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개발자 니이카와P, ‘데몬즈 나이트 피버’로 SRPG 상식 부순다
다대다 싸움을 그리는 SRPG서 왕도 공략이란 아군 전력을 가능한 한 온존하며 적의 머릿수를 줄여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그와 정반대로 아군을 희생시켜야 비로소 승리에 가까워지는 SRPG가 있다. 바로 ‘디스가이아’로 명성을 날린 니이카와 소헤이 대표의 독립 후 두 번째 작품 ‘데몬즈 나이트 피버(デモンズナイトフィーバー)’다.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신을 쓰러뜨리기 직전까지 갔던 최강최악의 사신은 어느 날 갑자기 대부분의 힘을 잃고 만다. 사신은 이런 날을 대비해 밤새 만들어 둔 부활 프로그램 ‘데몬즈 나이트 피버’를 가동하고, 이 수상한 의식에 삼류 블랙 게임 회사의 사축 프로그래머가 휘말린다. 세상을 증오하던 청년은 사신의 사도가 되어, 정의의 가면을 쓴 신에 맞서 온갖 악행에 나선다. 게임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다름 아닌 “악을 즐긴다(悪を楽しむ)”.
그 핵심은 이른바 부하 혹사 시스템이다. 전투의 기본은 여느 SRPG와 비슷하지만, 그에 더해 부하를 직접 자(?)폭시키거나 제물로 바쳐 적을 쓸어버린다. 악행을 저지를수록 악덕 포인트가 쌓이고, 이를 아지트에 쏟아부어 자신만의 흉악한 군단을 키운다. 다만 사신이 부활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어, 육성에 시간을 얼마나 들일지 끊임없이 저울질해야 한다. 그래서 게임 장르도 죽으면 죽을수록 강해지는 육성 RTA(Real Time Attack) SRPG다.
챕터 보스를 쓰러뜨릴 때마다 무대도 통째로 바뀐다. 괴인이 되어 전대 히어로를 쓰러뜨리는가 하면, 다음 챕터에서는 마녀가 되어 마법소녀를 혼내 준다. 일견 귀여운 듯 살벌한 캐릭터 디자인은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의 히무카이 유지가 맡았다. 게임은 10월 22일 PS5, NS, PC로 발매되며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다음은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 오피스서 만난 니이카와 소헤이 프로듀서 겸 시나리오 라이터와의 일문일답이다.
'데몬즈 나이트 피버' 프로듀서 겸 시나리오 라이터인 사도(邪道)의 개발자, 니이카와 소헤이
● ‘디스가이아’ 시리즈부터 악과 마계는 니이카와P 작품을 상징하는 키워드였습니다. 독립 후 두 번째 게임에서도 정의가 아닌 악을 정면에 내세운 SRPG를 택하셨는데, 이 테마를 다시 고른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에게는 라이프워크가 세 가지 있습니다. 판타지, 다크 코미디, 호러입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는 그중 다크 코미디였고, ‘데몬즈 나이트 피버’도 다크 코미디로 분류됩니다.
애초에 다크 코미디의 길을 걷게 된 건 니폰이치 소프트웨어가 큰 회사가 아니라 작은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왕도가 아니라 사도(邪道)로, 게릴라전으로 싸우자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독립한 뒤 회사 이름을 슈퍼니치로 지은 것도 마찬가지로 왕도가 아닌 사도의 길을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악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을 만드는 건 저에게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SRPG는 제가 그동안 만들어 온 자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니, 두 번째 작품으로 SRPG를 고른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 본작의 프로듀서이자 키타야마 로망 명의로 원안과 시나리오도 맡으셨습니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시스템을 맞췄는지, 반대로 게임 메커니즘을 먼저 잡고 이야기를 입혔는지, 개발이 어떤 순서로 진행됐는지 궁금합니다
: 키타야마 로망은 제 필명입니다. 독립하고 첫 1년은 소설가로 활동했죠.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사장이라는 책임 있는 자리를 그만두고 독립한 것이라 니폰이치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필명을 쓰고, 소설이라는 게임이 아닌 장르에 도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다만 소설가 시절에 구상한 이야기를 언젠가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기에, 게임화를 전제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이야기나 캐릭터를 먼저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악을 즐긴다’는 콘셉트를 가장 먼저 정하고, 그걸 어떤 게임 메커니즘으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메커니즘이 먼저인, 게임 메커니즘 드리븐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메커니즘의 방향이 정해진 뒤에 캐릭터와 이야기, 세계관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 프로듀서이자 대표로서 디렉터에게 지시를 내리는데, 시나리오 라이터인 키타야마 로망으로선 디렉터의 지시를 받는 서로 상반된 역할을 함께 수행하셨군요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원래 소설가로서 키타야마 로망으로 시작했으니, 이야기를 만드는 쪽은 앞으로도 키타야마 로망 명의로 해 나갈 생각입니다. 프로듀서로서는 니이카와입니다. 조직상 역할로 보면 프로듀서가 위에 있고, 그 아래 디렉터와 시나리오 라이터가 있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디렉터의 주문은 자주 있습니다. 저는 디렉터를 아주 소중히 하는 타입이라 디렉터의 주문은 가능한 한 전부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다만 콘셉트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콘셉트에서 벗어나는 지시라면 그때는 프로듀서로서 ‘콘셉트에서 벗어난 거 아니냐’고 말합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사장 시절에도 같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다들 저에게 거침없이 말합니다. ‘이건 별로다’, ‘재미없다’ 같은 이야기를요. 아마 제가 평소에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라고 말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상대의 말이 맞다고 생각되는 일에 저는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 다들 말할 수 있는 거죠.
● 니이카와P의 작품은 텍스트와 말장난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한국어 현지화에서 반드시 살리고 싶었던 대사나 표현이 있었나요? 번역팀에 특별히 주문한 부분도 궁금합니다
: 소싯적 처음 해외 전개를 할 때부터 지켜 온 제 원칙인데, 저는 우선적으로 현지 번역을 존중합니다. 현지 문화나 현지 분들이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더 말하자면, 한글로 “이렇게 하면 될까요?”하고 건네받아도 저는 읽지 못합니다. 그래서 믿고 맡기는 걸 최우선으로 합니다.
또 하나, 제가 예전에 만든 게임을 해 봤거나 번역해 본 분을 기용하면 정확도가 올라가니 그렇게 해 주시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크시스템웍스도 그렇게 해 주셨다고 압니다.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는 ‘디스가이아’ 등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타이틀의 현지화에 여러 번 관여해 온 곳이라, 그런 의미에서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 ‘악을 즐긴다’라는 콘셉트는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어느 수준의 악을 다룰지에 따라 게임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실제 게임도 잔혹함보다는 코미디에 가까운데, 지금의 컨셉으로 정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여기까지는 웃기지만 이 선을 넘으면 불쾌하다, 고 판단한 구체적인 기준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악을 즐긴다’는 콘셉트를 스태프 전원에게 공유하는 데 꽤 고생했습니다. 한마디로 악이라고 해도 아주 지독한 악부터 귀여운 장난까지 폭이 넓어서 사람마다 해석이 달랐거든요. 그래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가며 ‘여기까지는 OK, 여기서부터는 아웃’ 같은 기준을 글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제 안에는 다크 코미디를 만들 때의 기준이 있습니다.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의 ‘닥터 슬럼프’입니다. ‘닥터 슬럼프’에 나오는 악역은 분명 악역인데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많습니다. 악당인데 코미디인 그런 분위기를 저 자신이 정말 좋아해서, 그 느낌을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 악행을 저지를수록 악덕 포인트가 쌓이는 구조입니다만, 악행이 반복되다 보면 웃음보다 불편함이 앞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 사람이 죽고 악행이 중심인 게임인데도 일본에서는 CERO B(12세 이상), 한국 버전은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표현 수위는 어떻게 조절하셨고, 일본과 한국의 표현 기준이나 현지화 과정에서 다르게 조정한 부분이 있었나요
: 아무래도 다들 많이 신경 쓰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부하라는 취급이긴 해도 적극적으로 킬하고 죽이는 행위에 죄책감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개발 중에도 크게 논의된 부분이라 여러 대책을 넣었습니다.
첫째, 적대 세력인 신을 정말 지독하게 나쁜 녀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해 보시면 ‘이 자식, 죽여 버리겠어’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둘째, 전투 중에 수시로 킬하게 되는 부하들을 악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부하라는 캐릭터를 장기 말처럼 희생시키며 싸우는 시스템입니다. 부하들은 현실 세계에서 영혼만 소환돼 ‘데몬즈 나이트 피버’라는 사신 부활 의식에 휘말린 사람들입니다. 그중에는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린 녀석, 물건을 훔친 녀석, 낙서를 한 녀석도 있습니다. 더 나쁜 녀석도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있을지 모르는 갑질 상사라든가, 여러분이 열심히 벌어들인 돈으로 밤거리에 놀러 나가는 사장 같은 악당들이 부하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부하들은 물리적으로 응징이나 공격을 받는 게 아니라, 사신 부활 프로그램에 휘말려 영혼만 불려 나온 상태입니다. 그래서 죽더라도 악몽을 꿨다 싶은 수준으로 끝나고, 육체에는 아무 상처도 남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게이머 여러분이 느낄지도 모르는 죄책감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등급은 어디를 노렸다기보다 그 결과로 받은 등급이 일본에서는 CERO B였다는 겁니다. 한국어판은 15세 이용가인데, 앞서 말했듯 저는 현지화를 단순히 문장을 직역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고, 그 나라에서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컬처라이즈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봅니다. 이번에 아크시스템웍스가 현지화를 맡아 주셨는데, 이 게임과 이야기에 가장 알맞은 번역과 컬처라이즈를 해 주신 결과 15세 이용가에 자리 잡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다크 코미디의 결이 느껴집니다. 그간 니이카와P의 작품은 단순히 웃기는 것뿐 아니라 마지막에 씁쓸함이 남기도 하는데,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데몬즈 나이트 피버’에서는 그 씁쓸함을 어떤 측면에서 느낄 수 있을까요
: 아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씁쓸함이 점점 강해지도록 돼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대비가 있습니다. 신과 사신, 그리고 주인공 쿄시로와 히로인 마리아입니다. 신과 사신 쪽은 세계를 넘어 우주까지 휘말리는 거대한 흐름의 이야기입니다. 쿄시로와 마리아 쪽은 고전적인 보이 미츠 걸 이야기이긴 한데, 그 안에 씁쓸함이 제대로 담겨 있습니다. 큰 대립 구도에도, 작은 대립 구도에도 씁쓸한 요소를 확실히 넣어 뒀습니다.
● 니이카와P가 기획한 SRPG는 기존의 다른 SRPG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강렬한 시스템이나 기믹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시스템이나 기믹이 이에 해당하고, 그런 기획을 고안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히 아군 부하를 직접 폭사시키거나 제물로 바쳐 싸우는 부하 혹사 시스템은 동료를 지키는 것이 기본인 SRPG 문법을 정면으로 뒤집는데,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해 어떻게 지금의 형태가 됐나요
: 게임을 비롯해 어떤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때든, 이미 있는 것은 만들지 않고 남들과 다른 것을 한다는 게 제 창작 원칙입니다. ‘데몬즈 나이트 피버’에서 가장 특징적인 걸 꼽자면 부하를 희생시켜 싸우는 부하 혹사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탄생한 이유는 역시 ‘악을 즐긴다’는 콘셉트에 있습니다. SRPG는 ‘디스가이아’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먼저 동료를 모으고, 동료를 한 명도 희생시키지 않고 적을 전부 쓰러뜨립니다. 저도 ‘파이어 엠블렘’, ‘택틱스 오우거’,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같은 SRPG를 정말 좋아하지만, 모두 이 상식 위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몰상식하다는 말을 듣던 ‘디스가이아’조차 이 규칙을 따릅니다. 이번 작품은 ‘디스가이아’와는 절대 다른 걸 하자고 정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일부러 SRPG의 당연한 규칙을 부수러 갔습니다.
악이니까 동료 같은 건 없다. 악이니까 부려먹기 위한 부하를 장기 말처럼 희생시키며 싸운다. 악이니까 적이든 아군이든 전부 죽여 버리고, 마지막에 이겼을 때 나 혼자만 살아 있으면 된다. 이런 발상에서 이 게임이 나왔습니다.
● 부하를 적에게 잃으면 그대로 사라지지만 게이머의 손으로 직접 죽이면 전생해 강해진다는 구조 때문에, 결국 소중한 것을 스스로 직접 부순다는 역설적인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이 감정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부하를 혹사하며, 기본적으로 킬하고 죽이면서 적과 싸우는 시스템입니다. 그것만으로는 부하를 육성할 수 없으니, 킬당한 부하가 강해져서 전생해 돌아오는 구조를 넣었습니다. 그래서 부하는 적극적으로 킬할수록 더 강해져서 돌아오고, 아끼는 부하일수록 적극적으로 킬하는 게 낫습니다.
이 시스템 때문에 애착이 가는 캐릭터일수록 적극적으로 죽이러 가는, 보통 게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괜찮은가 걱정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 보면 킬이라는 행위가 점점 당연해지고 감각이 마비돼서 전혀 신경 쓰이지 않게 됩니다.
조심해야 할 점은 이겁니다. 예를 들어 10번 전생한 부하가 있다고 해 봅시다. 아주 강해져 있고, 애착도 생긴 캐릭터일 겁니다. 그 부하를 주인공이 킬하는 건 괜찮지만, 적에게 쓰러지면 두 번 다시 전생하지 않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돌이킬 수 없죠. 내가 킬하는 건 괜찮지만 적에게 킬당하면 안 되는 구조입니다.
● SRPG는 보통 모든 유닛을 정확하게 통제하는 재미를 강조하는데, 이번에는 부하를 직접 조작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전략 게임에서 의도적으로 통제권을 빼앗은 이유와, 그 과정에서 어디까지 운으로 허용했는지 궁금합니다
: 부하가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점도 SRPG 방식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캐릭터를 어떻게 내 통제 아래 두고 적을 쓰러뜨리느냐, 거기에 새로운 SRPG의 요소가 있다고 봤습니다.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SRPG로 성립시켰는지는 여기 있는 자료로 설명하는 편이 알기 쉬울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사실은 여기로 가서 싸워 줬으면 했는데, 부하가 제멋대로 이쪽으로 이동해 버렸습니다. 이 게임은 나쁜 짓을 하는 게 올바른 일이니까, 지금부터 나쁜 짓을 하겠습니다. 텔레포트라는 기술로 강제로 위치를 옮깁니다. 이 게임은 행동 포인트제라서, 행동 포인트가 남아 있는 만큼 몇 번이든 이동하거나 행동할 수 있습니다. 텔레포트로 옮긴 다음 이 부하에게 킬 스킬을 발동하면, 먼저 부하가 죽고 그 폭발에 주변 적들도 휘말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끼는 부하가 10번 전생해서 엄청난 폭발력의 킬 스킬을 갖게 됐다고 해 봅시다. 이 녀석이 제멋대로 움직이다 적에게 죽어 버리면 큰일이죠. 그래서 이 녀석은 결정적인 타이밍에 소환합니다. 소환한 다음 바로 킬해서 주변을 휘말리게 하고 또 전멸시키는 겁니다. 이 녀석은 죽기 위해서만 소환되는 거죠. 예를 두 가지 들었는데, 이렇게 부하를 혹사하며 싸우는 방식으로 SRPG로서의 전술성과 전략성이 제대로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 부하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에 관해 여쭙겠습니다. 부하 AI는 규칙대로만 움직여서 루트를 완전히 짤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짜여 있나요, 아니면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어 게이머의 예측을 벗어나기도 하나요
: 부하마다 일종의 성향이 있습니다. 물리 근거리 공격, 물리 원거리 공격, 그리고 원거리에서 돕는 보조형이 있고, 탱크형이나 전사형, 방어형 등 4~6종류 정도의 타입이 있습니다. 각자 그 성향에 따른 AI로 행동합니다.
기본적으로 법칙성이 있습니다. 근거리 공격형 캐릭터라면 적에게 다가가 공격하는 게 기본입니다. 보조형 캐릭터라면 적에게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보조 마법을 씁니다. 원거리형이라면 떨어진 곳에서 공격하고요. 이런 식으로 일정한 법칙성이 있습니다.
이 법칙성이 사실 아주 중요합니다. 제멋대로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근거리 공격형은 소환해서 마음대로 행동하게 두면 혼자 적에게 돌진해 버립니다. 그러면 다음 턴에 당해서 세상을 떠나고, 두 번 다시 전생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부하를 어느 타이밍에 소환하고 어떤 행동을 시킬지 계산하며 즐기는 겁니다.
● 그렇다면 부하나 적의 행동 규칙에 익숙해지면, 장기처럼 3수, 4수 앞의 움직임까지 읽을 수 있게 되는 건가요
: 어느 정도까지입니다. 한 수 앞은 행동 예측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다음 어떻게 할지는 어디까지나 게이머가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 수 앞까지는 읽을 수 없어요. 읽을 수 없으니 그런 녀석은 소환하지 않는다, 그런 판단도 하게 되는 거죠.
● 부하를 최대한 많이 희생시키고 회귀시켜야 이득을 보는 ‘데몬즈 나이트 피버’의 사축스러운(?) 독특한 구조는 게이머가 몸소 해결사가 돼야 하는 일반적인 SRPG의 상식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 대해 내부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은 없었나요
: 아군을 희생시켜 전생시키고 이득을 얻는 것을 반복하는 구조가 SRPG의 상식과 정반대라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미 앞에서 답하기도 했지만, 부하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게이머가 느낄 죄책감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건 사내에서도 크게 논의됐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죄책감을 없애는 대책을 넣었습니다.
또 하나, 방금 설명한 부하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부분이 과연 SRPG로 성립하겠느냐는 목소리도 역시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고 행동 포인트제를 도입했습니다. 텔레포트나 소환처럼 어떤 나쁜 짓을 시키느냐를 통해, 이 불친절하고 부자유한 부분을 ‘나쁜 짓 하고 있다, 신난다’고 즐겁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 꽤 공을 들였습니다.
● 본작의 장르명에 죽으면 죽을수록 강해진다, 와 육성 RTA(Real Time Attack)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며 강해지는 로그라이크식 구조를 칸 단위로 움직이는 정통 전술 전투와 결합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이건 사실 앞서 말씀드린 다른 고생에 비하면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의 게임 오버 조건은 타임 오버입니다. 설령 전투에서 전멸해도 게임 오버가 되지 않고, 제한 시간 안이라면 몇 번 전멸해도 문제없습니다. 이 게임은 사신 부활 의식을 성공시키는 게 목적이라 타임 리미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저희가 설계한 밸런스로는 아마 많은 분이 처음에는 2장 정도에서 게임 오버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렇다고 게임 오버가 되면 모든 게 허사가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게이머가 직접 공략법을 찾아내 가능한 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클리어하는 놀이입니다. 게임 오버가 되면 그때까지의 플레이에 따라 업적을 얻을 수 있고, 그 업적으로 이른바 ‘강해서 뉴 게임’ 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거듭하며 강해지는 로그라이트 구조를 넣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 니이카와P께서 생각하시기에 게이머가 실제로 ‘데몬즈 나이트 피버’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이해했으면 하는 재미는 육성, 타임어택, SRPG 중에서 무엇일까요
: 프로듀서로서 가장 먼저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혹은 재미있다고 느끼실 거라고 보는 부분은 전투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아군을 희생시키며 싸우는 전투의 새로움과 재미, 신선함을 체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재미를 가장 먼저 맛보실 수 있도록 게임 맨 처음에도 전투를 배치했습니다.
● 초회 플레이서 ‘데몬즈 나이트 피버’의 1회차는 시간 제한 때문에 클리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반복 플레이를 통해 점점 효율적인 루트를 찾는 구조라고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1회차 플레이에서 실패했다는 느낌보다 다음 회차가 기대된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 레벨 디자인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요
: 개발하면서 고생했다고 할까, 시행착오를 거듭한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공략의 핵심으로 육성 요소가 있는데, 단순히 레벨을 올리는 것 외에도 랜덤 던전에 들어가거나, 아이템을 훔치거나, 부하를 유괴해 오거나, 스킬 보드를 강화하는 등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여기에 완벽한 정답 공략은 없습니다. 게이머 여러분이 자신에게 맞는 공략법을 찾아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1회차에 일단 게임 오버가 됐다고 해 봅시다. 거기서 재미없다며 그만두시면 곤란하니 역시 장치가 필요합니다. 아마 첫 플레이는 여러 시스템을 고루 시험해 보거나, 어느 하나에 치우쳐 플레이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면 게이머 여러분은 ‘내 육성이 너무 치우쳤나, 아니면 너무 평범했나’ 하는 의문이 드실 테고, 그게 ‘한 번만 더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거라고 봤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해서 업적을 준비했습니다. 첫 회차에서 아마 여러 업적을 얻으실 수 있을 텐데, 그 업적을 활용하면 다음에는 좀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겠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 타임어택이 장르의 핵심 카테고리로 들어가는 구조상 결국 최적 루트가 발견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빌드나 플레이 방식이 정답처럼 굳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으려 했나요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최종적으로 정말 최단 시간에 클리어한 경우, 그게 거의 최적 루트가 될 거라고 봅니다. 아마 모든 업적을 얻고, 어떻게 공략해야 가장 빨리 클리어할 수 있는지 이미 이해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면 상당히 짧은 시간에 클리어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솔직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최단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짐작이 가지 않는데, 만약 누군가 2~3시간에 클리어하고 그보다 빠른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면, 저는 그분께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유일한 대책이라면 특정 빌드 쪽입니다. 플레이 스타일은 게이머가 마음대로 정하는 거라 어쩔 수 없지만, 특정 빌드, 그러니까 아이템이나 부하를 손에 넣는 부분에는 랜덤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매번 100% 똑같이 재현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만 대책이 돼 있는 셈입니다.
● 각 장마다 히어로물, 마법소녀물처럼 테마와 UI, 플레이 규칙까지 바뀐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비주얼을 바꾸는 것을 넘어 장르 자체를 계속 비트는 구조를 택한 이유와, 개발에서 특히 공을 들이거나 고생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 우선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게임 속 게임이기도 합니다.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사신이 신을 쓰러뜨리기 위해 사신으로서 부활하려고 벌이는 의식인데, 그 사신이 바로 여기 있는 고양이입니다. 이 고양이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자신을 대신할 사도를 골라, 그 사람이 자신을 부활시키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선택받은 사람이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서 게임 소프트로 만들었죠. 이 고양이가 밤새워 만든 대작 게임입니다.
게이머는 이 게임을 통해 사신의 사도로서, 사신님이 사신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 체험하는 구성입니다. 사신은 최고 랭크이고, 가장 낮은 초기 랭크는 괴인입니다. 다음에는 마법소녀와 마녀라는 대립 구도로 넘어갑니다.
테마만이 아니라 UI나 전투 규칙까지 더해, 단순히 비주얼만 바뀌는 게 아닌 공들인 작업을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게임은 다른 SRPG와 전혀 다른 재미와 새로움을 추구했지만, 그래도 반복 플레이를 하다 보면 질리는 순간은 반드시 오기 마련입니다. 게이머를 질리게 하는 건 게임 크리에이터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그걸 막으려고 이렇게 공들인 변화를 넣었습니다.
● 다른 게임에서 하지 않는 과감한 시스템이나 기믹을 넣는 경우 보통 밸런스 조정이 어려워집니다. 이런 작업을 많이 해 본 니이카와P라면 아마 자신만의 밸런스 조정 노하우나 해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자리를 빌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이건 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와는 좀 다른 대책입니다. 저는 매번 다른 걸 만들려고 하니까 전례도 없고, 본보기가 될 것도 없는 걸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 같은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험으로 유일하게 아는 건, 마지막엔 어떻게든 된다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게 더 중요한 이야기인데, 새롭고 이상한 게임 시스템을 만드는 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 주는 디렉터와 같이 만드는 것입니다.
● 아군이 명령을 따르지 않고 희생이 전제가 되는 전투는 참고할 만한 선례가 거의 없는 설계입니다. 밸런스를 잡으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넣고 싶었지만 결국 구현하지 못하고 덜어낸 메커니즘이 있었나요
: 덜어냈다기보다는 더해서 대응한 게 더 많을 수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 부하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부분에는 행동 예측 기능이 있어서, 부하가 다음에 어디로 이동해 무엇을 할지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게임 메커니즘을 확립한 뒤에 약점이 되는 부분을 보완하는 장치를 더해 가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 캐릭터 디자인은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로 잘 알려진 히무카이 유지 씨가 맡았습니다. 사신, 사축 프로그래머, 아이돌 히로인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그려 줄 사람으로 히무카이 씨를 고른 이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받은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인상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 캐릭터 디자이너는 적혀 있는 대로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로 유명한 히무카이 유지 씨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든 SRPG는 대부분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한 하라다 타케히토 씨가 맡았습니다. 저도 하라다 씨를 기용할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정말 잠깐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런데 하라다 씨는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그룹의 일원이거든요. 그를 기용하려 했다가는 제가 살해당할 테니(웃음), 잠깐 생각하고 그만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제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악을 추구하되 악을 즐기는 다크 코미디로 만들고 싶었으니, 코믹하고 팝한 캐릭터 디자인을 해 줄 사람이 누굴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예전부터 인연이 있던 히무카이 씨가 떠올랐습니다.
의뢰했을 때 히무카이 씨는 정말 바쁘셨습니다. 그래도 기획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사신님, 쿄시로, 마리아, 신뿐이라 인원이 적으니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개발 기간도 꽤 길게 잡아 뒀으니 천천히 하셔도 된다고 전했고요. 그랬더니 흔쾌히 맡아 주셨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게이머가 질리지 않도록 챕터마다 캐릭터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이 도중에 추가됐습니다. 히무카이 씨에게 속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히무카이 씨가 처음 보내 주신 게 기가스고이데스와 쿄시로 디자인이었는데, 정말 좋아서 그 그림을 본 순간 ‘이건 된다’고 확신했습니다. 히무카이 씨에게 부탁한 건 정말이지 정답이었습니다.
● 직접 플레이해 보니 킬 스킬이 중심이 되는 모습에서 ‘봄버맨’의 폭탄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패러디 요소를 의식해서 넣으신 부분도 있나요
: SRPG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액션 게임이었다면 ‘봄버맨’ 같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면서 ‘봄버맨’을 의식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 그렇다면 작은 재미 요소로 부하에게 폭탄 머리 모양 같은 외형 아이템을 씌우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도 있나요
: 특징 있는 부하를 만들 수 있도록 외형을 조금 바꾸는 아이템은 이미 게임에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딱히 ‘봄버맨’을 의식해서 만든 건 아닙니다(웃음).
● 대표작 ‘디스가이아’ 시리즈에서는 특정 버튼을 입력해 콘텐츠를 해금하는 이른바 니폰이치 커맨드가 하나의 전통처럼 존재했습니다. 슈퍼니치 작품에서는 아직 그와 같은 커맨드를 본격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앞으로 슈퍼니치 커맨드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전통을 만들 생각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특정 버튼을 입력하는 니폰이치 커맨드 같은 건 과거 타이틀에 실제로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프로젝트에 들어갔던 건 아니고, 저 자신도 거기까지 고집은 없습니다. 과거와 같은 걸 해 봐야 의미가 없으니, 이번 작품에는 그런 커맨드를 넣지 않았고 슈퍼니치 커맨드 같은 것도 딱히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니폰이치 커맨드라고 불릴 정도니까, 니폰이치 쪽에서 전통으로 이어 가 주시면 좋겠네요.
● 개발 완료 이후에는 더 손대고 싶어도 손댈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 출시 직전을 맞아 ‘딱 한 군데만 다시 고칠 수 있다면’ 어디를 손보고 싶나요
: 어려운 질문이네요. 어디일까요.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던 게 있긴 합니다. 다만 조정을 다 못 할 것 같고 난이도도 너무 높을 것 같아서 처음부터 포기한 겁니다. 연쇄 시스템입니다. 부하를 킬해서 폭발시키면, 거기 휘말린 부하가 또 폭발하는 식으로 연쇄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1턴 만에 클리어해 버리는 게 가능하다면 꽤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넣고 수습할 자신이 없어서 넣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크시스템웍스가 ‘데몬즈 나이트 피버 2’를 만들 기회를 주신다면, 그때는 구현을 목표로 노력하고 싶습니다.
● 출시 이후 게이머들이 어떤 식으로 게임을 깨는 모습을 가장 보고 싶나요? 최단 기록 경쟁인지, 엉뚱한 부하 조합인지, 혹은 개발진이 예상하지 못한 공략법인지 궁금합니다
: 게임이 발매되면 흔히 있는 일인데, 저는 개발자가 예상하지 못한 공략법이나 클리어 방법을 게이머가 발견하는 걸 기본적으로 재미있어하는 편입니다. 장르명에 RTA라는 말을 넣었으니, 어떤 공략법으로 최단 시간 기록을 세우는 분이 나올지 지금부터 무척 기대됩니다. 실력에 자신 있는 게이머 여러분이나 게임 스트리머, 버튜버 같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최단 클리어에 도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 SRPG를 즐기는 방법 중에는 주인공만 아주 강하게 키워서 밀어붙이는 방식도 있는데,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가 쿄시로뿐이라 그런 플레이가 어려운 구조일 것 같습니다. 혹시 쿄시로만으로 클리어하는 게 가능할까요
: 말씀하신 대로 주인공만 강하게 키우면 되잖아, 로 끝나 버리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어서, 쿄시로는 아주 약하게 설정했습니다. 아마 어떻게 발버둥 쳐도, 전생을 거듭해 강해진 부하와 쿄시로를 비교하면 부하가 더 강해질 겁니다.
앞서 어떤 공략법을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최단 클리어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질문을 듣고 나니 쿄시로만으로 클리어하는 제한 플레이도 좀 보고 싶어졌습니다. 적어도 초반에는 쿄시로 혼자서는 싸울 방법이 없어서 안 되겠지만, 예를 들어 라스트 보스를 1대1로 쓰러뜨릴 수 있느냐 같은 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보스전에 보컬곡이 흐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슈퍼니치 규모의 회사에서는 흔치 않은 스케일인 것 같습니다. 작사와 보컬은 누가 맡았나요
: 제가 했습니다. 원래 1장과 2장 보스전 곡이 보컬곡인데, 1장은 히어로물, 2장은 마법소녀풍 곡이었습니다. 그 곡들이 정말 좋아서 노래를 붙여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작사를 하고, 사운드 디렉터가 성악부 출신이라 직접 부르기도 하면서, 돈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마음대로 늘렸습니다. 이렇게 개발 스태프들이 자발적으로 재미있는 걸 해 보려고 하는 건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서 아주 좋은 일입니다.
● 서사나 연출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시절 ‘디스가이아’ IP로 다양한 미디어믹스를 펼치셨는데 ‘데몬즈 나이트 피버’도 그런 전개를 염두에 두고 계신가요
: 미디어믹스로는 이미 소설을 공개했습니다. 일본어로만이긴 하지만요. 2페이지짜리이긴 해도 만화도 있습니다. 그 만화도 제가 마음대로 만들었고, 이 모자도 제가 마음대로 만들었고, 여러분께 기념품으로 드린 티셔츠도 제가 마음대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를 해 보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한국이라면 웹툰 같은 것에도 무척 관심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쓰신 기사를 읽고 이런 미디어믹스 전개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주시는 애니메이션 회사나 다른 회사가 나타나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 끝으로 ‘데몬즈 나이트 피버’를 기대하는 뭇 한국 게이머와 니이카와P의 팬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합니다
: 지금은 아크시스템웍스 주도로 이렇게 여러 매체 분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는 저희 회사 슈퍼니치와 드리콤 두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개발 자체는 순조로웠는데, 퍼블리싱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드리콤은 일본에서 기술력도 뛰어난 상장사지만 콘솔 게임 퍼블리싱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글로벌 퍼블리싱을 할 수 있는 회사도 참여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아크시스템웍스의 키도오카 사장(木戸岡 稔)과 술친구인데, 둘이 술을 마시러 가면 그가 “타이틀이 없어, 타이틀이 필요해”란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 있는데 어때?”라고 가져갔더니 “좋네!”하며 맡아 주셨습니다. 그런 의미로 아크시스템웍스에는 곤란할 때 도움을 받은 은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발매 직후만이 아니라 반년, 1년 꾸준히 팔리는 타이틀로 키우고 싶습니다.
가격도 아크시스템웍스가 아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해 주셨습니다. 신규 타이틀은 아무래도 선뜻 손이 가기 어렵지만, 이 가격이라면 비교적 쉽게 시도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SRPG의 상식을 완전히 부수러 간 새로운 SRPG가 탄생하는 역사의 증인이 돼 주셨으면 하니, 꼭 사 주세요.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아크시스템웍스하면 격투 게임 이미지가 강하실 겁니다. 실제로 그렇고, 세계적인 격투 게임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크시스템웍스가 ‘데몬즈 나이트 피버’를 맡아 주신 만큼, 이 게임이 격투 게임의 아크시스템웍스만이 아니라 SRPG의 아크시스템웍스로도 불리는 브랜딩의 첫걸음이 됐으면 합니다. 그게 아크시스템웍스에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걸 실현하려면 모쪼록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사 주셔야 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