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갑옷을 입은 모몬가와 무도회에 참석한 귀족 여성 같은 드레스와 스킨아이템을 걸친 글라스는 이내 모몬가의 전이문으로 나자릭 지하대분묘 지표부 중앙영묘[中央寧廟]로 이동하였다. 담당 메이드는 지고의 존재가 두 명이나 계시는 이 초유의 사태에 황공함을 숨기지 못한 채 자신의 목숨과 메이드 경력을 걸고 두 사람을 보필하기를 원했으나 괜찮으니 물러나라 명하는 두 사람의 강권에 의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내주고 말았다.
“정말 나자릭의 NPC는 마음씨가 곱다니까. 아. 울 것 같은 표정도 귀여웠지만.”
“제발 부탁이니 참아주세요 글라스 씨....뭐, 지나치게 충성스러운 건 조금 부담이 되지만 그렇죠.”
이내 두 사람은 분노의 마장, 질투의 마장, 탐욕의 마장을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데미우르고스가 그들 사이에서 나와 글라스와 모몬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모몬가가 긴장된 전언을 몰래 글라스에게 보내었다.
‘어, 어쩌지.....우리를 알아보고 있는 걸까요?’
‘응, 질투의 마장.......가능하다고 생각해. 분노도 탐욕도......응.’
‘뭐가 ‘가능’ 하다는 건가요?!’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역시나 앞의 마장들을 보며 자신의 변태성을 체크하고 있었다. 하반신만 있으면 되는 건지.... 이 변태의 스트라이크 존은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야구룰로 정식 채용하게 된다면 초등학생도 메이저 리거가 될 수 있을만한 수준은 아닐까?
이내 데미우르고스가 마장들보다 한 차례 먼저 한쪽 무릎을 숙임에 따라 마장들도 전부 두 사람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모몬가 님과 글라스 님 아니십니까. 그러한 모습으로 이곳까지 어인 행차이신지요.”
“아, 데미우르고스....너라면 알고.....”
“음.....데미에몽......가능?”
“뭣?!”
계속 눈앞의 데미우르고스를 ‘가능’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라스를 눈치 챈 모몬가는 데미우르고스를 악마 - 인조인간 이지만- 의 손에서 구하기 위해 –애초에 데미우르고스가 악마지만- 명령을 하달했다.
“데, 데미우르고스! 지금부터 나와 글라스 씨가 정찰을 나갈 생각이다! 잠시 우리를 보필하라!”
“예. 명령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모몬가 님.”
“그리고 다크 워리어라 부르도록.”
“...? 예.”
‘그거는 안 바꾸는 거냐.....촌스럽게.’
데미우르고스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명령을 받들었고 이내 세 사람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무릎을 꿇고 있던 마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그런데 왜 두 분은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신 거지?”
“글쎄....데미우르고스 님께 무언가 시키실 일이 있으셨던 건....”
“그것보다도 글라스 님의 눈동자가 정말 무서웠다고. 절대자의 기운을 가진 분이 시선만을 계속 내 몸에 두시는 감각이란.....”
글라스의 종족 특성은 이제까지 읽어 오신 독자 여러분이라면 알고 계시리라. 무표정. 무감정한 눈과 알 수 없는 말들을 어마어마한 절대자의 기백을 내뿜으며 자신들에게 향하는 글라스는 이미 마장들 사이에서도 매우 두려운 존재로 변해있었다.
물론 실제로는 그냥 씹덕이었지만.
갑자기 찾아오신 두 지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던 중 ‘계층 수호자’의 기척을 느낀 그들은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알베도에게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복종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알베도는 자리에 있어야 할 데미우르고스가 보이지 않자 그들에게 물었다.
“데미우르고스는 어디에 있느냐?”
“저......아까 전 모.....다크 워리어 라는 분과 옷을 바꿔 입으신 아름다운.....님을 보필하기 위해 나가셨습니다.”
마장들은 모몬가가 이름을 숨겼기에 똑같이 글라스의 이름도 숨겼다.
“.....다크 워리어?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만.......그리고 아름다운...님이라니?”
“두, 두 분께서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셨습니다. 그리고 많이 급해 보이셨습니다.”
“평소와는.....무슨 의미지?”
알베도의 심기가 불편해질 조짐이 보이자 질투의 마장이 재빠르게 말을 받았다.
“아, 데미우르고스 님께서는 그 분들께서 이름을 바꿔 부르라 명하셨기에 따르셨습니다.”
“역시나! 모몬가 님과 글라스 님이셨구나!”
경악에 가득한 표정을 지은 알베도는 이내 추리를 개시 했다. 두 지고의 존재께서 찾아왔었는데 두 분의 모습은 달랐다. 찾아오신 와중에 데미우르고스 만을 데리고 꽤나 급하게 이곳을 떠났다. 글라스는 모몬가를 사랑한다, 그러나 아직 둘은 그러한 관계가.....
“하-앗!!!”
“아, 알베도 님?”
알았다!
분명 둘은 데미우르고스를 주례로 세워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거야!
안타깝게도 알베도의 총명함은 모몬가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눈이 멀고 말았다. 아니 애초에 데미우르고스는 악마다. 악마가 주례를 서는 결혼식이라니....
“이러고 있을 때가....! 크으! 옷을 갈아입을 시간조차 없다니!”
“아, 알베도 니...”
“비켜라!”
알베도는 칠흑의 날개를 펼친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장들은 그러한 알베도의 뒷모습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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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묘 밖으로 나온 글라스와 모몬가, 그리고 데미우르고스는 6계층과는 다른 깨끗한 공기를 지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기괴한 위엄을 자랑하는 영묘의 모습과는 다르게 맑게 개어있는 밤하늘은 별들이 빛나는 평화로움을 글라스와 모몬가에게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나 깨끗한 공기라니......인공 심폐도 필요 없겠어요.”
“그러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별이 많은 건 처음 봐.”
두 사람은 살았던 세계가 달랐지만, 현재 느끼는 감정은 매우 비슷했다. 둘 모두 현대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광경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모몬가가 갑옷 상태로 비행[Fly]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템을 사용한 후 날아가자, 글라스는 그 뒤를 자신이 들고 있던 작은 지팡이를 흔들어 ‘메리 포핀스의 우산[Mary Poppins’s Umbrella]’을 만들어 잡는 것으로 따라갔다. 데미우르고스는 그런 지고의 존재들의 행동에 당황하여 재빠르게 개구리를 닮은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 날개를 펼치며 둘을 따라갔다.
그대로 수직상승 하던 모몬가와 글라스는 수백미터 가량을 날아온 시점에서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모몬가는 투구를, 글라스는 가면을 벗어 던졌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대지와 별들의 축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정말이지 훌륭......아니, 훌륭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네요. 이 광경을 ‘블루 플래닛’ 님이 보셨다면 어땠을까요?”
“분명 기뻐하셨겠지.”
글라스는 모몬가의 말에 무미건조한 답변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드레스 룸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자신의 말투와 표정에 대한 해명을 늘어놓는 것으로 오해는 사지 않겠지만, 이런 광경을 보고, 누구보다 동료에 대한 공감을 원하는 모몬가의 말을 듣고 이런 답변밖에 할 수가 없다니.
모몬가는 어째서 글라스가 아무런 표정을 지을 수 없는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글라스를 모몬가는 안타깝게 생각했다. 자신 또한 기쁘거나 슬프더라도 일정 이상의 감정선을 넘어가면 자동적으로 안정이 되고 만다. 그것은 아까와 같이 지도자를 연기할 때에는 유용했으나, 지금 같은 때에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기쁜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불편함을 겸비한 양날의 검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안타까운 감상들을 다시 저 멀리 제쳐버릴 정도로 눈앞의 광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기에, 데미우르고스의 퍼덕이는 날개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기계와 감정이 제한되는 해골은 조용히 ‘세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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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우르고스는 개구리 악마의 모습으로 날개를 퍼덕이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잡았다. 글라스는 데미우르고스를 신경 쓰지 못했고, 모몬가는 그러한 데미우르고스를 잠시 바라본 뒤에 혼잣말을 내뱉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마치 보석상자 같아요. 블루 플래닛 님.”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이 보석상자와 같은 것은......!”
데미우르고스는 잠시 주인에게 드릴 말을 멈춘 채 생각했다.
알베도의 말을 배경으로 자신이 추리한 것이 맞는다면 이 세계는 본래 모몬가 님과 글라스 님 두 분만의 세상이 되었어야만 했다. 글라스 님은 이 세계의 이러한 아름다운 점을 알고 계셨다고 해도 무방하다. 글라스 님의 의도가 이렇듯 오랫동안 모신 자신의 주인이 감탄을 내뱉을 만한 세상을 보이는 것이었다고 하신다면.....
데미우르고스가 추리를 해내는 그 순간 글라스는 몸을 돌리지 않은 채 힐끗 뒤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특유의 무표정으로 데미우르고스를 향해 ‘쉿’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데미우르고스의 충격은 더욱 배가되었다.
자신의 추리는 이미 글라스의 손 안에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글라스 님이 취하신 방금의 제스쳐로 인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세상[보석상자]은 모몬가 님께 바치는 글라스 님의 결혼 예물’ 이라는 사실을.
‘이 얼마나 무서우신 분이란 말인가.....! 모든 것을 전부 준비하신 후에 이 광경을 보이신 이유는...분명 ‘너희는 이 아름다운 보석상자와 동급의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는 의미시겠지..! 그렇다면..!! 이거야 원, 꽤나 무거운 의무를 짊어지고 말았군....’
데미우르고스가 글라스의 지력과 암시에 감탄하는 가운데,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의도로 제스쳐를 취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시선을 돌려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글라스는 단지 원작에서 모몬가가 회상을 방해받은 것이 짜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모몬가의 회상을 방해하지 말아줘’ 라는 의미를 담아 제스쳐를 보낸 것이었으나, 이는 데미우르고스에게 크나큰 결심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글라스는 깨닫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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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몬가는 하늘에서 대지를 바라보던 중 작업을 하던 마레를 보고 모몬가는 이내 마레에게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을 글라스에게 전했다. 데미우르고스 또한 계속 둘을 보필하려 하였으나, 이내 알베도에게서 온 전언을 듣고 두 지고의 존재에게 인사를 올린 뒤 급한 일과 글라스의 암시를 위한 계획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두 사람은 마레가 나자릭 지하 대분묘를 숨기기 위한 작업 중에 하늘에서 내려왔고, 마레는 그런 모몬가와 글라스를 보고 종종걸음으로 뛰어왔다.
팔랑 팔랑
마레가 입고 있는 치마가 팔랑거리는 광경을 목도한 글라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우효...”
“글라스 씨, 약속!”
“크르르르르르....”
“어허! 씁! 안돼요!.....앉아!”
“끼잉.”
못참겠다 마레! 라며 달려들 것 같은 기세의 글라스를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모몬가가 강아지를 타이르듯 제지했다. 이에 글라스는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삼키고 또 피눈물을 만들어내며 기계종족 주제에 ‘열역학 제1법칙’을 완벽히 무시하였다. 이번엔 마음 속 눈물이 아닌 진짜 눈물로 그따위 짓거리를 해냈기에, 그 광경을 본 마레가 글라스에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가갔다.
“그, 글라스 님!! 괘, 괜찮으신가요?!”
“응. 괜찮아. 마레는 착하네.”
“아, 아읏....”
까치발을 뜬 채로 글라스의 피눈물을 닦던 마레가 무미건조한 칭찬에 얼굴을 붉혔다.
‘나이스, 실로 나이스으으으-!!!, ‘부글부글 찻주전자’ 님과는 언젠가 깊은 담론을 나누고 싶어!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생각해 낸 거지?! 분명 세기의 천재가 틀림이 없어어어어-!!’
“나이스 절대영역.”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크, 크흠! 마레!! 어서 이리로 오너라!”
“아, 예 모몬가 님!”
마레를 보는 글라스의 눈이 다시 심상치 않아지자 모몬가는 급히 마레를 자신의 곁으로 부른 뒤 자신의 예정대로 수고하던 마레에게 재빠르게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을 하사했다.
“우....우아아아!!! 모, 모몬가 님..! 이건...!!”
“고된 일로 수고하는 마레에게 내가 주는 선물이란다. 수호자 전원에게 지급할 예정이지만, 이걸 받는 건 마레 네가 처음이다. 앞으로도 나자릭을 위해 수고해 줄 거라 믿고 있단다, 마레.”
“이이이이, 이런 황송한 물건은 못 받아요!! 어, 어떻게 제가 지고의 존재들께서 쓰시는 물건을....”
“마레, 나도 선물 줄게.”
가만히 지켜보던 글라스가 자신의 인벤토리를 뒤져 아이템 하나를 꺼내었다.
마치 작은 어린이용 장난감 로봇 같은 모양의 귀걸이였다. 귀를 뚫지 않고도 착용할 수 있게 집게로 되어있는 그 아이템의 이름은 ‘토이 보이[Toy Boy]’라는 아이템이었다.
“예, 예에에에?! 그....그럴 수가.... 하, 하루에 이런 귀한 것을 두 개나 받다니.....그렇군요! 저는 이제 곧 죽는 건가요?”
“아니.”
“그럴 리가 없잖니 마레. 우리는 너를 비롯해서 모든 수호자들을 사랑한단다. 너희는 지나치게 황송해 하지만, 내가, 글라스 씨가 너희를 아끼는 마음을 생각해 다오. 그럼, 받아 주겠지?”
모몬가가 나긋나긋하게 말하자 이내 마레의 귀여운 얼굴이 발갛게 물들며 글라스와 모몬가의 선물을 보며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는 표정으로 수줍게 웃었다. 글라스는 다시금 피눈물을 흘렸으나, 이내 마레가 다시 걱정할까봐 눈물을 쏟는 기능을 잠시 멈추었다.
‘오잉?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 내 몸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잖아? 음....꽤나 편리한 걸.’
그러한 사실을 뒤돌아본 글라스를 마레가 모몬가와 번갈아 쳐다보며 질문했다.
“그런데....두 분은 어째서 그런 모습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엑.”
“아....그, 그건....”
“그거야 간단하지 마레.”
“산책을 나가고 싶어서, 데헷 페로*”라며 말할 수 없어 곤란해 하는 둘을 구원하는 알베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둘은 안심하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모몬가.....다크 워리어 님도. 글라......님도 이름과 형태를 감춘 채로 너와 서번트들의 일을 방해하지 않으시기 위해 그런 거란다. 그렇죠? 다크 워리어 님, 글라.....님.”
“알베도, 그냥 원래 이름으로 부르도록 해라.”
“모몬가. 쪽팔려. 너 때문에 나도 가명이 생겼잖아.”
“크, 크흠....! 아, 아무튼 그렇다 알베도, 우리의 심중을 잘 헤아려 주었구나.”
“수호자 총 책임자로써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총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모몬가 님의 마음을 읽는 데에는 자신이 있지만요.”
그렇게 말한 알베도는 힐끗 변장한 모습의 글라스를 보았다.
달빛아래 빛나는 자신의 모습은 자타공인이 인정할 수준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으나, 일을 하다가 급하게 날아오는 탓에 옷에 조금 먼지가 묻어있었다.
글라스의 변장한 모습은 피어나는 꽃송이모양의 장식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아름다운 보라색 드레스에 하얀 머리를 고급스러운 소재의 머리띠로 고정시키고, 자신의 기계 몸을 가리는 스킨아이템으로 치장해 알베도에 지지 않는 장신[長身]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크~으으으으으으윽~!!!!!!제엔 장....!!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어...!!!’
데미우르고스가 얘기한 바대로라면, 지금부터 우리 계층 수호자들을 시험하는 명목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세계는 어떤 곳인지 아직은 전혀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고의 존재들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직......아니다.....나중에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모몬가 님의 곁에서 저 날파리를 떼어내는 기회가.
알베도는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와, 알베도 진짜 예쁘다.....내 캐릭터도 커스터마이징에 신경 좀 쓸 걸 그랬나?’
물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태평하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은 위그드라실 온라인에서 선택하는 기계종족 ‘오토마톤’의 디폴트 외형을 조금 손본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자신의 외모에 그다지 신경도, 자신감도 없었기 때문이다.
글라스의 그런 생각을 모르는 채 마레가 뒤에서 감탄사를 보내왔다.
“그....그렇구나아....”
그러자, 마레에게 시선을 향한 알베도가 마레가 모몬가와 글라스에게 받은 반지와 귀걸이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자신의 양 동공을 따로 따로 부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광경을 글라스와 모몬가는 찰나동안의 시간에 볼 수 있었다. 모몬가는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했으나, 그것이 질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글라스는 순간 숨을 헛삼켰다.
“헉.”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글라스 님.”
“아니, 알베도 예쁘네.”
“.......별 말씀을...황공할 따름이옵니다. 감사합니다.”
알베도의 자연스러운 대답에 글라스는 자신의 놀라운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지적하는 건 실례겠지. 분명 모몬가에 대한 사랑이 너무 큰 탓이리라...고 글라스는 생각했지만, 알베도는 순간 마음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불찰! 너무 큰 불찰이다! 모몬가 님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그것도 저 여자 앞에서....!’
그렇게 생각한 알베도는 재빠르게 말을 돌렸다.
“데미우르고스에게서 모몬가 님과 글라스 님께서 이곳에 오셨다고 들었기에 찾아뵈었습니다. 다만 이처럼 깔끔치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그렇지 않다 알베도. 네 아름다움은 그 정도로 수그러지는 정도의 것이 아니니까. 그래, 총 책임자로써 수고하는 알베도에게도 이것을 주마.”
“무엇을 말씀이신지요?”
모몬가는 그렇게 말하고 알베도에게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을 주었다.
“앞으로 뛰어다니는 일이 없도록 알베도에게 또한 필요하겠지. 데미우르고스에게는 나중에 수여하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모몬가 님. 그 위대한 반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나와 글라스 씨는 이만 9계층으로 돌아가마. 이거야 원, 야단맞게 생겼군....”
묘하게 조용한 알베도를 두 사람은 흘깃 돌아보고는 전이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알베도가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해....해냈다아아아아아아-!!!!!”
“.....알베도, 무슨 일이지?”
“후흐흐흐흐흐.....글라스 님의 손가락에는 아직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이 없었다고!! 이건 분명 내게 마음이 있다는 모몬가 님의 암시가...!”
자신의 망상에 들뜨고 있는 알베도를 데미우르고스가 뒤에서 한숨을 쉬며 현실로 끌어내렸다.
“후우.....알베도, 오히려 그건 반대의 의미가 아닐까? 글라스 님께서 그 반지를 받지 않으시는 이유는 ‘모몬가는 나의 것이니 딱히 반지같은 것은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게 아니냐는 말이야.”
“.........!!”
“정말이지.....두려우신 분이시군, 설마 이런 것까지 계산하실 줄이야...그 분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많이 힘내지 않으면 안 되겠어.”
“저, 저도 힘낼게요! 그, 글라스 님을 위해서, 모몬가 님을 위해서!”
“끄아아아아아아아아-!!!!!두고보라지! 모몬가 님은 나를 더 사랑하게 되실거라고-!!!!!”
절규하는 알베도와 의기투합하는 두 수호자는 이후 달빛아래 자신들의 일을 다 하기 위해 해산했다.
글라스에 대한 오해는 나날이 깊어지고만 있었다.