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구한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2

[악어눈물]

구한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젊은이들이여 왕실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라

2005/05/24 10:08 ~ 2005/12/23 09:00

글쓴이: 네이버 블로그 'si1911 (산)'

요즘 MBC 드라마 '궁' 때문에 조선 왕실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 산(si1911)님의 블로그에 가보시면 구한말 조선 왕조의 실체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으며
내용 중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자세한 뒷얘기들과 흥미로운 사실들과 진지한 해석이 많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글쓴이의 역사사관과 그 이해를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몇 군데는 저의 생각과 어긋나('박 정희'/동학)지만, 보다 냉정히 구한말의 흐름을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하여, 그 블로그의 글을 꾸려서 여기에 옮깁니다.

조선인은 노예상태였는가 아니었는가?

조선 중기에 이르기 까지 10%가 안된 양반 계급이 절반에 가까운 백성을 노예로 부리며 살다가 조선 말기가 되어 노예가 양반에 편입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이것은 국가가 해체되는 과정에서의 기현상일 뿐이지 실제로 노예가 해방되어 자유롭고 살기 좋아졌다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지금의 조선 인민 공화국을 보면 그 의미는 명확해진다. 그들은 조선인민 공화국이 민주 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 국가의 어느 구석에서도 민주주의란 찾아볼 수 없으며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넘어 김정일 개인을 신격화한 사이비 종교집단이요, 마피아 조직일 뿐이고 그 백성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 받지 못하고 모든 자유를 억압 당한 노예보다 못한 존재이다.

1890년대 조선을 방문한 브리튼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눈에 비친 조선인의 삶에 투영된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보자.

"조선의 악담 중에는 기득권 계급인 양반이나 귀족들에 대한 것이 아주 많다. 그들은 생업을 위해서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친척들에 의해 부양 받는 것도 전혀 수치스러운 일이 되지 않으며, 일부는 아내가 바느질과 빨래로 남몰래 일하여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양반은 담뱃대 조차 자기가 가져오지 않는다. 양반의 자제는 그들의 공부방에서 서당까지 그들의 책을 직접 들고 가지 않는다. 이 기생충이나 다를 바 없는 계급은 여행할 때 그가 소집할 수 있는 만큼의 많은 하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관습적으로 요구된다. 그는 하인이 이끄는 말을 타며 절대로 남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통적인 관습이다. 그의 하인은 백성들을 윽박지르고 위협하여 닭과 달걀을 돈도 주지 않고 빼앗아 온다.

백성들, 즉 권리가 없는 대중은 세금을 어깨에 걸머져야 하고 양반에 의해 핍박 받고 급료 없이 노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빚 때문에 혹독한 부역을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인이나 농민이 어느 정도의 현금을 저축했다는 소문이 나거나 알려지면 양반이나 관료는 빌려 준 돈을 찾는다. 실제로 그것은 과세다. 왜냐하면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은 탈세혐의로 감옥에 갇혀서 그 자신이나 자신의 친척이 요구하는 돈을 지불할 때까지 매일 아침 매질을 당한다. 혹은 석방된 후 돈이 지불될 때까지 조금씩 주는 먹을 것을 먹으며 양반의 집에 붙잡혀 있게 된다…."

'비숍'은 시베리아를 여행하다가 그곳에 정착한 조선인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이들이 이국 땅에서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자들이 내가 이곳 조선인 가정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온화한 친절과 더 깨끗하고 더 안락한 편의시설을 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의미심장한 것이 있다. 조선 남자들의 기풍이 미묘하지만 실제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곳의 조선 남자들에게는 고국의 남자들이 갖고 있는 그 특유의 풀 죽은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토착 조선인들의 특징인 의심과 나태한 자부심,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노예근성이 주체성과 독립심, 아시아인의 것이라기 보다 브리튼인의 것에 가까운 터프한 남자다움으로 변했다.

활발한 움직임이 우쭐대는 양반의 거만함과 농부의 낙담한 빈둥거림을 대체했다. 돈을 벌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고 만다린이나 양반의 착취는 없었다. 안락과 어떤 형태의 부도 더 이상 관리들의 수탈 대상이 되지 않았다. 조선에 있을 때 나는 조선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고 그들의 상황을 가망 없는 것으로 녀겼이다. 그러나 이곳 프리모르스크에서 내 견해를 수정할 상당한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조선인들은 번창하는 부농이 되었고 근면하고 훌륭한 행실을 하고 우수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로 변해갔다. 이들 역시 조선에 있었으면 똑같이 근면하지 않고 절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근으로부터 도망쳐온 배고픈 난민에 불과했다.

여행자들은 조선인의 게으름에 많은 느낌을 가진다. 그러나 러시아령 만주에서의 조선인들의 에너지, 근면함, 그리고 그들의 검소하고 유족하고 안락한 집의 가구들을 보고난 후에 나는 그것이 기질의 문제로 오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조선 사람들은 가난이 그들의 최고의 방어막이며 그와 그의 가족에게 음식과 옷을 주는 외에 그가 소유한 모든 것은 탐욕스럽고 부정한 관리들에 의해 빼앗길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좋은 기후, 풍부하지만 혹독하지 않은 강우량, 기름진 농토, 내란과 도적질이 일어나기 힘든 훌륭한 교육, 조선인은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임에 틀림없다. 나는 조선의 농부들이 니혼 농부처럼 행복하고 근면하지 못할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그것은 내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생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나라, 어떤 제도로부터 온 것이든 조선에서 행해지는 모든 개혁은 조선인들의 이 절박하고 자연스러운 갈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조선은 독립국이었나?

우리나라는 너무나 오랫동안 치나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그러한 형편이 오히려 당연하고도 편안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의 외교 반경 안에는 치나와 니혼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른 나라와 외교 관계를 비교한다든지 자국의 입장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지 않았다.

국사를 담당한 일부 정치인들만이 일년에 한두 번 있는 조공 행사와 치나 사신을 맞는 일에 신경을 썼을 뿐 일반 백성에 이르면 전쟁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를 빼고는 외국이라던가 외교라든가 하는 일은 그저 먼 꿈나라 속에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치나의 종속국인지 자치국인지 독립국인지에 대한 의문도 문제의식도 없이 치나 왕은 당연히 천자요, 황제고 우리 왕은 임금- 그렇게 믿고 살았다. 더구나 치나는 우리나라에 총독을 보내지도 않았고 치나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곳에 와서 눌러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그들의 지배하에 있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이러한 반쯤 졸음에 잠긴 우리 자신에 대한 나태한 인식은 19세기말 서구 유럽과 니혼의 본격적인 외교 각축에 의해 돌연히 깨어나게 되는데 워낙 오랫동안 빈들거리고 누워있던 통에 일어나 서기는커녕 제대로 앉아보기도 전에 일방적인 게임은 끝나고 어느 틈엔가 주인이 바뀌어 니혼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치나의 월권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하고 당연히 생각하던 우리 민족이 니혼의 월권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격분했는가. 왜 그 동안 심드렁히 잠자고 있던 백성이 하나의 민족임을 자각하고 깨어나기 시작했던가? 그것은 우리가 니혼을 치나와는 절대 게임이 안 되는 약소국이며 우리보다 못한 야만인이 사는 미개국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에서 중간 하는 아이가 일등은 생각도 않고 계속 중간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보다 공부 못한다고 믿었던 놈이 갑자기 일등이 되었다고 해 보자. 그러더니 반장이 되어 이것 저것 참견하고 공부 못한다고 구박을 하면 이 중간치기가 어떻게 되겠나. 지난번 우등생은 감히 못 쳐다볼 나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 반장된 놈이 깝치는 꼴은 정녕 봐주기가 어려워진 거다. 갑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난 뭘 했지, 내가 저놈 보다 머리도 좋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자신을 새삼스레 돌아보게 된 거다.

치나의 지배는 우리에게 타성을 심어 주었지만 니혼의 지배는 우리에게 자성을 심어주었다. 우리가 자각하여 우등생이 되느냐 아니냐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지 왜 머리 나쁜 놈이 일등했냐고 허구한날 염불해야 아무 소용이 없다.

조선은 독립국이었나? 2

아래 기록은 그무렵 조선의 위치가 어떠했는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조선과 치나의 긴밀한 관계를 아는 사람에게는 서울이 치나의 도시와 너무나도 닮았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서울은 정확히 500년 전에 이씨왕가의 시조인 '이태조'에 의해 도읍으로 정해졌다. 그는 거의 모든 면에서 치나를 모방했다. 치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주변 작은 나라들에게는 이상적인 유일한 국가 모델인 셈이다. 그는 수도 주변에 20피트 이상의 높이로 성벽을 쌓았고 거기에 궁수를 위한 흉장과 총안을 만들었다.

뻬이징의 성문들과 마찬가지로 이 문들에는 그럴듯하며 거창한 이름들이 붙여져 있다. 흥인문/숭례문/광희문 등이다. 역시 뻬이징과 마찬가지로 무쇠를 입히고 꺾쇠를 친 무거운 목재문이 해가 떨어지면 곧 닫히고, 성문 열쇠는 왕궁으로 옮겨져서 왕이 보관한다. 그러나 치나 관리가 서울에 있는 경우에는 그가 열쇠를 보관한다. (33) 이것은 치나의 주권을 인정하는 흥미로운 일이다. (역주: '리 홍장'은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대해서 속방정책을 썼고 이에 따라 '원 세개'가 "통리조선통상교섭사의"라는 직함을 갖고 조선에 부임하여 지금의 용산에 있던 청나라 상인들을 4대문 안으로 옮겨 청군의 보호를 받게 하는 등 권세를 부렸다)

치나와의 연계

지리적으로 붙어있음은 물론 공통의 문자, 관습, 종교, 철학 등은 치나가 니혼보다 조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조건들이며, 이것은 이씨 왕조의 건립 시기인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 황제의 후원으로 '이 성계'라는 모험적인 군인이 조선의 군주로 부상했고, 궁정을 건립하고 서울에 도읍을 정했으며 1894년 까지 치나에 대한 충정으로 치나의 국가적 특성을 조선에 그대로 베꼈다. 1592년~1598년 사이 한반도가 니혼의 침략을 받았을 때 치나는 마치 조선이 자국 영토라도 되는 양 전심전력을 다하여 결국 침략자를 조선에서 몰아내었다. 그 후 만주의 정복자들은 치나 대륙을 정복하는 길에 조선을 초토화하고 더욱 굴욕적인 복종을 강요하였고 이 복속 관계는 최근까지도 그대로 유지 되었고 엄격하게 시행되었다.

'하멜'은 조선에 체류했던 1653년에서 1666년 사이 치나황제의 대표 사절이 조선을 방문한 것과 조선 정부의 철저한 저자세에 대하여 증언하고 있다. 매년 조공 사절이 서울에서 뻬이징까지 육로로 규정된 조공품을 전달하러 갔으며, 그 댓가로 조선은 달력을 받아 오는데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종주국 황제의 특권이며 종속국은 그것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었다. 세월이 지나자 조공의 본뜻은 흐려져갔으며, 가끔 치러지는 사절의 의례적 행사도 규모도 축소되었고, 조공품을 들고 올 경우 정치적 복속의 증거라기 보다는 국경에서 교역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경의를 표하는 예의를 생략하는 경우 큰 문제가 발생했다. 한번은 조선의 군주가 이런 꼼꼼한 격식을 생략했다가 가혹한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병자호란 이후 지금까지 조선의 모든 왕과 왕비는 뻬이징의 황제로부터 인증을 받아야만 했고, 청나라는 청일전쟁 때까지 조선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

1890년 '조대비'의 죽음

1890년 조선의 대비가 죽자, 왕은 즉시 치나황제에게 이를 알리는 사절을 임명했다. 사절단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모든 규정된 의식을 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위로 사절을 보내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로서 황제께서 오랜 옛날부터 인자함을 베풀어 주신 치나의 속방입니다. 우리 조정이 1882년과 1884년의 정치적 혼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귀 조정의 원조를 받은 까닭이며 그 결과 우리 조선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어지신 성품으로 이런 은총을 내려 주셨으므로 저희는 우리가 원하는 바는 무엇이든 양지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는 바입니다. 또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마치 어린 자식이 어버이의 자비로움에 의탁하여 털어놓듯이 폐하에게 아뢰면 폐하께서 허락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찬사가 곁들인 당부에도 불구하고 치나황제는 종주국으로서의 전통적인 권한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단지 가난을 핑계 삼은 조선의 청원에 영접 비용이 많이 드는 육로 대신, 수로를 택하여 제물포를 통해서 청나라로 사절을 파견하였다…

G.N. Curzon의 Problems of Far East 중에서

조선은 독립국이었나? 3

조선이 독립국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까닭은, 치나와 조선이 주종 관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그것을 밝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치나의 종주권에 대해 딴지를 걸 국가가 없었기에 두 국가가 문서로 조약을 맺은 일도 구태여 따지고 확약한 일도 국제법으로 공인을 받아 놓을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19세기 중반 열강의 각축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랬다.

우리의 경우 침략은 항상 북방의 치나로부터 였다. 조금만 속방국으로서의 태도가 불량하거나 치나 자체의 정치적 군사적 목적이 있을 경우 한반도를 침략해 본 때를 보여 주고 가는 것이 종주국으로서의 치나의 권위였다.

생각지도 않았던 섬나라 니혼의 침략은 조선과 명나라를 놀라게 했다. 그것은 그때까지 있었던 단순한 해적들의 행패가 아니었다. 고도로 훈련되고 조직화된 군사작전이었다. 니혼이 명나라까지 쳐들어 가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니혼은 그무렵 유럽 전체의 총기 숫자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숫자의 조총을 보유하고 있었다. 명은 조선과 힘을 합하여 니혼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일까지는 성공하였지만, 명나라는 너무나 큰 국력손실 때문에 곧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니혼도 바다 건너 출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깨달았고 그 후 내치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대륙으로 향한 그들의 꿈은 결코 시드는 법이 없었고, 명나라가 비리비리 죽어가고 있을 때 그들은 조선에 사절을 요구하였다. 니혼 국내용으로는 그것을 조선이 조공을 바치러 오는 것으로 설명하여 새로 성립된 "이에야스 막부체제"의 위신을 높여주는 큰 선전물이 되었다. 한편 조선에서는 사절로 가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실제로 조선이 선물로 가져 가는 것 보다 니혼이 조선 사신을 맞이하며 들이는 비용이 더 많았다. 처음 막부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된 이 사절단은 막부의 권위가 확립되자 점점 규모가 축소되다가 1832년에 폐지되었다.

조선은 독립국이었나? 4

열강의 통상 압박을 받게 되고 유엣에이의 개국 요구로 나라의 문을 열었던 니혼은 세계 속의 자국의 위치를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되었다. "마포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속담처럼, 서양의 무력에 할 수 없이 개방한 니혼은 그 분풀이와 함께 빨리 힘을 길러 서구 열강처럼 되어야겠다는 욕망으로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만만한 조선에 눈을 돌렸다.

왜 우리의 조공국인 조선이 조공을 그쳤는가? 다시 조선을 정복(니혼의 여론은 임진왜란으로 조선을 정복해 속국을 만들었다고 녀기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이 청나라의 속국을 자처하는 것에 분개한 것이다) 하라는 〈정한론〉이 들끊었다. 그리하여 니혼은 조선에게 개국을 요구하며 운양호 사건을 빌미로 도발하여 결국 조선과 강화도 수호조약을 맺음으로써 조선에 대한 침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니혼이 이러한 도발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전에 일어난 일련의 외교사태에 대한 청나라의 책임 회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몇 년 전인 1866년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로 수천명이 학살되었다. 이 때 조선에서 선교활동하던 9명의 프랑스 신부중 6명이 잡혀죽고 3명이 치나로 탈출하여 청나라 프랑스 공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프랑스 공사는 청나라에게 엄중 항의하며 종주국으로서 종속국인 조선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윽박질렀다.

이때 청나라는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태평천국의 난과 아편 전쟁으로 제 한 몸 가누기도 힘에 겨웠던 청나라는 프랑스까지 상대할 형편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대리공사 '드 벨로네'가 '총리아문'에게 항의했을 때 '총리아문'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전적으로 부인했다. 또한 유엣에이의 "제네랄 셔먼호"의 손실과 선원을 죽인 것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일련의 사태를 예의 주시한 니혼은 청나라가 개입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조선에 운양호를 보내기에 앞서 치나에게 정보를 요청하자 아예 문서로 조선이 치나의 속방이 아니라고 확인하여 주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니혼은 강화도 조약의 제 1조에 "독립국가인 조선은 니혼과 동등한 주권을 향유한다"고 명시하였으니 이것은 우리의 주권을 인정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청나라의 개입을 막고 침략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조선은 독립국이었나? 5

그러나 1882년 조미조약이 체결될 때 이 문서상의 독립과 실질적인 종속 관계는 마찰을 일으킨다.

처음 조선‧유엣에이 조약안이 입안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구절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선은 과거로부터 치나의 속방이었으며, 이것을 유엣에이의 대통령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사실은 이 조약과는 영구히 무관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불합리하고 모순된 구절은 물론 워싱턴 정부에 의해 삭제되었다. 워싱턴 정부는 조선과 조약체결의 당사자로서 당연히 조선을 독립국가로 다루기를 고집하였다. 따라서 조선‧유엣에이 조약안은 이후 다른 외국과의 조약에서와 같이 실제적으로 기술되지는 않았지만 조선왕을 독립적인 군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치나는 이런 방식으로 기득권이 상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유엣에이 조약 체결에 앞서 조선 왕이 유엣에이 대통령에게 특전을 보내도록 강요하였으며 그 후 특전의 사본은 적절한 시기에 각 조약국에 송신되었다.

"조선 왕은 조선이 치나의 속방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내치와 대외 관계에 관하여 조선은 완전한 독자성을 누린다. 조선과 유엣에이가 균등한 조약관계를 맺으려는 이 시점에서 유엣에이의 관심 영역 밖에 있는 바, 조선과 치나사이에 있는 조공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과는 무관하게, 조선왕은 독립된 군주로서 조약에 포함된 조항들을 완수하는 임무를 명확히 떠맡는다. 조약안을 숙고하고 타결하도록 관리를 임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왕이 이 특전을 유엣에이 대통령에게 발송하는 것은 그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내용의 문서보다 더 비논리적으로 정부의 문서가 작성된 적은 없으며 어떤 국가도 이런 불합리하고 모순된 입장을 취한 일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리라고 생각한다. 조선 왕은 치나의 영주국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같은 입으로 국내 통치와 대외 관계에 있어 완전한 독립성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면 그의 예속적 지위는 무엇이 되는 것인가? 그는 종속자이며 동시에 독립된 군주라고 기술한다. 이런 놀랍고 복잡미묘한 두 얼굴은 국제법상으로 양립할 수도 없으며, 또한 전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그가 영주라면 그는 조약을 맺거나 동등한 입장에서 사절을 파견하고 영접하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가 독립적이라면 어째서 그는 자신을 봉건 군주라고 선언하는가?

서울 주재 외교 사절들은 조선 왕이 자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조선을 대표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누가 실제 주인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능력 있고 활기 넘치는 치나 총독 대리 '원 세개'는 대궐장의 위치에서 어떠한 일도 자신이 모르고는 성사될 수 없게 하였고, 자신의 허락 없이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하였다. 모든 대외 사절 중 그 만이 유일하게 앉은 채 왕을 알현하였다. 그의 관저 경비경과 거리에서의 열병식은 서울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G.N. Curzon의 Problems of Far East에서

'민비'에 대하여

요즘 보아하니, '민비'가 니혼의 뇌물을 거절하여 니혼이 '민비'를 시해하였다라는 기사가 뜨고 TV에서도 방영을 하고 그랬나 봐요. 니혼이 '민비'를 죽인 일은 잘못된 일이었지만 '민비'를 무슨 청렴한 애국자인양 띄우는 매스컴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뇌물 열 번 받고 더 큰 것 가져오라고 요구했는데 성에 안차는 뇌물 주며 조건을 제시하자 "나 안 받아" 한번 했다면 깨끗한 사람입니까?

조선은 이미 임진왜란 때 한 나라로서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부실, 부패하여 재기가 어려운 상태였지만 대원군의 개혁으로 조금 회복될 기미가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원군은 국제 정세에 깜깜해 쇄국정책을 써서 개국의 타이밍을 놓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니혼도 흑선의 위협에 개국을 하고도 국내에 내분이 일어나 양이파와 개국파가 치열한 공방을 한 끝에 쇄국을 주장했던 양이파가 오히려 개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여 근대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겁니다.

대원군이 조금 더 집권해서 개국의 유익함을 깨닫고 개국과 개혁을 함께 단행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운명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대원군도 결국은 이씨왕조의 보존에 매달렸던 구시대적인 인물이지만 그에게는 적어도 부국강병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의 원대한 목표는 반편 같은 고종과 '민비'라는 예기치 못한 인문 때문에 권력 다툼의 흙탕물 속에 애초의 고귀함을 잃고 협잡으로 돌변하여 조선 왕조의 사망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왜? '민비'를 추켜세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명성황?후?라는 터무니 없는 뮤지컬 때문입니까? 한동안 '원 균'을 치켜세우고 '이 순신'을 깍아내리는 것이 유행했었습니다. 최근에 '이 순신'이라는 드라마 이후 그런 주장이 쑥 들어간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순신'이라는 드라마를 한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역사를 왜곡할까 두려워서요.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죠? 역사를 조금만 공부하고 자료를 조금만 찾아봐도 그런 식의 역사 거꾸로 보기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린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원 균'을 치켜 세우려고 했더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알고난 후에는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양심 있는 역사학자들이 우리의 근대사를 정말 공명정대하게 정리하여 젊은 세대에게 읽히게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비'에 대한 헛된 망상을 던지고 러시아의 밥이 안되고 니혼의 밥이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발언이 그냥 나온 망언이 아니라 시대적인 정확한 고찰이라는 걸 알게 해줄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나라가 먹혔는지 어떻게 해방이 됐는지 어떻게 분단이 됐는지 어떻게 전쟁이 터졌는지 어떻게 50년대에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한 두 나라가 현재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고찰과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몇 번에 걸쳐 '민비'에 대해 아는 대로 써볼 생각입니다. 왜 내가 '민비'를 그렇게 낮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제 글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책을 보고 그무렵 국제관계도 고려하여 나름대로 얻은 생각입니다.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 주시고 활발한 토론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망조가 든 왕조

한 나라나 왕조가 망하는 것을 보면 불행의 전조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이라는 미증유의 외침을 세 번이나 받았고 그 피해는 나라를 세 번은 망하게 하고도 남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임진왜란 때 망하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서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정치를 폈다면 오히려 훨씬 나은 나라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 때 '박 정희' 같은 인물이 있어 쿠테타를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순신' 장군이 왕조에 충성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백성을 위하여 궐기했더라면…..

이씨왕조의 불행의 전조는 대통을 이어받을 아들을 얻기가 엄청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왕조가 왕성하던 때의 세종대왕은 물경 18명의 왕자를 얻었습니다. 공주와 옹주도 여러 명이었고 적출 왕자만도 여덟 명이었죠. 세종에서 문종에게 승계된 왕권을 단종 때에 수양이 찬탈했지만 그의 동복 형제인 안평대군이나 임영대군도 한 인물하는 녹록하지 않은 왕자들이었습니다. 그 때는 오히려 왕자들끼리의 알력이 문제였죠. 조선 왕조 말기에 이르면 이상하게도 대를 이을 왕자가 태어나지 않았죠. 수십 명의 여인을 거느려도 왕자 한두 명 얻기가 힘들었고 태어나도 어려서 죽는 일이 많았습니다.

왕은 백성을 살게 해주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밤일은 그 다음 일이었지만 이렇게 혈통을 이어 가기가 어려우니 자식 만드는 일이 지상과제요,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귀한 아들을 얻기 위한 여인들의 암투로 왕의 잠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한 국가 정치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한심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조선 중기가 넘어가면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존재 목적은 씨앗을 어떻게 퍼트리고 보존하느냐, 또는 그 씨앗에 기대어 어떻게 문중의 이익을 보존하느냐는 말초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뿐이었습니다. 영조나 정조처럼 주관이 뚜렷하고 정권을 장악한 임금도 가끔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전혀 주견이 없고 자질이 없는 인간들이었습니다.

정조의 아들 순조 때에 이르러 왕비의 친정인 안동 김씨의 득세가 시작되었는데 왕이 변변치 못한 까닭에 외척이 마음 놓고 정권을 농단하게 되었습니다. 그전부터 시작되었던 당파싸움은 용렬하고 아둔한 순조의 힘으로는 조정이 안되었으므로 안동 김씨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지요. 순조에게는 아들이 하나뿐이었는데 하나뿐인 아들, 곧 세자가 왕인 순조보다 먼저 죽었습니다.

먼저 죽은 아들은 후에 익종으로 추존 되었고 순조의 손자인 헌종이 대를 잇게 되는데 그도 외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헌종이 아들 없이 죽게 되자 왕손이 사실상 끊어진 겁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자손 없이 일찍 죽은 경종의 뒤를 무수리에게서 난 배다른 동생인 영조가 이었습니다. 영조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자가 어려서 먼저 죽고 차자인 사도 세자가 왕위를 잇게 되어 있었는데 아버지 손에 죽고 말죠. 사도세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자가 어려서 먼저 죽고 차자인 정조가 왕위를 물려받았습니다. 정조의 외아들 순조, 순조의 외아들 익종, 익종의 외아들 헌종, 이런 식으로 겨우겨우 내려왔으니 서출도 없이 5대 독자로 내려오다가 대가 끊어진 겁니다. 가장 근접한 혈통이 7촌이었습니다. 그러나 당파싸움에 의해 계속된 사화로 왕족들은 대부분 귀양을 가거나 낙향하여 숨어사는 형편이었고 자기들이 요리하기 쉬운 만만한 인물을 찾던 안동 김씨는 강화도의 무지랭이를 임금이라고 모셔옵니다.

그런데 농촌의 풀망아지 같은 이 청년, 정치와 권력 투쟁은 모르더라도 자식은 쑥쑥 낳아줘야 할 이 청년도 무슨 일인지 도무지 자식이 없었고 그나마 낳게 되면 곧 죽었습니다. 철종은 오직 딸 하나만을 남기고 여색에 지쳐 일찍 죽고 말았습니다. 그 하나뿐인 공주가 나중에 개화파의 거두가 된 '박 영효'에게 시집을 가게 되지만 신혼에 죽고 말지요. 아무튼 이씨왕조는 마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던 것 같습니다. 여염집 같았어도 이렇게 자식 복이 없으면 큰 문제였을 테니 종족보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된 것이 이해는 가죠.

익종의 비는 안동 김씨 집안이 아니고 풍양 조씨 집안이었는데 헌종과 철종의 치세 동안 시어머니의 친정 안동 김씨의 권세에 눌려 불만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니였던 순조의 비, '김대비'가 헌종이 죽은 후 얼마나 재빨리 머리를 굴려 철종을 허수아비 왕으로 삼고 권력을 휘둘렀는가를 잘 지켜보았던 조비는 철종이 승하하고 자신이 왕실의 가장 웃어른인 대왕대비가 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동안 끈이 닿았던 '이 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을 왕으로 지명했습니다. 겨우 12살 짜리 명복으로 철종을 잇게 하고 '이 하응'과 힘을 합쳐 김씨 세도를 몰아내려는 의도였죠.

'조대비'는 대원군과 권세를 나눠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원군은 권력을 나눠 가질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대원군은 어린 아들을 앞세워 전권을 장악했고 명복이 어렸을 때 혼인을 언약했던 안동 김씨 '김 병문'의 딸을 가차없이 내쳤습니다. 그무렵의 파혼은 지금의 이혼과는 비교도 안되게 한 여인의 앞길을 막는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새로 며느리를 고르는 '이 하응'의 첫번째 조건은 "가난한 집안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절대 외척이 발호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래서 고르고 고른 것이 '민 치록'의 외동딸이었습니다. '민규수'는 무남독녀였는데 아버지 '민 치록'은 이미 세상을 떠나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사고무친이라 할만한 외로운 형편이었습니다.

'민 치록'의 집안은 대원군의 처가 집안이기도 했습니다. 대원군의 부대부인이 "여흥 민"씨였던 겁니다. 대원군은 또 다른 안전판을 성혼도 하기 전에 미리 깔아 놓았는데 아들 없이 죽은 '민 치록'의 가계에 자기 부인의 남동생, 즉 자신의 처남인 '민 승호'를 양자로 들여놓는 용의주도함을 보였습니다. 처남인 '민 승호'가 법적인 동생이 된 '민규수'를 위하기 보다 친누이 편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그렇게 한 것이지요.

일은 그의 계획대로 되는 듯 했으나 세상사가 그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고 조선왕실은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을 탐내는 왕비를 맞게 되어 무너지고 맙니다.

'민비'의 등장

고종은 12세에 즉위하여 15세의 나이에 16세였던 '민규수'와 혼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혼인 전에 정을 나누는 연상의 나인이 있었습니다. 고종은 평생 동안 호색하였고 무서운 '민비'가 날카로운 눈이 번득이는 중에도 몰래 나인들을 찾았고 러시아 대사관에 피신해 있던 숨막히는 순간에도 자식 만들기는 여념이 없어 영친왕이 그 때 생겼고 또 나라가 망하고 나이 60살이 넘은 후에도 정력이 왕성하여 덕혜옹주를 생산하였습니다. 그 남다른 능력으로 나라 살리는 일에 매진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민비'의 집안은 아버지도 없이 모녀가 살며 끼니를 잇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었고 그러한 처지에서 왕비가 되도록 해준 시아버지 대원군에게 처음에는 고마워하고 조신하게 행동하여 시앗인 이상궁에게도 투기를 삼갔습니다. '민비'를 둘러싼 궁중의 환경이 그녀를 끝없는 권력욕과 탐욕으로 몰아넣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기본적인 성격이 그랬다고 생각됩니다. 똑똑하고 기민하지만 무지하고 이기적이고 잔혹하고 탐욕적인 성격은 어려웠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집안도 홀어버이의 자식과 결혼을 망서리게 되는 데 말입니다.

다른 여자만 좋아라 하는 어린 남편과 권력을 독점한 시아버지 밑에서 독수공방하던 '민비'는 왕자를 낳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중전보다 더 사랑을 받던 이상궁이 먼저 태기가 있어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았으니 '민비'의 초조함은 상상이 가죠.

'민비'도 곧이어 아들을 출산했으나 이 아이가 그 유명한 똥구멍 없이 태어난 왕자입니다. 그 시절에 똥구멍 없이 태어난 아이가 생존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겠죠. 더구나 왕손의 몸에 칼을 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양의를 불러 칼을 댔다고 한들 마취제도 항생제도 없던 시절에 아기를 살릴 수 있었을까요. 아무데나 구멍을 뚫는다고 항문 역할 했겠습니까? 결국 그런 아이를 출산한 자기 자신 밖에 탓할 사람이 없지만 '민비'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불행하게 태어난 손자에게 할아버지 대원군이 산삼을 보냈는데 그 약물을 먹고 죽자 산삼의 화기가 동하여 아이가 죽었다고 원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온전치 못한 아이를 낳은 마음을 달래야 했을 '민비'가 불쌍하기도 하지만요. 결국 아기는 사흘만에 죽었고 왕실의 불행은 계속됩니다. 그 때 건강한 왕자를 얻었더라면 '민비'의 성정이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왕자를 얻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에 쌀을 보내 백일기도를 하고 무당들을 불러 궁중에서 굿을 하는 허무개그가 좀 덜했을까요?

'이상궁'은 왕자를 낳아 귀인으로 봉해졌고 서출이지만 유일한 왕자인 '완화군'은 온 왕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고종과 대원군의 관심도 온통 그쪽으로만 가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게 된 '민비', 열달의 조바심 끝에 출산을 했는데 공주였습니다. 그런데 그 공주마저 온전치 못하여 시름시름하다가 며칠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마가 끼었다고 할까요?

아들 낳기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대원군은 완화군을 세자로 봉할 움직임을 보이고 '민비'는 극심한 불안을 겪는 가운데 결단을 내립니다. 대원군이 몸이 아파 며칠 집에 있는 사이에 '최 익현'으로 하여금 상소문을 올리게 한 것입니다. '최 익현'의 상소문은 임금이 친정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권력을 독점하고 전횡하는 대원군을 비난하며 이제는 왕이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서운 아내에게 꼼짝을 못하면서도 한편 효심은 있었던 고종은 벌컥 화를 냈지만 아내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은 넘어 갑니다.

'민비'는 흥선 대원군의 형님이며 임금의 숙부인 흥인군 '이 최응'을 임금과 대면시킵니다. 대원군은 형님 '이 최응'을 보잘 것 없는 인물로 보고 돌보지 않고 궁핍한 가운데 살게 했습니다. 이런 면은 대원군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그는 일가붙이도 능력 없는 인물은 등용하지 않고 큰아들 '이 재면'을 젖히고 둘째를 왕으로 책봉시켰습니다. 고종의 인물됨을 보면 한심하지만서도 '이 재면'은 더 한심했던 인물 같습니다. 아무튼 숙부의 초라한 행색을 본 고종은 아버지에게 반감을 갖게 되었고 '민비'가 옆에서 부추기자 영의정으로 전격 임명합니다. 임금이 섭정에 반기를 든 것이죠. '민비'는 용이주도하여 이미 '조대비'에게 섭정을 거두고 친정을 하도록 하라는 언문교지도 받아놓았습니다. 평소에 대원군의 전횡에 불만을 품었던 '조대비'를 구워 삶아 놓았던 것이죠.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 동안 갑론을박하던 대신들의 분위기는 일시에 돌변하여 모두 임금의 친정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고종이 등극한지도 10년이 되었고 12살 소년에서 22살의 어른이 되었으니 몸소 정치를 하고자 함은 당연하지요. 문제는 고종은 그럴 능력도 의사도 없었던 인물이었던 것에 있습니다. 더구나 나라 안팎은 미증유의 태풍이 몰아칠 판국인데 능력 없고 멍청한 고종과 그런 허수아비 고종의 머리꼭대기에 올라앉아 권력을 휘두를 '민비'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대원군

이리하여 1라운드는 '민비'의 압승이었습니다. '민비'는 아주 불리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녀는 결혼 십년이 가깝도록 중전의 몸으로 가장 중요한 일인 왕자를 생산하지도 못했고 그나마 낳는 아기들마저 불구이거나 부실해서 곧 세상을 떴습니다. 고종에게는 문제가 없었음이 확실한 것이 '이귀비'가 낳은 완화군이나 장상궁이 낳은 의친왕은 모두 훤칠하고 씩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민비'가 낳은 아이들은 모두 부실했고 겨우 살아남아 나중에 순종이 된 외아들 척은 쉬쉬하고 감싸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온전치 못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어떤이는 "니혼인의 독차를 마시고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순종은 1874년생이고 독차사건은 1898의 일로서 그가 이미 어른이 되어 24세의 청년으로 성장한 후의 일입니다.

'민비'는 순종이 어렸을 때부터 아들의 건강을 위해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여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불을 밝혀 기도를 올리고 궁전내에서 푸닥거리를 끊이지 않고 행했던 것을 보면 그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분명한일 같습니다. 더구나 후사를 위하여 10살도 되기 전에 혼사를 올렸으나 10대초반부터 여색을 밝혔던 아버지와 달리 순종은 음양을 모르는 고자였습니다. 이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비'는 더욱 드세게 권력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비'는 외모도 출중한 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민비'는 우아하고 위엄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나라의 왕비로서 30년을 지낸 사람에게 우아함과 위엄이 없다면 이상하겠죠. 그러나 여성적인 아름다움이나 성적 매력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얼굴에 마마자국이 있었다고도 하구요. 그런데도 그녀에게는 남에게 없는 특별한 카리스마가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를 낳지 못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남편을 휘어잡아 다른 여자들에게서 뺏어온 한편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게 해 권력을 전적으로 손아귀에 넣게 됩니다.

'민비'는 신혼의 몇 해 동안은 할 수 없이 남편의 바람기를 허용했지만 그 후에는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여자는 모조리 궁궐 밖으로 쫓겨났거나 죽임을 당했습니다.

고종은 조선의 실질적 마지막 왕이지만 조선 말기의 역사에 그가 끼친 영향은 '민비'나 대원군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그만큼 그는 줏대 없고 능력 없는 용렬한 인간이었습니다. 자기가 한나라, 그것도 생명이 위태로워 숨을 헐떡이는 위기의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첫 10년은 나이가 어리기도 했지만 아버지 대원군의 권력 밑에서 임금의 자리가 주는 쾌락을 누렸고 그 후 20년은 '민비'의 치마폭에 싸여 지냈습니다. 그는 타고난 마마보이였습니다. 대원군과 '민비'가 죽은 후에도 니혼에 손을 벌렸다가 러시아에 의탁했다가 유엣에이에 기대는 등 보호자를 찾아 헤매는 어린애 같은 짓을 되풀이 했습니다. 기대가 어긋나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원망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대원군은 정권을 잡자마자 개혁을 단행하여 사회적 소요와 정적의 반대를 물리치고 정책을 성공시켰습니다. 그의 업적 중 가장 큰 것은 서원의 철폐였는데 그 것 하나만으로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개혁이었습니다. 공자를 모신 유교의 본산을 공격한 것이었으니 그무렵의 반발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원군은 구태의연한 유교와 서원의 붕당이 나라를 갉아먹는 기생충임을 정확히 꿰뚫어본 것입니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 나라의 붕괴현상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양반계급이 사회의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게 되자 양반은 특수계급으로서의 우선순위를 상실하고 부정부패가 극심하여 양반을 사고 팔게 되자 너도 나도 양반임을 주장하게 되었고 국가는 이미 통제할 능력이 없어졌습니다. 양반에게는 면세라는 특전이 있었는데 이렇게 양반계층이 많아지니 국가의 재정이 궁핍해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더구나 양반은 군역도 면제되었는데 상민은 군역을 피하려면 면포를 대신 납부하도록 되어 있으나 양반에게는 이런 의무조차 없었습니다.

대원군의 호포법은 양반들도 군역을 면제받으려면 면포를 납부하라는 것으로 양반의 특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개혁만으로도 대원군의 개혁은 칭찬받을만 합니다. 그는 또한 능력 있는 사람은 파벌에 관계없이 중용하여 썼는데 즉 코드가 안 맞아도 능력만 있으면 중책을 맡겼던 것입니다. 이것은 소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원군의 실책 가운데 하나로 무리한 경복궁 중건을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로 인한 과다 지출이 경제를 어렵게 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나라의 수도 한 가운데 왕궁이 불탔는데 270년간 잡초로 뒤덮여 중건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었죠. 6.25 때 서울이 싸그리 불탔는데 아직도 재건을 못하고 있다는 게 상상이 가나요? 경복궁을 가보세요. 그게 한 나라의 궁궐로서 지나친 규모인가요? 오히려 그 정도 규모의 공사조차 감당 못한 조선의 국력이 너무 허약했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단행한 개혁은 놀라운 것이고 필요한 것이었지만 너무 때늦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가 17세기의 인물이었다면 조선의 운명이 바뀌었을지도... 그러나 때는 이미 19세기 후반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뛰어난 인물이긴 했지만 국제정세에 깜깜했고 조선의 입장에 대한 객관적 안목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기야 그 시대에 조선의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시야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를 나무랄 수는 없죠. 더구나 그의 개혁은 제도화되어 기능적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일인 독재 하에서 주먹구구로 즉흥적으로 행하여진 것으로서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조선의 쇄국

대원군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거치며 쇄국을 지켰습니다. 이것은 지나고 보니, 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오히려 불행한 일이 되고 말았지만 그 상황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 쇄국을 했건 개국을 했건 그 다음에 이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일은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겠죠.

그 때 서구 열강에 문을 열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니혼처럼 개화되고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30년 전에 말죽거리에 땅 사놨다면 갑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허무 맹랑한 가설이죠.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싼값이었겠지만 그 때도 웬만한 자본과 안목이 없었다면 살수 없었던 건 마찬가지니까요. 10년 전에 삼성전자 주식 사놨다면?? 옛날에 이랬다면 ?? 죄다 버스 떠나고 난 후에 하는 헛소리죠.

대원군이 실각하고 '민비' 일족이 들어서면서 결국 운양호 사건으로 무력개방 당하고 말았는데 불과 몇 년 후의 일이었고 준비 없이 개방 당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돌아보면 쇄국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할 수도 있죠. 동양의 막강한 강국 청나라가 개방 후 어떻게 당했던가요. 개방의 수위를 늦추며 내치에 힘써 국력을 키웠어야 하는데 '박 정희'가 있었다면 몰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서양의 열강들에 의해 개국한 국가 중에 자체적으로 부국강병에 성공한 나라는 니혼 외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니혼이 어떻게 그러한 성공을 이루었는가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니혼과 우리의 국력 차이가 19세기 중반 개국 후부터 차이가 났다고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 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니혼은 개국 그무렵 이미 근대화, 산업화할 수 있는 사회적 발판이 있었고 재력이 있었던 국가입니다. 니혼도 쇄국정책을 썼다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니혼의 쇄국정책과 우리의 쇄국정책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도 먼바다에 나가는 일을 두려워하고 우리 스스로를 결박하여 오로지 치나를 상국으로 모시고 살았습니다. '박 제가'의 북학의는 1778년에 쓰여진 것인데 글을 보면 니혼은 진작부터 동남아 일대의 나라들과 교류하여 30여 개국과 교역을 하고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옛날에 니혼이 아직 치나와 교역을 하지 않았을 때는 우리나라를 통하여 뻬이징에서 생산되는 면실을 사들였다. 따라서 우리가 그 중간 이익을 취할 수가 있었다. 이제 니혼은 그것이 매우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치나와 직접 교역하고 있다.
니혼은 30여 개의 나라와 교역을 하고 있다. 니혼인 중에는 치나어를 잘하는 자가 많다. 천태산이나 안탕산 같은 치나 이름난 뫼와 그 기이함에 대해서도 능숙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치나의 진귀한 물건과 골동품, 서화들이 니혼의 항구에 몰려들고 있다. 당연히 우리에게 중간 거래를 요청하지 않아도 된다.

계미년에 통신사들이 사절단으로 니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측 서기가 그들에게 혹시 청나라제 먹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후에 그것을 한 짐이나 갖다 주었다고 한다. 또 통신사들이 가는 길에 하루 종일 붉은 융단을 깔아 주었고 그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니혼인들은 그들 스스로 부강함을 이런 식으로 자랑하였던 것이다. 자신의 나라가 부강해 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또한 그 방법을 누가 남에게 양보하려 하겠는가? 이제 우리가 배를 이용하여 무역을 하고자 한다면 그 대상은 치나 밖에 없다. 왜인들은 간사하여 늘 이웃나라를 엿보고 있고 비엣남, 오키나와, 타이완 등은 길이 험하고 멀어서 교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치나는 최근 100여 년 동안 평화가 지속되었다. 그들은 우리가 예의를 잘 지키며 다른 뜻을 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치나에게 "이미 니혼, 오키나와, 비엣남 및 서양 나라들도 모두 민/절/교/광 등 치나의 동남 해안 지방과 무역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들처럼 교역하기를 원한다." 고 청하면 저들은 반드시 허락할 것이며 특별히 다른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후 우리는 전국의 재주 있는 장인들을 모아 배를 만들되, 치나의 배처럼 견고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요즈음 황해도에 정박 중인 황당선은 모두 치나 광녕의 각화도에서 온 것인데 항상 4월에 와서 해삼을 따가지고 8월에 돌아간다. 어차피 이들을 막지 못할 바에는 그곳에 시장을 만들어 치나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돈을 두둑히 주어서 꾀면 그들에게 배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박 제가'의 글 중에서...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오로지 치나만 상대하고 있을 때 니혼은 이미 30여 개국(물론 타이완이나 오키나와 같은 섬을 모두 나라로 취급하고 있을 때입니다. 주로 동남아를 상대로 한 교역이었죠)을 상대로 무역을 하고 있었고 종교적 이유로 서양에 대한 쇄국정책을 펴고 있었지만 나가사키는 네덜란드에 개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삼각 무역이 가능했다는 얘기입니다.

개국 하기 전에 니혼은 이미 유럽에 어떠한 나라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고 청나라가 어떻게 서양 열국에게 얻어터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고, 네덜란드를 통해 들어온 학문으로 그 때 이미 네덜란드어 사전과 니혼어로 번역된 유럽의 군사학, 지리학, 수학책들이 많이 인쇄되어 일반인에게 널리 읽히고 있었고 서양 의술을 공부한 의사들이 있었습니다. 1726년에 발간된 '조나탄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는 니혼인 선장 얘기가 나옵니다.

니혼은 각 번들이 서로 상업을 장려하였고 이미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에 막부가 농업으로 얻는 200만섬의 수익과 맞먹는 수익을 무역으로 얻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물자가 넘치고 우리나라 백성의 80%가 문맹일 때 저들은 80%가 글을 깨우쳐 인쇄업이 발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논두렁 밭두렁 외에는 따로 길이 없고 강을 건너는 뗏목 밖에 없을 때 그들은 해마다 백만에서 2백만에 달하는 여행인구가 있었고 서민들도 정기 여객선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습니다.

또 한가지 '박 제가'의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청나라는 물론, 니혼도 우리보다 훨씬 물자가 풍부하고 부강한 나라였다는 점입니다. '박 제가'는 조선의 선비들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청나라에 병탄 당한 원한으로 인하여 청나라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얼마나 발전했고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인지를 인정하지 않고 본받을 것 없는 오랑캐의 나라라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조선인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그렇게 발달해있던 청나라도 불과 수십년 후 서양의 과학에 두손들고 만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남에게 먹히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하겠죠.

우리는 우리를 식민지로 삼은 니혼을 원망만 할 게 아니라 거대한 치나를 상대로 싸워 만주를 먹고 나아가 유엣에이를 상대로 수년간 전쟁을 벌인 니혼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달랐기에 두 나라의 운명이 달라졌는가. 대한민국 출범 초기에는 나름대로 그런 생각들을 하기도 하고 우리의 단점을 고치고 그들의 장점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조금 살만해진 요즘 기고만장하여 우리 자신 외에는 모두 오랑캐로 치부하는 '박 제가' 시대의 '소중화' 딸꾼들을 무수히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니혼의 GDP가 우리의 몇배인줄 아십니까? 7배입니다. 유엣에이의 GDP는 니혼의 세배에 가깝습니다. 니혼은 경제규모 세계 2위입니다. 그런데도 유엣에이 비위 맞추기에 정신 없습니다. 그들이 자신을 비굴하다고 생각할까요? 하고 싶은 말 입이 터진대로 하고 아무나 공갈협박하는 북조선이 멋있어 보이고 떳떳해 보이나요?

서양의 함대를 막아낸 대원군도 척화비를 세우고 한때 의기양양했었습니다. 그가 서양의 함대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한 때 군대를 정비하고 내치에 힘썼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선은 그만큼 열강들에게 매력적인 땅은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치나는 서양 열국의 끈덕진 침략을 받았고 니혼도 많은 무역 이익이 기대되는 나라였지만 조선은 구태여 어렵게 개국시키기에는 큰 이점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 때 브리튼, 프랑스, 유엣에이, 도이치란트의 관심은 모두 청나라에 쏠려있었습니다. 조선은 청나라를 사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사은품이었습니다.

* 참고: 천박한 변방의 조선어를 버리고 치나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박 제가'
우리 지식인들에게 내면화된 겨렛말을 천박히 녀기는 버릇이 어디 가겠습니까.. 요즘 "브리튼어 공용화"가 바로 그들이며 이건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아주 캐캐묵은 전통일 뿐이다. _ 악어눈물

[플스짱주인]

조선은 이미 중종반정이루로는 임금에게 실권이 없다고 보아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쓴 대표적인 왕으로 영 정조를 들 수 있는데
이 과정역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후는 조선을 말아먹은 혜경궁 홍씨에 의해 왕조의 몰락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왕족의 몰락이 아닌 국가의 몰락입니다.
이후 약 120년동안 황권보다 더한 권력을 갖은 세도정치에 의해 국가는 몰락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지 않고 당시의 상황을 한 사람의 정치경향으로 국한 시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입니까

그리고 일본이 무역을 잘 하여 그리된것이 아님니다.

유럽이 동양국가에게 원한것은 오로지 금이였습니다.

일본은 이미 유럽국가와 무역에서 금과 은의 교환비률 1:2로 하였으나 당시 유럽은 은의 가치폭락(남미에서 가져온 대량의 은으로 인하여) 1:10이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막부가 무너졌고 정치권력은 일왕에게 돌아갔습니다.

막부가 유럽에서 가져온 무기로 주변 부유국을 복속하여 제국시대를 열었습니다.

수치를 모르는 제국시대를 먼저 가지 못하였다고 우리민족이 어리석다고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