 불어나기 시작할 무렵인 오후 4시경. 지구연방군 제식마크를 단 모빌슈트들은 하늘로부터 나타나 다짜고짜 대로변에 착륙했다. 수십톤의 중량이 지면에 닿자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주변의 건물이 흔들렸고 하족부에 달린 버니어로부터 나오는 맹렬한 기류가 어마어마한 열풍을 내뿜어 주변의 가로수는 당장이라도 뿌리뽑힐 듯 흔들거렸다. 난데없는 모빌슈트의 출현에 차량을 운전하던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를 밟은 채 망연히 우뚝 서 있는 세 개의 거신을 올려다보았다. 일부 대담하거나 혹은 천성이 급한 자들은 미구에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도 모른 채 앞을 가로 막는 모빌슈트의 발을 향해 경적을 울려댔다. 그러나 제이간들은 마치 자신들이 시나프스 베이의 새로운 기념물이라도 된 듯 가만히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최초의 놀라움과 충격도 잊고 어느새 모빌슈트 주위로 몰려들었다.
"대체 뭐지? 왜 모빌슈트가 여기 나타난 거야?"
"지구연방군 마크잖아!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
"훈련은 무슨 콜로니 밖에서 하던가. 왜 길을 막고 지랄들이야! 짜증나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시민의 제보를 받은 경찰관은 주변의 불평을 들으며 귀찮다는 표정으로 본부에 사실확인을 했다.
"여기는 교통과 제이슨. 메이플 거리에 나타난 모빌슈트는 뭡니까?"
잠시 후 그의 어깨에 견착된 무전기에 응답이 왔다. 경찰관은 주변에서 잔소리를 해대는 시민들 들으라고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여기는 본부. 방금 확인했다. 우리도 사실 확인 중이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그때 모빌슈트는 한 기가 비스듬히 옆으로 돌아섰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땅 아래 인간이 보기엔 충분히 눈에 띄는 거대한 움직임이었다. 그 모빌슈트, 제이간은 다른 모빌슈트와 달리 두부에 유난히 눈에 띄는 커다란 안테나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 모빌슈트는 경찰관과 사람들이 모여든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강화 유리안의 카메라의 조리개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그들의 상을 담았다.
"아니. 여기 모빌슈트 세 기가 있다고. 폐쇄회로 화면에서 확인이 안 되나?"
"약간의 전산 오류로 폐쇄회로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엔지니어가 수리 중이므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
"아니 뭘 기다려 달라는 건가? 지금 내 옆에 시민들이 날 죽이려 드는데."
"일단 위험하니 시민들을 해산시켜라. 반복한다. 시민들을 해산시켜라."
그 말을 들은 경찰관은 짧은 욕지기를 한 후 주변 시민을 돌아봤다.
"그런 이유로 친애하는.."
그때 한 사나이가 손가락으로 모빌슈트 쪽을 가리키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저... 저거!"
경찰관은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봤다. 상박에 길쭉한 안테나를 단 제이간의 왼쪽 팔이 어느새 그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불길한 침묵이 거리에 흐르는 가운데 제이간의 하박의 해치가 열리며 네모난 박스형의 돌출부가 튀어나왔다. 그 공백에 있는 것은 납작한 붉은 탄두를 지닌 그레네이드였다. 경찰관은 멍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다 이내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모두! 도망쳐!"
그 순간 붉은 탄두 하나가 격발됐다. 맹렬한 추진제로 히스테리적인 호를 그리며 지면을 향해 날아가는 탄두의 측면엔 E.F.S.F 즉 지구연방군 우주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놀란 경찰관의 눈동자의 마지막에 보인 것은 공중에서의 폭발,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수천 개의 쇠구슬이었다.
***
뱅가드의 브릿지는 무거운 공기에 휩싸여 있었다. 갑작스런 전투배치 명령에 허겁지겁 들어오는 사관들,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오퍼레이터와 통신병들. 그들 하나하나의 행동이 실내의 공기를 더욱 긴박하게 몰아갔다.
"거기. 제이건 소속을 밝혀라."
"전원 일종 전투배치! 일종 전투배치!"
복도 너머에서 급박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함장 에스테반은 소집한 장교들과 간략한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지구연방군 소속이 맞다 이거지?"
"제2 우주함대 소속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저런 미친 짓을 하는거지?"
에스테반은 찡그린 얼굴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스크린 속에선 살육의 거신이 된 제이간 세 기가 파괴를 일삼는 광경이 펼쳐졌다.
"대체 무엇을 위해?"
에스테반은 물었다.그의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에스테반은 지금 당장 그 대답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출격 가능한 모빌슈트는?"
"지금 당장 출격 가능한 모빌슈트는 리젤 1기, 흐로네 대위기입니다."
"왜 흐로네 한 명 뿐인가? 다른 놈들은?"
"아직 시내 관광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귀환 명령을 했지만 이제 돌아오고 있답니다."
"설마 저 공격에 휘말려든 건 아니겠지.."
에스테반은 굳은 얼굴로 깊게 주름이 패인 미간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그때 통신장교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콜로니 방위대가 출격 준비를 완료했다고 합니다. 우리와 공동 작전을 펴자고 제안해왔습니다. 물론 지휘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맡기고요."
그 말은 침체되어 있던 함교 내에 활기를 불러 일으켰다. 조타수 로즈마리 중위는 주먹을 불끈 쥐며 함장을 뒤돌아봤고 나머지 크루들도 애타게 함장의 명령을 바라는 눈치였다.
"용단을."
함교의 분위기를 읽은 헨드릭 소령이 말했다.
"출격을 허가한다."
에스테반은 자리에 앉으며 상황을 주시했다. 새로운 화면 창이 떠오르며 리젤이 출격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콜로니 내의 싸움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부함장 헨드릭 소령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도 알지. 하지만 저런 미친 것들 상대로 상식을 들이대면 곤란해."
"....동감입니다. 뭐.. 트집 잡는게 부관의 일이라 환기시켰을 뿐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 대학도 좋은 곳 나온 양반이 그러면 쓰나. 좌우지간 대체 저 놈들은 왜 저런 짓을 하는거지?"
첫 번째 조치를 취한 에스테반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질문을 했다. 대답은 역시 없음. 얼마 지나지 않아 헨드릭 소령은 나름의 추측을 내어 놓았다.
"그냥 미친놈들 아닐까요?"
"...아니 잠깐."
에스테반은 무언가를 떠올렸다.
"일단 함상 위에 대기시켜. 놈들의 처리는 일단 콜로니 방어대에 맡긴다."
"뭐라고요? 함장님. 그건..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뭔가 걸리는 게 있단 말이야."
에스테반은 턱을 괸 채 콘솔을 조작해 스크린에 또 다른 창을 뜨게 만들었다. 그 화면 속엔 격납고의 전경이 드러나 있었다. 에스테반은 그 중 도포에 쌓인 무언가를 뚫어지랴 응시했다.
"아무래도 말이야. 감이 안 좋아."
"캡틴! 콜로니수비대에서 지원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출격하라고 해. 여긴 정비가 아직 덜 끝났다고 하고. 그리고 아그네스 중위!"
"네 캡틴!"
"광역스캔을 실시해."
"네? 광역스캔을.. 그건 시간이 꽤.."
"어서! 출격은 광역스캔이 끝난 후에 한다. 나머지 인원은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전투대기하라."
에스테반의 눈동자가 쉴새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어있는 미지의 적을 찾는 양.
"MSEX-003 익스큐셔너."
알렉스 푸어맨은 도포에 쌓은 거대한 모빌슈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이 녀석이 움직일 때가 된 건가?"
알렉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열린 해치 너머로 리젤이 주변을 패트롤하는 것이 보였다.
“함장 녀석. 쓸데없는 짓을.”
알렉스는 장비한 권총을 꺼내 탄환을 확인했다. 항상 느글거렸던 그의 입가엔 미소가 싹 사라져 있었고 그의 두 눈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
"더 이상 기다릴 순 없습니다. 과장님."
다급한 직원의 외침에 쟈브로니 롤랜드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훌쩍 위로 뛰어올랐다.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그의 몸은 제약 없이 위로 솟아 올랐다. 그는 열린 해치의 한 부분을 잡고 몸을 고정시킨 후 능숙한 몸놀림으로 모빌슈트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그는 침음성을 흘리며 모빌슈트를 기동시켰다. 곧 그의 앞에 3대의 모빌슈트가 나타났다. 짐2 3대. 나머지 1대는 파워드 짐이었다. 정비는 잘 되있어 제법 때깔이 날 정도로 번쩍 거렸지만 오래된 구 기종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체불명의 모빌슈트들은 시가지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있었다. 1초를 머뭇거리면 수십 명의 사람이 죽어나간다. 쟈브로니의 뇌리에 두 여자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
"위르쉴 주임님. 부탁이 하나 있어요."
"과장님. 무슨 부탁인가요?"
"제 사물함에 제 딸에게 전해줘야 할 물건이 있어요. 혹시라도 제가 못 돌아오면 사물함 안의 상자를 딸에게 전해주세요."
"과장님... 부정타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혹시 모르니까 말이죠. 그리고 제가 살아왔는데도 사물함을 뒤진다면 저 화낼 겁니다."
쟈브로니 롤랜드는 평소의 넉넉한 미소를 머금어보였다. 그리고 말했다.
"뱅가드에 전해주세요. 주임님. 우리 콜로니 방위대 먼저 출격한다고."
콜로니 방위대의 하이잭의 모노아이에 붉은 빛이 들어왔다.
"콜로니 방위대로부터 입전. 촌각을 다투는 다급함으로 인해 먼저 출격, 빠른 지원을 바란다. 콜로니 방위대 책임자 쟈브로니 롤랜드."
뱅가드의 오퍼레이터 아그네스 옐로우 중사가 청아한 목소리로 현황을 보고했다. 에스테반은 말없이 우군 모빌슈트의 출격을 응시했다.
"정말 케케먹은 기종들이군요. 어이쿠 골동품도 섞여 있네."
헨드릭 소령이 툭 뱉듯이 말했다. 에스테반은 그제야 실실 거리는 특유의 얼굴로 돌아가며 말했다.
"참 그립구만. 그리프스 전역의 추억이 모락모락 떠올라."
"캡틴!"
작전 참모 겸 화기통제관 로즈마리 화이트 중위가 날카로운 눈으로 둘을 질책하듯이 노려봤다. 붉은 머리를 지닌 날렵하고 매끄러운 얼굴을 지녔지만 여간해서 범접하기 어려운 기도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지금 그런 말씀할 때가 아니잖아요!"
"거참. 이 배 왜 이래? 군기가 엉망이구만."
에스테반은 그다지 신경 않는 눈치였다. 로즈마리 중위가 죽일 듯한 시선으로 쏘아봤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까지 띄며 아그네스 중사에게 말했다.
"필레이 중사! 공무원 어르신들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자고."
그 말을 들은 로즈마리 중위가 함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캡틴. 저 모빌슈트들로는 무리입니다.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비슷한 숫자로는 몰살당할 겁니다. 다른 파일럿들의 복귀가 불투명한 현재 우리 쪽 흐로네 대위기로 저들을 서포트하게 해야 저 살육자들을 막을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감정을 인위적으로 가라 앉힌게 여실히 드러나는 진중함이 묻은 목소리였다. 그런데도 에스테반은 한결 같이 농담조로 말했다.
"에이~ 숫자가 더 많잖아. 전쟁은 말이야 쪽수로 하는 거라고."
"하지만 저들이 당해내지 못하면 시민의 피해가..."
"아 좀 여유롭게 보자고. 중위. 콜로니 방위대도 제 몫을 하게 해주자고. 놈들은 콜로니 공사서 땡보로 소문난 놈들인데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생색내보겠어?"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로즈마리 중위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뭐 어쩌라고? 작전 참모. 함장은 나야. 지시는 내가 내려. 꼬우면 이 배서 내리던가."
"우리 지구연방군의 의의는 시민들을 지키기 위함 아니었습니까?"
"그래. 그렇지. 좋은 말 하는군. 시민의 안위? 좋아! 중위 말대로 시민의 생명을 위해 모빌슈트 내보낸다고 치자. 저것들이야 잡을 수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중위. 만약 저게 양동이면 어쩔거야? 모빌슈트가 집 나간 사이에 딴 놈들이 빈집털이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그건 지나친 억측 같은데요?"
"이 배에 실린 화물 중에 뭐가 있는지 쯤은 중위도 알겠지?"
"....."
"난 말이야. 냄새를 느꼈어. 뭔가 위험한 냄새를."
그렇게 말하며 에스테반은 코끝을 문질렀다. 무언가 냄새라도 맡았다는 듯. 그러자 곁에 서 있던 헨드릭 소령이 불쑥 입을 열었다.
"뉴타입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뉴타입? 그래. 나도 나이 들어서 느끼는데 말이야. 나도 어쩌면 뉴타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호오. 뉴타입 함장이라. 차라리 함장께서 모빌슈트를 모는 건 어떻습니까? 아므로 레이처럼 혼자서 다 때려잡을지 누가 압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걸? 그러나 난 볼 이후로는 몰아본 게 없어서 말이야."
"볼이라. 그리운 이름이군요. 요즘은 그런 게 안 나오죠?"
"모빌슈트가 능사는 아닌데 말이야. 뭐 요즘은 예전처럼 개떼처럼 싸우는 게 아니라서."
함장과 헨드릭 소령은 만담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는 동안 브릿지 크루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갔다. 특히 로즈마리 중위 얼굴은 금세라도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기되 잇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일어나기 직전 갑자기 브릿지의 문이 열렸다. 무언가 변화를 갈구하던 크루들은 일제히 열린 문을 바라봤다. 커다란 키에 야윈듯한 체구를 지닌 소년이었다.
"누구냐?"
사복을 입은 그를 보자 대뜸 에스테반은 권총을 꺼내 그에게 겨누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조준이었다. 헨드릭 소령도 뒤늦게 반응해 그도 로이드에게 총을 겨누었다. 총을 겨누는 속도는 함장보다 현저히 떨어졌지만 그에 손에 쥐어진 것은 로이드를 걸레짝으로 만들고도 남을 어설트라이플이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로이드는 멍한 얼굴을 지으며 양 손을 올렸다.
"누구냐고?"
에스테반이 헨드릭 소령에게 턱짓을 했다. 헨드릭 소령은 로이드에게 다가갔다. 험악한 얼굴을 하고서 성큼성큼 다가가는 품새가 다짜고짜 개머리판으로 찍어버릴 기세다. 헨드릭 소령은 평범한 관상에 수재로 알려져 있으나 폭력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는 인물로도 유명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로즈마리 중위는 헨드릭 소령 앞을 막아서며 다급히 말했다.
"저기. 함장님."
"자네 의견은 나중에 듣겠네."
"그게 아니라 저 소년. 스타이너 중위가 데리고 온 그 후보생입니다."
"아.. 그래?"
그렇게 말하며 에스테반은 로이드 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을 찾다가 그만 여기로 와 버렸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인데도 그다지 놀러거나 두려운 기색은 없었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다. 에스테반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고까운 말투로 말했다.
"넌 함교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냐?"
"그게 뭐죠?"
로이드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것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지라 에스테반은 지휘석에 축 늘어지며 힘빠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래서 애새끼들한테 교련 교육을 시켜야 한다니까. 야 통신병. 파견 온 인사장교들 어디갔어? 당장 찾아와서 길 잃은 고양이 우리 안에 다시 가두어 놓으라고 해."
그 말을 들은 헨드릭 소령은 로이드를 한동안 노려보더니 총기를 치우며 말했다.
"미안해. 소년. 하마터면 한 대 칠뻔했지 뭐야."
로즈마리 중위는 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로이드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어서 돌아가.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니."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로즈마리 너머 거대한 스크린의 영상을 동공에 담았다. 낯익은 거리. 그러나 검은 연기과 붉은 불길에 휩싸인 사뭇 달라 보이는 분위기. 그 재와 연기 속에서 꿈틀이며 움직이는 것들. 모빌슈트.
"여기는 콜로니 방위대 쟈브로니 롤랜드. 뱅가드에게 전한다. 지금부터 전투를 개시한다."
낯익은 이름과 목소리 그리고 다급한 오퍼레이터의 외침.
"뭐하고 있어. 어서 돌아가지 않고."
로이드는 자신이 듣고 본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은 채 목례를 한 후 뒤돌아섰다. 성난 얼굴의 에리카 스타이너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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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여러분 들 화이팅입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