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의 이유나 다름없는 널 내 인생에서 송두리채 도려내버린 운명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없어.
평생 지켜주리라 다짐했음에도 너를 지키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원망스러웠어.
너는 참 생각이 깊은 아이였어, 분명 넌 복수따윈 원하지 않았을탠데... 항상 내 옆에서 날 붙잡아 주었던 네가 없으니 난 도무지 뭐가 옳고 그른지도 모르겠더라...
막상 감정에 휘둘려 무작정 복수를 해 보아도 남는건 목적을 잃은 분노와 그보다 큰 허무감 뿐이었지...
이대로 죽어버리길 다짐했을때,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와함께 점점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 너무나도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나는 기적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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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게!! 자살행위라니깐!!"
계동의 호통소리가 마을에 울려퍼진다. 연풍은 등뒤에서 호통을치든 난리굿을 치든간에 무시로 일관하며 핫산이 수래안에 잠자리용으로 깔아놓은 짚더미를 뒤적이다 이내 찾던물건을 끄집어내곤 입을 열었다.
"하아 거 참, 평화롭게 대화만 하러간다니까 그러네~."
"어느 미친놈이 대화만 하러가는데 그렇게 흉악한 물건을 들고가나!!"
연풍이 꺼내 들어올린 그 흉악한 물건은 어린애 팔목 정도의 굵기에 그 길이는 연풍보다 머리반개정도 긴 쇠막대가, 그 끝에는 화려한 금입사로 용문양이 장식되어있는 굵고 짧은 육각기둥의 쇠막대가 쇠사슬로 연결되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도리깨같은 형태를 하고있었다. 이 마을도 속해있는 동양 최초의 공화국가 여명국이 몇 년전까지만해도 왕국이던 시절, 북쪽의 오랑캐들로부터 백성을 지켜주던 대표적인 마상무기중에 하나이자, 과거 국가의 상징이었던 무기. 편곤이다.
"오랑캐나 산적이나 이걸로 대화하면 평화로워지지."
"대화는커녕 휘둘러댈 생각만 가득하지않나!!"
"무기는 먼 옛날 부터 평화를 만들기위해 인류와 함께해온 최고의 대화수단이지."
"아이고... 자네가 무인출신이라는건 외모만 보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네, 꼬라지를 보아하니 왕국시절에 잘나가다 몰락해버린 귀족놈들 따까리나 했던거 같은데, 그런 자네가 단신으로 산적소굴에 처들어가?"
"까짓거 잘못해서 나 하나 죽기밖에 더 하겠어?"
"자네 머리통은 목 위에다 표주박얹어놓고 구멍몇개 뚫어놓은건가? 자칫 잘못하다간 괜히 마을에 뿔똥만 튈 걸세!"
계동의 이어지는 폭언에 연풍은 기세가 잠시 주춤할 뻔 했으나, 그 역시 아무 생각없이 쳐들어 가려는건 아니다. 그의 감이 말해주고 있다. 과거 수천명의 오랑캐들을 그 손으로 때려죽여가며 발달해 온 야생의 감 같은게 아니다. 자신과 같이 나라를 지키기위해 함께 싸우던 최고의 전우들을 만나며 생긴 사람을 보는 눈이 말해주고 있다. 그 산적도련님은 그렇게 나쁜놈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그 정도로 극악무도한 놈들 같았으면 이마을은 진작에 잿더미가 되었겠지. 농담좀 한거가지고 걱정하지 말어, 나도 그렇게 무식한놈은 아니니깐, 영감! 부탁해!"
연풍의 버릇없는 부탁에 핫산은 몇마디 웅얼웅얼 중얼거리고는 허리춤에 매달아놓은 가죽주머니에서 얼룩덜룩한 분말을 한줌 꺼내어 들이마시고는 수래에서 물담배를 꺼내어 몇모금 빨아들여서 망아지에게 뱉어내었다. 아까 삼킨 분말과 섞여 묘한 악취를 풍기는 담배연기는 망아지의 온몸을 감싸더니 몇초 지나지않아 사라졌다. 그리고 그자리에 서있는 것은 머리와 목을 반쯤 가릴정도로 길게 자란 윤기있는 갈기와 밤하늘처럼 검으면서도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는 털이 온몸을 뒤덮은 커다란 말이 서 있었다. 이러한 믿기지않는 상황에 계동은 입을다물질 못했다.
"아... 아니... 여기있던 망아지는?..."
"처음부터 망아지는 없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감의 요술에속아 멋대로 망아지라고 생각해 버리지. 소개하지, 대륙 최악의 광마(狂馬) 아라한이다."
아라한은 최악의 광마라는 이명에 걸맞게 성질이 사나워 문제를 일으키기 일수였다. 그 성질을 죽이기 위해 핫산은 평소에 말의 온몸에 특수한 향료를 발라 주술을 통해 처음보는 주변인을 포함하여 말 스스로까지 자신을 평범한 망아지라고 착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요술을 걸음으로써 .조치를 취해두고는 필요할 때 마다 요술을 풀고는 했다.
"자네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상황에 잔뜩 겁에질린 계동의 모습에 잔뜩 득의양양해진 연풍은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따라 소개만 자꾸 하는구만... 하지만 나쁘진 않아!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지! 대륙무쌍! 천하호걸! 내가바로 천하대장군 연풍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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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봐도 믿겨지지 않았어! 너가 살아있었을 줄이야!! 허나 좋은일이 있으면 또다시 나쁜일도 생기는 법이라고 했었지... 너는 더이상 내가알던 너가 아니였어... 하지만 괜찮아 ! 너가 이렇게 살이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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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달린다. 스스로를 천하대장군이라 칭하며 오른손엔 편곤을 쥐고, 밤하늘처럼 검은말을 타고 남자는 달린다.
"달려라 아라한! 고지가 보인다!"
바람과도 같은 속력으로 달려온 연풍은 이내 멈추어 주변을 살핀다. 통나무로 지은 오두막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저기 사람살던 흔적이 조금씩 보였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연풍은 말에서 내려 오두막들을 둘러보며사람을 찾아 보았으나 하나같이 빈집뿐이었다.
"이거, 대화를 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혼잣말을하며 말에 올라탄 연풍은 허공에 편곤을 휘둘러댔다. 부웅- 부웅- 바람가르는 소리와 함께 휘둘려지는 편곤 끝에 얇은 노끈같은게 걸렸다.
"응?"
파바밧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연풍의 뺨을 스쳐 바닥에 꽂혔다.
"웬놈이냐!"
크게 고함을 치며 화살이 날아온방향을 노려보았다. 맞은편에 있던 나무의 푸른이파리 사이로 함정용 쇠뇌가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함정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인기척없는 환영인사에 연풍은 잠시 넋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바로 뒤쪽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살기어린 말발굽소리, 이에 반응하여 연풍은 빠르게 허리를 돌려 편곤을 휘두른다. 채앵하고 금속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마찰로인한 불똥이 튀어 올랐다.
"이제야 제법 산적같이 생긴놈이 나오는군!"
연풍에 눈앞에 말을타고 서있는 자는 호피가죽을 투구처럼 쓰고 잔뜩 경계심 가득 찬 맹수같은 눈빛으로 연풍을 노려보며 당파를 겨누고 있었다.
"윽... 당파는 좀 참아주라..."
중앙의 창날의 양옆으로 가지처럼 두개의 날이 갈라 세워져있는 무기인 당파는, 본디 창의 기능인 찌르는 기능보다. 상대의 무기를 날에 걸어 무력화 시키는, 방어에 특화되어있는 무기이다. 즉 연풍의 편곤과는 최악의 상성을 가진 무기라는것, 허나 연풍이 느끼는 껄끄러움은 당파가 가진 전술적 우위성에서가 아니었다.
'당파만 보면 안좋은 추억이 생각난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공격이 들어온다. 연속적인 빠른 찌르기, 난생 처음보는 초식과 그 번개같은 속도는 연풍에겐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연풍 역시 밀리지 않았다. 편곤의 자루를 이용해 침착하게 일격을 하나하나 막아내었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달인들의 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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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입니다. 시험기간인데 이상하게 공부가 아닌건 뭐든지 재밌네요...
평소에도 이렇게 뭐든 재미를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편을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제목의 프롤로그를 01로 바꾸고 호피가죽 묘사 내용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이상하게 글이 양옆으로 잘리네요.... 여러분들 보시기에도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