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잘 보내셨나요?
어느때 보다 힘들었던 월요일 아침이었던것 같아요
그래도 담주에 또 빨간날 있지롱
출처 : 웃대 - 몰라ing 님
"세영아 아줌마랑 세영이 엄마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니까
세영이도 아줌마 아들 선길이랑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래줄 수 있지?"
"네 아줌마~!"
"어쩜 이렇게 착하기도 해라~~~ 고맙다 세영아~"
이 대답으로 인해서 나는 어렸을 적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선길이와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같은 나이, 같은 동네,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선길이와 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하여 대기업에 취직해 있는 선길이와, 9급 공무원을 합격하겠다고
집 안에 틀어 박혀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
어렸을 적부터 선길이와 내가 만나게 되면 하는 습관적인 말이 있었다.
"축하해..."
"어... 어... 그래 세영아 고마워..."
"이번에도 1등 했다며 축하한다 선길아"
"응 고마워~"
"서울대 입학했다며~ 축하해~"
"고맙다"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고마워" "고마워..." "고맙다....." "고마워......."
이런 형식적인 대화가 끝나면 나는 어색하고 뻘줌한 상황에 숨이 막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공부도 잘하는 데다가 성격까지 착해 빠진 선길이는 허구헌 날 자랑거리가 끊임이 없었고,
못나고 못난 내가 축하해 주는 것이 그에게도 그리 탐탁치만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엄마들끼리 모이면 하하호호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예전의 그 웃음은 아닌 듯 하다.
"얘~ 선길이 얼른 장가 보내야지~! 번듯한 직업도 있겠다~! 얼굴도 잘생겼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야 말이지~ 그나저나 세영이도 얼른 합격해서 자리 잡아야 할텐데~
여태까지 공부한 시간이 있으니 올해는 합격할 수 있겠지? 그렇지 세영아?"
걱정되서 하는 말인지 비꼬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선길이 엄마의 말에
나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엄마... 그런 말씀 실례에요......"
선길이는 나의 표정을 눈치라도 챘는지 사색이 된 얼굴로 멋쩍은 웃음만 지어보였다.
옆에 엄마의 표정을 보니 엄마도 썩 기분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젠장... 저 새끼만 아니였어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세영아... 어디가?"
"화장실"
"나... 나도 같이 가자"
선길이는 무슨 죄지은 녀석 마냥 나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못하가
몇 발자국 뒤에서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뭐! 할말있어?"
"아니... 그냥 엄마가 하신 말씀 신경쓰지 말라고... 기분 상했다면 내가 사과할께"
"너가 왜 사과를 해...
너희 어머니께서 걱정되서 하신 말씀에 기분 나빠하는 못난 내가 잘못된거지..."
"..... 세영아..."
"응..."
"저녁 먹고나서 어머니들 먼저 보내고 우리 술 한잔 할까?"
이 녀석이 나한테 언제 한번 술 마시자고 권했던 적이 있었나...?
술을 좋아하는 녀석도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갑작스런 녀석의 제안에 나는 잠시 머뭇 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 먼저 들어가볼게... 마무리 하고 얼른 들어와~"
얼떨결에 약속을 잡긴 했지만 녀석이 왜 나 같은 놈과 술 한잔을 먹고 싶어하는지
의구심이 풀리지를 않았다.
자리로 돌아가 식사를 마치기까지 녀석의 의중이 궁금하여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느낄 수도 없었다.
"오늘 잘 먹었어~! 나중에 또 봐~! 선길이도 잘 들어가렴~!"
"아~~~ 네~~~ 오늘은 두 분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세영이와 술 한잔 하고 들어가도록 할께요"
"응? 세영이랑?"
엄마 역시 평소와 다른 선길이의 태도에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이윽고 미소를 지으시며 별 말씀 없이 허락해주셨다.
각자의 엄마들은 집으로 돌아가셨고, 덩그라니 둘만 남은 우리는
방금 소개팅이라도 한 듯한 어색한 분위기 속에 한참을 말 없이 서 있었다.
"저... 저기! 세영아"
"으... 응?"
"소주 좋아해?"
"으... 응..."
"그럼 우리 간단하게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 하러 갈까?"
"그러지 뭐..."
나는 아무 말 없이 삼겹살 집을 향해 걸어가는 선길의 뒤를 쫓으며
애꿎은 핸드폰 전원만 껐다 켰다를 반복하였다.
"여기로 갈까?"
"아... 응 괜찮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을 하였다.
어디라도 상관없었다.
차라리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라고 물어봐주었으면 나는 좀 더 밝은 표정으로
흔쾌히 선길이에게 대답을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삼겹살 2인분과 소주 한병을 시킨 우리는 또 다시 아무 말 없이
메뉴판과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런 분위기를 참을 수 없어 나는 선길이에게 말을 꺼냈다.
"우리 이렇게 단 둘이 술 먹으로 온거 처음인거 알아?"
"하하하하하 그랬었나? 미안하다. 내가 너무 너한테 무신경했네"
"미안하긴 나 역시 마찬가지지 뭐..."
"한잔 할까?"
"좋지~"
주문한 고기가 채 익기도 전에 선길이와 나는 소주 한병을 금세 비워버리고 또 비우고 또 비웠다.
'이녀석 술 못하는 줄 알았는데...'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거기다 술도 잘먹는 선길이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웬일로 나하고 술을 다 먹자고 한거야?"
"그냥... 요새 이것저것 많이 힘든데...
주변에는 온통 나한테 기대하는 사람들 뿐이고 내가 기댈 사람이 없다는게...
깝깝하고 힘들어서..."
"그래서 설마 나한테 기대려고?"
"하하하하하 미안하다 미안해! 너한테 기대려고 한다기 보다는 그냥 술 한잔 먹고 싶어서..."
"지금 장난 치냐? 너가 도대체 이것저것 뭐가 힘드냐?"
"응?"
"나처럼 9급 공무원도 합격 못해서 X신같이 살고있는 놈도 있는데, 니가 뭐가 힘들어?"
"세영아... 난 그게 아니고..."
"야 이 신발새끼야!!! 너 지금 나 약올리냐?"
"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 니도 힘들겠지! 힘들꺼야! 안 힘든 사람이 어디있겠냐?
근데 신발놈아 많고 많은 사람중에 그 하소연을 왜 나한테 하냐고!
너같이 행복한 놈이 왜 나같은 놈한테 이래!"
"....."
"니 나랑 친해? 아니 신발 친하다 쳐도 그렇지 이새끼야!
나한테 그딴 배부른 소릴 왜 하고 있냐고!"
"....."
"니가 지금 나한테 하소연 하는게 얼마나 큰 실수를 하는 건지 모르지?
넌 신발 내 바로 옆집에서 똑같은 업종의 장사를 하고 있는거야.
근데 내 가게가 불이 났어! 나 망했어! 쫄딱 망했어!
근데 니 새끼가 그런 나한테 와서 신발 요새 장사 잘 안된다고 씨부리는 상황이라고!"
"..... 미안하다... 난 정말 요새 힘들어서..."
"이런 신발놈아! 내가 더 힘들어!!! 니보다 백배 천배는 더 힘들다고!
난 하루하루가 지옥이야!!! 이 성기같은 세상 뒈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천번 수만번씩 들어!"
"미안하다... 내가 실수한 것 같네..."
"성기까 이 강아지야!"
술을 먹어서일까?
아니면 어렸을적부터 녀석에게 쌓여왔던 자격지심이 폭발한 탓일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나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가게에서 나왔다.
가게에서 나오면서 슬쩍 본 녀석의 뒷모습은 나만큼...
아니 나보다도 더 축 쳐져 있었고 힘들어 보였다.
"세영아!!! 김세영!!!"
"...응?... 뭐... 뭐야..."
"얼른 정신차려봐!!!"
"아... 왜 엄마... 한 시간만 더 자고 공부 할께..."
"이 녀석아! 어제 선길이랑 너랑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아... 왜~~~~"
"선길이가 방금 새벽에 ■■했대!!!"
"뭐... 뭐라고?"
나는 이불을 걷어 제치고 일어났다.
"지금 전화왔는데 선길이가 자기 방 화장실에서 ■■했대!!!"
"... 그럴리가..."
"엄마 지금 나가봐야 하니깐 이따가 통화하자! 알았지? 이게 무슨 일이람..."
"....."
엄마가 집에서 나간 후 나는 십여 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정신을 조금 차린 나는 바지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켜 보았다.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선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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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문자]
김선길
010 - 9299 - XXXX
09/20 오전 05:29
너한테 오늘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다. 미안하다.
그냥 아무한테라도 하소연을 하면 괜찮아질 줄 았았어...
근데 그게 아니네...
나 이제 죽을꺼야.
너한테 부담주려고 이런 문자 보내는 거 아니다.
혹시나 나 때문에 이런 걸까? 라고 만에 하나라도 생각할까봐... 걱정되서 보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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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했다...
죽기 직전까지 지랑 친하지도 않은 내가 혹시라도 자책 할까 걱정되서
문자를 보내는 녀석이 너무나 황당했다.
이렇게 착하디 착한 녀석이 내가 아직까지 겪어 보지 못한 세상의 더러운 면을
이미 다 보고, 듣고, 겪었다면 녀석이 느끼는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현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지옥같았을 것이다.
녀석의 뒷 모습이 나보다 더 축 쳐져 보였던 것도 그러함이었을 것이다.
나보다 더 잘난 그 녀석이 나보다 더 죽고 싶어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이 세상의 끝에는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끝에 아무것도 없는 어둠 뿐일지라도 그 어둠이 이 현실보다 어둡지는 않을테니...
나는 핸드폰을 그 어느 때 보다도 신중하게 마음을 담아서 눌러대기 시작했다.
녀석이 진심으로 고마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깊고 깊은 숨을 몰아쉰다.
"후우..."
빌어먹을 만큼 하늘이 맑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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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문자]
김선길
010 - 9299 - XXXX
09/20 오전 05:29
너한테 오늘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다. 미안하다.
그냥 아무한테라도 하소연을 하면 괜찮아질 줄 았았어...
근데 그게 아니네...
나 이제 죽을꺼야.
너한테 부담주려고 이런 문자 보내는 거 아니다.
혹시나 너 때문에 이런 걸까? 라고 만에 하나라도 생각할까봐... 걱정되서 보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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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문자]
김선길
010 - 9299 - XXXX
09/20 오전 07:32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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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판 작성자 : 핫뇽
현실이라는 지옥으로 부터의 탈출을 축하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마지막이 뭐죠? 축하한다니?
현실이라는 지옥으로 부터의 탈출을 축하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