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한수에게서 물러나자 자신의 팀원들을 불러모아
간단한 지시사항을 내렸다.
대부분은 한수에게서 받은 사항이었다.
"아니, 배 자체가 낡은 것을 어떻하라는 건가요?"
"조치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완전히는 안된다구요!"
당연히 팀원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나도 알아. 어쩌겠냐.
부함장이 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아.
그래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조금 조용히 하겠지."
칼은 그런 팀원들을 다독거려 주었다.
"쳇, 젊은 녀석이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따르는 것은
팀장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이지 그 녀석 때문은 아닙니다."
팀원들은 흩어지면서 한수에 대해 투덜거렸다.
한수가 생각했던 대로 엔지니어 팀은
젊은 한수에게 불만이 많았다.
부함장이라는 직위는 인정하겠지만
자신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불만인 것이다.
칼 역시 그들의 맘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마저 그들처럼 행동하면
배 안의 지휘체계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일단은 얌전한 척 하는 것이다.
그래도 맘 한구석에는 한수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로렌스의 팀에게서도 일어났다.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너무 FM스러운 일을 고집하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 들 역시 로렌스가 다래주어서
겨우겨우 따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칼의 엔지니어 팀과 로렌스의 의료팀, 그리고 부함장인 한수.
알 아지프의 지휘권을 넘긴 매튜는 예상을 못했겠지만,
이 들간의 불화는 이렇게 불씨가 당겨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불씨를 어느정도 예감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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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는 한수가 알 아지프의 지휘권을 잡았다는 얘기를 듣자
함장실로 향해 함장에게 문제점을 알려주었다.
배의 선원들과도 잘 어울리고 지휘체계인 함장, 부함장들과 같이 있어서
그 일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정도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오히려 위험할수도 있다.
차라리 함장이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인정하는 함장이라면
그들의 불만도 수그러질테니 말이다.
"자네의 의견은 알겠지만 들어줄수는 없네."
게오르그의 바람과는 달리 매튜는 그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다.
"무슨 이유이십니까?
저렇게 서로 으르렁거리다가는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될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런 자네의 말도 일리는 있네.
하지만 한수도 부함장으로 이미 몇년을 일했네.
그런것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가 제대로 못한다는 거지.
그러나 그가 유능한다는 것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가 유능하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가 부함장으로서 있을때입니다.
지금은 함장에 가까운 지휘를 주셨지 않습니까?
그가 그런 상황에도 유능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매튜는 조금 한심스럽다는 듯이 게오르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에게 그런 직위를 내린것은
그가 함장으로서의 역활을 조금이라도 파악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린거네.
물론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문제들을 겪어봐야 해결하는 법을 알테고,
그런 경험들이 그에게 도움이 되야
선원들도 그를 따르지 않겠나?"
"지금이 평소와 같다면
저도 그런 함장님의 의견에 동의했을 겁니다.
그러나 저희는 소문의 그 유령선과 같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요.
그런 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모습들이
유지될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게오르그의 계속된 반박에 결국 매튜도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내가 그 배로 가라는 건가!
알다시피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함장이 본 함에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일세!
그런데 자네는 지금 고집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이 일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네, 돌아가게나!"
말을 마친 매튜는 더 이상 게오르그와 말을 하기 싫었는지
그대로 등을 돌렸다.
게오르그는 그런 매튜의 태도에 실망하며
어쩔수 없이 함장실을 나왔다.
예전같으면 매튜는 그런 선원들을 의견에 귀기울여 주었을 것이다.
설사 이루어지지 못해주더라도
어느정도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방관자로만 남고 싶은 것 처럼 보였다.
도대체 무엇때문일까.
얼마 남지 않은 휴가때 볼 손자생각에
정신연령이 늙어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그래서 그저 방관자 늙은이로 있기를 원하는 것일까.
게오르그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는 이런 불화로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다.
함장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다른사람들과 상의 할 수 밖에 없었다.
라이언이나 마틴과 대화하면 조금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라이언에게 향하는
게오르그는
복도의 조명이 약해져서 마치 어두운 것처럼 느껴졌다.
게오르그는 함교에서 일하고 있는
라이언에게 향하여 상담을 했다.
게오르그의 얘기를 들은 라이언의
얼굴은 고민하는 표정의 띄었다.
"그럼 가장 큰 문제는 마틴 녀석이겠군."
게오르그 역시 동의의 뜻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밖에서 작업하는 마틴과 부함장인 한수와는
예전부터 마찰이 있어으니."
"부함장이 신경질적으로 나오지만 않으면
마틴도 으르렁 거리지 않을텐데."
"하지만 지금은 평소와 다르니
그런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문제 아닌가."
"알았네.
마틴이 귀환하는대로 얘기하지.
지금 통신을 통해서 얘기하다가
부함장이 들으면 또 그거대로 신경질적으로 나올테니."
"마틴의 일은 자네에게 부탁하네."
라이언은 게오르그의 말에
마틴과 한수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함선 외부에서 주로 작업하는 마틴은
함선 내부의 일에 거의 끼지 않았다.
스스로도 내부의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함부로 끼어들어 일을 크게 만들지 않게하려는 배려였다.
그러나 부함장인 한수는
그런 마틴이 함선 일에 동조를 안 한다고 여기고
억지로 참여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컸다.
마틴도 그런 한수의 생각은 알지만
일부러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계속 거부를 하는 것이고.
결국 마틴과 한수의 입장차이 때문에
서로 으르렁 거리는 것이다.
실제로도 몇 번 싸운 적이 있고.
라이어은 마틴이 이 얘기를 듣고
조금이나마 한수에게 굽혔으면 하고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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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하루의 작업을 마친 마틴은
함선 외부에 장착한 관측장비를 회수하여 귀함하였다.
귀함하자마자 라이언에게 호출되어
게오르그가 부탁한 내용을 들었다.
"말씀은 알겠어요.
하지만 부함장이 제 입장을 조금이나마 알아주면 좋겠다고요.
저라고 함선 내부의 일에 끼고 싶지 않은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주로 외부에 있다보니
내부 사정을 몰라서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요.
아는 일이라면 모르지만, 억지로 그렇게 까지 해서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다고요."
"나도 자네 입장은 아네.
그러니 이리 부탁하는 것 아니겠는가.
알 아지프로 건너가서 함장대리를 할 부함장은
평소보다 더 자네랑 마찰이 있을걸세.
그러니 눈 딱 감고 요 며칠만 고개를 숙여주게나.
알 아지프를 구조함이 끌고 가면
평소랑 마찬가지일테고,
또 얼마 안 있으면 휴가기간이지 않은가?"
"라이언이 그렇게 말한다면
엉뚱한 것으로 트집잡지 않는 한은
저도 노력은 해볼께요.
하지만 장담은 못 해드려요.
시시콜콜한 일로 터치하면 저도 반항할수 밖에 없으니까요."
"알겠네."
라이언은 그나마 마틴이 한수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 것에 맘이 놓였다.
그도 사고는 바라지 않는것이리라.
그러니 평소 불만이 많은 한수에게
머리를 숙인다고 하니 말이다.
마틴은 옷을 갈아입고 휴식하러 가기전
라이언에게 관측장비에 찍힌 영상의 분석을 의뢰했다.
"그거라면 걱정말게.
조금 있으면 나도 비번인 시간이니
그 시간때에 조사해서 알려주지."
"부탁드릴께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요."
마틴은 라이언에게 다시 한 번 부탁하고서는 휴식을 취하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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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에게서 분석이 끝났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애기를 듣자마자 마틴은
라이언이 있는 분석실로 향하였다.
안에 들어가니 라이언뿐만 아니라 게오르그도 같이 있었다.
"응? 게오르그씨는 왠 일 이시죠?"
"내가 불렀다네.
일단 둘 다 내가 분석한 영상부터 보게나."
라이언이 틀어준 영상은
알 아지프가 안개같은 형상에 둘러싸여져 있는 것이었다.
특히 그 안개같은 것이 웃고 있는 형상을 띄고 있자
모두들 표정이 어두어졌다.
"역시나 저 배는 뭔가 수상하군요."
마틴은 자신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 더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저 자신만의 감이길 바랬는데
찍힌 영상 자체가 이미 수상쩍은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것뿐만이 아닐세.
다른 것을 보게나."
라이언은 기계를 조작하여 다른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 영상에는 안개같은 형상은 없었다.
"잠깐 이게 어떻게 된거지?
어떤 영상에는 안개같은 것이 찍혀있고,
어떤 영상에는 찍혀있지 않다니?"
게오르그는 그 두 영상의 차이에
어리둥절해졌다.
같은 배를 촬영한 것인데 영상의 차이가
너무나 뚜렷한 것이다.
"문제는 이 하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장비에서도 똑같이 발견되다는거야.
안개 같은 것이 찍혀있지 않은 영상은
전부 알 아지프 쪽에
좀 더 근접해 있었네.
약간이나마 떨어진 장비에는 안개같은 것이 찍혀있고."
라이언의 말에 게오르그와 마틴은 곤혹스러웠다.
"그럼 무언가가 찍히는 위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냐, 자네도 알다시피 이 위치들은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네.
그런데도 영상 차이가 너무 뚜렷해.
안개같은 것이 너무 흐릿하고,
범위가 넓어서 근접해 있으면 찍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게지만,
장비들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네.
더군다나 찍혀 있는 영상을 분석해보면
다른 모든 장비에 찍혀야 당연할 크기지."
"그럼, 자네 얘기는?"
"무언가가 그 영상을 지웠다고 하는 편이 낫겠지.
그게 무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라이언의 얘기에 마틴과 게오르그는 멍해졌다.
특히 마틴은 그게 더욱 더 강하였다.
알 아지프가 수상한 것은 짐작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치 못한 것이다.
"그럼 이 영상은......"
"함장이나 부함장에게 얘기해야겠지.
이런 수상한 것은 넘어갈 수 없으니."
"하지만 부함장이 화낼지 않을까요?
이건 제 독단으로 결정해서 관측한거니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군.
하여간 불안감을 주지 않고 다른사람들에게 보곤하긴 해야겠군."
분석실에서 세사람은 앞으로의 일에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그런 세사람과는 무관한 듯
시간은 어두운 밤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게오르그와 라이언, 마틴은 일단 부함장인
한수에게 보고하기로 하였다.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
한수가 분명히 화를 낼 것이지만
그래도 보고계통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그와 상의를 한 다음 함장에게
이 내용에 대해서 알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틴은 한수가 어떻게 행동할 지 뻔히 예상되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안그래도 마찰이 심한 편인데
자신의 독단으로 이런일을 벌였으니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으르렁 거릴 것이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알 아지프에 감돈 수상한 기운 때문이었으리라.
제발 한수가 이 상황을 중히 여겨
무시하지 않았으면하고 바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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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행한 겁니까!"
모두가 예상한 대로 한수는 화부터 내었다.
"먼저 저한테 보고를 하고
행동을 취하도 늦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행동을 취한 다음 이제 와서 보고하는 이유는 뭡니까!"
"제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 것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 배가 수상한다고 여겨서......."
"그런 점이 있으면 제가 함장님께 보고하여
행동을 취해도 되었을 겁니다!"
한수는 마틴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화를 내었다.
"일단 이것은 당신의 감만으로 행동한 것 아닙니까!
배에 수상한 것이 감지되면
엔지니어팀이나 의료팀이 보고를 할 것이고
거기에 맞추어서 행동하면 될 겁니다.
만약 외벽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면
제가 당신에게 지시를 행한 다음
이런 행동을 했어도 되었을 거라고요!
하지만 그저 감만으로 행동해서 어쩌잔겁니까.
지금 장비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다행이지
만약 장비까지 손상이 되면 어쩔뻔 했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겁니까!"
"무단으로 사용한 점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찍힌 자료는 무시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되서
이렇게 보고드리는 겁니다."
한수의 역정에 마틴은 일단 자신이 잘못했으니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한수의 말대로
독단으로 처리해서 문제가 생겼으면
마틴 뿐만 아니라 함장이나 부함장인 한수에게까지
않좋은 영향이 끼치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마틴이
그정도로 저자세로 나오자
한수도 화를 누그러트리고
보고받은 자료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보고대로 수상하기는 하군요.
건들인 사람이 없는데 자료가 인위적으로 지워졌다니."
"원인은 저희쪽에서는 짐작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배가 노후되어서 유독 물질이 새어 나오지는 않았을까요?"
라이언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였다.
"자료만을 지우는 유독물질이요?
그런 물질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군요.
설사 그런 물질이 있다고 해도
배에 이상사태가 발생하였으면
엔지니어팀이 보고했을테지요.
하지만 그런 보고는 들어온게 없군요."
"그럼 알 아지프에서 특수한 전파라도 나와서 그럴 가능성은 없을까요?"
함선 외부에서 불쾌한 감정을 느꼈던 마틴은
그런 의견을 내었다.
자신들은 모르지만 배 자체가 특이해서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료들로는 확답을 내리지 못하겠군요.
일단 제가 함장님께 이 내용은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그런 전파가 나올 가능성도 있으니
이번엔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관측장비를 이용해서 체크해 주세요."
한수는 그렇게 말한 다음 세사람을 돌려보냈다.
게오르그와 라이언, 마틴은
한수가 크게 싸우지 않아서 일단 다행이라고 여겼다.
더군다나 정식으로 관측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내일부터 다시 관측장비로 확인하면
무언가 좀 더 확실한 자료가 나올것 같았다.
세 사람은 이 이상현상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며
본함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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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한수는 손에 아무것이나 집어서
세 사람이 돌아간 문을 향해 던졌다.
다행히 별볼일 없는 필기구여서
던져진 물건은 문에 별 상처를 남기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그들은 대체 뭐냐고!
왜 상관인 나를 무시하고 멋대로 일을 벌이는 거지!
내가 왜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세 사람앞에선 화가 누그러진 척 했으나
실제로 한수는 이미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무리 평소에 마찰이 있었다지만
이렇게 까지 자신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표류함인 알 아지프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데
독단으로 행동하다니.
자신의 부함장이란 자존심을
깡그리 밟아버리는 것 같았다.
그들에 대한 화가 머릿끝까지 오른 한수는
잠깐 그들에게 가혹한 체벌이 필요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일단 사라진 그들에게 욕을 진탕하는 것으로
화를 풀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그들을 향해 욕을 퍼부은후
마음이 진정되자
그들이 가져온 자료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확실히 알 아지프 근처에 찍힌 수상한 안개라던지,
일부 장비에서 지원진 영상은
배 자체에 뭔가 수상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불필요한 사고가 나면
아마도 큰 참사가 될지도 모른다.
한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통신을 연결해서 함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러나 함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냥 나두라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함이 와서 알 아지프를 끌고가면
끝날일이라고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다.
한수가 그 시간동안이라도 안전을 위해서
좀 더 조사해야 되지 않냐고 반문했으나
함장은 그저 방관하라는 지시만을 내렸다.
다행히 알 아지프를 관측하는 것은 허가를 내주었지만
함장의 태도는 나태함이 느껴졌다.
통신중에 한수는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통신을 끝낸 후
함장의 그런 나태함에 한수는 의문을 가졌다.
왜 그가 그렇게 나태해지려는 것일까?
물론 함장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동안 있을 배이니
신경을 많이 안해도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안에 알 아지프 내에서 안전하게 있고,
자신들의 본래 일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면
이런저런 수고를 들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도 함장은 그저 뒤로 물러날 궁리만 하는 것이다.
한수는 그런 함장의 태도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얼마 안 있으면 손자를 볼 노인이라지만
지금까지 항해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도 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수는 그런 함장 보다는 자신이 더 함장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다른 선원들과 마찰이 심한 편이지만
이 알 아지프내에서
자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면
저 말썽쟁이 마틴도 자신을 따라줄 것이다.
그리되면 저 늙은 함장은 필요없다.
아니 그때까지 기달릴 필요도 없다.
이제부터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한수의 눈동자에
독특한 빛이 떠오르는 것은
한수 자신도 몰랐다.
매튜는 함장실에서 한수가 보고한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마틴이 찍은 영상에 알 아지프를 둘러싼
이상한 기운이 있다는.
보통때의 그라면 그런 상황을 그냥 내버려두지않고
해결을 위해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에게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알 아지프내에서 줏어온 항해일지를 본 다음 부터
저 배와 상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이다.
그럴려면 차라리 구조함이 올 때까지 내비두는 것이 낫다.
그렇게하면 저 수상쩍은 배와 얽힐 일은 없을것이다.
매튜는 그렇게 보고 있었다.
보고를 한 한수는 그런 자신의 태도가 못 미덥다고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 배를 지키는 자신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자신의 이런 행동이 배를 구할 지는 아직
알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아쉬운 것은 이런 자신을 몰라주는 한수였다.
함장과 부함장의 관계로 몇년동안 일했는데도
이런 태도에 불만을 가진 모습이
화면 넘어로도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엔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비록 지금은 약한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더 지쳐가는 몸을 눕혀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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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는 알 아지프내의 엔지니어팀과 의료팀을 불러모아
약간의 전달사항을 전했다.
"일단 이 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저에게 보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함장님께서는 그냥 냅두라고 명하셨지만,
이런 낡은 배에서는 어떤 사고라도 발생하기 쉬운 법.
그러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일단 보고만이라도 정확하게 해주십시오.
또한 내일부터 이 배를 외부에서 관측장비로 관측하게 됩니다.
장비와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여러분의 보고는 필수입니다."
엔지니어팀과 의료팀은 이 얘기를 듣고 웅성거렸다.
함장과 부함장의 지시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함장은 기존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얼마 안 있으면 떠나보낼 배이니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고,
부함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를 해두자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상반된 두 명령에 팀원들은 어느 명령에 따라야 할지
서로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는 함장의 명령대로 내비두자고 했다.
얼마 안 있으면 떠나보내니
최소한의 조치만 해두는 편이 편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부는 그래도 안전을 위해서
조금은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의견들로 팀원들이 서로 옥신각신하자
결국 팀장인 칼과 로렌스가 나서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이 둘은 함장의 말을 따르는 것이 낫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팀원 내부에서 이 사항으로
분열이 되고 있으니 최소한의 의견통일을 위해
한수를 떠보기로 한 것이다.
"함장님의 명령이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더 이상 볼 일도 없는 배이지 않습니까?"
칼의 목소리에는 불만스런 티가 드러났다.
한수의 말에는 따르기 싫다라는 것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말씀들릴 것이 있습니다.
저를 따라와 주세요."
한수는 칼과 로렌스를 따로 불러서 사정을
알려주기로 했다.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마틴이 가져온 영상을 보면
자신의 편을 들어줄 확률이 충분히 있었다.
그러면 자신이 이 배의 지휘권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여긴 것이다.
칼과 로레스는 일단 자신들의 팀원을 진정시킨 다음
한수를 따라 가기로 했다.
함장과 다른 뜻으로
자신의 지휘권을 강화시키려는 방법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얘기를 듣고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한수 스스로 멋대로 행동한다고 하면
자신들이 제압해서 함장에게 던져주면 그만이다.
밑의 선원들이 따르지 않는 부함장따위는
바로 직위해제 되리라.
그런 생각으로 둘은 한수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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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입니까?"
마틴이 찍어 온 영상을 보자
칼과 로렌스는 일단 한수의 말을 들어볼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눈 앞에 있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인 것이다.
"아시겠지요?
이 배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영향을 행세하고 있습니다.
칼, 이런 것이 함 내부에서 발견이 되었나요?"
".... 없습니다."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만 찍혀서 단정을 못하겠지만,
외부에서 이런 영상이 찍혔다면
내부에서도 알 지 못하는 곳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직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근시간내에 무슨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하죠.
자칫하면 선원들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함장님은 그냥 있으라는 겁니다.
그런 함장 밑에서 얌전히 기다리다가
불의의 사고라도 당하실 겁니까?
여러분에게 제게 명령하는 것은
그런 사고를 방지하자는 겁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저입니까? 함장님입니까?"
한수는 약간의 협박식으로 얘길했지만
칼과 로렌스에게는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원 사망이라는 끔찍한 예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부터 부함장에게 가지고 있던 반감이
선뜻 그를 따르게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과연 어느 것이 최선책일까.
사람부리기 좋아하고 까칠하지만
그나마 선원들을 챙길 부함장인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지만
자칫하면 모두의 목숨을 위협할 함장인가.
그 둘은 그 사이에서 맹렬히 고민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 시간마저 아까워 하듯이 다급하게 바뀌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팀원들끼리 의견차이로 싸우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보고에 셋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떴다.
분명히 누구를 따를 것인지에 대한 차이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크게 되리라고는 셋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셋이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함장파와 부함장파로 나뉘어서 패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서로 의견을 내고 활발한 토론을 했을터인데,
무엇때문인지 주먹다짐까지 가는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셋은 이리저리 분주하게 싸움을 말리려 했으나
한 쪽을 떼어놓으면 다른 쪽에서 싸움이 일었고
그 다른 쪽을 떼어놓으면
원래 떼어 놓은 사람들 끼리 다시 붙어 싸워서
말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동안해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
한수는 결국 과격한 방법으로 진정시키로 했다.
"칼, 로렌스. 스턴건의 사용을 허가합니다."
칼과 로렌스는 한수의 과격한 방법에 놀랐지만
자신들만으로는 이 싸움을 진정시킬수 없다고 여겨서
결국 한수의 명령대로 스턴건을 사용해서
아무나 기절시켰다.
맨손으로는 아무리해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싸움이
스턴건을 사용하자 금방 진정되었다.
사람이란 아무래도 폭력적인것에
어느정도 순종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금방이었다.
싸움을 진정시키고 한수는 선원들에게서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 하였다.
"처음에는 저희들끼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저희가 처해질 상황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지요.
부함장님을 따르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으나
함장님 의견을 따르는 쪽에서 갑작스럽게 주먹을 휘두르며
공격해 왔습니다.
저희는 그저 방어를 하기위해 싸웟을 뿐입니다."
"저 바보들이 고작 며칠만 참으면 되는 것을
겁쟁이마냥 부들부들거렸습니다.
더군다나 비열한 말로 저희를 도발하다보니
주먹질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선원들의 얘기를 들어 전체적으로 일이 돌아간 상황을 보니
함장의 의견을 따르는 쪽에서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부함장 의견을 따르는 쪽도 도발을 한 것으로 들어났지만
침착성이 없었던 함장파의 문제가 더 큰것으로 여겨졌다.
일단 한수는 함장파와 부함장파를 분리 시킨다음
다시 한 번 칼과 로렌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의견대립만으로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두 분은 어찌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인데도 결론을 내리시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죠?"
확실히 한수의 말대로 이 상황에서 결론을 내서
의견을 통일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보다 더 험악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처음에 부함장이 싫어서 함장파를 따르려던 두 사람도
부함장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함장파가 먼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괜히 함장파의 손을 들어주었다가는
자신들에게도 불이익이 올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함선의 안전을 책임지는 입장이다보니
위험한 상왕에 놓여져 있는 함선에서
그냥 손 놓고 있기도 위험하다고 판단되어졌다.
"좋습니다.
저희는 부함장을 따르지요.
문제를 일으킨 선원들은 어떡하실 겁니까?"
두 사람을 대표해서 칼이 한수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알 아지프 내에 있는 선원들은
제 명령에 복종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문제를 발생시킨 함장파 선원들은
조금 가혹하지만
진정제를 놓고 얼마동안 가둬 놓기로 하겠습니다.
선원들이 진정이 되면
강금되었던 선원들은 풀어줄 것이니
조금 강압적이고 답답하더라도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강금은 조금 과격하지 않을까요?"
칼과 로렌스는 조금 과격한 한수의 조치에 의문을 전달했다.
싸움이 난 것은 큰 사태이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러기에 한시적으로 내리는 겁니다.
그들이 진정되면 강금상태를 해제할 겁니다.
또한 강금되면서 다시 행패를 부릴 가능성이 있으니
진정제를 명한 것이구요.
조금은 과격해 보이더라도
따라주십시오.
모든 것은 배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함선의 안정을 위한 한수의 설명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르기로 했다.
일단 함장파 선원들에게 진정제를 주사하기로 하고
그들을 전부 의료실로 끌고가기로 했다.
로렌스는 팀원들에게
혹시 모르니 진정제의 양을 조금 더 많이 놓으라고 명했다.
괜히 또 행패를 부릴 가능성을 낮추려는 것이다.
칼은 팀원들에게 명령해서
진정제를 맞은 선원들이 강금될 방을 만들라고 했다.
특히 내부에서는 열리지 않게
시스템을 손 보기로 했다.
한수는 이런 칼과 로렌스의 행동에
일단 만족하였다.
처음엔 자신에게 대립하였지만
조금의 과격한 모습과 함선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령에
충실히 따라주고 있지 않은가.
특히 함장과 자신으로 나뉜 의견에서
자신을 지지하게 되었다.
이 것이 좀 더 자신의 함장으로서의 모습에 가깝다고 여겼다.
이들처럼 본 함의 선원들도 진실을 알게되면 자신을 따라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마찰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정도쯤은 지금처럼 강압적인 면모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정도면 다른 선원들도
함장보다는 자신을 택하리라.
자신이 원하는 현실이 조금씩 이루어지자
한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만족의 미소보다는
잔인한 자의 미소에 가까웠다.
그리고 현재 이 곳에 있는 선원들이
모두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들 머리위에는 검은 안개가 계속 떠다니고 있었다.
그 안개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선원들 개인에게 하나씩 흘러들어가
마치 선원들의 팔과 다리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선원들의 눈에는
마치 필터를 끼운것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선원들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기운들도 움직였지만,
선원들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기운이 움직인 것인지
기운에 맞추어서 선원들이 움직이는 것인지
그 안개를 볼 수 없는 선원들은 알 수가 없었다.
리더격인 한수와 칼과 로렌스 역시
그런점은 다른 선원들과 같았다.
그들을 따라 안개가 움직이는지,
안개에 따라 그들이 행하는지 말이다.
칼의 의료팀은
먼저 함장파 선원들을 의료실로 이끌었다.
혹시나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진정제를 주사하기 위해서였다.
함장파 선원들도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는 이유 때문인지
반항을 하지 않았다.
물론 진정제까지 투여해야하냐고
일부가 투덜거렸지만
대다수는 수긍하는 눙치였다.
하지만 칼의 의료팀도
함장파 선원들도 눈치채지 못한게 있었다.
아마 팀장인 칼만 알고 있는 비밀일 것이다.
그것은 알 아지프 내에
이동시켜 보관시키는 모든 약이
무언가에 오염되어 있는 것처럼
약간의 변색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구별이 힘든 그 변색이 되어 있는 약들은
원래의 효과와는 다른 효과를 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칼만 감지하였고
다른 누구고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의료팀원들은
그렇게 변색된 진정제를
함장파 선원들에게 투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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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할 겁니까?"
로렌스는 방금전의 상황에 대해
한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보고해야 할 일이지만
함장파와 부함장파로 의견이 나뉜 이상
이 상황을 보고하면
더 험악한 관계로 발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함장이 한수의 지휘권을
박탈할수도 있으며
거기에 따른 의견차이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고는
장담할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고는 하겠지만,
간략하게 할 것입니다.
단순한 다툼으로 말입니다.
다툼자체가 조금 과격한 양상을 띄어서
격리조치를 취했다고하면 함장님도 수긍하시겠지요."
한수는 간결하게 설명했다.
지금 모든일에서 손을 떼려는 함장이라면
이정도의 보고와 상황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크게 뭐라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수의 격리조치에 대해
나무랄수는 있겠지만
일시적인 조치라고 이유를 말해두면
함장도 거기에 대해서
더이상 캐묻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한수는 거기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신경을 끈다고 장담할수 있을까요?"
칼은 한수가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한지
의심이 들어 약간의 가능성을 일깨우기로 했다.
"걱정마십시오.
이전의 함장님이라면 그렇게 하시겠지만,
지금의 함장님은 모든일에 태만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일에도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의 가능성이......"
칼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어서 얘기를 꺼냈지만,
한수의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그만 말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함장님과는 제가 가장 많이 접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현재 함장님의 상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들은 하지 마십시오."
한수는 그런 칼의 의문에
더이상 의견을 나눌 가치가 없다는 듯
딱잘라서 말했다.
로렌스와 칼은 약간의 불안감이
여전히 있었지만
어차피 한수를 따르기로 한 이상
그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뭐가 잘못되더라도
그에게 덮어씌우면 그만일 것이다라는
생각도 없지 않아서였다.
한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전
한가지 더 지시사항을 내렸다.
"두분께 알려드릴것이 있습니다.
본래 배안의 상황은
긴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선보고 후조치에 입각하여 처리하게 되어있지만,
현재 배의 상황 및 함장님의 상태가 의심되므로
선조치 후보고로 처리하도록
허가하겠습니다.
단, 이 것은 알 아지프내의 배의 상태의 보고에만
적용시키겠습니다.
다른 상황은 그대로 선보고 후조치에 따라 주십시오."
그렇게 지시사항을 내린 후
한수는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칼롸 로렌스는 그런 한수와 헤어져
각자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돌아갔다.
칼은 의료팀원들에게서
함장파의 선원들에게 진정제가 투여되었다는 보고를 받았고,
로렌스는 엔지니어 팀원들에게서
진정제가 투여된 선원들을 감금시켰다는 보고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한수의 명령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칼과 로렌스는 또 무언가를
교대예정인 팀원들에게 지시하였다.
본래라면 한수와 상의하고 결정이 난 후
지시를 해야겠지만,
한수 스스로가 선조치 후보고를 해도 된다고
지시하였다.
그러니 자신들 개인적으로 움직여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설사 한수가 트집을 잡는다고 해도
한수의 말대로 배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면
한수도 끼어들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팀원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처음 그들의 지시를 받은 팀원들은
그 지시상황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것도 길지 않았다.
칼이 로렌스를 홀린 것처럼,
그 둘은 각자의 팀원들을 홀려서
지시사항을 실천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팀원들은 그 지시에 따라
비밀스러운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불만이었던 마음도
결국 순종하여 그둘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
마치 개미군단의 일개미처럼 말이다.
팀원들이 지시사항을 실행하러 이동하는 것을 본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무언가가 기뻐서 웃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그 소리는
무언가에 취한듯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둘은 그 웃으소리에 따라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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