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 여친은 무척이나 예의바른 여자여서 말이지, 어색해하는 눈치임에도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는 여자인 것이다.
나 또한 인사를 건넸는데 내심 당황했었지. 그녀가 흡연자였다는 것도 몰랐었고, 이 도서관의 이용자라는 것도 몰랐었었단 말이다.
그토록 대화할 기회를 노려왔으면서 막상 닥쳐오니 말문이 트이지가 않았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라며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책 빌리러 온거야?" 라고 그녀는 나에게 물어봐 주었다.
"내가 아니라 여동생이." 라고 나는 솔직하게 답하였다.
"그래, 여동생이구나. .....너는 책 안 읽어?"
'이럭저럭' 이라고 답하니, 전 여친은 기쁜듯한 얼굴을 보였다. 주위에 책을 읽는 인간이 적었던 것 이겠지.
그로부터 우리들은 10분정도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실없는 대화였었다. 딱히 의미 없는 대화. 첫주때의 나라면 2초만에 잊어버릴것만 같은 대화 말이지.
하지만 말야, 겨우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쁨으로 가슴이 폭발할것만 같았어.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지기를 이라고 빌었지.
"담배 피는구나. 의외네." 라고 내가 말하니 나의 예전 여친은 곤란한 듯한 얼굴로 웃었다.
"그이 한태도 비밀로 하고 있어. 지금까지는 너 밖에 몰라."
나는 그 말을 뇌에 새겼다. '너 밖에 몰라.' 참으로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주위가 껌껌해져, 그녀는 돌아갔다. 나는 잠시동안 그녀와 한 대화의 여운에 젖어 있었다.
멈추지 않는 전신의 떨림이 추위에 의한 것인지, 흥분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고작 이 정도로 기뻐할 수 있다니, 절약의 표본이 따로 없다.
거기다 이 때의 나는 아직 자신이 하고 있는 치명적인 착각에 대해 눈치 채지 못 하였다.
여동생은 어느샌가 차로 돌아와 있어, 내가 돌아오니 '5분 지각' 이라며 머리를 다섯대 때렸다. 한시간 지각하면 죽을 뻔 했겠다 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을 나와 한참 있다가 동생이 말했다. "오빠, 아까 그 여자랑 사이좋아?"
"아니. 나랑 말만 섞는 정도야. 저 애가 상냥한것 뿐 인거지."
"흐으응. 그럼 나도 상냥한거네. 말 벗하니까."
"그건 아니지. 우리들은 단순히 사이가 좋은것 뿐이야."
"에에, 그런거였어?" 라며 동생은 징그러워 하는듯이 말했다.
가로수나 가게 앞에 일루미네이션이 빛나며, 구석구석에서 크리스마스 송이 흐르고 역 앞에는 거대한 전나무가 설치되어
점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생은 4회차 가출에서 유감스러운 귀가를 하였으며, 나는 역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광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역앞의 광장은 나의 전 여친이 약속장소로 자주 쓰는 장소였다. 나는 그곳에서 그들이 합류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날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나의 생일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그리고 나의 여친은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겹치는것이 마음에 안든다는 것도 있어, 일주일 전에
축하하기로 했었다.
도플갱어도 나와 생일이 동일한듯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여친과 만난 그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받고 있었다.
이런 입장이 아니라면 훈훈한 광경이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보고 순간 머리를 감싸버렸다.
그래서 말이지, 문득 옆으로 시선을 보내보니 이상한거야. 나랑 완전히 똑같은 포즈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거지.
그 사람을 자세히 보니 구면이었다. 라고 말하는 것도 그 애가 초중고 같은 학교를 다녔고, 나아가 대학 학부까지 같은 애였으니 사람 얼굴를 기억하기 힘든
나라도 기억하고 있었었다. 하지만 그다지 말을 나눈 기억이 없었다.
그것도 그럴게, 상대방도 나에게는 듣고 싶지 않겠다만, 지독하게 말걸기 힘든 애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선은 나와 같아, 역 광장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거야 여기에 있으면 딱히 다른 볼만한 것도 없기야는 하겠지만, 그녀를 보고있는 사이
나의 안에서 무언가가 걸렸던 것이다.
사람이라는게 같이 있는 시간이 길면, 말버릇이나 제스쳐가 옮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첫주째에 있어 나와 여친 사이에는 여러가지 공통되는 '습관' 이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여자가 하고 있던 왼손으로 뒷통수 머리카락을 집요하게 만지는 습관은, 우연찮게 나로 인해 여친에게 옮겨진 습관 중 하나였다.
어째서인지 무척이나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얼굴을 들었을 때, 우리들의 눈이 맞았다. 그 순간에 어째서인지 나는 그녀에 관해 많은 것들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1. 그녀는 나의 대역을 사랑하고 있다. 한없이 비슷한 감정을 지니고 있으면 눈을 보는것 만으로도, 알 수있는 법이였다.
2. 그녀는 전 여친에게 질투하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과 저렇게 친밀하게 지내고 있으면 속 뒤집어지는것도 당연한 것이다.
3. 그녀에게는 '첫주째의 기억'이 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되돌리기 실패' 의 스페셜리스트라고도 말할 수 있는 내가 한 말씀 하자면, 이주째에서 실패한 인간에게는 특유의 감정이 있는 법이다.
옆에 있는 여자에게서 나는 그것을 느낀 것이고.
그래서 말이지 이것에 대해서 처음부터 설명해 뒀어야 하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내가 가진 첫주째의 기억에는 몇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그것은 '회상하는 법에 제한이 걸려있다'는 것.
자신은 이러이러한 특징의 인간과 이러한 관계에 있다, 같은 것들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실제 이름, 얼굴, 목소리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아무리 용을 써도 확연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표정이 풍부하다' 라던지 '볕에 그을렸다' 라던지 '어른스러워 보이는 이름' 이라던지 '눈매 더럽다' 라던지 그런 식으로는 기억해낼 수 있는데, 라는거다.
하지만 이주째의 나는 그것을 경시했던것이다. 첫주째를 재현하기만 하는 이주째에 있어서는 기억에 제한이 있기는 해도, 그다지 지장 없게 보였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기억이라는 놈은 많든 적든 처음부터 그런 불확실한 성질이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자,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미 이해됐다고 생각하지만 이상의 정보를 정리해보면, 끌어 나오는 결론은 하나.
옆에 있는 그녀는 나의 예전 여친이 인생 리셋에 '실패'한 모습인 것이다. 그래. 자리를 뺏긴것은 나 하나만이 아니었었다.
내가 중학교 시절 고백한것은 잘못 본 상대였으며, 살인을 저질러서라도 되돌리려고 한 연인은 사람을 착각한 것이였으며, 내가 항상 뒤에서 보고있었던
두사람은 양쪽다 대역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나의 진짜 여친은 언제나 나의 옆에 있었던 것이다.
예전 여친이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며, 같은 고뇌를 안고 있음을 알았을 때,
하지만 말이지 나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절망했다고 말해도 좋다.
어째서냐고 말한다면 설사 옆에 있는 그 애가 나의 진짜 연인이라고 해도,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보다 첫주째의 여친에 가까운 '가짜' 쪽 이었던 것이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리지널인가 아닌가' 가 아니라 '첫주째와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 주는가 아닌가' 였던 것이다.
변해버린 진짜에게는 이미 흥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거기다 착각도 10년 가까이 이어지면 그야말로 본인에게는 수정할 수가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가짜' 애가 애초에 나와는 생판 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나는 풀죽어 버렸다.
이렇게 되버리면 그녀와 내가 맺어지는 근거가 마침내 사라져 버리는것이 아닌가?
내가 믿어 마지하지 않던 빨간 실은, 광장에 있는 그녀가 아닌 옆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여자와 이어져 있는 셈이니까 말이지.
하지만 보면 볼 수록 진짜 전 여친은 나와 비슷한 변화를 치루어 놀랄 노자 였다.
이주째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기분이었다.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런고로 운명의 재회는 이루워지지 않았다. 쓸쓸한 눈으로 광장을 바라보는 진짜 옛 여친은 옆에 누군가 따뜻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 듯 하게 보였었다.
응. 이번만큼은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않고 가게를 나섰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그녀가 아닌듯이,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도 나의 대역 쪽일 것이니까.
나는 마을을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그렇게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여기도 저기도 크리스마스 무드로 허무하게 느껴졌지만, 아주 그런 기분에
젖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일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나는 저 대역을 죽일 생각으로 있었지만, 정말로 그런게 가능했었을까?
그리고 기적적으로 그것이 성공했다 쳐도, 그 상대방 애가 지금의 나를 좋아하게 된다고 정말로 생각했었던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그냥 머리가 헤까닥 한 것이겠지.
그리하여 나는 도플갱어 살해계획을 포기한 것인데 말이지,
소원이라는게 웃기게도 바라는것을 그만둘 즈음에 이루워지는 것이였어.
나는 머릿속을 텅 비우고 싶었다. 지금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잊고 싶었다. 미행할 이유도 사라져서 시간도 남아 돌았다.
그래서 눈에 걸린 단기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데로 응모하기로 했다.
매일 밤늦게 너덜너덜 해져서 귀가하는 나를 보며, 5회차 가출을 해 온 동생은 '오빠 여친이라도 생긴거야?' 라고 물어왔다.
지금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인데 말야. 짜증나게시리.
그래서 말이지, 어차피 예정도 없을 거라고 연말까지 아르바이트로 꽉 채운 나였는데, 제대로 내용설명도 안 읽은 탓에 크리스마스 당일 날
연인들이 모이는 백화점에서 추첨회(抽選会)의 진행요원을 맡게 되버린거야.
무거운 기분으로 현지에 집합하니, 무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아르바이트에 온거야.
그래. 진짜 쪽, 나의 전 여친이 말이지.
음, 정말로 어색한 분위기였지.
어째 하는것도 생각하는 것도 똑같네. 우리들은.
상대 쪽은 나의 얼굴을 보더니,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나도 똑같이 돌려주었는데 상태를 보아하니 여전히 그녀는 나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듯이 보였다.
우리들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으로 페어가 되어 푹푹 찌는 산타 코스튬 뒤집어 쓴 채 들떠있는 부부나 커플 등을 상대했다.
예전에는 우리들도 저 쪽 인간이었는데 말이지.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도 친구가 없는 우리들은 딱히 맺을 상대도 없었기에, 이렇게 둘이서 어색하게 작업을 했었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이상했었다.
휴식시간이 되자, 나는 전 여친을 놔둔채 혼자서 밖에 담배를 빨러 나갔다. 그녀와 있으면 괜한 것들만 생각해 버리니까 말이지.
멍하니 주차장 상태를 바라보고 있자, 본 적있는 파랑색 경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내가 스토커를 할 때 자주 보던 자동차 였다.
즉, 대역 두사람이 타고 있는 차라는 것이였다. 꽤나 특히한 차종이었기에 금방 알아 보았다.
그러고 보니 20살의 크리스마스 밤, 우리들은 여기에 왔었었지.
휴식이 끝나고서 다시 추첨회장에 돌아가서, 뭐 이 앞으로 일어날 일은 예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네사람은 거기서 처음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평소 이상으로 행복해 보이는 그 두사람은 설마 그 행복이 눈앞에 있는 두사람의 우충충한 산타클로스에 의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진짜 옛 여친 쪽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나의 대역 쪽을 보고서는 괴로워하는 눈치였다. 아마 나도 그런 눈을 하고 있었겠지.
대역 두사람이 가고 나서, 나는 잠시동안 그들이 이제부터 어떻게 보내는가를 떠올려 보았다. 옆에 있는 옛 여친도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 아닐까.
이렇게 기분 더러운 것도 찾아보기 힘들겠지.
추첨회장 옆에는 가전 코너가 있어서 나는 주위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그곳에 놓인 대형 TV의 영상을 보기로 했다.
별 시답지도 않은 뉴스 영상이 흘러나오면서 가끔식 역 앞의 일루미네이션이 비춰지거나 하곤,
----거기서 나는 돌연 아까 두사람이 이제부터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운이라는 것은 긴 안목으로 보면 균형잡힌 것 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방식은 대체로는 운 나쁜 인간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쓰는 말인데,
그 때 만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 그런가 저 두사람은 죽어버리고 마는 것인가. 그것 뿐.
어느 쪽이라고 하자면, 기뻐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남자가 원망스러운 것은 변함없고, 여자 쪽은 어차피 내것이 되지는 않으니까.
그래. 어차피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없는 편이 행복한거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나는 아르바이트를 내팽겨 치고선, 옛 연인의 손을 잡고 달려 나가고 있었다. 이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부터 할 일이 혼자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했었고, 말을 믿고서 협력 해줄만한 사람은 그녀 정도밖에 없을 태니까.
백화점 안을 헤쳐나가는 산타 두사람을 보고, 어린아이들이 우리들을 가리키며 법석이였다.
실제로 기묘한 광경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아무말 하지 않고 따라와준 것은 말이지, 잡혀진 손에 어딘가 그리움을 느낀 탓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은 내가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었거든.
밖에 나오니 이미 눈보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나는 차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희한하게도 나의 머리는 맑아져 있었다.
아까 본 뉴스의 진행 상태로 볼때, 도착할까 말까할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었다.
그런 긴박한 상황임에도 한편으로 나는 이상해서 어찌할빠를 몰랐었다. 자신이 자기같지도 않은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는 게, 아마도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 제일 재밌는것 아닐까. 이주째 인생을 주로 그것에 고민해 온 나지만, 하지만 역시 사람이 '같지 않은' 일을 한다는게
무언가에 대해 반항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스무살 크리스마스에 지독히 눈이 내리는 날이었지."
차를 내달리며 나는 조수석의 그녀에게 말했다.
"기억나? 선물을 교환한 우리들은 홍차를 마시면서 TV를 보고 있었어. 일부러 히터는 안 틀고서 두사람이서 모포를 뒤집어 썼잖아.
일부러 양초불에 몸을 녹이거나 하면서.... 그런게 즐거웠던거야. 그 때의 우리들은."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내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나는 말을 이었다.
"TV에서는 사고 뉴스가 나왔지. 너무나도 눈이 심해서 그 날 밤, 일부에서 정전이 일어난거야.
그건 그거대로 로맨틴하기는 하지만 말야, 장소에 따라서는 신호등까지 안 들어오게 되버려서 눈보라에 시계가 나빠져서 아니나 다를까, 참혹한 사고가 일어난거야. 그 때 우리들이 들은 CD는 '레논 레전드' 로 마침 'Stand by me' 가 끝나서 'starting over' 이 시작될 즈음 이었지. 그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크리스마스에 때 죽다니, 지지리도 운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군 이라고 생각했었지."
"뉴스 영상으로는 수 대의 차들이 엉망징창이 되서, 그 중에 파랑색 경차가 있던것을 기억하고 있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은 이주째의 나에게 있어서는
눈에 익은 차였지. 그도 그럴게, 자기 역할을 뺏은 남자가 타고 있던 차니까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는 나는 다시 한번 흘깃 시계를 보았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서 그들은 목숨을 잃겠지. 그것은 사실은 나에게 있어서 바람직한 전개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시계(視界) 끝에서 끄덕이는 그녀에게 나는 다시한번 그리운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말야"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 비극을 눈감아 버리기에는, 오늘은 너무나도 경사스러운 날이잖아. 거기다 나는 첫주째의 인생을 사랑하는 것과 동등할 정도로
그것을 재현하고 있는 그들 또한 어딘가 사랑하는 점이 있어. 나도 가끔은 이주째다운 점을 보여줘야 않겠어.
첫주째의 반성이나 교훈을 살려서 좀 더 나은 이주째를 목표하는 거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정전에 대비해 대기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나의 어깨를 두드려서 물었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사람들을 구하거나 해온거야?"
여전히 절묘한 곳을 찌르는 구나.
"아니. 이번이 처음이야." 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러니까 지금 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봐. 본래라면 샐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목숨을 구했을수도 있을 인간이, 이제와서 자기가 구하고 싶은
상대만 구한다는게 말이지."
"그렇구나... 나도 이번이 처음이야." 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 이주째에 들어와서도 첫주째의 기억을 살려서 뭔가 해야지라고 한적은 한번도 없었어. 지금은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나 이전 인생을
그대로 되풀이 하려고----"
"나도 그래." 겹치듯이 나는 말했다.
"저기 말야." 라고 그녀가 말했다.
"정전으로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확인시켜줬으면 하는데."
"뭐를?" 라고 내가 말을 마치지 전에 그녀는 까치발로 나의 볼에 입술을 맞추었다.
"미안해." 라고 그녀는 말하였다. "그게 다야."
확실히, 확인은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것 이겠지. 그것만으로도 나는 많은 것들을 떠올렸다.
나는 어지간히도 표면적인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이다. 이주째의 기억제한은 나의 사고방식에까지 치명적인 결함을 주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을 나는 완전히 경시해버리고 만것이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었어." 눈을 가린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돌아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일대의 빛이 일제히 꺼졌다.
그것은 참으로 바보같은 광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산타클로스 두사람이 봉지에서 여러가지 빛을 꺼내서 말야, 유도봉을 들고서 교통정리를 시작한거지.
준비해온 가양각색의 회전등 같은 경우엔, 보기에 따라서는 크리스마스의 일루미네이션으로도 보였다.
바보처럼 잔뜩 펼쳐둔거지. 우리들.
거기다 나는 그 바보스러움에 취해서 창문을 열고서 격려의 말을 건내준 커플들에게 몇번이고 '메리크리스마스-!' 라고 말해버렸다는 거야.
가장 말하고 싶지 않은 말인데 말이지. 의상과 추위에 머리가 어떻게 된거라고 생각해.
정말로 지독한 눈보라여서 말이지, 눈을 뜨는것 조차도 힘들었었고,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어 버려서 턱도 아프고, 자기가 어디까지 옷을
껴입고 있는지 조차 모를정도로 몸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지.
나의 방식이 맞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사고는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끝났다. 몇 번이고 우리들 쪽이 차에 치일뻔 했지만, 뭐 눈에 띄는
의상이었으니까 말이지, 어떻게 살아남았다. 이 날 만큼은 산타클로스 복장에 감사해했지. 이게 잭 랜턴 이였더라면 틀림없이 죽었을꺼라고 봐.
그리고 그 파랑색 차가 지나가는 것을 우리들은 지켜보았다. 과거의 우리들이 지나가는 것을 배웅한 셈이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들이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그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 나로써는 견딜수 없을정도로 통쾌했었다.
전기가 복구될 즈음에 우리들의 몸은 시체처럼 얼어붙어서, 감기든 폐렴이든 뭐든간에 웰컴인 느낌이었다.
어디에서 몸 좀 녹이고 싶었지만 이미 어느 가게도 문을 닫았고, 휴대폰에는 아르바이트 쪽에서 온 연락이 몇 건이나 있었고 눈에 쓸려 타이어를 못쓰게 되어
차가 움직이기 않게 되어 어디서 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때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르켰다.
그렇다. 이 순간 반복은 막을 내렸다. 여기서 부터는 우리들도 전혀 모르는 세계다.
진짜 옛 여친은 이를 딱딱 부딛치며 떨면서 사라질듯 한 소리로 '춥네.' 라고 나에게 미소지었다.
그만큼 말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을 쥐어짠것 이겠지.
생각해보면 요 10년, 나는 추위를 함께 나눌 상대조차 없었었다.
왜 일려나. 그 때 문득 나는 행복한 기분에 휩싸인것이다. 대역의 두사람은 앞으로도 우리들의 자리에 눌러앉을 것이고, 후기 학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친구는 없고 덤으로 지금 당장 얼어죽을 판인데. ----그래도 행복했었다.
앞으로 뭐가 있던 간에, 대부분의 것들은 괜찮을 느낌이 들었다. 우리들이라면 그럭저럭 잘 해낼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근거없는 자신감 이었지만 근거가 없는 자신감만큼 강력한 것은 없는 것이니까.
헤까닥 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때의 나는 첫주째의 스무살보다 행복한 것 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정말로 대단한 거겠지.
십년만의 Happy Birthday 라는 거 아니겠어.
아침녘에 귀가한 나는 졸리지도 않아 어딘가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내가 여친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바스락거린탓에 나의 침대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이 눈을 떳다.
졸린 듯한 눈으로 배개 머리맡에 있는 나로부터의 선물을 보더니, 한발 늦게 '오오-' 라며 싫지 않은듯이 말했다.
갓 일어난 여동생은 약간이나마 첫주째의 모습이 남아있단 말이지.
나는 침대에 걸터 앉아 '야' 라고 말을 걸었다.
"오빠는 십년 후에서 돌아온거야."
동생은 잠이 덜깬 상태로 역시나 '어서와-' 라며 웃었다.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다녀왔어' 라고 말하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생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나의 얼굴을 째려보았지만,
내심 그렇게 싫지는 않는 것 처럼 보였다.
"오빠는 십년 후에서 돌아온거야. 나는 열살에서 스무살의 인생을 다시 한번 경험한거야.
그 때의 나에게는 앞으로 자기가 저지를 잘못이라던가 정말로 해야만 하는 것들이 보였던거지. 되고싶었다면 신동도, 예언자도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무엇 하나도 바꿀 마음이 없었었어. 전과 같은 인생을 보낼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었거든. 하지만 나는 첫주째의 재현에
실패해버렸지. 주위의 행복했어야 할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말았어.
다만, 그렇기야 말로 나는 알고 있는거야. 우리들은 좀더 제대로 될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을.
미묘한 차이로 사람은 변하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톱니바퀴가 엇갓려서 이런식으로 되버리고 말았지만, 그딴건 사소한 차이에 지나지 않아. 우리들이 제대로 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거야.
그러니까 말야, 다시 한번, 그 나날을 되찾아보자.
슬슬 반격개시를 해보자고.
선물을 껴안은 여동생은 역시나 '잘 모르겠어.' 라고 답하였다. '언젠가 알게 될꺼야.' 라고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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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reference : http://blog.livedoor.jp/kinisoku/archives/3593004.html
十年巻き戻って、十歳からやり直した感想
일단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꽤나 유명한 스레인데 이상하게 한쿡에는 번역되있지 않아서 제가 "직접! (이와타사장느낌)" 번역해봤습니다~ 대충 8시간 걸렸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우와....진짜진짜 넘 재밌게 잘봤습니다! 번역 고생하셨어요!
일단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꽤나 유명한 스레인데 이상하게 한쿡에는 번역되있지 않아서 제가 "직접! (이와타사장느낌)" 번역해봤습니다~ 대충 8시간 걸렸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우와....진짜진짜 넘 재밌게 잘봤습니다! 번역 고생하셨어요!
캬...
여운이 남는 이야기일세
첫줄 읽고 내려왔습니다. 이럭저럭은 무슨 뜻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