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실에 다온 라이언은 노크를 하려다가
안에서 높은 언성이 새어나오는 것을 들었다.
'부함장하고 함장하고 다투고 있는 것인가?'
일단 한수가 함장실에 있는 것은 확인되었다.
그럼 기다렸다가
한수가 나온 다음에 보고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함장실을 떠나려던 라이언의 귀에
높은 소음이 들렸다.
라이언은 그 소음이 무엇인지 알고 놀랐다.
바로 총소리였기 때문이다.
이 함에서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함장의 호신용 권총빼고는 없다.
한수도 같이 있는 상황에서
함장의 권총소리가 들렸다는 것이
라이언에게 불길한 예감을 전해주었다.
라이언은 앞뒤 잴것없이
그대로 함장실을 두들겼다.
"함장님! 부함장님!!
안에 있습니까, 무슨일이 생기셨습니까?"
그러나 함장실 안에서는
라이언의 외침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라이언은 급한 마음에
허락도 받지 않고 그래도 함장실을 열었고
안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이었다.
권총을 든 매튜 앞에
한수가 엎드려 있는 것이었다.
라이언은 즉시 한수에게 잘려가
그를 흔들어 보았지만
한수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한수의 품에 손을 넣던 라이언은
무언가 따뜻한 것이 느껴졌다.
손을 빼보니 손에는
붉은 피가 잔뜩 묻어나왔다.
"함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아마도 말다툼중에 일어난 일이리라.
하지만 매튜가 총까지 사용했고,
또 한수가 그 총에 당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 상황만 봐서도 최악의 상황이다.
얼핏봐서 매튜의 상태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손에 권총을 든채
부들부들 떨면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런 매튜에게서
현 상황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하리라.
다른사람들에게 빨리 이 사실을 전해야 겠다고
생각한 라이언이 자리에서 일어났을때
그 때까지 중얼거리기만 하던
매튜가 입을 열었다.
"자네, 어디가려는겐가?"
매튜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알려야하겠지요."
라이언이 일어서며 매튜를 노려보았다.
"지금 이 상황을 알린다고?"
매튜의 질문에 라이언의 고개가 끄덕였다.
방법이 없다.
다른 선원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매튜를 함장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나은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 라이언의 행동에
지금까지 떨리던 목소리로 말하던
매튜가
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상황을 알리겠단 말인가!
자네, 생각이 있는 건가?
이 상황을 다른 선원들이 알면
과연 얌전히 넘어가 줄꺼라고 보는가?"
"그럼, 함장님은 이런 상황을 벌여놓고
그냥 넘어가시려는 겁니까?"
라이언은 매튜의 말에 화가나서
자신도 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 말에 복종하지 않아서
화를 입은 거야!
자네도 그런 화를 입고 싶은 것인가!"
매튜의 말에
라이언은 큰 실망감을 여겼다.
선원들 사이에서 일처리와 선원들을 다루는 것에서
인정 받던 그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말을 하고 있어서였다.
평소의 매튜라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의견을 고집하는 그럼 사람이 아니었다.
헌데 지금은
무조건 자신의 말에 복종하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저도 부함장처럼 처리하실 건가요?"
"자네가 내 명령에 불복한다면."
그와 함께 매튜는 권총을 라이언에게 겨누었다.
라이언은 자신에게 겨누어진 총구를 한번 보더니
다시 매튜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런 방법을 쓰셔야 합니까?"
"자네들은 내 말에 복종하기만 하면 돼!
한수는 내 명령에 불복해서 이렇게 된거야!
난 선원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
그런데 한수는 마틴 한 명 때문에
다른 선원들을 위험에 빠트리자고 했단 말일세!
그러니 그런 한수를 처단한 것은
정당한 일이야!"
매튜의 말은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떼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처단한다니.
이게 함장이 할 말이란 말인가.
"그럼 부함장이 맡고 있는
알 아지프내의 선원들 만이라도
구조를 하게 냅두면 되지 않습니까?"
"그들은 임시로 한수밑에 있는 걸세.
그러니 본질적으로 함장인 내 명령에 복종해야하네!"
"그렇게 마틴을 버리신다는 것입니까?"
"몇 번을 말해야 하는가!
마틴은 이제 끝이야!!
구할 수 없다고!"
라이언은 그런 어거지 같은 말을 하는
매튜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매튜를 함장직에
그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 라이언의 눈 앞에는
매튜가 권총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함부로 움직이면
자신도 한수와 똑같이 당할 것이다.
조심스럽게 뒤로 천천히 물러나며
라이언은 다시 매튜를 향애 말했다.
"이게 함장님의 모습입니까?
평소의 함장님의 모습은 어딘 간 것입니까?
선원 한명조차도 아끼려던 모습은 말입니다!"
"그런 것은 상관하지 말게.
자네는 어떻하겠는가?
나를 따르겠는가, 아니면 한수처럼 당하겠는가?"
라이언은 그런 매튜의 질문에
뜸을 들이며 대답을 미루고 있었다.
조그만 더 가면 함장실의 문에 도달할 것이다.
거기서 재빠르게 행동한다면
함장실에서 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이 상황을 다른 선원들에게 알릴 수 있을것이다.
"빨리 대답하게!!"
라이언은 그런 매튜를 노려보며
여전히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마침내 등이 함장실의 문에 닿는 것을 느끼자
재빨리 문을 열어 밖으로 도망가며 외쳤다.
"거절합니다."
그런 라이언의 대답에 매튜는 한수에게처럼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러하지 못했다.
한수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무언가가 자신의 손가락을 얽어매여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매튜의 주저함으로 라이언은 무사히
함장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라이언은 다른 사람들에게 빨리
이 사실을 알려야 겠다고 생각하며
복도를 달렸다.
무언가에 의해 덮힌 듯
평소보다 조명이 어두운 복도를.
라이언은 그대로 함교쪽으로 달렸다.
이 사실을 함 내 전체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교에 도착한 그는
한 선원의 보고때문에 그 일을 잠깐 보류시켜야 했다.
"큰일났습니다.
알 아지프내에서 선원들이 흉기를 들고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상황파악때문에 잠시 기달려달라고만 했습니다."
"그 쪽이랑 연결이 되나?"
"교신해보시겠습니까?"
"바로 연결시켜주게."
선원이 바로 연결시켜주었다.
알 아지프의 선원들은 연결다리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라이언일세, 칼이나 로렌스는 들리나?"
바로 연결되었는지 화면에 로렌스의 모습이 잡혔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보면 모르나, 부함장이 그 쪽으로 넘어간 것은 알고 있을테지.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슨일이 생긴것이 틀림없네.
만약 부함장의 신변에 무슨일이라도 생겼으면
우리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함장을 따를 맘이 없네.
그래서 우리의 뜻을 전하려 온 거야.]
"그런 흉기들을 들고 무슨일을 한다는 건가?"
[그건 상관할 바 아니네.
자넨 부함장을 만나 봤나?]
로렌스의 질문에 라이언은 즉시 대답을 못했다.
만나는 봤지만 사실 그대로 전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언의 맘과는 달리
로렌스는 라이언의 그런 주저함을 바로 읽어내었다.
[만났나보군.
그리고 자네가 대답을 못하는 것은
부함장의 신변에 무슨일이 있다는 것이고.]
"잠시만 기달려 주게나."
라이언은 일단 그들을 진정시키기로 하였다.
"아직 함장과 부함장이 얘기중이네.
좀 만 있으면 결과가 나올듯 하니
그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우리도 참을만큼 참았네.
조난당한 선원 한 명 구하는 것마저
이렇게 시간을 끌어야 하나?
우리는 그런 함장을 믿을수 없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함장자리에서
쫓아내야 되겠어.]
"10분만, 10분만이라도 기다려 주게.
내가 보고해서 그 사이에 일이 진행되게 해 줄테니."
로렌스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대답이 없었다.
한 5분 쯤 되었을까, 로렌스에게서 응답이 왔다.
[좋아, 자네 말대로 10분간 기다리지.
그 이후의 일은 장담 못하네.]
"알겠네."
라이언은 로렌스와의 교신을 끊자마자
함장실로 향했다.
이미 부함장과 함장사이에 일어난 일은
돌이킬수 없다.
그 사실을 알면
저 흉흉한 선원들을 진정시킬수가 없다.
그래도 함장이 저런 선원들 앞에 무릎꿇고 사죄를 빌면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나마 진정될지도 모른다.
물론 함장의 목숨을 바랄지도 모르지만
부함장도 없는 상황에서 함장까지 잃는다면
최악의 경우 이 배조차 조난 당할 수 있다.
칼과 로렌스가 이 상황을 인지한다면
함장의 권한을 축소시키더라도
목숨을 빼앗지는 않으리라.
그리되면 선원들끼리의 유혈사태는 피할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함장실로 가던 라이언은
뒷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고 넘어졌다.
누군가가 흉기로 자신의 뒷머리를 가격한 것 같았다.
넘어지면서 상대의 얼굴을 보려했으나
의식이 그의 기대를 받쳐주지 못해서
결국 그는 정신을 잃으면서 바닥에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공격한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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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지났네."
칼이 로렌스에게 시간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결국 라이언의 설득은 실패한 것 같군."
칼의 말에 로렌스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지.
부함장이 당했다는 가정하에
행동할 수 밖에."
칼에게 그렇게 말한 로렌스는
몸을 돌려 기다리고 있는 선원들을 향했다.
"모두들 주목!
좀 전의 교신으로 알다시피
통신사인 라이언이 함장과 부함장을 설득하러 갔었다.
그러나 그는 예정된 10분이 지나도록 교신이 없다.
이것은 그가 실패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부함장에게 무슨일이 생겼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준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대로 전진하기로 한다.
이의 있는 사람 있는가?"
"없습니다!!"
선원들은 한 목소리로 로렌스에게 답했다.
"그럼 가서 우리의 뜻을 전하자!"
로렌스와 칼은 그렇게 흉흉한 선원들을 이끌고
본함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몇몇 선원들이 그런 그들을 말리기 위해
앞을 막아섰지만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의 제물이 되었을 뿐이었다.
앞으로의 일도 뻔하다.
자신들을 막는 선원들이 있다면
그들 역시 흉기 앞에 쓰러지게 만들면 되고,
자신들의 뜻에 동조하면
그대로 합류시켜서 가면 된다.
이렇게 전진하는 선원들의 뒤,
알 아지프 쪽에서
마치 무언가가 웃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기계소리인지, 악마의 웃음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여긴, 어디지?"
마틴은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작업로봇들이 회수명령을 안들어
수동으로 회수하려다가
갑작스런 폭발에 휘말린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신을 잃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소행성만 보이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비상용 로봇이 근처에 있었다.
마틴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로봇이 있으면 최소한 도움이 될껏이니까.
마틴은 비상용 로봇과 우주복에 달린 기능을 이용해서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부터 하였다.
불의의 사고 덕분에 멀리 온 것 같은데
얼마큼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아, 이거 절망적이구먼."
우주함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확인하면서
마틴은 한 숨을 쉬었다.
거리상으로는 원래 작업공간에서 3~4시간 떨어진 거리였다.
더군다나 귀함하려면 소행성지대를 헤쳐야 하니
못해도 5~6시간이 걸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틴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구조대가 오는 것을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직접 귀함을 시도해야 하나.
만약 마틴이 함선에서 그의 구조를 포기했다는 것을
알면 그는 그런 고민을 안해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동안 생각한 마틴은 일단 귀함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소행성들로 가득한 지역이라면
구조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못 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하면 귀함을 하면서
구조대와 연락을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비상용 로봇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의 도움으로 그나마 귀함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 혼자만 조난을 당했다면
꼼짝없이 구조대만 기다려야 할 것이다.
위치 확인이라던가 구조대와의 통신등은
자신이 입고 있는 우주복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상용 로봇을 이용한다면
그 일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우주복이라면 서로 확인을 못해 지나칠 거리도
이 로봇이라면 커버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틴은 천천히 귀함을 시작했다.
주변이 온통 소행성 투성이라
자칫 휘말려들었다가는
그대로 우주의 먼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하기에
한 번 이동할 때마다
자신의 위치와 주변 소행성들의 위치를 재확인하면서
이동하였다.
물론 한 번 이동할때마다 주위를 재확인하느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안전하게 귀함하려면 이 방법을 쓰는 수 밖에.
때때로 비상용 로봇의 비상지원도구를
이용해서 휴식을 취했으며
그 때마다 구조대가 오지 않을까하고
지정된 주파수로 구조요청을 보내기도 하였다.
응답이 없어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렇게 얼마나 왔을까.
몸과 정신이 모두 피곤하여
겨우겨우 비상용 로봇에 버티면서
이동을 할때
드디어 레이더에 함선이 잡혔다.
마틴은 그제서야 안도하며
함선쪽을 향해 구조 요청을 보냈다.
아마도 다들 깜짝 놀라고 있으리라.
조난을 당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자신이 돌아 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구조 신호를 보내도
함선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분명히 신호가 간 것 같기는 한데
함선에서는 받지 못한 것처럼 응답이 없는 것이다.
마틴은 거리가 아직 있고
자신의 예상과 달리 구조신호가 제대로 가지 못했나 싶어서
함선쪽으로 접근하면서
계속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함선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함선에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마틴은 그런 함선에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대부분의 통신은 라이언이 담당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구조요청을 무시할리 없다.
오히려 구조신호에 마틴의 생존을 확인하며
응답을 해주었으리라.
그런 그가 응답을 안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통신을 맡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도
구조 신호를 받았으면
응답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함선에서는
어떠하 응답도 없다.
그렇다면 함선에서는 자신의 구조신호를
받을 사람이 없다고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배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마틴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런 불안함이 커져갔다.
구조신호에 대한 응답이 없어
평소이용하던 출입통로로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이쪽통로는 안쪽에서 열어주어야 하는데
안에서 응답이 없으니
사용이 안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마틴은
밖에서도 열 수 있는
비상용 출입통로를 이용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통로라면 비상시에 언젠든 이용할 수 있게 해 놓았으니
지금의 자신이라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틴은 비상용 출입통로를 찾아
함선 주위를 돌아보았다.
위치는 이미 알고 있으니
찾는 것에는 어렵지 않았다.
결국 비상용 통로입구에 서게 된 마틴은
패널을 조작하여 입구를 열었다.
이쪽통로는 밖에서도 조작이 가능하기에
언제나 진공상태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우주복을 입은 마틴은 그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들어가면서도 마틴의 마음의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까 비상용 통로를 찾으면서
얼핏 봤지만
알 아지프가 이미 무언가에 휩싸여
마치 알 아지프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불안함을 가지고
옷을 갈아입은 마틴은 비상용 로봇과 함께
배 안으로 발을 디뎠다.
배 안에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는채.
함선 내부로 들어온 마틴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들어왔나 하고 생각했다.
평소와는 달리 함선내부는
비상용 붉은등만이 켜져있었다.
어둑컴컴한 복도에
쭉 늘어선 붉은 비상등.
마틴은 직감적으로 함선내부에
안 좋은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아무나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복도를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마틴은 비릿한 냄새를 맡았다.
복도 전체에 그 냄새가 깔린듯
냄새는 상당히 짙었다.
마틴은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나아갔다.
평소라면 이런 냄새쯤이야
환기 시스템을 통해 금새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복도에 가득 차도록
환기 시스템이 작동을 안했다는 것은
환기 시스템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담당 선원의 문제일 수 있다.
평소라면 담당 선원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예비 인원이 있으니
금새 고쳐질 것이다.
그렇다면 환기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배의 정비 담당인
칼이나 그의 팀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새 수리했을테니 말이다.
마틴은 그런 생각으로
천천히 복도를 지나가던 중
바닥에 누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왜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 거지?'
그런 의문으로 쓰러져 있던 선원을 세웠을때
마틴은 곤혹스러워졌다.
그는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의 둔기로 맞은 것처럼
안면 부분은 크게 함돌되었고
그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몇 번이나 맞았는지
얼굴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마틴은
복도에 가득한 비릿한 냄새가 무엇인지 알았다.
피 냄새.
복도 가득히 피 냄새가 차서
빠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함선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렇게 피 냄새가 가득한 것일까.
그런 의문과 함께 발을 내 딛으려던 마틴은
미끄러운 것을 밟고 넘어질뻔 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아 넘어지려던 것을 막은 마틴은
자신이 무엇을 밟았는지 아래로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복도 바닥에는 피가 한가득 흐르고 있었다.
자신은 이것을 밟고 넘어질 뻔 한 것이다.
그제서야 복도 가득한 피 냄새가
어디서 난 것인지 알았다.
바닥에 이렇게 피가 홍건해서야
피 냄새가 안 날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복도에 깔려진 붉은 비상조명덕분에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마틴은 욕지기가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기에
복도에 피가 넘치고,
선원이 바닥에 누워 죽어있는 것일까.
마틴은 두려운 마음을 심호흡을 하며
달래보았다.
그가 시체를 본 게 처음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사고를 직접 본 일도 많았으며
직접 시체를 본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사고일 경우였다.
이처럼 알수 없는 상황의 함선내부에서
본 것이 아니다.
안전해야할 함선내부가
피로 가득한 위험투성이라는 사실이
마틴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마틴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자신을 따라온 비상용 로봇이
작동음을 내며 따라와 있었다.
최소한 등을 바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마틴에게 위안을 주었다.
그렇게 큰 위안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조금씩 함선 내부로 들어갈수록
바닥에 죽어 있는 선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물론 많아봐야 한번에 2~3명정도 누워 있는 정도였지만
모퉁이 하나 돌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시체들이 있다보니
마틴의 마음엔 두려움이 생기고 있었다.
그렇게 함선 내부를 돌아다니다
죽은게 아닌 서 있는 선원 하나를 발견하였다.
'드디어 산 사람 한나를 만났다.
그에게 물어보면 상황을 알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마틴은 그에게 접근해 어깨를 두드렸다.
"이봐, 함선 내부에 무슨 일이....."
그러나 돌아선 선원의 모습에 마틴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 선원은 한 손에 묵직해보이는 정비 도구를 들고 서 있었고,
정비 도구나 선원이나 피로 샤워를 한 듯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우뚱거리게 늘어트리고
뭔가 초점을 잃은 듯한 눈으로 마틴을 돌아 보았다.
마틴은 그런 선원의 모습에 뭔가 위험하다는
감각이 들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마틴의 감각이 경고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경고에 따라서 선원을 피해 도망갈까하고 고민하던 마틴의 귀에
선원이 말하는 것이 들렸다.
"..편..이..냐."
"응?"
마틴은 늘어지는 선원의 말을 제대로 듣지못해 오히려 그에게 되 물었다.
" 누...구...편...이...냐"
"누구편이냐니? 그게 무슨말이야?"
"함...장...이...냐....부...함...장...이...냐..."
선원은 마틴에게 늘어지는 말로 함장편인지, 부함장 편인지 묻고 있었다.
마틴의 선원의 질물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아니, 함장인지, 부함장인지 그게 무슨말이야?"
"선...택...해...라... 안....하..면...친...다..."
그런 선원의 말에 마틴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도대체 왜 상대가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대...답...없...다...친....다..."
선원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들고 있던 정비 도구를
마틴을 향해 휘둘렀고
마틴은 어떨결에 뒤로 물러나 선원의 공격을 피했다.
정비도구가 바닥에 부딪히며 큰 소리를 냈다.
그런 것을 한번이라도 잘못 맞으면 죽을 것이다.
마틴은 정비도구를 휘두르며 자신을 공격하는 선원을 노려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처음 공격이 실패했지만
선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다시 한 번 마틴을 향해 정비도구를 휘둘렀다.
마틴은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선원을 제압하기로 결정했다.
마틴은 선원의 두번째 공격을 피하자 마자
선원에게 접근하여
턱과 관자놀이에 주먹을 연속으로 날렸다.
선원은 마틴의 공격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맞았고,
잠시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잠시 그대로 뻗어 있으라고."
마틴은 선원을 복도 한구석으로 끌어놓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했다.
다른 선원들도 방금전의 이 선원처럼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자신을 공격할까.
그렇다면 다른 선원들을 만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한명이라면 모를까
무리지어 다니는 선원들도 있을것이고
모두와 싸우기에는 힘들다.
그러다보면 그들이 휘두르는 도구에 맞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한명씩 돌아다니는 선원들만을 제압하면서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이 나을까.
하지만 이것도 애매했다.
누가 멀쩡한지 알 수가 없으니
일일히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고
그럼 결국 다른 선원들과 싸울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결국 싸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체력이 떨어지게 되면
몰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되면 자신도 끝이다.
그런 생각들로 고민하던 마틴은 일단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부터 찾기로 했다.
라이언과 게오르그를 찾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함교에 있을 가능성이 높긴하나
함선내부가 이렇다면 그곳에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일단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함교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마틴은 자신의 뒤를 쫓아다니는 비상로봇에게서
필요한 도구 몇개만 꺼내서 챙긴다음
비상요 로봇을 근처의 방 아무데나 집어넣었다.
통신회로만 열어둔다면 나중에 호출하면
자신에게로 찾아올 것이다.
다행히 로봇을 넣은 방에는 아무도 있지 않아
들키지 않았다.
다만 방 안도 복도처럼
바닥에 피가 홍건하여 마틴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였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
마틴은 우울한 다음을 다잡고 함교 쪽으로 향했다.
햠교로 가는 도중 몇몇의 선원들을 만날뻔도 하였으나
무리지어 있는 선원들은 약간 돌더라도
다른길로가서 피했고,
혼자 있는 선원들만 상대하며 천천히 함교쪽으로 향하였다.
만나는 선원들은 전부
처음만난 선원들처럼 함장파인지 부함장파인지 묻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공격해 왔다.
그런 선원들을 넘어트리면서 마틴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얼마전까지 같이 웃고 떠들던 선원들인데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이렇게 서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 현실에 부정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마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선원들을 피하고 싸우며 전진했을때
함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있는지 큰소리로 부르고 싶었지만
다른 선원들을 불러모을 수 있어서
조용히 함교 안으로 들어갔다.
함교내부는 함선의 복도와 달리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함교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항해중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게오르그나 라이언이 없는 것이다.
설사 이 두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대 선원들이 자리를 지켜야 하고 있어야 할 터인데
아무도 없는 것이다.
마틴은 이상한 마음에 함교 내부를 좀 더 둘러보았다.
처음 봤을 때와 달리 곳곳에 자잘한 흠집이라던가
싸움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 흔적들이 크지 않은것으로 보아
이 곳에서는 크게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낫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작은 소동정도로 일어났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전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게오르그가 담당하고 있는 항해사 자리로 가봤다.
항해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마틴으로서는
지금 함선이 어떤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자동 조작의 등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무인항해로 돌려져 있는 것 같았다.
어차피 배가 이 암석지대에 정박만 하고 있다면
이 자동조작도 크게 문제는 안될것이다.
그렇지만 비상사태라던가 하는 일에는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다른 선원들은 이 배에 어떤 비상사태가 닥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이 곳을 비워두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리 정박중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하다.
사소한 것이라도 함선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이 곳에는 사람이 있는 것이 정상일텐데 말이다.
마틴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 당황했다.
함교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나 하고 왔는데
사람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함선 전체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평소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어서이다.
도대체 자신이 없는 사이에 이 함선에 무슨일이 생겼단 말인가.
마틴은 이 해답을 얻기 위해
다른 곳을 찾아서 정신이 멀쩡한 선원을 만나기로 하였다.
어차피 아무도 없는 이 함교내에 있어보아야
원하는 답은 찾을 수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마틴은 함교를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였다.
함교를 나가던 마틴은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감각을 느껴서
뒤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그 곳에는 텅 빈 함교만이 있을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선을 느꼈다는 사실에
마틴의 기부은 약간 불쾌해졌다.
알 수 없는 사실에 휘둘린다는 느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함교를 아무리 쳐다본다고 해봐야
없는 사람이 툭 튀어나올수는 없다.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느낀 시선을 무시하고 다른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사람이 없는 함교쪽에서 시선을 그대로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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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필! 뭔가 소름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