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3줄요약하면 흥이 떨어집니다. 괜찮으시다면 직접 마지막까지 읽어주세요^^ ..........)
이것은 아마도 네가 상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도 그럴게, 스무살의 기억을 가진채로 열살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고 치면, 일반적으로 그 기억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할꺼아냐?
첫주째의 반성이나 교훈을 살려서 좀더 나은 이주째를 목표할게 분명하겠지.
하지만 내가 한 것이라곤 그와는 정반대의 것이였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 정말로.
자기 인생이 10년 되돌아간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생각했지. '오지랖도 유분수지!' 라고 말야.
그도 그럴것이 나는 자기 인생이 좋았다. 귀여운 여친이 있었고 친구복도 많았었고 이럭저럭 좋은 대학을 다니면서 전도양양이었지.
인생을 리셋하는 찬스라는 건, 좀 더 자기인생에 대해 마음 깊이 절망하고 있는 그런 사람에게 주워져야 했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쓸때없는 생각을 해내었지.
내가 생각 해냈다고 하는 것은, 첫주째의 인생을 이주째에도 그대로 재현해내자는 것이었다.
자기가 앞으로 저지를 잘못을 알고 있더라 해도 일부러 전부, 그대로 다시 하자고 생각한 것이지.
10년치 되돌림을 완전 무의미로 하겠다는 말인 셈이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나 재해, 위험이나 혁명에 대해서도 대충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지만,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찌되었건 철저하게 첫주째를 모방하기로 했지.
이주째 인생은 마침 10살째의 크리스마스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그것에 대해 눈치 챈것은 배개 머리맡에 놓인 슈퍼패미콤이 들어있는 종이봉투 덕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갖고 싶어서 미칠뻔 했었지.
종이봉투 안에는 게임 소프트가 같이 들어가 있었다. 그 게임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인생은 '강하면서 뉴 게임(つよくてニューゲーム)' 에 상당하는 셈이지. 서려 붙은 창문을 잠옷 소매로 닦아 밖을 보니, 아직 어둑어둑한 눈덮힌 마을이 한눈에 들어 왔다.
꽤 추울법 한데도 어린아이의 몸은 따뜻했었어.
내가 종이봉투를 바스락거린 탓에, 이층침대 아랫쪽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이 눈을 떳다.
동생은 졸린 눈으로 배개 머리맡의 테디베어를 바라보며 때 늦게 '와아-' 하고 환성을 질렀다.
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동생의 침대에 앉아 테디베어에 정신 팔린 동생에게 '야' 라고 말을 걸었다.
"오빠는 십년 후에서 돌아온거야."
동생은 잠이 덜깬 상태로 '어서와-' 라며 웃었다.
나는 어째선가 그것이 마음에 들어서, '다녀왔어' 라고 말하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생은 신기해하는 얼굴로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자기 최고의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 눈 앞에 있는 7살짜리 여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나에게는 앞으로 자기가 저지를 잘못이라던가 정말로 해야만 하는 것들이 보여. 지금부터라면 신동도, 예언자도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무엇하나도 바꿀 생각이 없어. 전과 같은 인생을 보낼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테디베어를 껴안은 동생은 나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며, '잘 모르겠어.' 라고 정직하게 답하였다.
첫주째의 재현에 관하여 나는 타협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을 놀려먹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으며, 일부러 첫주째와 같은 사고에 만날 정도였다.
무엇을 할 때에도 일부러 힘을 빼는 것에 열심이었지. 나 스스로도 참 눈물겹구나 라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해도 인생이라는 것은 나비의 날개짓 한번으로 일변하는 것인가 보다.
이주째에 들어가 5년이 지날 즈음에 나의 인생은, 첫주째의 그것과는 크게 바뀌어 있었지.
무엇부터 말하면 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부터 십까지 변해있었어.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완전 망해버렸어.
첫주째 인생으로 부터는 생각도 할 수 없을정도로.
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한 예를 들자면,
첫주째에 친구였던 인물에게 왕따 당하거나,
첫주째에 연인이었던 여자애에게 차이거나,
첫주째에 다녔던 고등학교 수험에 떨어지거나.
기적적인 악순환이 펼쳐진 셈이였지.
이러쿵 저러쿵해서 고등학생이 될 즈음에는 나는 완전히 어두운 인간이 되어있었다.
지망고에 떨어진 탓에 뭐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서, 싹 터가는 인간불신에 박차가 가해져서 말이지.
틀에 찍어낸 듯한 고독한 인간이 되어 있었어.
그 덕분에 이주째의 학창시절 추억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졸업앨범도 버려 버렸다.
쓸쓸했었지. 수학여행조차도 고통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나쁘지 않은 추억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지독하게 눈보라 치는 날 이었지. 나는 덜덜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 때, 나는 순간,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나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여자아이가 본 적 있는 얼굴임을 깨달았다.
하, 잊을리가 있나. 그것은 첫주째에서는 나의 여친이었던 여자아이였다. 15살 때 사귄 뒤로 계속 옆에 있었는데.
그게 이주째에는 깨끗이 차여버려서 말야. 생각해보면 악순환의 시작은 거기서부터 였던것 같은 기분이다.
상대는 나에 대해 눈치채지 못한 것 처럼 보였다. 그게 아니라도 나의 존재 따위, 예전에 잊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의 눈에는 추위에 떠는 그녀가, 어딘가 쓸쓸하게 보여서-
옆에 누군가 따뜻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 듯 하게 보였었다.
거 참, 참으로 자기 멋대로인 상상이다.
그래도 나는 행복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기를 필요로 하게 느껴졌었거든.
저 애한태는 역시 내가 필요하다고, 행복한 착각을 할 수 있었었지.
살 의욕을 깨끗이 잃어버린 나 이지만 예전의 행복을 되찾고 싶어서, 그녀와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 맹렬하게 공부했다.
그 덕분에 나의 학력은 마지막까지 계속 높아져, 첫주째에 다녔던 대학에 무사히 합격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기적 같았지.
거기까지는 좋았었는데. 거기까지는 좋았었는데 말야.
입학식이 끝나고 나는 그녀의 모습을 쫒아 찾아다녀, 마침내 찾아냈는데
오히려 거기서 부터가 문제였다.
체온이 3도정도 떨어진 기분이었다. 여친이었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랑 팔짱을 끼고 걸었었다.
거기까지라면 아직 참을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남자라는게 요리조리 봐도 첫주째의 나와 쏙 빼닮았다면, 아무래도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의 옛 여자친구 옆을 걷고 있는 남자는 몸집, 몸짓, 목소리, 억양, 표정짓는 법, 어디를 어떻게 봐도 첫주째의 나와 붕어빵이었다.
'도플갱어' 라는 단어가 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주째의 나는 첫주째의 나와 비교하면 신장은 4센치정도 작으며, 체중은 10kg 가벼우며, 비교하기가 뭣 할정도로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만약 첫주째의 인생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었더라면 분명히 눈 앞에 있는 남자같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쩐지 내가 그녀와 사귈수 없었다고 했었더라니. 이주째에는 나의 대역이 있었던 것이였다.
누군가에 대해 적의를 품은것은 오랜만이었다. '이런 ㅅㅂ..그건 내 역할이잖아!' 라고 미친 듯이 머릿속에서 소리쳤다.
그 후로 부터 수개월은 정말로 놀람의 연속이었다. 그도 그럴게, 나의 예전 대학생활 이라는 것을 나의 분신이 속속 정확하게 재현 해내었던 것이였다.
그건 그렇고 객관적으로 보니 새삼 첫주째의 나는 행복했구나 라고 생각들었다. 덤으로 싫은 소리도 않하고 사람에게 친절했었고.
가을즈음이 되서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 때 즈음에 나는 거의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려서 거의 대학에는 가지 않고, 싸구려 술을 마시며 제대로 식사도 않하며 잠만 잤었다.
이대로라면 발광해버릴 거라고 생각했었지. 무엇을 하던간에 그 도플갱어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 때까지 당현했었던 조차도 갑자기 견딜수 없게 되버렸다.
이상한 쪽으로 나는 냉정했었다. 지금의 자신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과, 분신에게 이길수 없다는 점은 이가 갈리도록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점을 알고 생각한 방법이라는 게, 정말로 제정신일 수 없다고 느껴졌지.
즉 나는, 나의 대역을 자처하는 저 남자를 쳐 죽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옛 여친도 쓸쓸해져서, 내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라고 말이지.
아- 코너에 몰린 인간이라는 게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것만 생각하는것 같아. 시야가 좁아져서 말야.
그런고로 나의 여친탈환작전이 시작되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도플갱어 살해계획.
이후, 나는 정기적으로 그 남자를 미행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히키코모리가 나아서 말이지, 아이러니하게도 살해계획을 짜게 되면서 잠시동안
나의 성격은 무척이나 밝아졌다. 여동생에게 지적당해 나는 자신의 변화에 눈치 챈건데,
아, 깜빡하고 여동생의 이야기를 잊고 있었다. 나와 필적할 정도로 변화를 거친 여동생의 이야기.
원래 나의 여동생은 운동과 햇님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고 있어서, 연중 건강하게 볕에 그을리는 활발한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이주째에 와서는 나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독서와 그늘을 선호하는 창백하고 안경을 쓴 아이로 변해버렸다.
첫주째를 아는 사람이 보면 무슨 농담 같았다. 남매가 하나같이 어두운 인간이 되서, 집이 매일 밤 상갓집 같았었다. 부모도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졌는지
뭐같은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거참, 사람 하나가 가지는 영향력 이라는게 무시할게 못 되었지.
예전에 나와 여동생은 주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이가 좋아, 나에게 여친이 생길 때 까지는 어디를 가던지 함께였었다.
하지만 이주째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건 약과에, 눈조차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서로 말이지.
동생은 나를 싫어한게 아닌가 싶다. 그것도 그럴게, 가끔가다 대화한다 싶으면 그것들은 대체로 나에 대한 불만이었으니까.
'인상더럽다' 라던지.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아. 정말로 쓸쓸하기 짝이 없었지. 딸에게 미움받은 아버지라는게 이런 기분 아닐까.
그런데 내가 도플갱어 살해계획을 세워 희희낙락 살해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던 밤, 그 여동생이 혼자서 내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왔던 것이다.
나를 정말로 싫어하는 여동생이 말이다.
때마침 첫 눈이 관측된 날의 일이었다. 너무나도 추운 탓에 어쩔수 없이 히터를 틀고, 그리운 느낌이 나는 등유의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는 그 때,
방의 벨이 울렸던 것이다. 교복 카디건을 걸친게 다인 모습의 동생은 새하얀 숨을 뱉으며, 나의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당분간 여기에 머물게 해줘."
본인은 그 표현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지만 동생이 하고 있는 것은 소위 말하는 '가출' 이었다.
답지 않은 짓을 하네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설사 집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가출같은 의미없는 행동을 취하는 놈으로는 보이지도 않았었고.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온거야?' 라고 내가 물으니, 여동생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라고 모범답안을 선보였다.
'더러운 방이네.' 라고 여동생이 말했다. '취미도 뭐 같고.'
'꼬우면 나가.' 라고 나도 모범답안을 선보였다.
첫주째의 여동생이었다면 쓴웃음 지으며 맛있는 요리라도 만들어 주었겠지만.
여동생도 나의 곁으로 오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구가 적은 여동생에게는 달리 갈 곳도 없으니, 할 수 없이 여기로 가출한 것이겠지.
아직 겨울방학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니 그렇게 길게 머물지는 않겠지만, 되도록 빨리 나가주지 않으려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여동생에게 강하게 말할 용기도 없었다. 이주째의 나는 완전 겁쟁이였다. 그리고 이주째의 여동생은 조금 무서웠다.
이리하여 정말로 아슬아슬한 두사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아침 8시 정도에 여동생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놀라 확 잠이 깨버린 나에게 동생은 '마을 도서관에 데려가줘.' 라고 말하였다.
거기서 잠깐 간격을 두고선, '지금 당장.' 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째에 들어와서 나의 수면시간은 급증하여 열시간은 자지않으면 힘든 체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일어나있는 시간이 괴로운 탓이겠지.
그래도 상대가 가출소녀든 등교거부학생이든 여자아이에게 깨워지는것은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뭔가 그런게 무척이나 인간적이었지.
차에 탄 여동생의 첫마디가 '담배냄새 뭐야.' 였다. 그리고 뒷좌석을 보고서는 '더럽다.' 라고 말했다. '차 주인 성격 나오네.' 라는 말도 한마디.
미안하게 됬네요.
하늘은 흐렸으며 주위는 옅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도서관에 향하는 중에도 동생의 잔소리는 끊일줄 몰라서, 멋대로 빌리고 있는 나의 코트가
'담배냄새 심하다.' 라던지 '뭐 음악은 틀지 않는거냐.' 라며 제멋대로 주절주절 거렸다.
계속 무시하니 티슈상자로 때리기 시작했다. '남이 말하는거 무시하지마.' 라고 말한다. 바른말이기는 했다.
참고로 도서관에서는 책 선정에 한참인 동생에게 '아직이냐?' 라고 물으니, '닥쳐.' 라며 책으로 맞았다.
이주째의 여동생은 이런 느낌 이었다.
동생은 나의 방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보냈던것 같다.
내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동생은 얼굴을 들고선, '오빠 대학 가는 거야?' 라고 물어 왔다. '살해하고 싶은 상대의 생활 패턴을 알고 싶으니까 스토커 하러 간다.' 라고는 차마 말할수 없어, 나는 '응. 대학이야. 일곱시에는 돌아올꺼야.' 라고 대답해 두었다.
올해중에는 이 문제에 결착을 내고 싶었었다. 도플갱어와 전 여친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거나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었었기 때문에 말이지.
그 즈음엔 살해방법은 애저녁에 정해져 있었으며, 도플갱어의 행동패턴도 대충 파악해서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미 행동에 옮겨도 이상하지 않을
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질질 미행을 계속한 이유는 아마도, 결심을 세우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는 그가 결점을 보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죽을만 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죽어 마땅한 이유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곤란하게도 수 개월을 넘어 찾아 헤메어도, 그는 단점으로 보이는 단점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이라고 하자면, 내 쪽이 죽어 마땅한 인간인 것이다.
동생이 도서관에 갔을 때 빌린 책에 따르면 도플갱어에게는 이하와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 주위의 인간과 말을 안 섞는다.
* 본인과 관계있는 장소에 나타난다.
* 도플갱어와 만난 본인은 죽고, 도플갱어가 오리지널로 되어버리고 만다.
잠깐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이들 특징은 굳이 말하자면 전부 나에게 해당되는 셈이다.
친구가 없는 나는 그다지 사람과 말을 섞지 않으며, 같은 대학에 다니는 우리들은 출현장소가 비슷하며, 죽는다고 하면 그가 죽을 것이며 (내가 죽일 것이므로), 상대쪽이 외관도 알맹이도 첫주째의 나와 가깝다.
이러면 마치 꼭 내가 가짜 같잖아.
친구가 없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첫주째의 나는 사이좋게 담소 나눌수 있는 상대가 대학내에 어림잡아도 200명은 있었었다.
당시의 나는 그 녀석들이 모두, 한명한명 나름 장점을 가진 녀석들로 보였었는데 지금와서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보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얼빠진 녀석들로 보였었다. 자기와 관계있는 인간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며, 관계없는 인간이 정떨어지는 놈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런점에서 나는 위로받았었던 거야.
아아, 적어도 첫주째의 나는 모든것에 대해 축복받은것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말이지.
한심한 이야기야. 그딴것에 기쁨을 느끼다니.
예전에 친구였던 사람이 첫주째와는 다른 얼굴을 나에게 보이는 점은 꽤나 흥미진진했었지. 친절하다고 생각했던 놈이 이기심 덩어리였다거나,
겸허하다고 여겼던 놈이 자기과시욕의 덩어리라던지 말야.
다만, 이것은 나의 억측이지만 첫주째에서 내가 그들을 좋은 인간이라고 느낀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것은 극히 유능한 인물 앞에 서면, 무의식적으로 그사람의 영향을 받아버려 일시적으로 좋은 인간으로 변하는게 아닐까.
첫주째의 나를 앞에 뒀을 때에 한정하여 아마도 그들은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지금의 나같은 놈 앞이라면, 어깨에 힘을 빼고
안심하고 개차반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면, 상대방이 싫은 인간이라고 느꼈다면 그 시점에서 조금이나마 이쪽이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자기와 관계가 없다고 해도 쥐똥만큼도 매력을 안 느끼기는 커녕, 점점 매력을 더하는 듯한 인간도 있었다.
뭐어, 물론, 전 여친 이야기지만 말이야.
손에 들어오지 않을 수록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이주째의 나는 뭣하면 첫주째의 나를 뛰어넘을 정도로 그녀를 좋아하게 된게 아닌가 싶다.
그래. 숭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말로, 지금이야 말로 인생을 리셋할 찬스를 줘, 라고 나는 생각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잘 해내 보일태니까 말이지.
나는 이불 속에 파고 들어가, 눈을 감고서 그 날 밤도 빌었다. 눈을 뜨면 삼주째가 시작되어 있기를.
자. 여동생이 가출한지도 5일이 경과했다. 아무래도 슬슬 불편해져 와서 용기를 내어 '언제 돌아갈꺼야?' 라고 물어 보니, '오빠가 돌아가.' 라고
되받아 버렸다. 말한 내가 나쁜 놈 이지.
때마침 그 날, 어머니로 부터 전화가 와서 동생이 그쪽에 가지는 않았냐는 말에 5일 전부터 눌러앉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것을 동생에게 전하니 그녀는 '그래.' 라고만 말하며, 곧 짐을 정중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이런 점은 이상하게도 말끼를 잘 알아듣는단 말이지.
버스 터미널까지는 배웅하기로 했다. 눈이 꽤나 심하게 내리며 가로등도 얼마 없는 길에 여동생 혼자 보내기에는 걱정이 들었다.
옆이라고 불러도 될지 안될지 모를 정도의 절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걷는 우리들은, 역시나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첫주째였다면
손을 잡고 걸었을탠데.
동생이 나를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뭐어, 애저녁에 미움을 사고있었으니 별로 상관은 없지만.
거기다 이제부터 사람 한명 죽이려고 하는 인간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일일이 신경쓰다간 끝이 없다.
버스 터미널 건물은 노후화되어서 벽이나 바닥은 여기저기 때가, 형광등은 누렇게 바랬으며 의자의 쿠션은 찢어져 내용물이 튀어나와 있었고
매점에는 추레한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도 몇 명 뿐에 휑 했었다. 너무나도 음울한 느낌에 마치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가출한 곳 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였다.
'더러운 곳이네.' 라고 동생은 말했다. '오빠 집같아.'
'운치 있는거야.' 라고 나는 자신의 방을 변호하였다.
나와 여동생은 40cm 정도의 거리를 두고서 의자에 앉아, 컵으로 뽑는 자판기의 코코아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렸다.
심해도 너무 심한 장소였다. 여기서 버스를 타면 쇼와(昭和)나 다이쇼(大正)로 끌려가는게 아닌가 생각들었다.
뭐, 정말로 그렇다면 제가 제일 먼저 자진해서 탔겠지만.
내가 코코아를 다 마시니 동생은 '응' 하고 손을 내밀고서, 나의 컵을 자신의 컵에 겹치고서는 버리러 갔다.
휘적휘적 걷는 동생의 뒷 모습을 나는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첫주째의 여동생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믿음직스럽지 않는 느낌이였다.
돌연 나는 여동생에게 무척이나 나쁜짓을 한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생이 집을 나온 16살의 소녀라는 점을, 나는 제대로 배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어머니께는 거짓말로 둘러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애초에 이 애는 가출같은 짓을 하는 타입이 아니다. 어지간히도 심사숙고한 끝에 내 곁으로 온 것 일것이다.
하다 못해 본인이 만족할 때 까지는 감싸고 있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동생이 버스에 타는 순간, '저기' 라고 나는 말했다. "또 가출하고 싶어지면 오도록 해."
그런 대사조차 말하는데 꽤나 용기를 필요로 했다. 이주째의 나는 가족에게 조차 겁을 먹었던 것이다.
뒤돌아선 동생은 보기 드물게 눈을 크게 뜬채, 잠시 멈춰 나의 얼굴을 보며 '그럴게.' 라고 말하곤 웃으면서 버스에 탔다.
버스가 가버린 뒤, 나는 대합실에 돌아가 귀갓길에 대비해 다시한번 코코아로 몸을 뎁혔다.
여동생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는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
여동생은 나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3일 뒤에 다시 나의 방을 찾아왔다. 집에 있을때 동생이 하는것 이라고는 일방적으로 나에 대한 험담을
줄줄 나열한 뒤, '오빠는 불제구능이야.' 이라고 말하는 것이였다. 그러곤 내가 차린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선 나의 침대를 점령한 채로 새근새근 잤다.
다음 날, 아버지가 마중나와 동생을 데리고 갔다. 상태를 보아하니 가까운 시일내로 또 돌아오겠지.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이주째의 내가 만회할 길이 없을 정도로 첫주째의 나보다 뒤떨어지기는 했었지만, 부분적으로는 더 나은 점도 있었다.
애초에 그렇지라도 않으면 치사하고 더러워서 살겠나.
이주째의 나는 첫주째의 나와 비교하자면 백배정도 책을 읽는 인간이었다. 그것은 물론 고독을 얼버부리기 위해 도서실에 다닌것이 기인하는 거지만.
그리고 지금부터 말할 사건에 있어 그 취미가 이럭저럭 도움이 된다는 말이지.
예전의 나는 여친 일이라면 뭐든지 다 알고 있는 셈이였다. 5년간 죽 같이 있으면서 정말로 많은 것들을 말해왔으니까 말야.
그런데 말이지, 의외로 내가 모르는 면도 존재한것 같았다.
그 날도 나는 동생에게 밟혀 깨어났었다. '도서관에 책 반납할꺼야.' 라고 동생은 말했다. '시민의 의무니까.'
뭐어, 오후 4시에 숙면하고 있는 나도 나쁘긴 하지만.
도서관에 도착하니 동생은 책 꾸러미를 껴안고선 걸어갔다. 주위는 벌써 어두컴컴하게 변해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었다.
나는 주차장 구석에 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곳은 창고처럼 되어 있어서 여러가지 물건들이 산란해 있었다. 녹슨 자전거나 공이나 책상같은 것들.
잡동사니 안에서 실외기만이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는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서 담배를 빨았다.
어째서인지 그곳에는 제대로 된 잿덜이가 있어서 말이지.
이주째의 나는 이런 적막한 장소에 오면 마음이 안정되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문득 보니 이쪽을 향해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용건인듯 하여, 손에는 담배를 들고서는,
-그래, 그게 나의 전 여자친구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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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정도 번역하다 보니 삼도천 건너겠네요. 상/하 로 나누겠습니다.)
reference : http://blog.livedoor.jp/kinisoku/archives/3593004.html
十年巻き戻って、十歳からやり直した感想
재밌어요 얼른 하편을....ㅠㅠ
단편 좋네
어...어서 하편을..
스토리텔링이 참 보는 내내 사람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번역 감사드리고 다음편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밌습니다.
10년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현역안갈거임..
여기 괴담게인데; 소설은 소설게로.....이동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