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로드[OverLord]
위그드라실[Yggdrasil]이라는 DMMORPG게임의 세계 서버 종료의 날 이세계[異世界]로 아인즈 울 고운[Ainz Ooal Gown]의 길드 째 이동한 최강의 사술[邪術]매직캐스터 아인즈-스즈키 사토루-의 이세계 정복기를 서술한 판타지소설이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바로 주인공이 이세계로 이동함으로써 바뀌게 된 무시무시한 해골 군주의 모습에 비해 소시민 적인 면이 있어, 주위에 과도한 충성을 바치는 영역수호자들의 오해-주로 모시는 이의 지력[智力]이라든지 품성[品性]말이다-로 인해 일이 권수가 늘어갈수록 더 스케일이 커져가는 점이다.
다만 이 소설이 유명해 진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잔혹한 묘사에 있다. 나자릭 지하대분묘[Underground Large Grave of Nazarick]에 거주하는 아인즈 울 고운 소속의 인물 외에 이세계 사람들에게 이들은 잔혹하며, 무자비하다. 기존의 이세계물과 궤를 달리하는 이 묘사는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부분이나, 대체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러한 인기에 힘입어 실제로 ‘위그드라실 온라인’이 일본 측 출판사에서 해외 게임 회사에 대한 외주로 출시되었다.
물론 원작과 같은 VR게임은 당연히 아니었으나, 덕중덕은 양덕이라고, 원작자의 감수 아래 추가된 2000개 이상의 어마어마한 양의 클래스와 몬스터, 스킬, 그리고 광활한 맵까지 그 퀄리티가 남다른 어마어마한 ‘띵겜’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위그드라실 온라인은 스팀에서 판매되는 것을 비롯해 어둠의 경로로까지 그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위그드라실 온라인의 스팀판은 4년이 지나자 세계급 아이템을 개당 현금 50만 달러에 판다거나 황금왕의 상자라는 랜덤박스 아이템의 확률조작 의혹이라던가 등등 악명 높은 과금요소로 욕을 얻어먹게 되었다.
“위그드라실 현질 망겜 인정?” “어, 인정.” “진성 개돼지인 나도 이건 아니다 싶다.”
“황금왕의 보물상자 지른 흑우 없제?” “떡락 가즈아~!”
이런 부정적 여론에 쐐기를 박아 넣은 것은 이런 여론에 대한 해외 본사 총괄 디렉터의 반응을 보여준 트위터에 게시된 ‘칭챙총[Ching Cheng Chong]’발언이었다.
요약하자면 ‘니네 아시아인들은 꺼지고 우린 백인 달러만 얻으면 됨ㅋㅋㅋ꼬우면 지우던가.’정도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당시 높은 비율을 차지하던 아시아의 수많은 유저들이 각 나라의 욕설과 함께 게임을 떠나갔다.
물론 이따구로 만들어놓고 백인들이 ‘화이트파워!’ 라면서 과금을 하며 플레이 할 리가 전혀 없었으므로, 위그드라실 온라인은 장장 8년 만에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게임의 마지막 날.
텅 빈 서버에는 소수의 유저들만이 남아 아인즈 코스프레를 한 채 길드 이름을 ‘모두가 떠났다.’로 바꾼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게임 레이드 던전 지역인 ‘나자릭 지하 대분묘’의 밑에는 한 명의 여성 캐릭터가 서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색이 탈색[脫色]되어 어두운 빛을 뿜어냈고, 한쪽 눈을 그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백옥같은 얼굴엔 취향이라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주근깨가 박혀있었다. 동그랗고 속눈썹이 긴 눈매 안에 자리한 눈동자는 마치 빨간색 유리 같은 느낌으로 빛나고 있었고, 여성의 목 아래로는 인조인간[人造人間]이라는 느낌으로 복잡하게 구성된 인체해부학[人體解剖學]적 구조의 기계가 기괴하면서도 퇴폐적인 매력을 뽐내는 몸을 구성하고 있었다.
유저 네임 ‘강철 같은 유리[Glass like Steel]’.
과금논란과 인종차별논란에 빠지기 전, 위그드라실 온라인이 가장 잘 나가던 전성기에 전 플레이어 실력 중 탑 10위에 들었던 그녀는 게임이 끝날 무렵인 지금엔 명실상부[名實相符] 최강의 플레이어였다.
오버로드의 세계관을 좋아했던 그녀는 위그드라실 온라인이 출시되자 소설에 나오는 ‘플레이아데스 칠자매’의 일원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외형의 ‘시즈 델타[CZ2128・δ]’와 같은 종족을 선택하여 위그드라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최종레벨인 100레벨을 달성한 그녀는 온갖 논란 이후에도 애초에 과금을 하지 않는 ‘무과금전사’였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와 위그드라실의 세계에 애착이 생겼기에 주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위치 스트리밍 등으로 계속 위그드라실 온라인의 없데이트 내용을 탐구한 레이드, 신 직업의 대한 감상 등의 영상을 업로드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위그드라실 마지막 날.
접속한 그녀의 우편함에는 발신인의 표시가 GM으로 된 한 통의 편지가 와있었다.
‘안녕하세요 글라스[GLS]씨, ‘GM 울’입니다. 당신께서 이 위그드라실 온라인을 아껴주신 행적을 저는 잘 알고 있기에 마지막 날 이 선물을 드립니다. 버그나 치트 아이템 같은 것이 아니니 안심해 주세요. 물론 저도 진짜 GM입니다. 그럼 즐거운 마지막이 되시길.
아인즈 울 고운에 영광을!’
그러한 편지의 보관함에는 ‘나자릭 지하대분묘 취직권’이라는 아이템이 놓여있었다.
위그드라실에 구현된 나자릭 지하 대분묘는 지고의 41인이 사라지고 모몬가 혼자 남은 레이드 던전의 형식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먼저 레이드를 성공 시켰던 파티에 그녀 또한 끼어있었는데, 그녀는 처음 클리어 할 때에 사라져버린 친구들에 대한 원망과 슬픔을 내뱉으며 죽어가던 아인즈의 모습을 매우 슬프다 생각했고, 이 후 지속적으로 스트리밍에서 ‘나자릭 들어가고싶다....나라면 절대 안 떠날 텐데’등의 어필을 계속 한 것을 이 편지의 발신인은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최고의 선물을 위그드라실을 진심으로 좋아하던 그녀에게 남긴 것이다.
그리하여 나자릭에 ‘지고의 41인’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정보를 기입한 그녀는 위그드라실 마지막 날을 나자릭에서 맞이하기로 마음먹은 채 다른 NPC들의 정보를 갱신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을 숭배하라거나 내가 제일 강하다거나 그런 쓸데없는 정보는 기입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정보만을 기입한 채 1계층부터 10계층 까지 그녀는 신나는 마음으로 돌아다녔다.
마침내 서버 종료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자 ‘원탁’에 프로그램 된 대로 ‘헤롱헤롱’을 비롯한 유저 데이터들이 찾아왔다가 떠나는 모습이 재현됐다. 그 광경을 보며 아인즈-레이드 보스-는 나지막이 스크립트를 내뱉었다.
“오늘이 서비스 마지막 날이니, 피곤한건 이해하지만 기왕이면 마지막까지 계시면 안 될까요-.”
성우의 녹음된 목소리만이 공허한 공간을 채웠다.
“다른데서 만나자고…….”
아인즈가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어디서, 언제 만나자는 거야…….”
이내 아인즈가 탁자를 내리치자 원작과 마찬가지의 서술로 데미지 ‘0’이 뜨며 아인즈가 크게 격노하며 울부짖었다.
“-웃기지 마!! 여긴 모두가 만든 나자릭 지하 대분묘잖아!! 어떻게 그리 쉽게 버릴 수 있는 거야!!”
시간이 되어 GM이 공지한 대로 연출된 그 장면을 보는 그녀는 슬프기 그지없었다.
살아있는 아인즈 본인은 아니지만 결국 아인즈는 또 다시 자신과 동료들의 추억이 담긴 보금자리를 잃게 되고 만 것이다.
이번에는 이세계로 이동하는 일 조차 없이.
‘정말로 살아있다면 내가 보듬어 주고 싶은데...’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싶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현실의 아인즈-스즈키 사토루는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근 미래 일본에 살면서 피폐해진 자신의 심정을 위그드라실로 위로받은 사람이었다. 그런 공간이 추억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억울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원작의 서술과는 다르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아인즈는 길드 무기인 스태프 오브 아인즈 울 고운[Staff of Ainz Ooal Gown]을 든 채 플레이아데스들과 세바스를 데리고 최하층인 10계층의 옥좌로 걸어가 알베도의 스크립트를 고쳐놓고 “부끄러워-!”라고 내뱉고는 그대로 정지했다.
GM이 추가한 행동 명령은 그 것이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라, 아인즈의 뒤를 따르던 글라스는 시간을 확인 한 후 옥좌에 정지한 아인즈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마지막이구나, 엣헴. 그럼 새로운 ‘지고의 41인’으로써 아인즈의 곁으로 가볼까.”
기계로 이루어진 발은 굽이 높은 하이힐로 되어있어 ‘또각 또각’하는 소리를 냈다. 이내 아인즈의 앞에 도착한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아무리 내가 솔로라지만, 이런 해골을 내 첫 포옹으로 삼아야하나....?”
아인즈에 대한 동정으로 마지막으로 아인즈를 끌어안으려던 찰나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이라며 생각하게 된 그녀는 이내 원작의 아인즈와 똑같은 생각을 하던 자신의 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마지막 날이니까 특별히 안아주도록 하지. 어차피 기계 몸이지만 말이야.”
그렇게 그녀는 눈앞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아인즈를 끌어 안은 채 현실에서 눈을 감고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채팅창은 “이세계 가즈아~!!” “나의 오리캐가 이세계에서 최강이 되어버렸습니다만?!” “포사이트 살리는 루트 가즈아!!!”등의 전체 채팅으로 도배가 되었고, 시간은 점차 예정된 시각으로 향하게 되었다.
23:59:57
23:59:58
23:59:59
24:00:00…….
서버가 종료될 시간이 되었다.
24:00:01
24:00:02
24:00:03…….
그녀는 카운트 다운이 지나가고 현실에서 실제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어?”
그리고 아인즈와 눈이 마주쳤다.
“.........글라스 씨?”
.......이게 무슨 일이람?
눈을 뜬 그녀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자신의 캐릭터가 마지막을 기념하며 따뜻한 제스처로 안아주었던 최강의 마도사, ‘아인즈 울 고운’이 자신을 섬뜩한 눈매로 올려다보고 있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