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한 밤을 마물들과의 전투로 지새운 제아왕국은 곧 이어 저주구름을 맞이했다. 불규칙하게 바뀌는 지옥의 낮과 밤은 저주와 마물을 번갈아가며 만들어냈다. 낮이 되면 지옥의 곳곳을 떠다니는 저주구름이 저마다 다른 저주가 담긴 비를 쏟아 부었다. 이번 저주는 강염기성 비였다. 낮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은 몇몇 마물들이 아직 마을을 짓밟는 통에 미처 저주구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갑자기 쏟아 내린 염기성 비에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녹아내려 사라졌다.
“아이쿠! 도깨비들! 전부 굴을 파!”
우락은 커다란 코뿔소 마물의 등 위에 올라타 마물과 한창 씨름하고 있다가 문득 커다란 염기성 빗방울들이 코앞의 집 한 채를 눈 깜짝할 사이에 스르륵 녹여버리자 깜짝 놀라 다른 도깨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모든 도깨비들이 일제히 땅을 파고 들었다. 한 두 번이 아닌 듯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염기성 비가 폭우로 바뀌기 바로 직전 아슬아슬하게 땅굴로 기어들어온 우락은 비에 닿아서 살짝 타버린 두건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땅굴 벽에 등을 기대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땅굴에 먼저 들어와 있던 항아리 도깨비들도 우락을 따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이 땅 위의 모든 식물은 검게 타버렸고 건물들도 뚝뚝 녹아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중 몇몇 건축물은 염기성 비에 녹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져 마물들에게서 용케 도망친 이들이 저주를 피해 숨어있었다. 한 외계종족이 만든 탱크 안에는 대마법사와 연합군, 그리고 미래인간 무리들이 숨어서 창밖의 상황을 보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밖에도 개인적으로 움직이던 사람들과 알 수 없는 종족들의 들어와 있었다. 미래인간 무리를 이끄는 미래인간G가 모인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이번 저주 비는 별 것 아니라 이런 곳에서 몸을 피할 수 있지만 다음 저주는 뭐가 될지 모릅니다.”
그러자 대마법사가 동맹을 제시했다.
“이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연합군을 이끄는 악마M도 동조했다.
“이 지옥에 이런 땅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아! 여기선 어차피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다들 죽고 싶지 않으면 협조해야 한다! 가진 것을 다 내놓지 않는 녀석은 지금 내가 죽여 버리겠어!”
보이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염기성 비를 창밖으로 바라보면서 감히 혼자서 지옥에서 살아남아보겠다고 하는 이는 없었기 때문에 곧 ‘지옥동맹’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마법에 대해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대마법사를 중심으로 모든 이가 합심해서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옥에는 온갖 차원에서 소환된 수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존재했다. 말을 할 줄 아는 생물 중에서는 특히 마계의 마족이 지옥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죄악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탓에 소환되자마자 하데스의 구덩이에 바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구덩이에 빠진 이들은 곧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대부분은 하데스의 뱃살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종족은 인간이었다. 인간이 가진 죄악의 양은 제각기라서 죄악이 많은 이는 구덩이 위에 떨어졌지만 또 일부는 지옥의 외곽에 떨어지기도 했다. 보통은 화염의 바다에 집어삼켜졌고 운 좋게 발 디딜 수 있는 땅 위에 떨어진다고 해도 금세 마물의 먹이가 되었다. 그밖에도 엘프, 뱀파이어, 오크 등 다양한 종족들이 끊임없이 지옥으로 소환되고 있어서 지옥의 하늘은 늘 수많은 별똥별이 쏟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건물이나 산 같은 무생물을 비롯해서 동물들도 소환되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 죄악이 묻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많이 찾아볼 수는 없었다.
초기 지옥동맹을 결성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래도 생존력이 강한 이들이었다. 제아왕국의 땅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척박한 환경에서 마물과 저주를 이겨내고 있었으니 지옥에서 가장 강한 생존능력을 가진 이들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지옥에서 언제까지고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지옥동맹의 사람들은 제아왕국의 땅을 제아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각기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제아섬을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지로 만들기로 했다. 염기성 비가 끝나고 다음의 독바늘 폭풍이 오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지옥동맹 사람들은 전 섬에 퍼져 각자 따로 행동하고 있는 이들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였다. 소문이 퍼지자 도깨비, 드워프들 무리를 시작으로 금세 지옥 전역에서 온갖 이들이 몰려들어 지옥동맹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후 지옥동맹은 낮에는 함께 저주 비를 피하고 밤에는 흩어져서 제아섬에 상륙하는 마물들에 맞서 싸우기를 반복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갔지만 지옥의 다른 지역보다는 생존률이 높은 편이었다. 새롭게 지옥에 소환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이 꾸준히 모여들어서 제아섬은 생존자들과 마물들 그리고 시체로 항상 북적였다.
제아섬은 중앙의 왕성과 주위의 13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지역의 이들은 마물의 습격에 대비해 벽돌로 방책을 치고 땅굴을 파두었지만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었다. 박쥐 떼가 나타나 저공비행을 하며 끼익!하는 초음파로 생물들을 통째로 공명시켜 터뜨리는 통에 지하로 숨으면 이번에는 식인 지렁이가 굴을 파고나와 보이는 모든 것들을 삼켜버렸다. 어디에도 피비린내와 시체가 가득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옥동맹이 제아섬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문제는 점점 더 많아졌다. 썩은 시체를 먹고 태어난 지옥 전염병이 마물과 싸울 수 있던 그나마 강하던 이들을 뱃속에서부터 갉아먹었고 겨우 만들어 놓은 벙커위로 느닷없이 소환된 이계의 건물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벙커를 깔아 뭉개버리기도 했다.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벌써 몇 주째 잠들지 못한 채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옥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지옥동맹은 조금이라도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 중에서도 돌파구로 삼은 것은 무한히 악마의 힘을 빌릴 수 있는 마정석이었다. 지옥에 널려있는 마정석을 사용하면 에너지나 마나의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여러 계획들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미래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진 공학기술을 활용해 단단한 금속으로 둘러쳐진 땅굴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섬 중앙에는 높은 지형을 활용해 장기간 버티기에 도움이 될 성을 쌓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마법으로 이계의 강력한 생물이나 원래의 세계에 살고 있던 힘센 마족들을 소환하여 마물과 싸우도록 했다. 하지만 곧 지옥으로 소환된다는 것을 알게 된 소환수나 마족들은 더 이상 소환에 응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지능이 발달한 한 외계종족은 몸이 약해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는 대신 새롭게 지옥에 떨어진 이들을 교육시키고 여러 시대와 차원에서 온 이들이 가진 지식을 모아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했다. 생존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이들은 끊임없이 죽어가면서도 빠르게 발전했다.
이든은 나이가 어려서 식량보급을 맡고 있었다. 주로 하는 일은 죽은 마물의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서 익혀두는 일이었다. 지옥에는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지독하게 맛이 없는 마물의 고기라도 주식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이든도 처음 일주일 동안은 마물을 살코기를 씹었다 토하기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적응해서 담담하게 뭐든 씹어 삼키고 있었다.
섬의 한쪽구석에 불타버린 마을의 잔해가 가득한 곳은 이든을 포함한 생존한 아이들의 주 작업장이었다. 이든이 거대 기린 마물의 목살을 먹기 좋게 썰어서 바닥에 던지자 항아리 도깨비가 자신의 머리뚜껑을 열고 그 고기를 자기 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춤을 추며 모닥불 위를 뛰어다녔다. 이든이 작업에 정신이 팔려있을 무렵 한쪽 수풀에서 느닷없이 온몸이 불타는 고릴라 마물이 튀어나왔다.
“꺄아악!”
마물을 발견하고 아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든도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마물고기를 집어던지고 냅다 섬 해안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쾅!
고릴라 마물은 하늘을 향해 한번 포효하고 주위의 건물을 부숴버린 뒤 도망치는 아이들을 뒤쫓았다. 이든은 이를 악다물고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등 뒤에서 와장창하고 깨져나가는 항아리 도깨비들의 소리와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철퍽 짓눌려버린 친구들의 소리를 들었다. 고릴라 마물은 끈질기게 이든을 따라오며 계속해서 그르렁댔다. 결국 해안가에 다다랐을 때는 이든과 다른 한 명의 아이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어...어...”
먼저 도망쳐 해안가의 절벽 위에 서 있던 아이는 울먹이면서 절벽아래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과 사납게 발톱을 세우며 달려오는 고릴라 마물의 선택지에서 갈팡질팡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디를 택하더라도 곱게 죽을 수는 없어보였다. 이든은 해안가 절벽으로 달려가면서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크와악! 그러자 고릴라가 휘두른 날카로운 앞발의 발톱이 코끝을 스쳤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코끝에 맺힌 핏방울에 정신이 번쩍 든 이든은 절벽 아래에 조금이라도 땅이 있기를 기도하며 망설임 없이 절벽을 뛰어내렸다. 흐악! 그와 동시에 절벽 끝에서 망설이고 있던 아이의 단말마가 들렸다.
이든의 바람과는 반대로 절벽 아래에는 용암과 마석암 뿐이었다.
“으아아아!”
삐빅-
“바쁜데 뭐야? 또 어떤 멍청한 녀석이 하데스의 피에 빠져버렸군. 뭐지? 어린아이인가?”
이든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우연히 해안가 주위 상공에서 정찰하던 한 미래인간 무리 소속의 의무병 대원에게 들렸다. 그는 다행히 수트 형태의 강력한 기계전투갑옷을 입고 있어서 갑옷에 장착된 컴퓨터가 알려주는 이든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의무대원은 곧바로 발아래와 등 뒤에 달린 분사구의 각도를 조절해 급히 이든에게 날아갔다.
풍덩! 철썩!
그는 이든이 용암에 떨어지기 직전에 가까스로 이든을 낚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먼저 바다에 떨어진 돌덩이들 때문에 이든에게 펄펄 끓는 용암과 진득한 마석암을 잔뜩 튀기고 말았다. 의무대원은 이든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다시 제아섬 해안가로 날아가 날뛰고 있던 고릴라 마물에게 갑옷의 왼팔에 장착된 기관총을 쏘아댔다. 두두두! 크악! 총알이 퍼부어대자 고릴라 마물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휴... 어디보자... 이런 오른 팔에 마석암이 닿아버렸잖아?”
의무대원은 이든을 근처 바위에 기대어 두고 상태를 살폈다. 이든의 하반신은 용암이 잔뜩 튀어서 벌써 온통 지방과 근육이 보일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어 있었다. 오른 팔에는 마석암이 묻어 있었다. 의무대원이 기계갑옷의 가슴팍에 인쇄된 붉은 십자가를 건드리자 갑옷의 오른팔에서 스테인리스로 된 메스와 주사기, 붕대, 커다란 캡슐 약이 튀어나왔다. 그는 지체 없이 캡슐약 하나를 부숴서 안에 든 하얀 가루를 화상부위에 흩뿌렸다. 그러자 익어버린 조직사이로 스며 나오던 핏물이 조금씩 멎어들었다. 문제는 검은 바다인 마석암에 닿아버린 오른팔이었다. 마석암에 닿은 생물은 악마의 저주에 걸려 깨어있을 때도 끊임없이 악몽을 꾸게 되고 간헐적으로 온 몸에 찾아오는 극심한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었다.
“꼬마야! 정신 차려! 이왕이면 용암 쪽으로 뛰었어야지! 마석암은 저주가 있어서 네 오른팔은 절단하지 않으면 안 돼!”
“으으으... 팔이 타 버릴 것 같아요!”
이든은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의무대원은 곧 커다란 메스를 집어서 마석암이 묻은 이든의 팔꿈치 쪽에 가져다 대었다. 마취 같은 것보다는 마석암의 저주가 더 퍼지기 전에 절단을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날 만난 게 행운인 줄 알아라! 우리 기술이면 얼마든지 네게 새 팔을 붙여줄 수 있으니..!!!”
쾅!
그 때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던 고릴라 마물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 강력한 앞발로 이든을 치료하던 의무대원을 휘둘러 쳤다. 갑자기 습격당한 의무대원은 사방으로 부서지는 갑옷의 파편을 남기면서 날아가 바닥에 굴렀다. 의무대원이 숨을 고르기도 전 고릴라 마물은 아까 총에 맞은 게 억울했는지 곧바로 내동댕이쳐진 의무대원을 깔고 올라탄 상태로 사정없이 주먹을 갈겼다.
쾅! 쾅! 크와아아!!
“큭! 더 이상은...!”
고릴라 마물의 엄청난 힘에 대항할 수 없었던 의무대원은 어쩔 수 없이 자폭을 선택하고 말았다.
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의무대원과 고릴라 마물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연기에 휩싸인 이든은 검게 타들어가는 오른손을 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 때 눈앞에 의무대원의 갑옷에 달려있던 길고 커다란 메스가 이든의 눈에 들어왔다. 이든은 어렴풋이 오른손을 이대로 두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불타고 있는 잔해와 시체 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자신도 그렇게 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든은 바닥에 꽂혀있던 메스를 향해 기어갔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잘라내는 수밖에 없었다.
척!
바닥에 꽂힌 메스를 뽑아든 이든은 메스 끝을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가져다 댔다. 그 사이 마석암의 검은 저주가 어깨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이든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싸캉! 털썩! 있는 힘껏 메스를 내리긋자 날카로운 칼날 덕분에 오른팔이 깨끗하게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든은 잘려나간 어깨에서 피가 솟구치자 깜짝 놀라 옷을 찢어 상처를 틀어막았다. 그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아까 화상에 뿌리고 남은 지혈제의 가루들이 옷에 붙어있어서 빠르게 지혈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이든은 혼미함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혹시나 필요할까싶어 바닥에 떨어져있던 의무대원의 의료구들을 챙겨 자리를 떴다.
다행히도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도깨비 우락이 부서진 아파트 건물에서 사람들에게 마물고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제아섬 위로 소환되어 떨어진 아파트 하나가 박살나면서 생겨난 임시피난처였다. 이번에 지옥으로 소환된 뭣 모르는 늙은 병사 하나가 투구에 마물고기덩이 하나를 받아가며 우락에게 물었다.
“어째서 마물들이 갑자기 사라진 거요?”
“그거야 곧 저주 비가 내리니까 그렇지!”
병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기를 뱉어냈다.
“우웩! 퉷! 이 고기는 또 왜 이렇게 역겨워? 이거 먹어도 되는 게 맞긴 한 거요?”
“하하핫! 아까 자네를 공격하던 마물 녀석인데 잘 구웠으니 괜찮을 거야!”
호탕하게 웃어대던 우락은 문득 입구로 비틀거리며 기어오다시피 걸어오던 이든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저주 비가 내리기 전에 얼른 뛰어나가 한 손으로 이든을 주워왔다. 피투성이가 된 이든을 이리저리 살펴보면 우락은 이든의 한 팔이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녀석 상태가 말이 아닌데?”
우락은 건물 안 쪽 한구석에서 기계와 생물체들을 잔뜩 쌓아두고 연구에 열중하던 드워프 한 명을 찾아갔다.
“어이 장고! 이 녀석 좀 봐! 하데스의 피와 마석암에 닿았나봐! 가만 두면 죽을 텐데 아직 꼬마니 살려줘야 하지 않겠어?”
우락이 부르자 잡동사니에 얼굴을 파묻고 연구에 열중하던 장고가 휙 뒤돌아보며 쓰고 있던 물안경 모양의 확대경을 슬쩍 머리 위로 치켜 올렸다. 장고는 키가 작고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한 전형적인 드워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장고는 의식이 거의 없어서 한 쪽 눈꺼풀만 껌뻑거리는 이든을 한번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며 잡동사니에서 커다란 사마귀의 앞다리와 엘프의 팔을 한 짝씩 꺼내 들었다.
“핫! 아직 어린 녀석이 마물이 되게 놔둘 순 없지! 그래! 꼬마야! 넌 어떤 팔이 가지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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