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왕국에는 3명의 왕자가 있었다. 10년간의 정치적 암투 끝에 결국 맏이인 휼이 대신들에게 왕국의 상권지분을 배분해주기로 약속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남은 두 왕자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왕국에서 야반도주를 했다. 쿤. 세 번째 왕자였던 그는 어릴 때부터 악독하고 잔인무도한 성격으로 민심을 잃고 가장 먼저 왕권에서 멀어진 자였다. 그는 왕궁을 떠나면서 반드시 복수하리라 이를 갈았다. 그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왕국을 파멸시킬 방법을 찾았다.
“어차피 내가 가지지도 못할 거... 다 죽어버리라지!”
오랜 시간 왕국에 대한 복수심으로 물든 쿤 왕자의 두 눈은 이미 미치광이의 것이 되어 있었다. 결국, 그는 한 던전 깊숙이 묻혀있던 ‘하데스의 제물’이라는 금단의 주문서를 손에 넣었고 마침내 사용법까지 알아내게 되었다. 쿤은 왕자였고 왕궁의 모든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달빛이 사라진 어느 날 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왕의 침소로 연결된 비밀통로로 숨어 들어갔다. 잠든 국왕의 곁까지 조용히 다가간 그는 품에서 단검 하나를 꺼냈다. 특별한 마법주문으로 도금이 되어있는 단검이었다. 왕의 침소 문 앞에는 4명의 보초가 서 있었지만 쿤이 왕의 침소에 바로 연결된 비밀 탈출로로 숨어드는 것까지 알아챌 수는 없었다.
“휼 형!”
쿤이 왕이 된 큰 형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왕이 깜짝 놀라며 방에서 깼다. “아니 넌! 쿤이구나!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쉿! 조용히 해!” 쿤은 다짜고짜 단검을 왕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으억!!!”왕이 소리를 지르자 침소의 문이 벌컥 열리며 경비병이 들어왔다. “암살이다!! 국왕이 찔렸다!!”
“수정 보호막!” 경비병이 달려들자 쿤이 급히 바지춤에서 스크롤을 꺼내어 찢었다. 스크롤이 찢기자 쿤과 휼을 감싸고 투명한 마법 보호막이 발동되어 경비병을 저 멀리 튕겨냈다.
“으윽... 네가 결국 일을 치는구나! 쿤. 이미 내가 이긴 게임이야... 끝났다고! 왕국은... 절대 네 것이 되지 않아!” 입에서 피를 흘리며 국왕은 가슴에 박힌 단검을 두 손으로 감쌌다.
“으흐흐하하하하! 죽어가면서도 잘도 나불대는군!” 쿤이 악랄하게 웃어댔다. 복도에서는 벌써 순간이동 해 온 마법사들이 왕을 구하기 위해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마법사를 발견한 쿤은 마음이 급해져 한 손으로 얼른 왕의 입에 묻어 있던 피를 닦아 주문서에 살짝 묻히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서에서 주위로 엄청난 바람이 내뿜어져 나왔다.
“화염구!” 그 순간 3명의 마법사가 순식간에 공격마법을 퍼부어 보호막 마법을 부쉈지만 주문서에서 발동된 강력한 바람 주문에 나머지 모든 주문이 바깥으로 밀려 나왔다.
쿠쿠쿠쿠쿠! 강렬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침실이 부서지며 주위에 중력이 사라진 듯 모든 가구와 사람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쿵! 결국 침실의 한쪽 벽이 바람에 부서지며 성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쿤은 휼을 보듬어 안아들고 주문서와 함께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곧이어 주문서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스산한 빛을 뿌렸다.
“국왕을 지켜!! 으악!” 경비병 하나가 바람에 저항해 벽을 잡고 버티고 있다가 복도 쪽으로 빨려나가듯 휘익하고 날아가 버렸다.
이윽고 주문서가 갑자기 갈가리 찢어지더니 쿤 앞으로 날아가 공간을 일그러트려 검은 이계공간과 연결되는 차원통로를 생성했다. 한 없이 어두운 이계공간은 마치 공간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였다. 웅웅거리는 소리와 차원통로의 테두리가 뿜어내는 번개가 모든 사람을 압도했다.
“하데스시여!!”쿤이 울부짖었다. 그러자 느닷없이 이계공간에서 거대한 소뿔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문이 작군.” 이계공간 안에서 몇 겹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나왔다. 너무 저음이라 쿤은 목소리에 맞춰 온몸이 웅웅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데스시여!! 제물을 받아 주시옵소서!!!”
“...” 이계공간에서 나온 뿔은 구멍을 빠져나오기 위해 몇 번 이리저리 낑낑대며 움직이더니 결국 포기한 듯 공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하데스 신님?” 쿤이 당황해하며 이계공간을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여전히 엄청난 강풍이 불어대며 모든 물건을 공중에 둥실둥실 띄우고 있었다.
“인간인가? 차원의 문이 너무 작으니 그냥 말로만 하지. 어찌되었든 겨우 인간주제에 날 불렀으니 네 목숨 하나로는 안 끝날 것이다.” 공간 저편에서 엄청난 울림을 내는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자 쿤이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하... 하데스 신이시여! 제가 왕국을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전 죽이셔도 좋습니다. 단지 제 제물만 꼭 받아주십시오!” 쿤이 울부짖었다.
“왕국이라... 넌 왕인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바칠 수는 없다.”
그러자 쿤이 왕에게 찔려있는 단검을 붙잡으며 말했다. 왕은 아직 쌕쌕거리며 겨우 숨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의식이 거의 사라진 채로 쿤이 이계와 대화하는 것을 듣지는 못하고 있었다.
“제가 드릴 제물은 제아왕국의 왕입니다! 제아왕국은 이 제물의 것이니 모두 가져가십시오!!!”
그러자 이계에서 푸른빛을 뿜는 차가운 구름 한 줄기가 천천히 빠져나와 그들을 감쌌다. 마치 제물의 맛을 보려는 혀 같았다.
“과연. 재밌는 제물이군. 받아두지.” 말이 끝나자마자 차가운 구름은 마치 혀처럼 국왕을 감싸 이계공간으로 잡아끌어 삼켜버렸다.
“가...감사합니다. 하데스님!” 깜짝 놀라 휼을 놓친 쿤이 더듬거리며 하늘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이계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가져가지. 내 제물이 된 이상 평범한 죽음으론 안 끝날 것이다. 크하하하!!!” 목소리는 소름끼치는 웃음을 발하면서 다시 구름을 내뿜어 쿤도 이계로 집어삼켰다.
“으악!!!” 쿤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허리가 접혀지고 몸이 구겨지듯이 말려져 이계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람에 저항하며 침실 벽과 문지방을 붙잡고 있던 경비병들과 마법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며 경악했다. 국왕이 죽은 것으로도 모자라 왕국이 이계의 신에게 바쳐지다니! 게다가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난 탓에 손도 써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모두에게 몰려왔다.
이잉-
쿤이 빨려 들어가자 이계공간은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사라져버렸다. 몰아치던 바람이 사라지자 사람들이 공중에서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그 중 가장 연륜 있는 왕궁의 대마법사가 외쳤다. “사람들을 대피시켜야해! 이제 왕국은 멸망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대마법사는 그렇게 외치면서 다급히 벽이 무너져 밖이 보이는 곳으로 뛰어가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어두운 하늘을 향해 플래쉬 텍스트 마법을 썼다. 번쩍하고 하나의 빛이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가더니 하늘에 거대하게 빛나는 글을 남겼다.
[국왕 살해. 모두 대피]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 때 뒤늦게 달려온 섭정이 헉헉대며 하늘에 쓰인 글자를 보고 깜짝 놀라며 대마법사에게 항의했다.
“이계의 신에게 국왕이 잡혀갔네! 당장 모든 사람들을 왕국에서 대피시켜야 해! 곧 왕국전체가 이계로 소환되어버릴 거야!” 대마법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섭정은 당황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때였다. 쿠쿠쿠쿠궁! 전 왕국을 뒤흔드는 지진이 일어났다. 아니 전 대륙을 흔드는 대지진이었다.
“안돼!!!” 대마법사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지만 저주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모두에게 절망만을 안겨다 줄 그 모든 일들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시간 이제 갓 9살이 된 이든은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의 작은 집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든이 사는 마을은 대륙에서 가장 큰 약재시장으로 전국의 약재가 모여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주위에 온갖 약재들을 재배하고 있는 밭이 꾸며져 있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땅이 미친 듯이 흔들려 탁자에 올려둔 잔들과 벽에 걸린 물건들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이든의 가족들을 깨웠다. 엄마의 비명소리에 놀란 이든도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든 어서 밖으로 나와!” 이든의 엄마는 아직 눈을 비비고 있는 이든의 손을 이끌고 황급히 집을 뛰쳐나왔다.
밖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생전 처음 겪는 지진에 당황하고 있었다. 이든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금세 그들에게 닥친 것이 단순한 지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국의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든의 마을은 왕국 국경을 뚜렷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왕국 국경의 땅 아래서 푸른 가스가 하늘로 솟구쳐 나오며 왕국을 마치 섬처럼 대륙에서 잘라내고 있었다. 왕국의 경계선을 빙 둘러 뿜어져 나오는 가스는 원래의 대륙에서 왕국을 분리하는 벽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반이 거세게 흔들리며 왕국을 조금씩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엄마!!” 겁에 질린 이든이 소리쳤다. 차츰 땅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겁에 질린 다른 사람들도 곧이어 제각기 다른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반면 우연히 멀리서 제아왕국 쪽을 바라보고 있던 한 모험가는 기가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보니 눈앞에 엄청난 크기의 땅덩이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아왕국의 모든 영토가 삽으로 퍼낸 듯 통째로 대륙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동시에 하데스가 국왕을 잡아갔던 차원통로와 같은 검은 구멍이 왕국의 머리 위에 생겨났다. 이번에는 왕국을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구멍이었다. 왕국은 별안간 굉음을 내뿜으며 이계의 공간 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대륙 전체에 그 울림이 전해졌지만 울림의 이유를 아는 이는 근처에서 제아왕국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본 모험가뿐이었다. 제아왕국이 통째로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한참동안 모험가는 자신의 두 눈을 믿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어두운 차원통로를 지나는 왕국의 사람들은 제각기 기둥이나 벽을 하나씩 힘겹게 붙잡고 흔들림을 견디고 있었다. 푸른 가스는 마치 칼로 벤 것처럼 날카롭게 땅을 잘라내었고 왕국은 그대로 왕궁과 주위 13개의 마을을 포함한 섬의 형태로 이계로 소환되고 있었다.
쿠궁! 차원구멍을 통과한 왕국은 머지않아 하데스의 지옥 가장자리로 소환되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지옥은 마치 하수구로 소용돌이치며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바다 같았다. 지옥의 하늘은 남색의 어두운 밤이었다. 지옥의 가장자리에는 하늘 끝까지 닿는 토네이도가 기둥처럼 회오리 치고 있어서 가까이 오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여 다시 지옥의 바다로 던져버리고 있었다. 거대한 지옥바다의 절반은 붉게 이글거리는 용암이 흐르고 반은 ‘마정석’이 녹아서 만들어진 검은 액체의 ‘마석암’이 흘렀다. 지옥의 바다는 천천히 시계 방향으로 흐르면서 조금씩 중앙의 구덩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서 중앙 쪽으로 약간의 경사가 지어 보였다. 별안간 구덩이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구멍은 제아왕국을 뱉어내고는 사라졌고, 제아왕국은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져 철썩하며 지옥바다에 안착했다.
“여기가 어디지?” 사람들은 한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알 수 없는 풍경에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곧 거대한 괴물들을 맞이하자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옥의 한 구석에 소환된 새로운 지형에 주위에 살던 온갖 마물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이었다. 섬처럼 둥실거리며 지옥의 바다를 떠다니는 제아왕국에 가장 먼저 상륙한 것은 코뿔소를 닮은 거대한 마물이었다. 곧이어 상황을 지켜보던 익룡처럼 생긴 날개 달린 거대마물도 제아왕국으로 활강해 날아왔다.
“으악!! 괴물이야! 으헉...” 호기심 많던 코뿔소를 닮은 마물은 용암을 헤엄쳐와 왕국의 땅 위로 뛰어올랐다. 마을을 발견한 마물은 장난치듯 마을 사람들을 학살해나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왕궁에서는 대책회의를 할 시간도 없었다. 벌써 왕궁에도 마물이 들이닥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아왕국의 대마법사는 성 꼭대기에서 멀리서 왕궁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크기의 파리 마물떼를 확인하고 황급히 병사들을 소집했다. 그 사이 섭정도 도망치기 위해 성벽 위를 달려가다가 사방에서 몰려드는 마물 떼를 발견했다.
“이익!!! 사방에 괴물이! 도망칠 곳이 없어!”
섭정은 성벽 위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저마다 성으로 피신해오는 근처 마을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러자 상기된 얼굴로 황급히 성벽 아래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성문을 닫아! 사람들이 들어오잖아!”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다급하게 열려있던 성문을 밀어 닫았다. 그 모습을 본 피신하던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욱 빠르게 달려오더니 저마다 무기랍시고 들고 오던 농기구를 성문 사이에 끼워 넣어 성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했다.
“문 열어! 성문을 열라고! 괴물들이 오고 있다고!”
다급한 마을 사람들이 성문을 밀며 외치자 병사들도 더욱 힘차게 성문을 밀어 닫으며 대꾸했다.
“압니다! 그래서 닫는 거예요!”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이 서로 성문을 미느라 실랑이 하는 사이에 성 안에는 이미 거대한 파리를 닮은 수많은 마물들이 내려 앉아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문 근처에서 방심하고 있던 병사의 뒤에도 파리 마물 한 마리가 슬쩍 내려앉았다. 머리 위에 그림자가 지자 뒤를 돌아본 병사가 미처 소리 지르기도 전에 마물은 병사의 머리를 와작하고 깨물어 버렸다. 그리곤 6개의 앞발로 병사를 쥐어 잡고 빠르게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성 바깥에서 열린 성문의 틈새로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경악했다.
“꺄아아악!”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뒤를 쳐다보며 소리 지르자 병사들도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엔 거대한 파리 마물 세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병사들은 황급히 밀고 있던 성문을 당기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빨리 열어요! 괴물이 있다구요!”
그러자 성문 밖의 마을 사람들도 깜짝 놀라서 함께 성문을 당기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알아! 그래서 닫는 거야!”
한 마을 사람이 다급하게 고함친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의 등 뒤로 어디선가 사람머리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거대한 파리 마물 5마리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누구도 방금 떨어진 그 머리가 성벽 위에 있던 섭정의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으악!” 성의 뒷마당에서 완전 무장으로 마물의 습격을 대비했던 병사들도 나머지 왕국사람들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소리가 왕궁에 울려퍼졌다. 대마법사를 비롯한 모든 왕궁 마법사들은 탈진할 정도로 마물들에게 공격마법을 쏴대고 있었다. “약점은 배다! 배를 찔러라!!” 한 병사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절규하며 피를 토했다.
같은 시간 이든의 마을에는 벌써 20마리의 마물들이 날뛰고 있었다.
“아...아빠! 엄마!” 마을에서 도망치던 이든의 부모님은 갑작스레 튀어나와 장난스러운 몸놀림으로 마물이 내민 발톱에 반 토막이 나서 이든 앞에 떨어졌다.
“안돼!!!” 이든은 울면서 달려나가 맨손으로 피가 터져 나오는 상처를 눌러 지혈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든 역시 곧 근처에서 난동을 피우던 익룡을 닮은 마물의 날갯짓에 스쳐 멀리 내동댕이쳐져 기절해버렸다. 그 순간 이든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더 이상 주위에서 끊임없이 외쳐대는 고함소리와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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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은 매 주 월 금 오전 10시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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