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는 한번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최근의 '밥 떠먹여주는' 게임, '퀘스트 해결방식이 하나뿐인' 게임과는 다른
유저가 찾고 생각하고 다 뒤져보고 다니는 그런 불편함+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후대에 들어서 편의성이나 게임성에서 더 좋아진 면을 반영하지 못한 채
딱 그 시절의 게임성만 재현하고 만 게 아닌가 싶네요.
다른 분이 적어주신 내용과 꽤 겹칩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결국 다들 비슷하게 느낀다는 것이겠죠.
능력치 중에서 쓸모없는 잉여 능력치가 있다는 건 정말 문제입니다.
전투나 성장에서는 잉여라도 게임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가 들어갔다면 문제가 안 되었을텐데,
컨셉캐릭터로 만들어도 컨셉이 게임에서 잘 반영되거나 게임을 풍족하게 하지 않다보니
대부분 능력치 최적화를 찾게 됩니다.
WL2는 그런 효과는 카리스마 합계로 동료영입에 일부 제한이 걸리는 것 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모든 능력치는 전투에만 영향을 줘요. 스토리 진행이나 대화내용이 바뀌는 그런 거 없습니다.
능력치로 인해 스킬에 제한이 걸리거나 스킬효과에 영향이 가는 것도 Surgeon와 Leadership정도...
덤으로 스킬이 높아도 Ass시리즈로 정보를 가끔 더 캐내는 것 외에는 대화나 게임의 내용에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있으면 좀 더 편하고 아이템 좀 더 많이 털 수 있고, 우회로 좀 편하게 가고. 그 뿐입니다.
아니, 물론 이게 아예 없는 게임도 있긴 한데, 그래도 좀 아쉽습니다.
Perception이 초반에 추가적인 정보를 주길래 '그래! 이런 맛이지!'했는데 그 뒤로 본 적이 없네요.
Demolition이 높으면 폭발물 관련 상황에서는 '내가 해결할 수 있음'같은 이야기도 할 줄 알았더니 그런거도 없고.
이렇다보니 해결방법의 다양성도 사실은 얼마 안됩니다.
대화로 해결하거나 그게 아니면 전투로 쓸어버리는 거 말고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위에서 썼지만 대화스킬 말고는 추가정보를 얻을 방법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뭐 캘리포니아 가면 라디오 설치할 때 우회로로 가서 퀘스트 다 쌩까고 설치만 하도 튀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그런 거 말고 퀘스트에서 다양한 스킬이 쓰이거나 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원작이 어떤 게임이었는지는 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4명 다 플레이어가 만드는 것에서부터 이미 발더/폴아웃/토먼트보다는 아윈데/폴아웃택틱스 스타일로 만든 듯하고,
게임이 롤플레잉이라기보다는 그냥 분대전투게임+싸돌아다니며 문제해결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분대전투 중심의 게임이라 해도 전투 컨텐츠에서 플레이어가 갖고 놀 요소가 많지도 않습니다.
무기는 AR이 만능인데다 근접무기는 고레벨의 맨손무기 외에는 잉여죠.
밸런스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만, 권총의 AP를 낮게 설정하는 등의 기본적인 밸런스도 안 잡혀있습니다.
권총 좋아해서 전부 권총으로 하고 싶어하는 어느 유저를 다들 말리는 일도 생기죠.
탄종이 너무 적어서 그런 거 골라 쓰는 재미도 없습니다.
탄약의 종류가 다양한 게 스트레스가 될 지도 모르지만 그런 재미도 무시를 못합니다.
더군다나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는 폴아웃뉴베가스는
3D액션롤플에 가까운데도 탄종이 다양해서 싸우는 재미가 있었는데...
과거의 향수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좋은 게임이긴 한데,
킥스타터/소규모 개발의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의 향수 + 발전을 느끼고 싶었던 건데 이 정도면 그냥 아케이넘이나 폴아웃 다시 꺼내서 하지...싶기도 합니다.
비선형 스토리, 플레이어의 선택이 엔딩에 미치는 영향, 롤플레이 측면에서는 폴아웃 뉴베가스가 훨씬 좋고요.
지금 금고따고 땅 파고 필드에서 적 마주치고 하는 게 너무 지루해서 캘리포니아 가서는 금고고 뭐고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시스템에 대해 고민을 별로 안 한 것 같아요. 아니면 시스템적인 사고를 못하는 건지... 30년전부터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참;;; 그냥 대충 만든 느낌이 퍽퍽 오죠. 올드스쿨이라는 게 예전의 좋은 걸 되찾자는거지 나쁜 점까지 모조리 다 되돌리자는 게 아닌데 좀 얼척이 없죠.
이게 자원이 부족해서 시스템에 투자를 못하고 세계랑 스토리 만드느라 허덕여서 이런건지 애초에 고민이 없는 사람들이라 대충 전작 시스템 긁어와서 복붙해서 그런건지 잘 구분이 안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