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딴 마을에 중심가 근처에 있는 한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는 수화기를 붙들고 이미 1시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공중전화 박스 근처의 식당 주인이 따가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 중년의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야, 내 하나 뿐인 조카 녀석이 가문도 없는 계집과 만나서 결혼을 했다는 구만, 우리 가문의 고결한 혈통은
이제 나만의 임무가 되었어. 어떤 의미로는 조카 녀석을 혼내주고 싶지만, 어떤 의미로는 내가 좀 더 우리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 셈이지."
중년의 남자가 버럭버럭 큰소리로 말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공중 전화 박스 밖에서도 또렷하게 통화 내용이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중년의 남자와 통화하고 있는 상대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통화를 하려면 동전을 넣어주세요.]라며 같은 말만 할 뿐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식당 주인이 혀를 차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거리를 살폈다. 마을 거리에는 바람 만이 불고있었다.
남자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부스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무언가 아쉬웠는지 좀 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리곤 마침내 멀리서 사탕을 먹으며 걸어오는 꼬마아이를 발견하고는
다시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가서 다시 열변을 토하며 전화를 해대었다.
"매일 같이 와서 저게 무슨 짓이람!"
식당 주인이 가게 창문으로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년 남자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달걀 부침 몇개와 토스트,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한 뒤에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본 다음,
점심 때까지 근처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긴 뒤, 근처 식당에서 일본 스시를 먹고, 마을 중심지에 있는 공중 전화 부스로 와서
통화를 2시간 가량 하고나서, 공원을 산책 한 다음, 프랑스 음식점에서 스테이크와 와인 코스로 저녁을 즐긴 뒤 집에서 잠을 잤다.
누가 보아도 부러운 삶을 살고 있던 것이다.
헌데 최근에 이 남자에게 고민이 생겼다. 바로 결혼 문제였다. 남자는 벌써 중년의 시기를 다보내고 있었다.
그는 가문의 피를 이어가지 못 할 것을 매우 고민했다.
"걱정되는 구만."
남자가 잠에서 깨며 말했다.
그는 평소대로 아침을 먹은 뒤 신문을 펼쳤다. 그리고 무언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XX고아캠프, 지원금 중단으로 아이들 거리로...]
라는 제목에 기사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내 좀 더 내려가서 기사를 쓴 여 기자에게 향했다.
여 기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본 그는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연신 흠흠 거렸다.
그는 별로 가본 적이 없던 PC가 설치된 찻집으로 향했다. 남자는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계산을 한 뒤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여 기자의 이름을 검색했다.
"역시...훌륭한 가문의 태생은 달라도 뭔가 다르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 기자의 프로필에 있는 그녀의 가문을 확인했다.
그녀의 가문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남자는 콧 노래를 흥얼거리며 찻집을 나왔다. 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양복을 차려입었다.
그리고는 집을 나섰다.
그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자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아니, 지금 쯤이면 또 전화잡고 난리를 떨고 있어여 할텐데?"
"전당포에 맡길 물건이 더 이상 없나보지?"
"대체 어딜 가는 거지?"
"또 무언가 보기 싫은 짓을 하려고 하는 구만."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근엄하게 인사를 한 뒤에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여 기자의 집을 향해 갔다.
똑똑 거리며 여 기자의 현관문이 소리를 냈다.
여 기자가 문을 열자 중절모를 쓴 중년의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모자를 벗으며 매우 교양있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여 기자는 잠시 남자를 훑어보더니 퉁명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남자는 흐믓하게 웃으며 그녀의 도도함에 감탄했다.
"제 가문과 당신의 가문에 대해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남자가 말하자, 여 기자가 눈썹을 치켜 세우며 흥미로워 했다. 여 기자는 남자를 집 안으로 들였다.
둘은 거실에서 홍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들은 점차 자신들이 같은 고민을 가졌음을 알게되었다.
어느새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어떻소,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소?"
남자가 그윽한 눈으로 여 기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 기자 역시 므흣한 미소를 지었다.
"후작께서는 정말 저와 잘 맞는 것 같군요. 좋아요,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볼테니 대답해주세요."
여 기자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현재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여 기자의 질문에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껄껄 거리며 귀족 가문에서는 원래 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러자 여 기자는 할아버지에게 들어본 것 같다며 수긍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질문을 오갔지만 남자의 답변은 항상
"원래 귀족 가문에서는..."
으로 시작하여 여 기자를 수긍하게 했다.
이윽고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몇 달 뒤, 그들은 남자의 마을 어귀에 있는 성당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환호했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들은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신혼여행을 떠났다.
몇 년 뒤, 그 부부의 생활 방식은 이러했다.
그들은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달걀 부침 몇개와 토스트,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한 뒤에 점심 때까지 근처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긴 뒤, 근처 식당에서 일본 스시를 먹고, 공원을 같이 산책 한 다음, 프랑스 음식점에서 같이 와인을 즐겼다.
누가 보아도 부러운, 행복한 부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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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음. 초등학교 6학년 때 풍자를 하고자 쓴 소설이 다락방 뒤지다보니 보여서 올렸습니다.
읽다보니 기묘한 이야기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올렸습니다. 오타가 많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